코언 형제 감독은 영화 속에 그들다운 매우 짧지만 무척이나 흥미로운 시퀀스를 배치한다. 미네소타주의 브레이너드(Brainerd)라는 작은 시의 여자 경찰서장 마지(Marge)는 고속도로 살인사건을 추적하면서 용의자들과 하룻밤을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2명의 나이 어린 창녀를 찾아가 용의자의 정보를 수집한다. 그런데 그 장면이 매우 신선하다 못해 코믹하기까지 하다.군더손(Gunderson)이란 성姓을 보면 마지는 노르웨이계 이민자다. 통통한 어린 창녀들도 영화 속에서 성을 밝히진 않지만 특유의 억양으로 짐작건대 노르웨이계임이 분명하다.
숨막히는 미스터리 소설 "옛날 철공소"가 출간되었다. 제1회 범죄 미스터리 공모전 수상작으로, 황규섭 작가가 높은 창의성과 탄탄한 스토리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으로 전망된다.작품은 살인사건이 일어난 인천의 한 주택가를 시작으로 전개된다. 미스터리 소설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공포스런 연쇄살인범, 그리고 범인과의 숨 막히는 추격전이 독자들의 가슴을 쫄리게 만들 것이다. 철저한 함정에 빠진 경찰과 범인의 두뇌 싸움은 독자들의 관심을 긴장감 넘치게 유지할 것이다.저자 황규섭은 충남 보령 출신으로 한양대에서 작곡을 전공하고 한국문학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았다. 평가는 엇갈린다. 여당 의원들은 대통령의 성과를 칭송하고, 야당 의원들은 날선 비판을 내놓는다. 그런데 돌아봐야 할 건 ‘대통령의 1년’만은 아니다. 민생을 위한다는 ‘금배지의 1년’도 짚어봐야 한다. 이들은 과연 지난 1년간 민생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을까.“뉴스 보기가 싫다”는 사람들이 많다. 전세사기, 주식사기…. 서민 등쳐먹는 온갖 사기꾼이 판을 친다. 어디 그뿐이랴. 치솟은 물가에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취약계층, 연일 터지는 안전사고, 스스로 목숨을 내던지는 청소년들, 14개월 연속 이
삼일절을 맞아 우리 문학의 반성과 분발을 촉구한다ㅡ한국과 일본의 문학을 비교하며 이승하 한국 현대문학은 태생이 아주 불행하였다. 고전문학에서 근대문학으로, 근대문학에서 현대문학으로 이행이 되는 과정에 일본의 식민지 지배 시대가 관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외교권이 빼앗긴 것은 1905년이었고 조선총독부에 의한 식민지 지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10년부터였지만 이미 갑신정변(1884)과 갑오경장(1894)과 을미사변(1895) 때부터 일본의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즉, 60년 동안 우리는 일본의 지배를 받았다고
한국 SF문학의 빛나는 별(토끼) 듀나가, 이번에는 미스터리로 독자를 찾아왔다.“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는 8편의 연작 단편집이다. SF 작가로만 알려진 듀나의 새로운 일면을 드러낸 소설이기도 하다. 듀나의 SF적 세계관을 새로운 장르를 통해 확장한 기념비적 작품이기도 하다. 듀나 특유의 간결한 문장이 미스터리 장르와 결합돼 시너지를 일으킨다.“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는 새로운 배경과 설정으로 독자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8가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통해, 기존의 미스터리 틀을 깨고 선구자의 역할을 하려는 시도로 보인다.문단 내
2021년 10월 21일은 의미 있는 날이다. ‘스토킹 처벌법’이 국회에 발의된 지 22년 만에 시행된 날이어서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법이 시행됐음에도 스토킹 범죄에 시달리다 끝내 죽음으로 내몰리는 피해자가 끊이지 않아서다. 스토킹 처벌법에는 어떤 허점이 있는 걸까. 스토킹 처벌법 시행 1년을 돌아봤다. 2년 넘게 스토킹을 당한 피해자가 결국 스토킹 가해자에게 목숨을 잃었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이하 신당역 사건)’의 뼈아픈 내용이다. 지난해 ‘스토킹 처벌법(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지만 또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되는 층간소음 민원 건수는 한해 4만건 이상이다. 월 3000여건, 하루 100건이 훌쩍 넘는 민원 건수다. 층간소음으로 살인사건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민하게 받아들여야 할 통계다. 국토부 역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공동주택 층간소음 개선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10여년 전 실패한 정책을 그대로 답습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들의 층간소음 걱정을 확실히 덜어드리겠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8월 18일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의 세부대책으로 ‘공동주택 층간소음
1604년 영국 의사당을 폭파하려다 체포돼 끔찍한 처형을 당했던 인물인 가이 포크스의 가면을 쓰고 ‘화끈한 테러’를 저지르는 영화 속 의문의 사나이는 ‘V’라는 이니셜로만 통한다. 그렇다면 V가 의미하는 건 뭘까. victory(승리), vision(미래의 제시), victim(희생자), vestige(과거의 흔적ㆍ상처) 중 하나일까. 영화 ‘브이 포 벤데타’의 주인공 V의 행적을 보노라면 그의 이니셜 V는 victory, vision, victim, vestige 모두가 될 수 있을 듯하다. V의 투쟁은 자유의 승리(victory
막시무스에게 코모두스는 그야말로 불구대천의 원수다. 코모두스는 막시무스가 아버지처럼 모신 아우렐리우스 황제를 목졸라 죽이고, 막시무스의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까지 불태워 죽인다. 막시무스는 하루아침에 로마 최고의 장군에서 노예검투사로 전락한다. 코모두스 때문에 ‘모든 것을 잃은’ 한 사내의 처절한 복수극이 시작된다.영화 글래디에이터를 볼 때 한가지 짚어볼 게 있다. 막시무스의 불행은 모두 코모두스 때문이었을까. 누가 뭐라 해도 직접적 원인은 코모두스가 제공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간접 원인들은 따로 있다. ‘간접 원인’이 없었으면 ‘
전성기가 훌쩍 지난 릭 달튼은 끝내 퇴물의 마지막 행로인 이탈리아 ‘스파게티 서부극’에 출연한다. 그곳에서 지금 할리우드에선 받기 힘든 돈을 받고 결혼도 한다. 영화를 찍은 그는 친구이자 집사인 ‘스턴트맨’ 클리프를 해고한다. 그 무렵, 불행인지 행운인지 히피족들이 쳐들어온다. 릭 달튼(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은 한때 잘나갔지만 어느새 배우로서 내리막길에 접어든다. 오르막길은 한 걸음 한 걸음이 힘들지만 내리막길은 청룡열차처럼 정신없다.달튼은 할리우드의 한 레스토랑에서 감독이자 ‘배우 중개업자’인 마빈 슈워츠를 만난다. 정리해고를 예
‘집 꾸미기’는 최근 가장 핫한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중 하나다. 코로나19 여파로 많은 이들이 힐링ㆍ여가 등의 시간을 집에서 누리기 시작했고, 이런 변화는 내가 사는 공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TV에 나오는 집의 인테리어를 따라 하거나, 트렌디한 홈스타일링을 시도하거나, 자기만의 큐레이션이 들어간 개성 있는 공간을 만들어 자신의 취향을 만끽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가구, 집을 갖추다」는 오랜 시간 인간과 함께해온 가구의 역사와 건축,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가 구매한 가구와 그 가구로 꾸린 우리만의 공간에 사회ㆍ
‘once upon a time…’이란 문장은 대개 그 옛날의 신화나 전설을 퍼올리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 우리 할머니들이 손주들을 무릎에 앉히고 풀어내는 이야기 대부분이 ‘옛날 옛날 한 옛날에…’로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단 이야기가 ‘옛날 옛날 한 옛날’이나 ‘once upon a time’으로 시작하면 ‘이건 구라구나’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역시 그렇다.영화의 배경은 1969년 여름 할리우드에서 발생한 ‘맨슨 패밀리(Manson Family)’라는 광기 어린 범
1990년대생 평범한 직장인이 감자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누적 판매 640만개라는 히트작을 만들어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누구라도 부러워할 만한 성과다. 20대에 빠른 성공을 이뤘으니 그를 두고 혹자는 ‘금수저’나 ‘엄친딸’이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가 걸어온 길이 반짝이는 성공 체험으로 가득한 건 아니다. 젊은 나이지만 숱한 도전과 실패, 좌절과 일어서길 반복해 얻어낸 결실이었다. 「오늘도 매진되었습니다」는 춘천의 명물 ‘감자빵’을 만든 ‘감자밭’ 이미소 대표의 이야기다. ‘감자밭’은 2021년 코로나 팬데믹이란
헤어진 여자친구가 연락을 받지 않자 집에 찾아가 초인종을 수차례 눌렀다. 단순한 사랑 싸움일까. 그렇지 않다. 이는 명백한 ‘범죄’다. 끔찍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스토킹 행위를 그동안 ‘그저 남녀 간의 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법적 처벌 규정이 미미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지난 10월 21일 ‘스토킹 처벌법’이 22년 만에 시행됐기 때문이다. 헤어진 연인에게 집착하는 사람, 연예인의 사생활을 침범하는 극성팬….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스토킹’의 모습이다. 그동안 스토킹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은 많
낙후된 유휴공간에 새 생명을 불어넣으려고 한다. 그런데 웬걸, 보기 흉한 고물상이 떡하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당신이라면 어떡할 텐가. 십중팔구는 고물상을 치워버렸을 거다. 하지만 가톨릭대 ‘지역혁신 캡스톤디자인 : 도시재생’ 수업에서 시소팀으로 뭉친 세 학생의 선택은 달랐다. 흉물로 여겼던 고물상의 컨테이너를 유휴공간의 상징으로 삼았다. 왜일까. 시소팀이 성심 고가 하부에 파란색 컨테이너를 설치하겠다고 나선 이유를 들어봤다.✚ 팀명이 ‘시소’예요. 이번 유휴공간 재생 프로젝트와 관련이 있나요?구한희 학생(이하 구한희) : “두가지
가출한 아이들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간 대다수의 청소년이 또다시 집을 나온다. 그들이 가출할 수밖에 없던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가출 청소년’ 대신 ‘가정 밖 청소년’이란 명칭을 쓰려는 움직임은 긍정적이다. 아울러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우리집’이 과연 생물학적 의미인지도 되짚어봐야 한다.‘가출家出’. 글자 그대로 집을 나온 상황을 의미한다. 청소년 가출의 정의는 좀 더 구체적이다. 여성가족부는 가출을 ‘부모나 보호자의 동의 없이
최근 한국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가 ‘학교폭력(학폭)’이다. 체육계, 연예계에선 과거 학폭 관련 폭로가 터져 나왔다. 드라마에서도 학폭이 주된 소재로 다뤄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필자는 학폭 관련 언론 인터뷰 중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드라마에 나오는 ‘학폭’은 실제보다 많이 과장된 거죠?” 차라리 그랬으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학폭은 드라마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드라마 속 학교폭력을 들여다보면 학교에서 ‘현재 진행형’인 학교폭력이 얼마나 심각하고 교묘하게 이뤄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번 호 계간 미스테리 특집은 “세대교체”이다. 한이 편집장은 “한국 추리소설의 침체 이유 중 하나로 세대교체를 위한 교전이 없었다는 의심에서부터 시작해, 한국 추리소설의 세대별 문제점을 짚어보았다”며, 이번 특집호가 '세대 간의 치열한 전투 속에서 새로운 사조가 탄생하고 격전지의 외연이 넓어지는' 진정한 세대교체를 위한 메세지를 담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계간 미스터리는 국내에서 유일한 추리소설작가들의 협의체인 한국추리작가협회에서 발간하는 추리문학 문예지로 많은 추리문학 작가들을 배출했다.정명섭 작가는 이번 호에서
시인과 그래픽노블 작가는 인터뷰해 보았지만 평론가는 처음이다. 낯설다. 낯선 감정은 가던 길을 멈추게 하니 자연스럽게 생각도 멈추게 된다. 나는 지금 허름한 카페에 앉아 을 읽으며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작품 자체가 아닌 작품에 대해 논한 평론가의 글에 대해 어떤 말을 꺼내 놓아야 할까. 게다가 이 평론집을 온전히 통과하기 위해서는 에 숨겨진 많은 각주를 만져봐야 한다. 그런데 5일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찾아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인터뷰라 함은 한 사람을
하루하루가 숨가쁘게 돌아가는 ‘고담’시에서 아서는 혼자는 끼니도 해결 못하는 홀어머니와 허름하고 쇠락한 아파트에서 단둘이 살아간다. 무인도와 같은 삶이다. 어머니가 어느날 “사람들이 어느 시장 후보가 참 좋다고 하더라”고 아서에게 말한다. 아서는 ‘누가 그러더냐? 엄마하고 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지 않느냐?’며 시큰둥해 한다. 어머니는 “TV에서 그러더라”고 방어한다. 딱한 장면이다. 아서가 하는 일이라곤 일용직 광고홍보맨을 파견하는 사무실에서 소개해주는 업소나 행사장에 찾아가 ‘광대’ 분장을 하고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하는 게 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