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려 보세요.” 누구나 하나쯤 갖고 있을 법한 행복의 기억. 하지만 청소년 상담을 하다 보면 “행복했던 기억이 없다”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행복을 떠올리려 할수록 나쁜 기억이 더 많이 떠오른다고 하소연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아이들에게 영화 ‘시네마천국’의 주인공 토토에게 행복한 기억을 남겨준 영사기사 ‘알프레도’ 같은 어른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청소년 상담에선 과거의 경험을 다룰 때가 많다. 우리가 과거에 주목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과거의 경험이 현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반대
CJ ENM의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기대작 ‘눈물의 여왕(tvN)’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어서다. 시청률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눈물의 여왕’은 최근 방영한 회차(12회)에서 시청률 20.7%를 기록했다. 전 채널 동시간대 1위이자 tvN 역대 시청률 2위의 기록이다. 첫회 시청률은 5.9%였던 걸 고려하면 눈부신 약진이다. 종영까지 4회차가 남아있는 ‘눈물의 여왕’은 더 높은 고지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실적이 신통치 않았던 스튜디오드래곤으로선 이런 지표가 반가울 수밖에 없
먼 곳오늘은 이별의 말이 공중에 꽉 차 있다나는 이별의 말을 한 움큼, 한 움큼, 호흡한다먼 곳이 생겨난다나를 조금조금 밀어내며 먼 곳이 생겨난다새로 돋은 첫 잎과 그 입술과 부끄러워하는 붉은 뺨과 눈웃음을 가져가겠다고 했다대기는 살얼음판 같은 가슴을 세워들고 내 앞을 지나간다나목은 다 벗고 다 벗고 바위는 돌 그림자의 먹빛을 거느리고갈 데 없는 벤치는 종일 누구도 앉힌 적이 없는 몸으로 한곳에 앉아 있다손은 떨리고 눈언저리는 젖고 말문은 막혔다모두가 이별을 말할 때먼 곳은 생겨난다헤아려 내다볼 수 없는 곳문태준·2007년 시인세계
# 대통령 사진을 찍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미우나 고우나 국가를 대표하는 인물이니 경호가 이만저만 아니니까요. 당연히 가까이서 찍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대형 언론사에서도 소수의 기자에게만 가능한 일일 정도죠. # 다만, 출입기자보다 대통령을 더 가까이서 촬영할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전속 사진가입니다.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행사를 찍기도 하고, 대통령의 일상을 기록하기도 합니다. # 국내에서도 전직 대통령의 일상이 사진으로 공개돼 화제가 된 적 있습니다만,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그런 사진이 많습니다. 특히 역대 미
여자친구와 마포의 어느 공원을 들렀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볕이 드는 발코니에서 양다솔 작가의 「적당한 실례」를 읽을 요량이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미세먼지 수치가 너무 낮았다. 비염이 심한 나는 먼지가 많은 날에는 야외활동이 어렵다. 봄날의 볕은 따뜻하고 미세먼지 수치는 낮았으니 밖으로 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한강변에서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우린 2인용 커플 자전거를 빌렸다. 내가 앞에, 여자친구가 뒤에 탔다. 살갗에 부딪히는 바람이며, 한강을 넘어가는 지하철의 규칙적인 소리,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빠르게 흘렀다. 오래간만
2010년대 후반, 일상을 벗어나 훌쩍 떠나버리는 여행 상품이 유행한 적 있다. ‘일상은 지루하고 반복적이다’라는 소비자의 일반적 관념을 토대로 만든 상품이다. 그럼 우리의 일상은 정말 반복적이고 지루할까.부천문화재단은 2018년부터 매년 문화도시사업의 일환으로 부천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다양한 일상을 담은 「도시다감都市多感:감정사전」을 발간해 왔다. 평범한 일상을 문학작품으로 재탄생시킨 거다. 자신에게는 흔한 일상이 남들에겐 이렇게 낯선 여행이 되곤 한다. ‘도시다감’은 ‘도시의 다양한 감성’이라는 뜻이다. 어린이, 청소년, 청년
「전홍식 관장의 판타지 도서관」전홍식 지음 |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펴냄 판타지를 만들고 싶은 사람을 위한 판타지 도서관이 나왔다. 저자인 전홍식 관장은 초등학교 1학년 판타지와 SF에 빠진 후 2009년 SF&판타지 도서관을 세웠다. 이번 책에서는 톨킨을 비롯한 여러 판타지 세계관에 영향을 준 신화들과 전설, 판타지 하위 장르, 환상 생물과 몬스터, 판타지 속 종족, 직업과 스팀펑크 등의 레트로 퓨처를 소개한다. 텀블벅에서 4월 13일까지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한다. 「백조 2024 봄」백조 편집부 | 노작홍사용문학관 펴냄계간 문예
「일종의 마음」이제야 지음 | 시인동네 펴냄MZ세대와 서정을 조금이나마 나누고 싶다는 시인의 시집은 사랑과 그 이후 이별의 시간을 담는다. 출판사는 시인의 시집을 “어쩌면 나에게만 슬픔일 수 있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너무나 보편적인 매일의 이야기”라고 소개한다. 시인은 1987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양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2012년 ‘애지’로 데뷔했다. 산문집 「조각의 유통기한」으로 에세이가 더 널리 알려진 작가는 ‘시’라는 새로운 언어로 우리를 찾아왔다.「어느 노동자의 모험: 프롤레타리아 장르 단편선」배명은·은림·이서영·구
‘엄친아’ ‘엄친딸’이란 말이 유행처럼 나돈 지 오래다. 친구의 자녀와 내 자녀를 비교하는 부모가 적지 않다는 방증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타인과의 비교는 자녀에게 커다란 스트레스를 안긴다. 자신과 남을 비교하게 만드는 분위기 때문에 정신과 진료를 받는 10대도 가파르게 늘었다.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엄친아’ ‘엄친딸’이란 말엔 이처럼 폭력성이 깃들어 있다.공부부터 인성, 외모까지 어느 하나 부족함 없는 사람을 두고 ‘엄친아’ ‘엄친딸’이라고 부른다. 이런 말이 생긴 이유는 뻔하다. 많은 자녀가 부모로부터 “내 친구 아들은
실적이 좋았다. 경쟁사 이익은 역성장했는데 홀로 분전했다. 주가도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울 만큼 좋다. SK텔레콤이 최근 함박웃음을 짓는 이유다. 그렇다고 아픈 손가락이 없는 건 아니다. 야심차게 밀어붙였던 신사업의 성장세가 한풀 꺾인 건 좋지 않은 시그널이다. SK텔레콤의 아이버스(AI+UNIVERSE) 사업군의 두바퀴 T우주와 이프랜드의 얘기다.SK텔레콤이 지난해 호실적을 올렸다. 2023년 이 회사는 매출 17조6085억원, 영업이익 1조7532억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 8.8% 증가한 수치다. 경쟁사와
여기 한달에 90만원가량 적자를 내는 부부가 있다. 쑥쑥 크는 자녀들 교육비 때문이라곤 하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얘기가 조금 달랐다. 자녀 교육비도 교육비지만 커피값부터 보험료까지 지출항목 이곳저곳에서 부부의 ‘과소비’가 눈에 띄었다. “더 줄일 곳이 없다”는 부부의 말이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린 건 이런 이유에서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경제교육원㈜이 과소비의 늪에 빠진 부부의 사연을 들어봤다.올해 중학교 입학을 앞둔 아들을 둔 한성희(가명·41)씨는 요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겨우 1살 더 먹은 것뿐인데도 학원비
“방금 지진 일어난 거 맞음?” 최근 경북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온라인 커뮤니티엔 많은 글이 쏟아졌다. 동이 트기 전이었는데도 사람들은 수십개 글을 올리며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누군가는 커뮤니티에 “재난 알람 탓에 잠에서 깼다”는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지만, 또다른 누군가는 재난 알람을 듣고 커뮤니티에 접속했을 것이다.이 순간에도 수많은 이들이 커뮤니티에 온갖 형태의 글을 올린다. 취미나 일상 같은 개인의 소소한 이야기부터 사회·정치적 사건까지 종류에 제한은 없다. 그만큼 커뮤니티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개인의
권력에 대항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웃음이다. 권력자들은 웃음거리로 전락할 바에는 차라리 공포의 대상이 되길 바란다. 세계대전 당시 아돌프 히틀러도 마찬가지였다. ‘광기’에 휩싸인 그에게 스크린 안에서 독재자를 조롱하고 웃음거리로 만드는 찰리 채플린은 ‘공포’였다. 속 시원한 ‘풍자’마저 어려워진 우리나라에서 권력자들을 공포에 떨게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희극배우 찰리 채플린과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 채플린은 1889년 4월 16일에 태어났고 히틀러는 나흘 후에 태어났다. 두 사람은 비슷한 콧수염을 길렀고 예술가를 꿈꿨다.
이젠 관심 장르로 자리 잡은 ‘아카데미물’의 인기는 전성기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뜨겁다. 하지만 전교 1등 이야기, 기상천외한 동아리 스토리, 테러리스트와 싸우거나 세계를 구하는 극단적인 설정을 답습한 천편일률적인 작품들이 잇따른 탓에 “또 아카데미냐?”는 빈축도 숱했다.속칭 ‘또카데미’가 범람한 와중에 등장한 웹소설 「지잡 아카데미와 폐급 히로인들(이하 지잡아카)」은 아카데미물 전성기의 끝무렵을 장식하는 작품으로 독특한 차별점을 갖췄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작품의 배경은 ‘지잡’ 아카데미다. ‘지잡’은 지방의 잡스러운 대학교란
인도·중동·아프리카 등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텃밭’에서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습니다. 미세하지만, 애플 아이폰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겁니다. 이 때문인지 삼성전자는 지난해 스마트폰 출하량 부문에서 13년 만에 처음으로 애플에 뒤처지는 ‘쓴맛’을 맛봤습니다. 지금 삼성전자의 마당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스마트폰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 중인 삼성전자와 애플이 최근 뜻밖의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미소를 지은 건 애플입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23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애플이 출하량 2억3460만대
광시곡의 밤구름 한 장 담은 백지와 한없는 길을 돌돌 말아 내는 만년필로 방안이 어두웠다 밝아진다. 집과 집 사이 방안 천장까지 비가 뭉쳤다. 뾰족하고 높다란 탑이 없더라도 종을 울려 저녁을 선포할 시간이 왔다. 우는 사람을 잠재우고 웃음을 저만치 멈춰놓는다. 시간의 무늬를 따라 구름이 정확히 회전한다. 대낮의 열기도 가만히 숨죽이고 방안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젖은 심장에 낚싯줄 달아 출렁이는 바닥 아래로 내려 보내면, 심해어들이 환멸 깊은 곳에서 죽어가는 자의 가죽을 뚫고 방안 가득 솟아오른다. 갱도를 빠져나온 번쩍이는 그림자의
# 전쟁터에서 한눈을 잃은 왕이 있었다. 승리를 거머쥔 이 왕은 자신의 모습을 충성스러운 신하들에게 담아내라고 명령했다. 첫번째 화가는 왕의 한쪽 눈이 없는 현실적인 모습을 그렸다. 왕은 “모욕과 초라함을 느낀다”면서 격분했다.# 다른 화가가 소환됐다. 두번째 화가는 왕의 눈이 멀쩡한 위엄 넘치는 초상화를 그렸다. 하지만 왕은 “자신이 기만당했다”고 느끼며 성을 냈다. # 마침내 세번째 화가. 사색 끝에 화가는 전쟁터에서 용맹하게 활시위를 당기며 한쪽 눈을 자연스럽게 감고 있는 왕의 모습을 그렸다. 그제야 왕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큰
# 한국의 골목은 위기다. 국민들이 지갑을 좀처럼 열지 않는 상황에서 “팬데믹 때보다 더 경영이 힘들다”고 토로하는 상인을 만나는 건 어렵지 않다. 생존 기반이 흔들리는 골목상인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필자는 ‘구독경제’가 골목상권의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가령 멤버십 서비스로 충성고객을 늘린 아마존의 전략을 ‘골목상권’에 적용하면 반등의 기회를 모색할 수도 있다. 구독경제는 더 이상 새롭지 않다. 너도나도 하고 있으니 혁신모델이라고 칭하기도 어렵다. 성장세도 한풀 꺾였다. 대표적인 구독경제
저출산 시대다. 올해 1~3분기 신생아 수는 17만7000명으로 역대 최저치였다. 2022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다. 이런 상황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유아용품 스타트업이 있다. 올해로 10년차를 맞은 아기 속싸개 전문제조기업 ‘꼬꼬잠’이다. 이 회사를 창업한 박정혜(48) 대표는 "아기 울음을 벗어나고 싶었던 전업주부 시절의 경험을 살려서 제품을 만들었고, 지금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 기업의 경쟁력은 뭘까. 더스쿠프가 ‘꼬꼬잠’ 속으로 들어가봤다. 결혼 후 첫애를 낳고
아침새 아침 뜨거운 가슴으로 열다피 흘리는 바다로 일어선다.한 손에 화산을 들고, 정신의 바다지나온 겨울에 빠져 어정거리는새벽을 불 지른다.불가사의한 어둠의 틈새에서 날아온새들은하늘의 동작을날카로운 발톱으로 날라잠든 내 얼굴에 뿌리고신선한 벌판 반야般若의 가지를 흔든다.붉게 솟아, 하늘에깨지지 않는 거울머릿속에 눈부시게 내려앉는 중량.가지들이 어둠에서 뛰어나와당황해할 때세계의 신음을 묶어가는 작업 소리.묶여가는 항구도시를혁명이 뒤에서 아프게 보고 있다.퍼어렇게 반란하는 상징의 칼날.새로운 시간이마당에 생솔처럼 타고 있다.님아, 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