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版 고정자산회전율 보고서

▲ 국내 기업의 고정자산회전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보다 소폭 개선됐다.[사진=뉴시스]
“2009년 대비 2014년 평균 고정자산회전율 88.6%포인트 증가” “300개 기업 중 평균 고정자산회전율을 웃도는 기업, 고작 46개.” 더스쿠프가 국내 300개 기업의 고정자산회전율을 조사한 결과다. 자본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기업이 생각보다 훨씬 적다는 거다. 국내 기업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지표다.

최근 몇년간 대형 유통사는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점포를 늘려 왔다. 곳곳에 점포를 세워 고객을 유인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거다. 실제로 2009년말 81개였던 국내 백화점 개수는 2014년 9월말 93개로 12.9% 늘어났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 개수도 398개에서 498개로 20.1% 증가했다. 이들 유통사는 한발 더 나아가 아울렛과 복합쇼핑몰도 여러개 유치했다. 바람대로 좋은 결과를 냈을까. 그렇지 않다. 롯데쇼핑의 2009년 3분기 누적 매출(별도 기준)은 8조3289억원에서 2014년 3분기 누적 매출 11조7945억원으로 41.6% 증가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183억원에서 7560억원으로 22.2% 증가하는 데 그쳤다. 현대백화점도 별반 다르지 않다. 현대백화점의 같은 기간 매출은 33.6%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22.6% 증가하는데 그쳤다. 점포가 늘어난 덕분에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그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점포 1곳당 효율(실적)이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들 기업은 고정자산회전율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더스쿠프 분석한 고정자산회전율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고정자산회전율은 2009년 3분기 113.4%에서 2014년 3분기 86.5%로 26.9%포인트 줄었다. 신세계도 같은 기간 95.1%에서 54.5%로 40.6%포인트 감소했고, 현대백화점은 45.5%에서 33.0%로 12.5%포인트 떨어졌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주축으로 하고 있는 이들 기업 중 고정자산회전율이 오른 곳은 단 한곳도 없었다.

고정자산회전율은 기업이 보유한 고정자산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매출액을 고정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수치가 높을수록 고정자산의 활용도가 높고, 의미 있는 투자를 했다는 뜻이다. 반대로 비율이 낮으면 고정자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거나 엉뚱한 투자에 돈과 시간을 낭비했다는 의미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고정자산회전율은 기업의 경영 효율성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라며 이렇게 말했다. “구글과 애플이 똑같이 좋은 실적을 내고도 애플의 주가는 오르고 구글의 주가가 내려갔다. 고정자산회전율로 봤을 때 구글의 효율성이 애플보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고정자산회전율을 통해 기업의 생산 활동이 올바르게 이뤄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국내 기업의 고정자산회전율은 어떨까. 이 질문을 풀기 위해 더스쿠프는 국내 기업의 고정자산회전율을 전수 조사했다. 조사대상은 대한상공회의소가 선정한 2013년 기준 매출액 상위 1000대 기업으로 정했다. 이 가운데 매출액 순위 300개 기업의 분기보고서를 활용했다. 3분기 보고서가 없거나 결산시기가 일치하지 않는 기업, 제조업 기반이 없어 고정자산회전율을 구하기 힘든 금융업 등은 조사대상에서 제외했다. 

덩치 키웠지만 효율성 떨어진 기업들

기준 시점은 2009년 3분기와 2014년 3분기로 정했다. 2009년 3분기를 기준으로 잡은 이유는 간단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지 1년 후로 세계적인 경기불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이기 때문이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조사대상 300개 기업의 2014년 3분기 평균 고정자산회전율은 519.0%였다. 2009년 3분기 평균인 430.4%보다 88.6%포인트 상승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영효율성이 글로벌 불황이 막 시작된 2009년보다 좋아진 셈이다. 자산배분이 고르게 이뤄졌다는 결과기도 하다. 하지만 업종별ㆍ기업별로 차이는 있었다. 먼저 업종별로는 사업 특성상 회전율이 높게 나오는 무역ㆍ상사, 건설, 제약 업종을 제외했을 때 평균 회전율을 웃돈 업종은 섬유ㆍ의류 한 업종뿐이었다. 나머지 업종은 죄다 평균치를 밑돌았다.

같은 기준을 적용해 기업별로 업종 평균 회전율을 웃돈 기업을 살펴봐도 총 46곳에 불과했다. 회전율 상위에 랭크된 업종별 대표 기업들은 한세실업(섬유ㆍ의류, 9225.5%), KT이엔에스(방송ㆍ통신ㆍIT, 1865.5%), CJ프레시웨이(음식료, 1767.8%), STX(조선, 1623.7%), 파트론(전기전자, 1274.8%), 현대엘리베이터(기계, 1062.6%), 덕양산업(운송장비, 991.4%), 포스코켐텍(철강, 935.3%), CJ오쇼핑(유통, 863.5%), 제일기획(광고, 667.2%), 남해화학(석유화학, 657.8%), 웅진씽크빅(교육, 625.8%), 경동도시가스(에너지, 622.5%), LG생활건강(소비재, 589.8%) 등으로 나타났다.

46곳 외에는 업종 평균 회전율을 모두 밑돌았다. 에너지 업종의 공기업들은 거의 최하위였다. 한국수력원자력(17.1%), 한국전력공사(25.6%), 한국남동발전(51.5%), 한국동서발전(43.3%) 등이다. 회전율 하위에 랭크된 업종별 대표 기업들은 팬오션(해운ㆍ운수, 32.1%), 현대백화점(유통, 33.0%), KT렌탈(서비스, 38.5%), 무림피앤지(제지ㆍ목재, 55.7%), 대한항공(항공, 57.7%), 하이트진로(음식료, 59.1%), 현대제철(철강, 62.5%), OCI(석유화학, 62.7%), 동부하이텍(전기전자, 67.9%), 넥센타이어(운수장비, 77.1%), STX중공업(기계, 88.2%), 두산엔진(조선, 100.1%), KT(방송ㆍ통신ㆍIT, 108.9%), 아모레퍼시픽(소비재, 131.5%) 등이었다. 이런 기업들은 투자가 적절하지 않았거나 투자를 아예 하지 않았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고정자산회전율 하나만으로 기업의 효율성을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고정자산회전율을 통해 기업의 완전한 ‘민낯’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라서다. 국내 산업이 기본적으로 원자재를 들여와 가공해서 수출하는 시스템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환율이나 유가 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기업이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매출에서 고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명확하게 판별하는 게 어렵다는 점도 한계다. 막대한 고정자산 투자의 성과가 결실을 늦게 맺는 경우도 있다.

 
 
 
 
 
김정덕ㆍ김미선ㆍ강서구ㆍ최범규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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