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황금기 웹툰의 그림자➋
웹툰 불법 유포하는 사이트들
현재로선 원천봉쇄 불가능해
제2의 변종사이트도 수두룩
불법 도박으로 이어질 가능성
웹툰 산업 이대로 괜찮을까

# 우리는 視리즈 ‘황금기 웹툰의 그림자’ 1편에서 호황기를 맞은 웹툰 산업이 마주한 어두운 단면을 살폈습니다. 웹툰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과 반대로 웹툰 흥행의 1등 공신인 작가들의 처우는 이전보다 나빠지면 나빠졌지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정부와 플랫폼에서 나름대로 방안을 내놓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진 못하고 있습니다.

# 이런 상황에서 작가뿐만 아니라 웹툰 산업 전체를 좀먹는 ‘불법 사이트’도 횡행하고 있습니다. 무단으로 웹툰을 무료 배포하는 탓에 천문학적인 피해를 유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근절할 만한 뾰족한 수 역시 없는 게 현실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사이트가 사설 토토같은 ‘불법 도박’과도 연결돼 있다는 점입니다. 웹툰 산업, 이대로 괜찮을까요. 황금기 웹툰의 그림자 2편입니다.

웹툰 산업이 커지는 만큼 이를 악용하는 불법 사이트도 횡행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웹툰 산업이 커지는 만큼 이를 악용하는 불법 사이트도 횡행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웹툰 산업은 한국의 만화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호황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개성 있는 작화와 탄탄한 스토리를 무기로 웹툰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웹툰을 원작으로 삼은 드라마·영화까지 잇달아 흥행에 성공한 것도 웹툰 산업에 호재입니다. 2차 창작물이 성공하면 원작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 웹툰 산업도 수혜를 입는 ‘선순환 구조’가 생겨나기 때문이죠.

하지만 웹툰의 성공이 눈부신 만큼 어두운 그림자도 짙어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지난 1편에서 다뤘던 웹툰 작가의 처우 문제입니다. 웹툰 산업이 나날이 성장하는 것과 다르게 웹툰 작가의 작업 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1년 내내 쉬지 않고 연재하는데도 연평균 수입은 도리어 줄어들기까지 했죠(2022년 1억870만→2023년 8840만원, 문화체육관광부). 상황이 이렇지만 아직까진 웹툰 플랫폼이든 정부든 웹툰 작가들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웹툰 산업을 위협하는 또다른 악재는 ‘불법 사이트’입니다. 인터넷에 ‘무료 웹툰’이라고 치면 웹툰 플랫폼들을 제치고 최상단에 ‘블랙툰’이란 불법 사이트가 곧장 뜹니다. 이 사이트는 국내 웹툰 플랫폼의 모든 유료작품을 한데 모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불법 사이트로 웹툰 산업이 입는 피해는 막대합니다. 약간 오래된 자료이긴 합니다만, 2021년 기준 웹툰 불법 유통의 피해 규모는 전체 산업 규모의 53.8%인 8427억원에 달합니다(한국콘텐츠진흥원).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12월 1일 보도자료에서 세계 최대 만화 불법 사이트 ‘M사’가 한국 만화 7000개가량을 불법 유통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웹툰뿐만 아니라 국내외 만화책을 스캔해 불법 유통하는 이 사이트의 페이지 뷰는 지난해 10월 기준 150억회, 피해 금액 규모는 한달 기준 3조원에 달합니다.

불법 사이트의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2차 피해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불법 만화 사이트들은 대부분 스포츠 도박을 진행하는 ‘사설 토토 사이트’와 손을 잡고 있습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자료 |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참고 | 2023년 12월 기준]
[자료 |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참고 | 2023년 12월 기준]

사설 토토 사이트로 연결되는 배너를 사이트에 배치해 홍보를 해주고 거기서 발생하는 수입을 사설 토토 사이트로부터 받는 식이죠. 그래서 웹툰을 보러 온 이들이 호기심에 사설 토토에 접속하고, 극단적인 경우엔 불법도박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이유로 네이버와 카카오엔터는 전문 전담팀을 통해 불법 사이트에 자사 웹툰을 내려달라고 요청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카카오엔터의 경우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웹툰·웹소설 1420만건을 불법 사이트에서 차단한 바 있습니다만, 이는 미봉책에 지나지 않습니다. 불법 사이트들이 웹툰을 잠깐 내렸다가 다시 올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라서입니다.

이는 지난해 OTT 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누누티비’ 사례와 비슷합니다. 국내외 OTT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를 불법 유통하는 누누티비는 한달 방문자만 2900만명(2023년 3월 기준)에 이른 적이 있습니다.

OTT에 피해를 주는 규모가 5조원에 육박한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되자 정부가 지난해 3월 ‘누누티비 근절’에 나섰습니다. 누누티비 총책을 잡기 위한 수사팀을 꾸리고, 이동통신사와 협력해 주소 차단 횟수를 대폭 늘리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죠. 그 덕분에 누누티비는 정부가 움직인 지 한달여 만에 사이트 문을 닫았습니다. 이후에도 몇차례 재개 움직임을 보이긴 했지만, 그때마다 정부 대처에 가로막혔습니다.

문제는 누누티비 같은 불법 사이트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란 점입니다. 지금도 인터넷에 조금만 검색해 보면 ‘후후티비’ ‘짭플릭스’ 등 불법으로 OTT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수두룩합니다. 누누티비가 사라지면서 정부 움직임이 뜸해지자 제2, 제3의 ‘누누티비’가 활개를 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불법 만화 사이트도 이같은 전철을 밟고 있습니다. 2018년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국내 최대 불법 만화 공유 사이트 ‘밤토끼’ 운영진을 잡으면서 불법 공유가 수그러드는 듯했지만, 어느덧 마나토끼 같은 사이트들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사진 =뉴시스]
[사진 =뉴시스]

그런데도 정부는 아직까지 불법 사이트를 적극적으로 근절하려는 행보를 띠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 불법 사이트가 해외에 서버를 둔 탓에 국내 인력만으론 잡기가 쉽지 않다는 게 이유입니다.

잡힌다 해도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도 문제입니다. 박정서 카카오 웹툰 총괄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문화체육관광부와의 간담회에서 “불법 사이트 운영자들이 잡혀도 몇백만원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면서 “실질적으로 일벌백계해야 불법 사이트 운영이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자! 여기까지가 한국 웹툰 산업의 현주소입니다. 뛰어난 작품성과 편의성을 갖춘 덕분에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한국 웹툰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열악한 웹툰 작가의 처우, 천문학적 피해를 입히는 불법 사이트 등 웹툰 산업의 그림자도 그만큼 짙어지고 있습니다. 한국 웹툰은 지금 옳은 길로 가고 있는 걸까요?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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