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시장의 두 얼굴

화장품 사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여기는 기업이 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화장품 사업을 새로운 먹거리로 여기는 기업이 늘고 있다. [사진=뉴시스]

새로운 먹거리로 화장품을 택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비디비치), 애경산업(에이지투웨니스), 유한양행(리틀마마),  동국제약(센텔리안24), LF(RULE429), 제로투세븐(궁중비책) 등이 대표적이다[※ 참고: 괄호 안은 대표브랜드].

이들 기업이 본업이 아닌 ‘화장품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이유는 간단하다. 화장품 시장의 진입장벽이 워낙 낮아서다. 제조업자개발생산(ODM)·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를 통해 쉽게 화장품을 출시할 수 있다. 

또다른 이유는 화장품을 본업과 연관짓는 게 어렵지 않다는 점이다. 예컨대, 패션업계는 뷰티산업과 소비자가 겹친다는 점에 집중할 수 있다. 의약업계는 기술력을 이용해 코스메슈티컬(약용화장품) 시장에 진출하기 쉽다.

실제로 알찬 열매를 거둔 업체도 있다. 끌로에·갭 등 해외브랜드를 보유한 패션업체 신세계인터내셔날이 2012년 인수한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는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2017년 628억원이었던 코스메틱 매출은 올해 3981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유안타증권). 

유아동복 전문기업 제로투세븐도 스킨케어 브랜드 ‘궁중비책’의 덕을 톡톡히 봤다. 올 1분기 패션 사업이 1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동안 코스메틱 사업은 영업이익 26억원을 달성했다. 매출 비중도 달라졌다. 패션 사업은 지난해 1분기 54.8%에서 올해 1분기 37.9%로 하락한 반면, 코스메틱 사업은 10.9%에서 21.1%로 높아졌다. 

그렇다고 화장품 시장이 만만한 건 아니다. 무턱대고 뛰어들었다간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레드오션으로 돌변한 화장품 시장에선 이미 오래 전부터 ‘출혈경쟁’이 빚어지고 있어서다. 국내 화장품 제조업체·제조판매업체는 2013년 5419개에서 2016년 1만208개로 가파르게 늘었다(한국보건산업진흥원). 온라인 기반의 신생·중소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난 영향이 컸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측은 “2012년 비디비치를 인수하면서 화장품 사업을 시작했는데 흑자를 내기까지 5년이나 걸렸다”며 “진입장벽이 낮으니 많은 업체가 뛰어들지만 성공한 곳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박은정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도 “국내 화장품 시장은 내수경쟁 심화와 중국에서의 경쟁력 약화에 놓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화장품 시장에 기대하던 ‘꽃길’은 없다는 거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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