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시대 투자법

저금리를 넘어 초저금리 국면이다. 단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0%대 기준금리 시대가 열렸다. 투자자는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기대수익률은 떨어지는데 이렇다 할 투자처가 보이지 않아서다. 안전한 예금을 선택하자니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고, 위험자산은 불안하기만 하다. 초저금리 시대 투자자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6人에게 저금리 시대 투자법을 물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저금리 시기 유망한 투자처로 배당주와 채권을 꼽았다.[사진=연합뉴스] 

저금리 시대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낮아진 금리의 영향으로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으로는 자산을 불리는 게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디에 투자하느냐다. 기대수익률이 낮아진 저금리 시대에 걸맞은 투자처를 찾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금리를 이길 수 있는 투자처가 어디인지도 알기 어려운데, 투자자를 괴롭힐 만한 불확실성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 더스쿠프(The SCOOP)가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6人에게 저금리 시대 투자법을 물었다. 서철수 미래에셋대우 센터장, 신동준 KB증권 센터장, 이경수 메리츠증권 센터장, 이창목 NH투자증권 센터장, 정용택 IBK투자증권 센터장(가나다순) 등이 답했다.

■‘기댈 언덕’ 배당주 = 리서치센터장들이 제시한 저금리 시대의 투자법은 크게 배당주 투자와 채권 투자로 갈렸다. 하나씩 살펴보자. 배당주는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진 투자처다. 배당주의 수익률이 예금금리보다 높고 정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인컴(소득)형’ 자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저금리 국면에서 국내 시장에 투자하는 장기투자자에게 권하는 건 배당주”라면서 “시중금리는 0%대이지만 배당으로 5%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종목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저금리에는 배당 수요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단기적인 시세차익이 아니라 배당수익이 주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에 초점을 맞추고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주환원정책이 강화되고 있어 배당주 투자가 유효하다”면서 “특히 배당을 많이 하는 산업이면서도 주가가 많이 오르지 않은 은행업과 정유 산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말을 이었다. “약간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투자자라면 배당주·배당주 펀드 투자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배당수익률은 1년 만기 정기적금 수익률을 넘어섰다. 일본에서 배당수익률이 적금금리를 역전한 이후 재역전된 사례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배당수익률은 당분간 괜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보단 해외에서 배당 기회를 찾으라고 조언했다. 그는 “해외 주식 가운데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인 기업을 찾는 건 현명한 투자전략”이라면서 “성장이 정체된 국내 기업 배당주에 투자했다가는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다고 배당주 투자의 리스크가 약하다는 건 아니다. 배당은 적금금리처럼 약속된 수익이 아니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 서철수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기업이 배당을 주기 위해서는 이익이 발생해야 하는 데 경기가 나쁠 때는 수익성이 악화해 배당 여력이 줄어들 위험이 있다”며 “금리보다 조금 더 높은 수익을 노리고 투자에 나섰다간 손해를 볼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당 투자 중 하나인 해외부동산 리츠(REITs)도 유의해야 한다. 신동준 센터장은 “데이터·물류센터와 관련한 리츠가 잘 버티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주요 산업의 재개가 완전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안전 전략’ 채권 투자 = 채권을 선택한 센터장들은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우리나라는 아직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며 “이런 관점에서 보면 국채 투자에 메리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금리인하 가능성이 낮은 미국은 회사채 중심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저금리는 성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목표 수익률을 낮게 잡아야 하니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동준 센터장도 “성장률이 떨어졌고 인플레이션도 발생하지 않고 있어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은 유효하다”며 “장기국채나 우량 회사채 투자가 유망하다”고 말했다.

■ ‘유동성 수혜’ 주식 투자 = 유동성 증가의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주식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조언도 많았다. 센터장들은 관심을 둬야 할 종목으로 언택트(Untact)· IT 관련주를 꼽았다. 최석원 센터장은 “저금리와 함께 재정정책을 과감하게 사용하자 유동성이 부동산이 아닌 기업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언택트 등 새로운 기술이 적용되는 기업의 주가가 상승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문제는 투자 타이밍이다. 코스피지수가 지난 4일 2166.32포인트까지 상승하면서 저점(3월 19일 1457.64포인트) 대비 48.1%나 치솟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주가가 조정기에 접어들었을 때를 매수 타이밍으로 잡아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반론도 있다. 이경수 센터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코스피 시장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의 최고점은 12.3배다. 현재는 12배 수준이다. PER만 놓고 보면 고점이 많다. 하지만 이는 단기 급등으로 인한 체감적인 평가일 뿐이지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졌다고 보긴 어렵다.

과거 고점에서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포스코·한국전력·현대차 등의 기업이 포진해 있었다. 지금은 네이버·카카오·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시총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증시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처럼 변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 증시의 체질이 변화하고 있어 과거 기준으로 고평가를 논하는 건 의미가 없다.”


‘의견 분분’ 금과 달러 = 안전자산 선호에 기대 금·달러를 노리는 달러 투자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했다. 상승여력이 남아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오를 만큼 올라 추가 상승을 기대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았다. 최석원 센터장은 “전 세계 주요국이 돈을 풀면서 금의 가치가 상승했지만 탄력도는 떨어지고 있다”며 “이런저런 비용을 제외하면 기대 수익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센터장들은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면에서 금 투자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전망했다.

달러화는 강세 의견과 약세 의견이 팽팽했다. 미중 무역갈등,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등으로 달러 강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과 통화확대 정책의 영향으로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반론이 맞섰다. 달러의 특성상 전망이 쉽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센터장도 있었다.

종합해 보면, 투자전문가들은 저금리 시대 투자처로 배당주·채권·주식 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투자의 전제를 확실하게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용택 센터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의 목적과 기간을 구체화해 접근하는 것”이라며 “그래야 투자자가 감내할 수 있는 리스크의 정도와 기대수익률이 명확해진다”고 말했다. 최석원 센터장은 “투자기간은 장기로 잡아야 하고, 빚을 내서 투자해선 안 된다”면서 “저금리 국면일수록 더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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