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연 개인전展

➊Eraser2, oil on canvas, 172×121㎝, 2020 ➋Pencil, oil on canvas, 172×121㎝, 2020 ➌Mistake and Fall(detail), mixed media, 9950×3775㎝, 2020 ➍Banner, oil on canvas, 60×76㎝, 2020 ➎Horizon, acrylic on paper, 66×83㎝, 2020
➊Eraser2, oil on canvas, 172×121㎝, 2020 ➋Pencil, oil on canvas, 172×121㎝, 2020 ➌Mistake and Fall(detail), mixed media, 9950×3775㎝, 2020 ➍Banner, oil on canvas, 60×76㎝, 2020 ➎Horizon, acrylic on paper, 66×83㎝, 2020

3D프로그램이나 포토샵 작업을 할 때 ‘새로고침(F5)’ 버튼을 누르면 이미지가 쉽게 지워지거나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온다. 지우개는 마치 가상공간의 ‘새로고침’ 버튼과도 같다. 틀린 것을 고칠 수 있고, 새로운 걸 그리거나 쓸 수도 있다. 홍지연 작가는 연필로 첨삭을 하고, 지우개로 지우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다고 믿었던 것들의 아이러니와 부조리를 말한다. “우리는 그것을 왜 부정했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말이다.

‘Eraser’ 시리즈와 ‘Pencil’은 시네마4D(Cinema 4D)라는 3D프로그램을 사용해 실제 사물을 프로그램으로 모델링한 후 그 장면을 캔버스에 옮긴 작품이다. 작가는 지우개·연필 등 일상적인 사물을 통해 현실의 한계를 벗어나려고 시도한다. 그의 작품에서 지우개는 가상의 공간에서 이뤄지는 ‘새로고침’의 상황을 표현하고 있는 거다.

설치작품인 ‘Mistake and Fall’은 지우개와 연필 그림에서 파생됐다. 작가는 3D프로그램으로 모델링한 지우개와 연필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고 그걸 영상으로 만들어 그들의 운동감을 화살표로 표현했다. 문장부호를 고치는 첨삭부호는 이미지가 아닌 언어를 새로고침한다는 의미다. 

약 10m에 이르는 수평선 ‘Horizon’은 길이를 재는 ‘자’를 그린 시리즈다. 정확한 치수를 재는 자를 그리면서 수평자로 수평을 맞추는 아이러니를 작가가 직접 경험해 그렸다. 작가는 “자로 재는 것은 확인과 검증을 통해 의심과 부정을 새로 고쳐내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작가는 작품 속에서 기호들이 서로 얽혀 있는 상황을 자주 연출한다. 그 과정 속에서 작가는  기호를 통해 무언가를 나타내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무것도 지시하지 않길 바란다. 왜일까.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쉽게 의미화되는 것을 경계한다. “사물이나 인간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어쩌면 우리는 그들로부터 소외당하는 건지도 모른다. 섣부르게 의미를 부여하면서 모든 것을 파악했다고 결론짓기 때문이다.”  

구축, 낙하, 검증 등의 과정을 거쳐 새로고침을 시도하는 홍지연의 전시는 12월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갤러리2에서 열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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