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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더블폰의 미래➊
장밋빛 전망 속 폴더블폰
대세 될 거란 기대감 있지만
콘텐츠 부족하단 지적 많아
혁신폰 단종 사례 적지 않아
폴더블폰 어떤 길 걸어갈까

# 여기 폴더블폰을 향한 2개의 시선이 있습니다. 하나는 낙관적인 전망입니다. 출하량과 판매량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는 게 근거입니다.낙관론자들은 ‘폴더블폰이 머잖아 스마트폰을 대표하는 모델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내놓습니다.

# 다른 한쪽에선 ‘폴더블폰의 위기’를 논합니다. 상용화한 지 4년이나 흘렀지만 스마트폰 시장 전체에 비교하면 판매량이 여전히 미미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낙관론과 비관론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과연 폴더블폰은 업계의 주장처럼 대세가 될 수 있을까요? 視리즈 ‘폴더블폰 반면교사’ 첫번째 편입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폴더블폰이 주류 모델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사진=뉴시스]
스마트폰 시장에서 폴더블폰이 주류 모델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사진=뉴시스]

최근 들어 언론에서 폴더블폰이 ‘대세’가 될 거란 보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업체들이 폴더블폰 시장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평가한 게 계기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올해 폴더블폰 스마트폰 출하량이 1850만대로 전년(1280만대) 대비 44%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게 대표적입니다.

또다른 시장조사업체 IDC는 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올해 폴더블폰 출하량이 2140만대를 기록해 처음으로 2000만대를 넘어서고, 연평균 27.6%씩 증가해 2027년엔 4810만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죠.

그렇다면 폴더블폰은 실제로 얼마나 팔렸을까요.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1분기 전체 출하량의 45.0%·시장조사업체 DSCC)을 기록 중인 삼성전자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갤럭시Z폴드·갤럭시Z플립 등 2종의 폴더블폰을 꾸준히 출시해 온 삼성전자는 지난해 총 988만대의 폴더블폰을 판매했습니다(키움증권). 이는 전년(629만대) 대비 57.0 % 증가한 수치입니다.

후발주자인 화웨이·오포·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들의 판매량도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CINNO는 보고서에서 지난해 화웨이가 전년 대비 132. 0% 증가한 144만대를 판매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같은 기간 오포와 샤오미 또한 판매량이 각각 453.0%·112.0% 늘어났다고도 밝혔죠. 출하량은 물론이고 제조사들의 판매량도 늘고 있으니, ‘미래에 폴더블폰이 대세가 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엔 폴더블폰의 ‘현재’가 무척 초라합니다. 출하량이 늘었다곤 하지만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2022년 12억1000만대·트렌드포스)과 비교하면 현재 폴더블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1.0%(1280만대)밖에 되지 않습니다.

판매량으로 따져봐도 결과가 비슷합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판매량 비중은 전체(2억5700만대)의 3.8%(988만대)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판매량이 저조한 폴더블폰은 정말 ‘대세’가 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입을 모읍니다. 황용식 세종대(경영학) 교수는 “상용화한 지 4년이 다 돼 가는 시장의 점유율이 1%대를 맴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을 이었습니다.

“폴더블폰이 대세가 되려면 스마트폰의 ‘기술 표준’이 돼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7년 출시한 애플의 아이폰이다. 아이폰은 론칭 1년 만에 판매량이 1000만대를 넘어섰고, 이후 거의 모든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아이폰의 외형을 따라한 제품을 출시했다. 아이폰이 1년 만에 스마트폰의 ‘기술 표준’이 된 셈이다.

아이폰과 비교하면 현재 폴더블폰은 기술 표준이 될 만한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참고: 기술 표준은 소비자들에게 인정을 받은,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는 규범이나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신민수 한양대(경영학) 교수도 “십수년간 일반 스마트폰을 쓰면서 축적돼 온 소비자의 경험치를 무시해선 안 된다”면서 “소비자의 구매 관성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설득력이 폴더블폰에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두 교수의 말을 종합하면, 폴더블폰은 평평한 디스플레이에 익숙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바꾸기에 아직 역부족이란 얘기입니다.

디스플레이를 반으로 접는 혁신기술을 갖춘 폴더블폰의 부족한 점은 무엇일까요? 업계에선 ‘전용 콘텐츠의 부재’를 문제로 삼고 있습니다. 폴더블폰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겁니다.

신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폴더블폰은 기존 스마트폰의 단점을 보완하는 기술이 아니다.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다. 이를 경험하지 못한 소비자에게 니즈가 있을 리 없다. 폼팩터(외형)를 바꾼다고 해서 없던 수요가 생기지 않는다는 얘기다. 따라서 전용 콘텐츠·기능을 통해 소비자가 구매 필요성을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폴더블폰이 살아남을 수 있다. 이 설득 과정에서 실패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독창적인 스마트폰’들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폴더블폰의 흥행이 어려운 이유로 콘텐츠의 부재를 꼽는다.[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폴더블폰의 흥행이 어려운 이유로 콘텐츠의 부재를 꼽는다.[사진=뉴시스]

신 교수의 말처럼, 혁신적인 폼팩터를 갖췄음에도 흥행에 실패한 사례는 이전에도 꽤 있었습니다. 삼성전자가 2014년 선보인 ‘갤럭시 노트 엣지’, LG전자가 2016년에 론칭한 ‘LG G5’가 대표적입니다. 둘 다 세계 최초란 타이틀을 가졌음에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끝내 단종됐습니다.

폴더블폰도 이들 스마트폰의 전철을 밟을까요? 아니면 스마트폰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를 잡을까요? 자세한 내용은 ‘視리즈 폴더블폰의 미래’ 2편에서 소개하겠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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