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엔비디아 성장 비밀➌
11년 우리가 마주했던 젠슨 황
23년 외신이 인터뷰한 젠슨 황
12년 세월에도 변함없는 철학
‘워커홀릭’ CEO, 열린 소통 지향
탐구심으로 무장한 리더의 전형
AI 시장 경쟁에서도 자신감 내비쳐

엔비디아 본사에는 여전히 젠슨 황의 개인 오피스가 따로 없다.[사진=엔비디아 제공]
엔비디아 본사에는 여전히 젠슨 황의 개인 오피스가 따로 없다.[사진=엔비디아 제공]

# 아홉살 되던 해, 소년은 부모와 ‘생이별’하고 미국의 삼촌에게 맡겨진다. 소년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학교 기숙사에선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화장실 변기를 닦아야 했고, 방과 후에는 레스토랑 점원으로 일하며 학업을 병행해야 했다.

# 그로부터 50여년이 훌쩍 흘렀다. 어느새 머리가 희끗해진 그는 이제 글로벌 시가총액 순위 10위권 안에 드는 기업의 수장이 됐다. 엔비디아(Nvidia)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의 얘기다


# 게임ㆍ디스플레이용 그래픽처리장치(Graphic Processing Unit) 시장에 머물던 엔비디아는 어떻게 세계 인공지능(AI) 시장을 호령하게 됐을까. 2011년 우리가 인터뷰했던 젠슨 황과 2023년 외신과 만난 젠슨 황을 통해 엔비디아의 성장 동력을 살펴봤다.  더스쿠프 視리즈 엔비디아 성장의 비밀 네번째 이야기다. 


환갑(60세)의 나이에 ‘향후 10년’을 책임질 글로벌 리더로 꼽히는 인물이 있다. 미국의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Nvidia)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젠슨 황은 오래전부터 ‘포스트 잡스’ 시대를 이끌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았다. 우리가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2011년 젠슨 황을 인터뷰하고 그의 경영철학을 물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10조원 가치 반도체기업 엔비디아 창업주 젠슨 황ㆍ이윤찬 더스쿠프 편집장). 

당시 그는 자신을 ‘제2의 잡스’라 부르던 미디어를 향해 “잡스와 같은 인물은 다시 없을 것”이라고 겸손하게 답했다. 다만, 인터뷰 말미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애플은 훌륭한 기업이다. 세계를 바꾸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애플보다) 훨씬 젊다. 우리는 애플이 그랬던 것처럼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엔비디아는 머지않은 미래에 마법 같은 일을 해낼 것이다.”

그의 말은 현실이 됐다. 엔비디아는 지금 글로벌 혁신의 한가운데 서 있다. 대화형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의 등장으로 AI 시장이 개화開花하면서, AI 개발용 GPU(Graphic Processing Unit)를 만드는 엔비디아로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간)부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한 엔비디아의 몸값이 이 회사의 달라진 위상을 명확히 보여준다.

하지만 더스쿠프 통권 550호 데스크와 현장의 관점(마법 통한 이유, 마법 없는 이유)에서 지적했듯, 우리가 들여다봐야 할 건 결과가 아닌 과정이다. 인텔의 CPU(Central Processing Unit)에 대적하지 못했던 엔비디아의 GPU가 어떻게 하드웨어 시장의 ‘언더독’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지, 엔비디아는 어떻게 최첨단 산업의 첨병에 설 수 있었는지 찬찬히 따져봐야 한다. 그래야 ‘한국판 스티브 잡스’ 혹은 ‘한국판 젠슨 황’이 탄생하지 못한 우리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성찰할 수 있어서다. 

젠슨 황은 서른살의 나이에 엔비디아를 창업했다.[사진=연합뉴스]
젠슨 황은 서른살의 나이에 엔비디아를 창업했다.[사진=연합뉴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젠슨 황에게 또다시 질문을 던지려 한다. “당신이 ‘AI 칩의 제왕(The king of AI chips)’으로 불리게 된 원동력은 무엇인가”.

그 답을 얻기 위해 더스쿠프가 2011년 우리가 만났던 젠슨 황과 2023년 해외 언론이 바라본 젠슨 황의 교차점을 짚어봤다. 젠슨 황은 지금도 12년 전의 생활 습관과 경영철학을 유지하고 있을까. 지금부터 여섯가지 키워드를 통해 젠슨 황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자. 

■ 키워드➊ 업무 방식 = 12년 전 우리는 젠슨 황에게 하루 일과를 물었다. 그의 루틴은 단순했다. 오전 6시 15분 기상해 이메일을 확인하고 간단한 운동을 마친 뒤 오전 9시까지 회사로 출근했다. 퇴근 시간은 저녁 6시 30분이었다. 그는 “집으로 돌아온 후에는 가족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한다”고 말했다. 

식사를 마친 후 오후 8시 15분부터 자정까지는 다시 업무 관련 이메일을 체크했다. 결과적으로 젠슨 황의 하루는 일로 시작해 일로 끝났다. ‘워커홀릭’ 아니냐고 반문하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지 않다. 똑똑한 사람은 세상에 많다. 그들을 이기기 위해선 일을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나의 경쟁자는 잠을 자지 않고 일할 수도 있다.”

한가지 특이한 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있는 엔비디아 본사엔 젠슨 황의 사무실이 없었다는 점이다. 2011년 우리와의 전화 인터뷰 역시 엔비디아의 콘퍼런스룸 중 한곳에서 진행했다. 

12년이 흐른 지금은 어떨까. 놀랍게도 젠슨 황은 변함없이 ‘워커홀릭형’ 업무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아침 운동 후 하루 14시간을 업무에 매진한다고 한다. 다만, 기상 시간은 조금 앞당겨졌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젠슨 황의 일과 시작 시간은 새벽 4시다(대만 커먼웰스 매거진ㆍ2023년 6월 6일). 

아울러 2018년 착공해 2022년 완공한 7만㎡(약 2만1175평) 규모의 신사옥 ‘보이저(Voyager)’에도 젠슨 황의 ‘전용’ 공간은 없다. 엔비디아 코리아 관계자는 “지금도 마찬가지로 엔비디아 본사에는 젠슨 황을 위한 개인 오피스가 없다”고 전했다. 

■ 키워드➋ 리더십 = 2011년 인터뷰 당시 젠슨 황은 별도의 개인사무실을 두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은 모바일 시대다. 우리는 어디서든 일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앉은 자리가 곧 사무실이다. 이런 업무 환경은 쉽게 소통하는 CEO가 될 수 있게 해준다”.  

모두에게 개방된 공간을 ‘소통의 장’으로 활용하는 남다른 업무 방식은 젠슨 황의 ‘리더론’과도 직결된다. 12년 전 그는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최신 정보를 갖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선 직원과의 소통을 즐겨야 한다”면서 “CEO에게 직원은 최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이자 배움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2023년에도 ‘리더’ 젠슨 황의 철학은 그대로다. 그는 지난 2월 UC 버클리 하스 경영대학에서 열린 초청 강연에서 “CEO가 되는 것, 리더가 되는 것은 기술적인 일(Being a CEO, being a leader, it’s a craft)”이라면서 “당신은 (리더가 되기 위한) 기술에 스스로를 헌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젠슨 황은 이어 “리더가 되려면 호기심이 있어야 하고 다른 사람의 일에 깊은 공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 세계와 타인을 향한 궁금증, 탐구심이 CEO에게 필요한 정보의 원천이라는 그의 리더론은 여전히 유효한 셈이다.  

그렇다고 젠슨 황의 리더십이 마냥 부드럽기만 한 건 아니다. 대만의 경영ㆍ경제 전문 미디어인 커먼웰스 매거진에 따르면, 업계에선 젠슨 황의 리더십을 ‘벨벳 장갑을 두른 철권(as an iron fist in a velvet glove)’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한번은 젠슨 황이 회의 중 끊임없이 실수를 남발하는 프로젝트팀을 목도한 적이 있었다. 그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팀원들을 호되게 질책했다. “만약 일을 망쳤다면, 자리에서 일어나 모두에게 ‘일을 망쳤다’고 말해라(If you screwed up, wake up and tell everyone you screwed up)”. 이 말을 통해 젠슨 황이 전하려 했던 요점은 명확했다. “도움이 필요하면, 즉시 요청하라(If you need help, ask)”.

■ 키워드➌ 경쟁심 = 직언을 할 때는 거침이 없는 젠슨 황의 터프한 면모는 경쟁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서도 잘 드러난다. 2011년 우리와의 인터뷰에서 젠슨 황은 “싸움을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싸움을 걸어오는 상대를 피하지는 않는다”면서 “이런 면에서 나는 경쟁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다르다. 과거 엔비디아는 PC 시장의 1인자인 인텔을 쫓아가던 추격자였다. 지금의 엔비디아는 경쟁자들의 도전을 뿌리치고 달아나야 하는 AI 시장의 선두주자다. 젠슨 황은 여전히 경쟁을 즐길까. 

젠슨 황은 차별화한 기술력과 역할이 엔비디아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자부한다.[사진=엔비디아 제공]
젠슨 황은 차별화한 기술력과 역할이 엔비디아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자부한다.[사진=엔비디아 제공]

답은 ‘예스’다. 올 3월 미국 언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젠슨 황은 “구글, 아마존과의 (AI 칩) 경쟁에서 어떻게 앞서 나갈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젠슨 황은 자신감이 넘쳤다. 엔비디아만의 차별화한 기술력과 역할에 의미를 부여하며, 미래를 낙관했다. 

“우리는 시장의 1위 사업자로 앞서가고 있다. 그것도 일을 아주 훌륭하게 해내면서 말이다. 우리는 다른 회사와 매우 ‘다른 방식으로’ 작업을 수행한다… 엔비디아는 범용 가속 컴퓨팅 플랫폼을 운영한다. 우리의 플랫폼에선 대기과학 연구의 시뮬레이션을 진행할 수도, 로봇공학 연구를 할 수도 있다. 한편으론 대형언어모델(LLM)이나 컴퓨터 그래픽, 비디오 게임을 구동하기도 한다. 우리는 (각 분야의) 데이터센터에 유연성, 다목적성, 뛰어난 성능을 제공할 능력이 있다. 덕분에 데이터센터의 활용도를 넓힐 수 있다”. 

물론 엔비디아의 ‘이유 있는’ 자신감 뒤엔 오판과 실패의 역사가 숨어 있다. 그럼에도 엔비디아가 무너지지 않고 빛을 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젠슨 황이 말하는 실패의 미학, 그리고 혁신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자세히 다뤄보겠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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