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컴퍼니 인사이트
양양공항 거점 LCC 플라이강원
M&A-기업회생 동시에 추진 중
타깃 시장 중국 리오프닝 지연
인천·김포 진출도 녹록지 않아
중국 노선 운수권·무비자 장점
지속적 투자, AOC 재발급 숙제

단호한 비관론과 일말의 기대감이 공존한다. 한편에선 생존을 걱정하고, 또다른 한편에선 ‘부활’의 끈을 놓지 않는다. 이 복잡미묘한 구도의 한복판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플라이강원이 있다. 인수ㆍ합병(M&A)에 돌입한 데 이어 기업회생 절차까지 밟고 있는 이 회사는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

플라이강원은 M&A와 기업회생 절차를 동시에 밟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플라이강원은 M&A와 기업회생 절차를 동시에 밟고 있다.[사진=연합뉴스]

3년여의 기다림이 끝났다. 한편에선 ‘일할 사람’이 부족해 발을 동동 구르고, 또다른 한편에선 하늘로 띄울 비행기를 들여오는 데 여념이 없다. 엔데믹(endemic풍토병) 이후 기지개를 켜고 있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얘기다. 

지난 5월 기준 LCC들의 국내선ㆍ국제선 여객 수는 364만3534명을 기록했는데, 이는 1년 전(2022년 5월ㆍ258만6746명)보다 40.9% 늘어난 수치다. 여객 수요가 급증하면서 올 1분기 LCC들은 잇따라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하지만 모처럼 찾아온 호황에도 웃지 못하는 곳이 있다. 플라이강원이다. 2019년 11월 운항을 개시한 플라이강원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시작부터 암초에 부딪혔다.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 악재 속에서 플라이강원의 경영 여건은 악화했다. 회사의 잉여금마저 바닥나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추가 자금 조달에 실패하고 경영난을 겪던 플라이강원은 지난해 말부터 새 주인을 찾기 위한 인수ㆍ합병(M&A) 절차에 나섰다. 그럼에도 시련은 계속됐다. 좀처럼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플라이강원은 지난 5월 20일 운항을 중단하고 23일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법원은 플라이강원에 한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회생계획을 인가하기 전까지 M&A를 마무리하라는 거였다. 플라이강원의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은 9월 15일까지다. 각종 증빙자료를 포함한 서류를 구비하는 데 걸리는 시일을 고려하면 늦어도 8월 안에는 M&A를 완료해야 한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한달여 정도다. 플라이강원으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플라이강원 관계자는 “현재 4~5곳의 인수 후보들과 M&A 관련 협상을 진행 중”이라면서 “지역에 기반을 둔 건실한 기업들은 물론 전략적ㆍ재무적 투자자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관건은 얼마나 빠르게 인수자를 확보하느냐다. 인수전에 속도가 붙으려면 플라이강원이 미래 경쟁력을 명확하게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플라이강원엔 회생의 불씨가 남아 있을까. 업계에선 플라이강원에 낙관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지 않다. 플라이강원은 애초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유입을 통한 강원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양양공항을 모母기지 삼아 출범한 LCC였다.

플라이강원이 창립할 당시 강원도가 3년간 120억원의 지원금을 약속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플라이강원이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인바운드(inbound) 여객을 유치하는 데 주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플라이강원의 타깃인 중국 시장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지연되고 있다는 거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항공경영학) 교수는 “우리나라 국토교통부, IATA(국제항공운송협회) 등에선 중국의 항공 수요가 정상화하는 시점을 2026~2027년께로 보고 있다”면서 “플라이강원이 주력 시장에서 당장 수익을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모기지가 지방공항이라는 점도 플라이강원의 한계점”이란 지적도 흘러나온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플라이강원이 김포공항 혹은 인천공항에 취항하고 싶어도 지자체의 여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그동안 강원도청으로부터 받은 지원금도 있으니 양양공항이 아닌 다른 공항으로 진출을 꾀하기엔 적잖은 부담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원도청은 지난 4년 동안 플라이강원에 145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에는 플라이강원과 체결한 업무 협약도 연장했다. 이때의 재협약으로 플라이강원은 지자체로부터 행정적ㆍ재정적 지원을 받는 대신 2027년까지 양양공항에서 운항해야 한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보유한 항공기의 70%가 양양공항에 계류해야 한다는 게 협약 조건 중 하나”라면서 “나머지 30 %에 해당하는 항공기는 다른 공항에서 운항을 해도 상관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도 입장에서는 조건을 내걸어서라도 양양공항이나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고 하는 것”이라면서 “(플라이강원이) 다른 공항에 취항하면 사실상 도내 지역에서의 수익 창출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지역 기반을 먼저 다지기 위한 차원에서 2027년까지 재협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이를 감안하면, 플라이강원의 어깨 위엔 어떻게든 양양공항에서 생존의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무거운 과제가 놓여 있는 셈이다. 

플라이강원과 양양공항은 윈윈할 수 있을까.[사진=연합뉴스]
플라이강원과 양양공항은 윈윈할 수 있을까.[사진=연합뉴스]

여기까지만 보면 플라이강원엔 별다른 묘안이 없는 듯하지만, 그렇다고 이 회사의 경쟁력이 전혀 없다고 단언할 순 없다. 플라이강원은 시장의 비관론에 ‘역발상’으로 응수하고 있다.

플라이강원 관계자는 “강원도민의 혈세를 지원받은 만큼 양양공항을 허브공항으로 사업의 기틀을 잡는 게 (플라이강원엔) 기회가 된다고 본다”면서 “중국의 더딘 리오프닝은 플레이강원 입장에선 되레 잘된 일일 수 있다”고 말했다.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자. “(기재와 인력 문제로) 우린 당장 비행기를 띄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 때문에 중국 시장이 빠르게 열려도 현재로선 무의미하다. 우리가 여력이 생겼을 때 유커의 단체 관광이 풀린다면, 오히려 호재다. 양양~중국 노선의 운수권을 단독으로 보유하고 있는 데다 패키지 관광객에 한해선 양양공항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어서다.” 플라이강원으로선 리오프닝 정체 덕에 양양이란 입지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재정비’ 시간을 벌었단 거다. 

플라이강원 측은 중국 노선이 완전히 정상화하기 전까지 수익을 창출할 만한 대안으로 양양~제주 노선을 제시했다. 지난해 10월 기준 플라이강원의 해당 노선 평균탑승률은 93%였다. 
플라이강원 관계자는 “그동안 티켓값이 워낙 저렴했다”면서 “도민들과 협의를 통해 가격 절충선을 찾으면 의미 있는 수익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물론 플라이강원의 의지와 자신감에도 우려의 목소리는 남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설사 플라이강원이 모기지(양양공항)의 장점을 십분 살린다고 해도 운항 정상화를 위해선 수백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실정”이라며 “인수자 입장에선 수익 창출 시점이 언제가 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인수대금에 후속 투자금까지 감당해야 하는 점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플라이강원의 앞날을 어둡게 만드는 요인은 또 있다. 항공사가 비행기를 띄우기 위해서는 정부(국토교통부)에서 발급하는 항공운항증명(AOC)을 취득해야 하는데, 플라이강원의 AOC 효력은 지난 7월 18일부로 정지됐다. 

항공안전법 제90조9항에 따라 항공사는 운항 정지 후 60일을 초과하기 전 운항을 재개해야 AOC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플라이강원은 5월 20일 운항을 중단한 이후 기한 내 재운항을 하는 데 실패했다.  AOC 재발급까지는 최소 6개월이 걸린다. 플라이강원의 인수자가 누가 됐든 단기간 내 운항을 정상화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플라이강원의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다만, 플라이강원이 재도약하기 위해선 지금의 첩첩산중을 넘어야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세간의 비관론을 딛고 플라이강원은 부활을 위한 날개를 펼 수 있을까.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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