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버튜버 빛과 그림자➊
인터넷 방송서 출발한 버튜버
매력적인 캐릭터로 급부상
음원·웹툰 등 저변 넓히고 있어
하지만 한계점 없는 건 아냐

# 최근 버튜버 인기가 뜨겁습니다. 인터넷 방송, 유튜브에서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이같은 인기를 기반으로 최근엔 음원·웹툰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 그렇다고 한계가 없는 건 아닙니다. 화제성이 굉장하다곤 하지만 인기몰이에 성공한 버튜버 수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그 인기가 지속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뜬 뒤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버튜버가 적지 않습니다.

# 버튜버의 인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반짝 흥행’에 그칠까요? 더스쿠프(The SCOOP)가 視리즈 ‘버튜버를 아시나요’를 통해 버튜버의 빛과 그림자를 살펴봤습니다. 그 첫번째 편입니다.

아바타를 활용하는 버튜버가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아바타를 활용하는 버튜버가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최근 인터넷 문화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바로 ‘버튜버(Virtuber)’입니다. 버튜버는 가상을 의미하는 ‘버추얼(Virtual)’과 ‘유튜버(YouTuber)’를 합성한 신조어입니다. 단어 뜻이 말해주듯 ‘사람이 아닌 아바타(가상 캐릭터)’로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이들을 버튜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2016년 12월, 일본 버튜버 ‘키즈나 아이’가 자기소개 때 이 단어를 쓴 게 기원입니다.

이쯤 되면 몇몇 독자는 질문을 던지실 겁니다. “아바타를 쓰고 활동하는 것 말고는 일반 유튜버와 다를 게 없는데 왜 인기를 끄는 건가요?” “가상 캐릭터를 좋아하는 일부 마니아층의 전유물 아닌가요?” 이런 질문이 완전히 틀렸다고 볼 순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만의 세상’쯤으로 판단하기엔 버튜버 시장은 제법 큽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버튜버 시장의 규모는 2조8000억원에 달했습니다. 마켓워치는 이 시장이 2030년에 17조원으로 6배 가까이 불어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만큼 버튜버 시장의 전망이 밝다는 얘기입니다.

이들의 주무대인 유튜브에서도 버튜버 인기는 핫합니다. 유튜브 분석서비스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슈퍼챗(후원금)을 가장 많이 받은 유튜버 상위 10명 중 4·5위를 제외한 나머지를 버튜버가 차지했습니다(2020년 1월~2023년 7월 18일 누적 기준). 후원 규모는 물론 구독자 수도 어마어마합니다.

1위를 기록한 일본 버튜버 ‘우루하 루시아’의 슈퍼챗 수입은 41억5644만원, 구독자 수는 143만명에 달합니다. 이 버튜버는 지난해 2월을 끝으로 활동을 중단했는데도 1위 기록이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활동 중인 3위(34억4634만원) 버튜버 ‘우사다 페코라’는 현재 226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일본에선 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수직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버튜버 전문기업 ‘애니컬러’가 대표적입니다. 버튜버 연예기획사 ‘니지산지’를 운영 중인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253억엔(2311억원), 영업이익 28억엔(25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 각각 78.9%·124.5% 증가한 수치입니다.

애니컬러의 경쟁사인 ‘커버(연예기획사 홀로라이브 운영)’도 탄탄한 실적을 거둔 덕분에 올해 3월 도쿄 증시에 상장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버튜버가 이렇게까지 사랑을 받는 이유가 뭘까요. 가상현실(VR) 관련 전문기업 ‘브이리스브이알’의 권종수 대표는 “버튜버의 가장 큰 무기는 ‘인간의 캐릭터화’”라면서 말을 이었습니다.

“버튜버는 시청자와 방송인 사이에 아바타란 ‘필터’가 있는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일반 사람이 하면 거부감이 들 법한 행동도 버튜버는 능청스럽게 할 수 있다. 이것이 버튜버의 매력 요소다.”

납득이 안 되신다고요? 그럼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넷 방송 플랫폼 ‘트위치’와 유튜브에서 동시에 활동하고 있는 버튜버 ‘마왕루야’는 ‘마계에서 쫓겨난 마왕’이란 독특한 콘셉트를 갖고 있습니다. 마왕답게 나이는 무려 2007세입니다.

이런 설정을 기반으로 마왕루야는 시종일관 시청자들에게 하대하는 듯한 말투를 씁니다만, 시청자들은 이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입니다. 실제 사람이 이런 연기를 했다면 ‘오글거린다’는 악평을 받았을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흥미로운 예는 또 있습니다. 지난 4월 방송을 시작한 ‘숲튽훈’은 16세의 나이로 ‘록스타’가 되는 것이 꿈인 고등학생입니다. 하지만 그 속엔 올해 59세인 가수 김장훈이 있죠. 김장훈은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 실제 고등학생인 것처럼 방송합니다. 물론 시청자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만, 이런 콘셉트를 ‘거짓말’이라고 여기지 않고 오히려 ‘재미 요소’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료 | 더스쿠프, 사진 | 더스쿠프 포토]
[자료 | 더스쿠프, 사진 | 더스쿠프 포토]

최근 숲튽훈이 유튜브에 올린 ‘허니’ 커버곡 영상에 달린 댓글들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허니는 김장훈이 2006년 10월에 발매한 곡입니다. 김장훈 본인이 아바타를 통해 자신의 노래를 다시 부른 셈입니다. 그래서인지 영상 댓글엔 ‘노래 잘 부르시네요. 원곡 가수도 흐뭇할 듯’이라며 김장훈과 숲튽훈이 동일인물이란 걸 이용해 농담을 던지는 내용이 많습니다.

이렇듯 버튜버는 저마다 개성 있는 콘셉트를 갖고 있습니다. 콘셉트 자체가 버튜버만이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인 셈입니다. 버튜버가 인기를 끄는 요인은 또 있습니다. 아바타를 구현하는 기술이 무르익었다는 점입니다.

버튜버들은 초기엔 센서나 적외선으로 사용자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모션 캡처(motion capture)만 썼지만, 요즘엔 얼굴의 표정 변화를 캐치할 수 있는 페이셜 트래커(facial tracker) 기술도 적용하고 있습니다. 사용자 몸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표정까지 따라할 수 있게 되면서 아바타의 전달력이 한층 더 풍부해졌죠.

사람 같은 아바타

이런 기술 덕분에 버튜버는 시청자와의 소통이 더 원활해졌고, 시청자도 살아 움직이는 듯한 버튜버에게 좀 더 깊게 몰입할 수 있게 됐습니다. 트위치에서 활동 중인 한 버튜버는 “버튜버는 어떻게 보면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와 비슷하다”면서 “캐릭터가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며 자신에게 말을 거는 걸 보면서 시청자들이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장점에 힘입어 버튜버는 국내에서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들 버튜버의 파급력이 유튜브나 인터넷 방송에만 머무르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내 버튜버 업계의 선두주자는 6명의 버튜버로 이뤄진 아이돌 그룹 ‘이세계아이돌(이하 이세돌)’입니다.

2021년 12월 데뷔한 이세돌은 6명의 유튜브 구독자 수가 총 173만명에 달할 정도로 핫한 그룹입니다. 정기적으로 음원을 발표하고 있는데, 지난 6월 23일 공개한 음원 ‘락다운(LOCKDOWN)’의 인기가 특히나 뜨거웠습니다.

음원 플랫폼 ‘멜론’에서 락다운은 발매 24시간 내 시청 횟수 100만회를 돌파해 버튜버 최초로 ‘멜론의 전당’에 오르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멜론의 전당에 등록돼 있는 ‘뉴진스(앨범 OMG)’ ‘방탄소년단(TAKE TWO)’ 등 내로라하는 가수들과 이세돌이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죠.

버튜버의 인기는 인터넷 방송을 넘어 다양한 분야로 퍼지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버튜버의 인기는 인터넷 방송을 넘어 다양한 분야로 퍼지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공중파 음악 방송 프로그램인 ‘쇼! 음악중심’에서도 7월 1일 기준 10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세돌을 주인공으로 지난 6월 21일 연재를 시작한 웹툰 ‘마법소녀 이세계아이돌’은 공개한 지 1시간 만에 카카오페이지에서 조회수 랭킹 1위를 달성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홍보모델을 버튜버로 차용한 흥미로운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 2월 21일 강서구청은 버튜버 ‘새로미’를 선보였는데, 해당 소개 영상이 조회수 15만회(7월 19일 기준)를 기록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공무원이 버튜버로 데뷔하는 콘셉트를 시청자들이 신선하게 느낀 듯하다”면서 “버튜버만이 할 수 있는 콘텐츠로 강서구 홍보에 적극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렇듯 표면적으론 버튜버가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모든 버튜버가 이런 인기를 누리는 건 아닙니다. 대기업까지 뛰어들며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진 버튜버도 적지 않습니다. 버튜버 산업에도 분명한 ‘한계점’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게 무엇일까요. 이 이야기는 視리즈 ‘버튜버를 아시나요?’ 두번째 편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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