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UAM 앞서나간 꿈➋
UAM 서비스 상용화 이전
교통신호체계 구축이 우선
공역 운영, 기상 예측 물론
위치 전송, 보안 관리 필요
IT 인프라 구축해야 하지만
국내 기술력 아직은 미흡해
주파수 문제로 통신망 요원
‘2025년 상용화’ 시기상조

‘UAM 너무 앞서나간 꿈’ 첫번째 편에서 살펴봤듯, 2025년 UAM 서비스를 상용화하겠다는 정부의 목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UAM 기체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데에만 수년이 걸릴 수 있어서다. K-UAM의 꿈을 위협하는 요인은 이뿐만이 아니다. UAM의 교통신호체계를 구축하는 일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하늘을 나는 에어택시에도 교통신호체계가 필요하다.[사진=Skysports 제공]
하늘을 나는 에어택시에도 교통신호체계가 필요하다.[사진=Skysports 제공]

우리는 視리즈 ‘UAM 너무 앞서나간 꿈’ 첫번째 편에서 항공기가 밟아야 할 안전 인증 제도를 살펴보고, UAM 전용 인증 체계의 현황을 짚어봤다.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공통으로 적용할 UAM용 안전 인증 표준은 없다. 우리나라는 자체적인 안전 인증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준비 단계를 밟고 있는데, 인증 기준 수립부터 제도 시행까지는 최소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감안하면, 정부가 내건 ‘2025년 UAM 상용화’란 목표는 실현가능성이 극히 낮다. 

만에 하나 인증 문제를 최대한 빨리 해결하더라도 넘어야 할 또다른 산이 있다.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려면 교통신호시스템이 필요하듯, UAM도 마찬가지다. 에어택시가 누비는 하늘길의 ‘교통정리’를 위해선 공중의 신호 체계 역할을 하는 관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여간 복잡한 게 아니다. 우리나라 국토교통부가 고안한 ‘K-UAM 교통체계’를 살펴보면 관제 시스템엔 UAM 기체(에어택시) 조종사, 운항지원정보 제공자, 교통관리서비스 제공자, 공공안전 담당자, 버티포트(정류장) 운영자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관여한다. 이들은 출발ㆍ도착지, 기상 상태, 항로, 제한 공역, 버티포트 가용성 등 운항에 필요한 여러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이런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려면 ▲공역 운영 시스템, ▲영공 운영 시스템, ▲기상 예측 시스템, ▲보안 관리 시스템, ▲위치 정보 시스템, ▲비상대응관리 시스템과 같은 IT 인프라를 조성해야 한다. 관건은 이런 인프라를 만들어낼 기술이 있느냐인데, 우리의 현재 기술력은 신통치 않다.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 ‘국내 UAM 산업육성을 위한 정책 제언’을 통해 이렇게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버티포트 인프라를 제외한 전 부문에서 최고기술국 대비 기술 수준이 70% 이하다. 특히 UAM 통합 교통관리, 운항 정보 수집ㆍ분석ㆍ공유 시스템과 같은 운영 자동화 및 데이터 활용 관련 기술의 개발이 시급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UAM 항행(넓은 공간에서 목적지를 찾아 이동하는 것)ㆍ교통관리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기술은 최고기술국 대비 62.1%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UAM 통합 교통관리 영역에서 우리나라와 최고기술국의 기술 격차는 3.6년에 달한다.

운송ㆍ운용 시스템, 운항정보 수집분석 및 공유 시스템에서도 최고기술국과 각각 2.4년, 2.5년의 기술 격차가 있다. 단순 계산하면 이 기술들을 성숙시키는 데만 3년은 족히 걸린다. 지금부터 담금질을 시작한다고 해도, 정부가 목표로 내건 상용화 시점(2025년)을 넘길 수밖에 없다.  

공중 신호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선 IT 인프라, 통신망부터 구축해야 한다.[사진=NASA 제공]
공중 신호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선 IT 인프라, 통신망부터 구축해야 한다.[사진=NASA 제공]

시각을 좀 더 넓혀서 보면, 해결 과제는 또 있다. 각종 관제 시스템이 적재적소에서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선 안정적인 통신망이 깔려 있어야 한다. 전국망으론 모바일 통신에 쓰이는 LTE나 5G가 있으니 UAM에도 이를 활용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정양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LTE나 5G용 전파는 통신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 방향으로 쏘는 것이지 하늘을 향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 지금의 이동통신 기지국은 전파를 위에서 아래로, 하늘에서 땅으로 쏘는 형태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쓸 때 고지대로 올라갈수록 전파가 터지지 않는다고 느끼는 이유다. 

UAM은 그 반대여야 한다. UAM 기체에 전파를 보내려면 당연히 기체가 있는 상공으로 전파를 쏴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기존 이동통신망의 주파수 방향을 하늘로 돌리는 방법이 있지만 애로사항이 있다. 정양재 연구원은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일반 주파수와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UAM용 주파수가 충돌해 전파 간섭을 야기할 수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LTE나 5G 주파수로 UAM 통신망을 커버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 문제 어떻게 해결하나 

UAM용 통신망을 따로 설치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번엔 비용이 문제다. 정 연구원은 “이 경우 정부 지원책을 바라는 이동통신사와 ‘어차피 UAM은 이통사 사업의 일환이니 알아서 비용을 해결하라’는 정부의 입장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기존 이동통신망을 활용하면서도 이통사와 정부의 갈등을 최소화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국내 이통3사가 준비 중인 6G가 답이 될 수 있다. 정 연구원은 “6G는 인공위성에서 전파를 쏜다”면서 “UAM 기체가 다니는 고도(300~600m)보다 높은 곳에서 전파를 쏘기 때문에 주파수 방향도 위에서 아래를 향하니까 기존 LTE나 5G에서 일어나는 간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로선 6G 상용화 시점이 불투명하다. “2028년께 상용화가 될 것”이라거나 “2032년이나 돼야 6G 시대가 시작될 것”이란 예측이 난무한데, 그게 언제가 됐든 정부가 설정한 UAM 상용화 시점을 훌쩍 넘어서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IT 인프라, 인프라를 만들 기술, 그리고 통신망을 구축하는 것 외에도 해야 할 일은 많다. 통신 장비, 항행 장비론 어떤 걸 사용할 것이냐는 작은 문제부터 관제를 비행 구간별로 나눠서 담당할지 중앙 관제소에서 한꺼번에 통합관리할지 등 큰 문제까지 논의가 필요하다.

풀어 나가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탓인지, 업계 안팎에선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관련 이슈들을 논의해 나가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순서를 정리하는 것조차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한마디로 정신이 없는 상황이다. 관제를 예로 들면, 어떤 정보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항공 교통을 관리하는 데 어떤 시스템을 도입해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등을 하나씩 의논해야 한다. 그런데 이 모든 논의를 한꺼번에 진행하고 있는 게 지금의 실상이다. 정부가 2025년 상용화란 목표점에 맞추려다 보니 모든 걸 서둘러서 진행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정부의 UAM 정책 설계에 참여했던 업계 전문가).”    

문제는 정작 서둘러야 할 부분에선 정부의 시계가 더디게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세한 내용은 ‘UAM 너무 앞서나간 꿈’ 마지막 편에서 다뤄보겠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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