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UAM 앞서나간 꿈➊
K-UAM 추진하는 정부
2025년 상용화가 목표
에어택시 하늘 날기 전
안전 인증 절차 거쳐야
인증 위한 법제 아직 없어
세계 각국 역시 마찬가지
정부 목표 현실성 있나

“2025년 에어택시가 대한민국 도심 하늘을 수놓을 것이다”. 도심항공교통(UAMㆍUrban Air Mobility) 산업을 국가전략기술로 선포한 정부가 야심차게 펼쳐 놓은 청사진이다. 2025년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2년. 정부는 목표 달성을 위해 잰걸음하고 있지만, 어째서인지 그 행보엔 우려 섞인 시선이 모여들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視리즈 ‘UAM 너무 앞서나간 꿈’, 첫번째 편이다.

정부는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K-UAM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사진=CES 홈페이지]

반도체, 2차전지, 인공지능(AI), 우주항공, 양자….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표한 ‘12대 국가전략기술’의 한자리를 차지한 산업들이다. 미래 대한민국을 책임질 최첨단 산업의 대열엔 모빌리티 분야도 포함됐는데, 그중에서도 유난히 각광받고 있는 영역이 있다. 바로 도심항공교통(UAMㆍUrban Air Mobility)이다. 

UAM은 한마디로 ‘공중교통체계’다. 하늘을 나는 에어택시와 에어택시를 운항하는 데 필요한 교통시스템을 통틀어 UAM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UAM은 기존 육로의 교통혼잡을 해소할 수 있는 미래 교통체계로 꼽힌다.

글로벌 리서치기관 마켓앤마켓은 전세계 UAM 시장이 연평균 33.5% 성장해 2030년 285억 달러(36조5256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UAM 산업을 한 구절로 요약하면, 파괴적 혁신과 새로운 시장 개척을 모두 실행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라고 규정할 만하다. 

이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세계 각국의 경쟁도 치열하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 정부는 2020년 6월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 로드맵’을 발표하고, 2025년 UAM 서비스 상용화를 목표로 민간 기업들과 함께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UAM의 실현가능성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가 내세운 ‘2025년 상용화’란 청사진이 현실적으론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 많다.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 지금부터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자. 

UAM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해선 가장 먼저 승객을 태울 에어택시 기체부터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기체를 만들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완성한 기체를 공중에 띄우기 위해선 별도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기가 상업적 목적의 비행을 하려면 인증 제도를 통해 (기체 및 운항 상의) 안전함을 확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인증 제도란 기체의 설계~생산~운용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비행안전성을 위한 요구사항을 적합하게 충족했는지 기술적으로 판단ㆍ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항공기 안전 인증은 크게 형식증명(TCㆍType Certification), 제작증명(PCㆍProduction Certification), 감항증명(ACㆍAirworthiness Certification)의 세가지로 구분한다.  형식증명은 기체가 안전 규정에 맞게 잘 설계됐는지를, 제작증명은 생산한 기체가 설계와 잘 부합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감항堪航증명은 말 그대로 기체가 ‘공중 운항을 감당堪當할 능력이 있는지’ 검증하기 위해 성능, 비행성, 진동, 강도, 구조 등을 꼼꼼히 점검하는 단계다. UAM 서비스에 쓰이는 에어택시도 엄연한 ‘항공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당연히 이런 안전 인증을 통과해야 한다.

UAM 전용 안전 인증 제도를 확립한 곳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사진=연합뉴스] 

중요한 건 여기서부터다. 현행 안전 인증 제도는 우리가 항공기 하면 흔히 떠올리는 대형여객기나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헬리콥터를 대상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UAM 기체는 이들과는 특성이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항공기다. 

항공ㆍ우주 분야의 시스템 안전성을 연구해온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모아소프트의 김성수 수석은 “활주로 없이 수직으로 이착륙해 수평으로 비행을 한다든지, 전기에너지나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다든지, 조종 시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등 UAM 기체는 전통적인 비행기와는 기술적 측면에서 큰 차이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말은 UAM 기체에 특화한 안전 인증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UAM 전용 안전 기준을 마련하는 데만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현시점에서 UAM 기체만을 위한 안전 인증 제도를 완비한 나라도 없다. 당연히 여러 국가가 준용할 인증 표준 역시 없다.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유럽항공안전청(EASA)이 UAM용 안전 인증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지만, 속도가 더디다. 일례로 FAA는 자국의 UAM 기체 제조사인 조비에비에이션의 2024년 상용 비행을 목표로 일찍부터 인증 제도 확립에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조비에비에이션은 상용 서비스 시작 시점을 2025년으로 한차례 미룬 바 있다. 더욱이 FAA는 지난 7월 18일 발표한 첨단항공모빌리티 구현 계획(INNOVATION28)에서 UAM의 대규모 상용화 시점을 2028년으로 규정했다. 

여기엔 다음과 같은 이슈가 얽혀 있었다. ▲기체 제조사의 안전 관리 시스템 및 정책 구축 ▲새로운 유형의 기체에 맞는 소음 인증 기준 검토 ▲기존 비행 시뮬레이션 훈련 장치의 적합성 검토 ▲기체 조종사의 자격 요건 강화 ▲주정부ㆍ서비스 운영자의 UAM 맞춤형 인프라 개발 및 유지 계획 점검 ▲UAM 기체 환경영향평가 ▲사이버보안 요건 상향…. 이는 UAM의 통일된 안전 인증 체계를 만드는 일이 녹록지 않음을 시사하는 사례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떨까. 전문가들은 “국내에는 자체적인 안전 인증 규정이 세워지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배재성 한국항공대(항공우주ㆍ기계공학) 교수는 “우리나라는 항공 관련 규정을 정할 때 미국의 기준을 가져와 인용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독자적 인증 체계를 마련하는 과정에 진전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우리나라에서 UAM용 인증 제도를 만들고 기체 제작사들이 인증을 받기까진 최소 5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도 걸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K-UAM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윤용현 국민대(미래모빌리티학) 교수도 “미국의 FAA나 유럽의 EASA가 개괄적인 기준을 만들면 그것을 토대로 한국형 안전 인증 규정을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라면서 “현시점에선 UAM 기체를 위한 인증 기준의 셋업(설정)이 잘 안 돼 있는 상태”라고 이야기했다. 

우리가 미국이나 유럽의 기준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덴 나름의 이유가 있다. 다시 모아소프트 김성수 수석의 설명을 들어보자.

“안전 인증 규정을 세우려면 어떤 것이 위험하고 또 어떤 것이 안전한지 케이스를 시험하고 엔지니어링 데이터를 뽑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엔 이런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다. 반대로 미국과 유럽은 안전 기준 설정의 토대가 되는 사례가 우리보다 훨씬 많다. 그들의 경험치가 높으니 우리도 미국ㆍ유럽이 만든 틀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거다.” 

그렇다고 우리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국토교통부의 항공교통정책 설계에 관여했던 익명의 전문가는 “정부도 안전 인증 규정을 수립하는 과정에 속도가 붙지 않는다는 걸 인식하고 있다”면서 “현재 ‘K-UAM 안전운영체계 핵심기술개발 R&D 사업’의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진행 중인데, 사업 항목에는 UAM 특화 인증 체계 마련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예타에 대응하면서 인증 규정 정립을 위한 방법론도 논의를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내용을 구체화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 지점에서 혹자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느냐”고 물을 수 있다. 우회로가 없는 건 아니다. 모든 항공기에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표준감항증명 대신 특별감항증명(SCㆍSpecial Certification)을 적용하면 기체 인증 속도는 좀 더 빨라질 수 있다. 특별감항증명에선 기체가 충족해야 할 조건이 표준감항증명보다 줄어들어서다. 

하지만 특별감항증명엔 한계가 있다. ‘날씨가 아주 맑고 바람이 많이 불지 않는 날에만 비행할 수 있다’거나 ‘사람이 극히 적은 지역에서만 운항할 수 있다’는 식으로 특정한 제약 조건을 걸어 인증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에어택시가 운항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체의 안전성부터 입증해야 한다.[사진=연합뉴스]
에어택시가 운항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체의 안전성부터 입증해야 한다.[사진=연합뉴스]

이런 측면에서 특별감항증명은 일종의 시험 비행을 위한 절차에 가깝다. 결국 UAM 서비스의 완전한 상용화를 위해선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안전 인증 체계를 확립해야만 한다.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 알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 어떤가. 이쯤 되면 우리 정부가 제시한 ‘2025년 K-UAM 상용화’란 목표가 꽤나 비현실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거다. 산업계의 반응도 다르지 않다.

UAM 기체를 연구 중인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장의 엔지니어들은 2025년 UAM 서비스를 상용화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면서 “잠깐의 시범 비행이야 가능할 순 있지만 일반 택시나 기존 여객기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 큰 문제는 만에 하나 인증이란 장벽을 넘어도 UAM 서비스가 본격적인 스타트라인에 서기까진 또다른 난관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이 이야기는 ‘UAM 너무 앞서나간 꿈’ 두번째 편에서 이어간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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