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컴퍼니 인사이트
투자자 관심 속 포스코홀딩스
모건스탠리 투자 의견 하향
리튬 사업 가치 고평가 주장
개미, 공매도 패턴이라 지적
달라진 시장 환경 속 주가 향방

# 현실적 판단이냐 괜한 거품론이냐.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최근 국내 기업 포스코홀딩스의 투자등급을 낮추면서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보름 내에 포스코홀딩스의 주가가 빠질 것이란 다소 극단적인 전망까지 내놨다.

# 그러자 국내 개인투자자들도 “부정적 의견을 내서 주가를 낮추려는 전형적인 공매도 패턴”이라며 맞불을 놓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왜 포스코홀딩스를 공격하고 나선 걸까. 

모건스탠리는 최근 포스코홀딩스 투자의견을 ‘비중 축소’로 낮췄다.[사진=연합뉴스]
모건스탠리는 최근 포스코홀딩스 투자의견을 ‘비중 축소’로 낮췄다.[사진=연합뉴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의 한마디가 국내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모건스탠리가 화살을 겨눈 곳은 철강·첨단 소재 전문기업 포스코홀딩스다.

지난 7월 31일(현지시간) 모건스탠리는 7월 한달 새 급등한 포스코홀딩스의 주가를 가리켜 “포스코홀딩스의 장기적 성장 스토리가 있더라도 기업의 펀더멘털을 넘어선 낙관론이 지배하고 있다”면서 “80%의 높은 확률로 포스코홀딩스의 주가가 15일 내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동시에 투자의견도 ‘지수 동일가중(Equal Weight)’에서 ‘비중축소(Underweight)’로 한단계 낮췄다. 지수 동일가중은 투자 포트폴리오를 세울 때 각 종목의 비중을 동일하게 설정하는 방식이다.

가령, 총 1억원의 자금으로 100종목에 투자한다고 하면 각 종목에 똑같이 100만원씩을 배정하는 거다. 비중 축소는 말 그대로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해당 종목의 비중을 줄인다는 뜻이다. 

■ 모건스탠리의 공세 = 모건스탠리는 철강업체에서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 중인 포스코홀딩스를 향한 과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됐다고 밝혔다. 그중에서도 포스코홀딩스가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는 리튬 분야에 우려를 표했다.

이 지점에서 포스코홀딩스가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어떤 노력을 투입하고 있는지부터 살펴보자. 포스코홀딩스는 철강 일변도의 사업 영역을 다변화하기 위해 일찍부터 2차전지 소재를 먹거리로 점찍고 공급망 구축에 힘써왔다. 리튬 매장량이 많은 호주와 아르헨티나에 채굴지를 확보한 게 대표적 사례다. 


이런 노력을 통해 포스코홀딩스가 원자재(리튬)를 조달하면 소재가공업체인 포스코퓨처엠이 리튬을 이용해 전기차 배터리의 구성물인 양극재·음극재를 생산하는 수직계열화를 이뤄냈다. 이를 발판으로 포스코홀딩스는 오는 10월을 기점으로 2030년까지 연간 30만톤(t)의 리튬을 시장에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모건스탠리는 이미 생산 능력이 입증된 글로벌 리튬 기업들도 시가총액이 150억~250억 달러(19조~31조원) 수준이라면서 “포스코홀딩스는 전 세계 리튬 관련주 가운데 가장 비싸다”고 지적했다. 8월 2일 기준 포스코홀딩스의 시총은 50조원에 이른다.

포스코홀딩스는 K-증시의 달라진 시장환경을 대표하는 사례가 될 수 있을까.[사진=포스코홀딩스 제공]
[자료 | 포스코홀딩스·한국거래소, 참고 | 실적은 2023년 2분기·시가총액은 8월 3일 기준] 
[자료 | 포스코홀딩스·한국거래소, 참고 | 실적은 2023년 2분기·시가총액은 8월 3일 기준] 

■ “공매도 패턴” 맞불 = 국내 투자자들은 이례적으로 모건스탠리의 비관적 관측을 비판하고 나섰다. 여기엔 공매도 제도를 향한 투자자들의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그동안 상당수 투자사들이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포지션을 취하며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매도 의견을 제시하고, 실제 주가가 떨어지면 차익을 실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면서 “모건스탠리의 행태도 그간의 사례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목소리를 추측성 견해로만 치부할 순 없다. 국내 투자자들이 공매도를 경계할 만한 근거가 없지 않아서다. 전상경 한양대(파이낸스경영학) 교수는 2020년 발표한 논문(공매도와 신용거래의 투자성과)에서 “공매도 거래는 주가 하락기에 코스닥시장에서 더 큰 수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2016년 6월 30일~2019년 6월 28일 3년간 주식거래 기록을 분석한 결과, 기관과 외국인이 주로 활용하는 공매도 거래 수익은 개인 투자자가 활용하는 신용거래보다 39배 높았다는 게 이 논문의 골자다. 국내 증시에선 개인보다 ‘공매도 세력’이 수익 창출에 더 유리했다는 증거 중 하나인 셈이다. 


■ 모건스탠리 vs 개미 = 전상경 교수는 “과거엔 개인 투자자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는 증권사 리서치센터나 애널리스트의 분석에 한정돼 있었다”면서 “겉으로 드러난 정보 이면의 측면을 접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기관투자자나 외국인 투자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투자 여건에 놓여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불리한 투자 여건으로 인해 개인투자자들은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의 매매 동향을 중시하고 그것을 추종하는 경향이 강했다”면서 “이 때문에 기관이나 외국인에 비해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 비중은 더 높지만 주가 영향력은 더 낮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주장을 포스코홀딩스에 대입하면, 과거엔 모건스탠리의 주장에 개인 투자자들이 추종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처럼 ‘주가 하락 베팅→매도 의견→실제 주가 하락→공매도 차익 실현’으로 이어지는 공매도 패턴이 쉽게 통하지 않을 거란 게 전 교수의 의견이다. 

그의 주장을 더 들어보자. “유튜브를 포함해 매체가 다양해진데다, 그 매체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의 주장에 공신력이 생기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지표로 삼을 만한 정보의 질이 높아지고 기관·외국인과의 정보 격차도 줄어들었다. 개인들도 ‘외국인의 투자 판단이 틀렸다’는 식으로 나름의 주관을 갖고 투자를 이행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이런 달라진 환경에서 개인 투자자는 모건스탠리 등 거대한 투자자가 진행하는 불합리한 공매도의 역효과를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

전 교수는 “그동안은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과도한 주가 상승이 아닌데로 공매도로 인해 주가가 정상가치보다 더 낮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었고,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이어지곤 했다”면서 “아울러 기관과 외국인의 공매도 의사결정도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분석할 결과라기보단, 주가 차트에 근거한 기술적 분석에 따라 ‘주문 알고리즘’을 짜는 경우가 많았다”고 꼬집었다. 

4일 오전 10시 26분 기준 포스코홀딩스의 주가는 59만2000원으로 모건스탠리가 투자의견을 냈던 7월 31일(종가 64만2000원) 대비 7.8% 하락한 상태에서 출발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보름 내로 주가가 하락할 것’이란 모건스탠리의 관측이 맞아 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기관(모건스탠리)과 개미(개인투자자)의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루에도 몇번씩 등락을 반복하는 시장에선 또 어떤 반전이 일어날지 모른다. 시장은 과연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까.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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