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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상반기 5대 금융그룹
순이익 11조원으로 사상 최대
정유사들 유가 재상승에
올 하반기 이익 거둘 전망
유럽 보수는 이미 횡재세 실행
대한상의 법정부담금 원칙과 횡재세

#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은행들이 사상 최대 이익을 내고, 정유회사들도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지난해에 이어 다시 상당한 이익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횡재세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 횡재세가 유럽에서 일반적인 이유는 세금이 아닌 부담금이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최근 부담금 부과에 관한 보고서를 내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내각은 은행들의 초과 순이자마진(NIM)에 40% 세율로 일회성 횡재세를 부과했다. [사진=뉴시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내각은 은행들의 초과 순이자마진(NIM)에 40% 세율로 일회성 횡재세를 부과했다. [사진=뉴시스]

■ 유럽 보수의 ‘횡재세’=한국은행이 고금리 기조를 이어가면서 올해 상반기 국내 5대 금융그룹의 당기순이익이 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인 11조원을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면서 지난해 상반기에만 12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국내 4대 정유회사들의 하반기 실적에도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울러 한국형 횡재세 부과를 둘러싼 논의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 에너지 가격 고공행진으로 관련 기업들이 막대한 이익을 얻자 역내 24개 나라가 횡재세를 시행했다. 일반적으로 보수정당은 감세를, 진보정당은 증세를 주장한다.

유럽은 올해 들어서만 스페인 지방선거, 핀란드 총선, 스웨덴 총선에서 모두 보수 세력이 승리했다. 그런데도 유럽에선 횡재세 논의와 시행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극우 연합으로 평가받는 이탈리아 정부도 8월 초 에너지 관련 기업들에 매기던 횡재세 부과 범위를 은행으로 넓혔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내각은 은행들의 초과 순이자마진(NIM)에 40% 세율로 일회성 횡재세를 부과하고, 이를 통해 모은 세금을 서민의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대신 내주거나 가계나 기업의 세금을 인하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멜로니 총리가 속한 정당인 ‘이탈리아의 형제들’이나 부총리가 속한 ‘북부동맹’은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극우 성향 정당이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은행 및 신용에 관한 법률’에서 금융 중개자의 적격성을 정의한 시행령 385조을 근거로 횡재세를 부과하는 데 고심하지 않았다. 유럽에서 횡재세는 세금이 아닌 법정부담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독일 등에서는 횡재세가 아닌 부과금(levy)이란 말을 사용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6일 ‘수출금융 종합지원’ 간담회에서 “최근 이탈리아에서 은행에 횡재세를 부과한다는 기사가 있었다”며 “많은 국가들이 급격한 금리 인상과 경기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제난국을 헤쳐나가는데 은행업계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면서 하반기 정유회사 이익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시스]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면서 하반기 정유회사 이익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시스]

횡재세는 외부의 요인으로 일정 기준 이상의 초과 이익을 얻은 법인이나 사람에게 세금 외 추가로 부과하는 부담금을 말한다. ‘바람에 날아온 이익에 부과하는 세금(windfall tax)’이란 영문명처럼 기업이 의도치 않은 횡재 덕분에 추가 수익을 낸 것을 사회에 환원하라는 의미다. 외부 요인은 자연재해·전쟁은 물론이고 기준금리 인상 등 정부 정책의 변화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 한국형 횡재세=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지난 8월 23일 ‘시대에 뒤지고 국민부담만 큰 부담금 제도 전면 재검토해야’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대한상의는 보고서에서 “법정부담금은 공익사업 추진, 정책목표 달성 등을 이유로 부과하고 있지만, 국민과 기업에 필요 이상의 부담을 지워 민간 경제활동을 저해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증가하고 있다”며 “경제·사회 변화를 반영해 타당성이 떨어진 부담금은 폐지하고 과도한 부과 요율은 조정하는 등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는 1961년 부담금 제도가 도입되고, 2002년 부담금 관리 기본법이 시행됐지만, 부담금의 신·증설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여러 부처에서 총 90개의 부담금을 운영하며 징수액도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판 횡재세인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의 경우를 보면 부담금을 통보만 하고 실제로 징수하지 않는 예도 있다.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는 미실현이익이 1억1000만원을 초과하는 조합원으로부터 액수에 따라 10~50%를 부담금으로 징수하게 돼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 제도를 다시 시행한 2018년부터 2022년 6월까지 전국 재건축 추진 84개 단지에 통보한 재건축 부담금 규모는 3조1477억원이었는데, 2018년 이후 재건축 부담금을 실제로 부과·징수한 단지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부담금이 늘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 징수 금액과는 차이가 클 수 있다는 뜻이다. 

대한상의의 법정부담금 보고서는 목적 타당성, 부과 적절성, 사용 적합성을 부담금 3대 평가 기준으로 제시했다. 목적 타당성은 부담금의 원인자와 수익자의 부담 원칙이 약화했기 때문에 사실상 일반 국민에게 부과하는 부담금을 폐지하거나 조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부과 적절성은 부담금의 부과 요건과 요율이 적절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사용 적합성은 징수한 부담금을 그 목적에 부합하는 사업에 사용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대한상의 보고서의 요지는 부담금을 없애달라는 것이지만, 여기서 제시한 법정부담금의 3대 평가 기준은 오히려 한국형 횡재세 부과 가이드라인으로서도 의미가 있다. 유럽에서 시행되는 횡재세는 부과 대상과 기간 등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형 횡재세도 국제유가와 기준금리 인상으로 더 많은 수익을 낸 정유·금융회사로 한정하고, 기간을 명시하면 기준에 부합할 것으로 보인다. 초과이익 발생 기준도 유럽에서처럼 전년 혹은 2~3년 평균과 비교하는 등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최근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금융회사 연체율이 오르고 있는데, 징수 부담금의 사용 원칙에서도 이탈리아처럼 대출 이자 부담을 덜어주거나, 소외계층의 에너지 비용 대납 등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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