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지방공공기관 혁신 강조한 정부
비효율 개선할 수 있을지는 의문
원인 제거 없이 통폐합에만 몰두
적자 기관의 구조적 문제는 뒷전
무엇을 위한 혁신인지 알 수 없어

지방공공기관이 돈을 못 버는 건 원가 대비 요금이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사진=뉴시스]
지방공공기관이 돈을 못 버는 건 원가 대비 요금이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사진=뉴시스]

지난해 7월 윤석열 정부가 지방공공기관의 체질을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가장 큰 이유는 효율성이 낮고, 재무상황이 좋지 않다는 거였다. 그로부터 10개월 후, 31개 지방공공기관 중 12개 기관이 통폐합됐다. 과연 정부는 지방공공기관의 체질을 개선했을까. 그렇지 않아 보인다. 

“지방공공기관의 효율성과 재무건전성을 높이고, 자율ㆍ책임ㆍ역량 등을 강화해 공공서비스의 질을 제고하겠다.” 지난해 7월 27일 열린 지방공기업정책위원회에서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새정부 지방공공기관 혁신방향’의 내용이다. 

당시 행안부는 “최근 지방공공기관의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생산성은 하락하고 있다”면서 “지방자치단체와 국민의 재정부담을 사전 차단하고, 질 높은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방공공기관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행안부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지방공공기관의 1인당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구조개혁 추진, ▲재무건전성 강화, ▲민간협력 강화, ▲관리체계 개편 등 4대 혁신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돈 못 버는 지방공공기관들을 손보겠다는 거였다. 

이후 행안부는 2022년 9월 ‘지방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을 수립ㆍ배포했다. 그해 11월부터는 지자체들이 자체 진단을 통해 구조개혁 계획을 수립했다. 이 계획에 따라 약 6개월 만인 올해 5월, 31개 지방공공기관 중 12개 기관이 통폐합됐다. 행안부는 “(우리가) 혁신 방향과 기준을 제시하고, 지자체와 지방공공기관이 자체 진단과 협의를 통해 지역맞춤형 구조개혁을 이끌어냈다”고 자평했다. 

광주도시철도공사의 요금현실화율은 20%대에 불과하다.[사진=뉴시스]
광주도시철도공사의 요금현실화율은 20%대에 불과하다.[사진=뉴시스]

문제는 이런 지방공공기관 통폐합을 통해 당초 행안부가 지적했던 지방공공기관의 영업적자를 해소할 수 있느냐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행안부가 추진한 지방공공기관 혁신이 영업적자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구조개혁으로 보기 힘들어서다.

우선 어떤 지방공공기관이 영업적자를 내고 있는지, 그 원인은 무엇인지부터 따져보자.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전체 지방공공기관의 영업적자 합계는 14조4379억원이었다. 매년 2조8875억원의 적자를 낸 셈이다. 이 가운데 지방공공기관들이 매년 영업적자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분야는 상수도, 하수도, 도시철도였다(표➊). 

2022년 기준으로 보면 지방공공기관 전체 영업적자는 4조864억원이었는데, 상수도에서 7802억원, 하수도에서 2조4684억원, 도시철도공사에서 2조1981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도시개발공사(영업이익 1조828억원)나 공영개발(4226억원) 등에서 벌어들인 영업이익을 상ㆍ하수도와 도시철도공사에서 다 까먹은 셈이다. 

그럼 같은 기간 상ㆍ하수도와 도시철도 분야에서 영업적자를 많이 낸 지방공공기관은 어디일까. 분야별 영업적자 상위 5개 기관을 꼽아봤다. 상수도 영업적자 상위 5개 기관은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대구광역시, 성남시, 창원시였다.

하수도 영업적자 상위 5개 기관은 서울특별시, 제주특별자치도, 용인시, 포항시, 부산광역시였다.[※참고: 상ㆍ하수도의 경우 서울특별시상수도나 인천광역시상수도처럼 지자체 직영기업이 운영한다. 따라서 여기선 각 지자체를 지방공공기관으로 칭했다.]

도시철도공사는 6개 기관 전체를 살펴봤는데, 영업적자가 높은 순서대로 보면 서울교통공사, 부산교통공사, 대구교통공사, 인천교통공사, 광주도시철도공사, 대전교통공사 순이다. 

상ㆍ하수도와 도시철도공사에서 영업적자를 내는 근본적인 이유는 뭘까. 그건 바로 평균원가 대비 평균요금이 낮아서다. 실제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분야별 영업적자 상위 5개 기관의 평균 요금현실화율(평균요금÷평균원가)을 살펴보면 100%를 넘지 못하고 있다(표➋와 표➌). 

상수도 분야에서 서울의 지난 5년간 평균 요금현실화율은 77.7%, 인천은 80.7%, 대구는 83.6%, 성남은 63.2%, 창원은 71.5%였다. 5개 기관의 5년간 평균치는 66.5%다.[※참고: 자료 오입력으로 보이는 극단값을 제외한 수치다.]

하수도의 경우 5년간 평균 요금현실화율은 서울 60.6%, 제주 22.2%, 용인 43.2%, 포항 17.0%, 부산 66.4%였다. 5개 기관의 5년간 평균치는 35.2%다.

도시철도 분야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6개 도시철도공사의 5년간 평균 요금현실화율은 고작 33.9%에 불과했다. 서울은 53.3%, 부산은 28.6%, 대구는 19.0%, 인천은 30.1%, 광주는 17.6%, 대전은 29.6%였다. 

종합하면 상ㆍ하수도나 도시철도 분야 지방공공기관들의 경우, 이용요금을 현실화하지 않는 이상 영업이익을 기대하는 게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다. 아울러 이들 기관의 영업적자가 전체 지방공공기관 영업적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지방공공기관의 통폐합 등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겠다는 구상이 과연 합당한지 의문이다. 

사실 공공기관은 ‘공공성’과 ‘효율성’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공공성을 이유로 과도하게 적자를 감수하라는 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막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반면 효율성을 이유로 공공기관의 목표를 일반 기업과 동일시하는 건 공공기관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두 가치를 균형 있게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업 구조를 그대로 놔둔 채 지방공공기관에 효율성이란 잣대만 들이대면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

정말 효율성을 위한 혁신이라면 어떤 비효율이 발생하는지부터 명확히 제시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펴는 게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정부가 진행 중인 지방공공기관의 통폐합 작업에 물음표가 따라붙는 이유다.

김용원 나라살림연구소 객원연구위원
thick99@gmail.com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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