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마켓분석
컬리 · 당근으로 본 이름의 경제학
마켓 떼고 뷰티 시장 진출한 컬리
중고거래 플랫폼 벗어나려는 당근
새롭게 론칭한 사업 성과 언제쯤…
서비스명 변경에 숨은 명암

사람이든 기업이든 ‘이름’을 바꾸는 건 큰 결단이다. 이름은 곧 ‘정체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서비스명을 바꾼 두 기업이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옛 당근마켓)’과 새벽배송 업체 ‘컬리(옛 마켓컬리)’다. 공교롭게도 둘 모두 서비스명에서 ‘마켓’을 떼버렸다. 이름까지 바꿀 만큼 변화가 필요했다는 건데, 결과는 어떨까. 

당근마켓은 지난 8월 서비스명에서 ‘마켓’을 떼고 ‘당근’으로 바꿨다.[사진=당근 제공]
당근마켓은 지난 8월 서비스명에서 ‘마켓’을 떼고 ‘당근’으로 바꿨다.[사진=당근 제공]

“당근이세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가장 가파르게 성장한 플랫폼 중 하나가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다. 집에 잠자고 있는 중고물품을 ‘동네 사람’에게 판매하는 재미에 푹 빠진 사람들이 숱했다.

2015년 론칭 이후 당근마켓의 누적 가입자 수는 3500만명(2023년 8월)까지 늘어났다. 2021년 시리즈D(18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당근마켓이 3조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도 가입자가 만들어낸 엄청난 트래픽 덕분이었다. 

그런 당근마켓(운영사 당근마켓)이 지난 8월 서비스명에서 ‘마켓’을 뗐다. 새 이름 당근은 ‘당신의 근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달라진 로고엔 지역·연결·삶이란 당근의 세가지 가치를 담았다. 중고거래 플랫폼을 넘어 지역생활 커뮤니티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당근 측은 “리브랜딩과 함께 지역생활 커뮤니티로서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속도감 있는 비즈니스와 내실 있는 성장을 이뤄가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당근은 중고거래뿐만 아니라 지역 기반의 ‘구인·구직’ ‘중고차 거래’ ‘부동산 중개’ ‘모임’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10월 당근과 같은 선택을 내린 플랫폼이 있다. 새벽배송업체 ‘컬리(운영사 컬리)’다. 컬리는 플랫폼명을 기존 ‘마켓컬리’에서 컬리로 변경했다. 신선식품뿐만 아니라 화장품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었다. 실제로 컬리는 한달 뒤인 11월 화장품 전문 카테고리 ‘뷰티컬리’를 공식 론칭했다. 신선식품(마켓컬리)과 화장품(뷰티컬리)을 사업의 두축으로 삼은 셈이다. 

사실 서비스명이나 플랫폼명을 변경하는 건 상당한 위험요인을 안고 있다. 기존 이용자들에게 이질감을 줄 수 있어서다. 유통전문가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는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변경하는 건 ‘정체성’의 변화를 의미한다”면서 “브랜드가 추구해온 기존의 정체성을 선호했던 이용자에겐 이질감과 혼돈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당근과 컬리가 ‘마켓’을 떼버린 건 그만큼 신사업의 성과가 절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이들 기업의 현주소는 어떨까. 이름을 먼저 바꾼 컬리부터 살펴보자.

■ 현주소➊ 컬리 =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던 컬리 앞엔 중대한 ‘딜레마’가 놓여 있었다. 매출 규모를 키우고 수익성을 개선해야 하는데, 주요 아이템인 신선식품 새벽배송으론 이를 풀어내기 쉽지 않았다. 재고 관리가 까다로운 데다, 물류비 부담도 컸기 때문이다. 컬리가 ‘적자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언급한 것처럼 컬리가 플랫폼명을 바꾼 까닭도 같다. ‘마켓’을 뗀 뒤 재고 관리가 쉽고 단가가 높은 화장품 시장에 진출해 매출과 수익성을 모두 잡겠다는 전략을 세웠던 거다.[※참고: 컬리는 지난해 8월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지만 올해 1월 코스피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주식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원하는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후 컬리는 아이돌 ‘블랙핑크’ 제니를 모델로 기용하고, 30~40대 여성을 타깃으로 럭셔리 화장품을 앞세운 뷰티컬리를 론칭했다. 컬리의 변신을 두고 의견은 분분했다. 대부분 “백화점 식품관을 표방했던 컬리가 본질을 잃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그럼 컬리의 변신은 알찬 성과를 거뒀을까. 현재로선 ‘절반의 성공’이란 분석이 많다. 2022년 2분기 1206억원(이하 누적 기준)까지 쌓였던 영업적자를 1년 만인 올 2분기 777억원으로 35.5% 줄이는 덴 성공했다. 다만, 매출이 같은 기간 1조276억원에서 1조174억원으로 감소한 건 아쉬운 부분이다.

컬리는 지난해 10월 플랫폼 명을 ‘마켓컬리’에서 ‘컬리’로 변경했다.[사진=컬리 제공]
컬리는 지난해 10월 플랫폼 명을 ‘마켓컬리’에서 ‘컬리’로 변경했다.[사진=컬리 제공]

비판을 받는 요소는 또 있다. 컬리가 ‘뷰티시장에 뛰어든 이유’를 여태껏 설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숱하다. 소비자로선 컬리 말고도 올리브영, 백화점 등 대체채널이 워낙 많아서다. 안승호 숭실대(경영학) 교수는 “화장품 판매 채널은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고객별 큐레이션과 같은 컬리만의 차별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현주소➋ 당근 = 그럼 이름을 바꾼 당근은 원하는 열매를 따낼 수 있을까. 현재로선 ‘가시밭길’을 걸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사실 당근은 중고거래를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중고거래로는 돈 벌지 않겠다”는 방침을 유지해 왔다. 그래서 당근의 비즈니스 모델은 ‘광고 사업’이다. 커피숍·미용실·빵집 등 동네 가게 사장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마케팅 툴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동네 가게의 프로필을 당근 플랫폼 내 게시글 사이사이에 노출해 주고, 이용자가 클릭할 때마다 비용을 과금한다. 이같은 광고 사업으로 지난해 당근은 49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매출액(499억원)이 99.1%에 달한다. 

물론 소상공인들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당근에 올려 판매하는 ‘상품 판매 사업’도 전개하고 있지만, 성과가 미미하다. 당근은 매출액의 3.3%를 수수료로 받고 있는데, 그렇게 벌어들인 매출은 4429만원에 불과했다. 

문제는 ‘마켓’을 뗀 당근이 내세운 ‘구인·구직’ ‘중고차 거래’ ‘부동산 중개’ 등의 신규 서비스 역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이들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플랫폼이 즐비하다. 일례로 구인·구직은 ‘알바몬’ ‘잡코리아’, 중고차 거래는 ‘엔카’ ‘케이카’ ‘헤이딜러’, 부동산 중개는 ‘직방’ ‘다방’ 등이 선점하고 있다. 

물론 당근에도 기회가 있지만, 시장을 선점한 업체를 이길 만한 ‘특별한 무기’가 있는지 의문이다. 안승호 교수는 “당근의 강점은 이용자들이 자주 들여다본다는 데 있다”면서 “서비스별 전문성을 강화하고 이를 이용자에게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당근 관계자는 “당근은 점차 로컬화하는 광고 마케팅 시장을 선점했다”면서 “다양한 서비스와 기능을 실험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마켓’을 과감하게 떼버린 컬리와 당근. 두 회사는 과연 이름을 바꾼 효과를 누릴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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