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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흥행 실적 좋은 NEW
슬램덩크 영화 배급 성공
밀수 500만 관객 돌파
무빙 올해 최대 흥행 기록
그런데도 주가는 우하향 중
더 글로리 제작사 주가도 약세
OTT 등장으로 제작비 부담 커져
‘흥행=주가 대박’ 공식도 깨져

콘텐츠가 대박 흥행에 성공했는데도 주가 움직임은 잠잠하다. ‘무빙’의 NEW, ‘더 글로리’의 스튜디오드래곤이 그랬다. 지난해 ‘우영우 신드롬’으로 투자 열기가 콘텐츠주 전반으로 옮겨붙었던 것과는 딴판이다. 콘텐츠 흥행이 꼭 실적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는 게 입증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콘텐츠가 연속으로 흥행한 NEW의 주가가 지지부진하다. 사진은 드라마 ‘무빙’의 스틸컷.[사진=뉴시스]
콘텐츠가 연속으로 흥행한 NEW의 주가가 지지부진하다. 사진은 드라마 ‘무빙’의 스틸컷.[사진=뉴시스]

올해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의 흥행 성적은 대단했다. 이 회사가 여름에 배급한 영화 ‘밀수’는 누적 관객 수 50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범죄도시3’에 이어 가장 많은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더 문’ ‘비공식작전’ 등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블록버스터 작품을 제치고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더 눈에 띈다. 

NEW의 활약은 OTT에서도 이어졌다. NEW의 콘텐츠 자회사인 스튜디오앤뉴가 제작한 ‘무빙’은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드라마로 공개돼 글로벌 시장에서 K-콘텐츠의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8월에 방영을 시작한 ‘무빙’은 공개 첫째주에 한국ㆍ일본ㆍ홍콩ㆍ대만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시청시간 1위를 달성했다. 

이 드라마는 한국 시장 철수설이 돌던 디즈니플러스의 회생 카드이기도 했다. 디즈니플러스의 7월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192만명(모바일인덱스 기준)에 불과했지만 8월엔 269만명으로 70만명 넘게 증가했다. 스튜디오앤뉴는 올해 JTBC 최고 시청률인 18.5%를 기록한 드라마 ‘닥터 차정숙’을 만들기도 했다.

NEW는 올해 초엔 배급작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로 대박을 내기도 했다. 이 영화는 473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는데, 이는 국내 개봉 일본 애니메이션의 최고 흥행기록이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1990년대 대한민국에 농구 붐을 일으켰던 일본 만화 ‘슬램덩크’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30ㆍ40대 팬들의 추억 여행이 ‘N차 관람’으로 이어지면서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했다. 

이렇게 보면 NEW는 사실상 2023년 내내 흥행 콘텐츠를 쏟아냈던 셈인데, 주가 흐름은 어찌 된 일인지 쪽박만 찼다. NEW의 올해 주가 등락률은 -23.80%(8월 13일 기준)였다. 주당 8150원으로 올해 장을 열어젖혔는데, ‘더 퍼스트 슬램덩크’ ‘닥터 차정숙’ ‘밀수’ ‘무빙’ 등이 연타석 흥행 실적을 냈는데도 주가는 6000원대로 수직낙하했다. 기준점을 ‘밀수’와 ‘무빙’의 흥행 실적이 도드라졌던 최근 한달로 좁혀도 마찬가지다. 이 기간 주가는 7.59%나 꺾였다. 

콘텐츠가 흥했지만 주가 흐름이 신통치 않은 건 NEW만이 아니다. ‘더 글로리’의 시즌2를 공개했던 지난 3월 관련 종목인 스튜디오드래곤의 월간 주가 등락률은 -7.98%였다. ‘더 글로리’는 4억1305만 시간 누적 시청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TV(비영어) 부문 역대 시청 시간 6위로 올라선 히트작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의 100% 자회사인 화앤담픽쳐스가 제작했다. NEW도, 스튜디오드래곤도 공전의 흥행작을 내놨다는 걸 고려하면 의외의 결과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흥행작이 콘텐츠 업종의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달랐다. 2022년 7월 주요 콘텐츠주의 주가 등락률을 보자. 에이스토리는 주가 상승률이 56.11%에 달했고, 래몽래인(콘텐츠 제작사)의 주가는 32.89% 뛰었다. 쇼박스(12.75%), 스튜디오산타클로스(57.12%), 덱스터(24.50%) 등의 주가 움직임도 상당했다. 한달 만에 모두 두자릿수 상승률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 상승률(7.80%)도 크게 웃돌았다.  

국내 증시가 인플레이션, 금리인상, 경기침체 우려로 약세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에서도 이들 기업 주가가 급등한 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흥행 대박을 냈기 때문이다. 언급했듯 이 드라마를 제작한 에이스토리의 주가 상승률은 돋보였다. 한달 만에 시가총액이 1300억원가량 증가했다. 투자 열기는 산업 전반으로 옮겨붙었다. 세계시장에 K-콘텐츠의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이유로 개인투자자가 증시에 상장한 콘텐츠 제작사에 베팅했다. 드라마의 흥행이 다른 제작사에도 반사이익을 안겨준 셈이다.  

그렇다면 올해 콘텐츠 업종의 주가는 왜 이런 ‘특수’를 누리지 못하는 걸까. 이는 콘텐츠의 흥행이 꼭 호실적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 투자자들이 확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영우 신드롬’에 덩달아 주가가 우상향했던 기업들의 지난해 실적은 신통치 않았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흥행시킨 래몽래인은 2022년 영업이익이 마이너스(-62억원)로 돌아섰고, 쇼박스 역시 2021년 흑자를 냈다가 지난해엔 31억원의 적자를 냈다. 

원래도 적자기업이던 스튜디오산타클로스, 덱스터도 지난해 영업손실폭을 키우면서 주가 상승분 대부분을 반납했다. ‘흥행→주가 상승’이란 1년 전 공식이 올해 들어 맞아떨어지지 않은 건 밑단에 깔려 있던 ‘실적 부진’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흥행 콘텐츠를 다수 보유한 NEW의 경우 상반기 영업이익이 적자(-65억원)로 돌아섰다. 더 글로리의 인기를 누린 스튜디오드래곤 역시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378억원으로 전년 동기(451억원) 대비 19.3%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34.4% 증가했다는 걸 고려하면 영업이익률이 크게 악화했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제작사의 비즈니즈 구조가 복잡해진 게 실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과거엔 시청률이나 지표의 흥행이 곧바로 실적으로 이어졌지만, 지금은 상황에 따라 흥행에 성공하더라도 수십억원 적자가 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흥행했을 땐 콘텐츠 업종의 주가가 상승했다.[사진=뉴시스]
지난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흥행했을 땐 콘텐츠 업종의 주가가 상승했다.[사진=뉴시스]

사실 콘텐츠 제작사가 흥행으로 이익을 얻는 조건은 간단했다. 영화는 손익분기점을 넘으면 제작사와 배급사가 비율에 따라 나눴다. 드라마는 방영 전후에 붙는 광고 개수가 수익의 관건이었다. 콘텐츠 유통처가 다양해진 요즘은 다르다. OTT가 콘텐츠 소비 채널의 대세로 떠오르면서 구조가 확 바뀌었다. 

가령, 넷플릭스는 계약기간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판권을 사들이는 ‘턴키’ 방식을 취하고 있다. 독점 콘텐츠를 제작할 때도 비슷하다. 제작사에 제작비와 마진을 얹어주고 지식재산권(IP)을 넷플릭스가 갖는다. 플랫폼이 흥행 실패에 따른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동시에 흥행에 따른 이익도 취하는 구조다. 제작사 입장에선 넷플릭스에서 흥행을 하더라도 ‘플러스 알파’는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국내 방송 광고 산업이 4조원대 수준에서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TV 채널에서 높은 광고 매출 성과를 기대하는 게 어렵다는 거다. 콘텐츠 제작사가 흥행에 따른 인센티브를 얻는 게 예전만큼 쉽지 않은 건 이런 이유에서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들어 콘텐츠 시장 전반적으로 제작비 상승 압력이 강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 판매 단가가 상승하긴 했지만 그보다 제작비 상승곡선이 더 가파른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찬구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은 “글로벌 OTT 사업자에만 좋은 시장일 뿐, 국내 제작사는 치킨게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대형 콘텐츠 수요 증가에 따라 제작비는 급증하는데, 콘텐츠 제작은 확대할 수밖에 없어 수익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이런 구조를 벗어나려면 검증된 IP를 가공한 추가 수익 모델을 모색해야 하는데, 출연자 개개인의 이해관계, 초상권 관련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쉽지 않다”면서 “콘텐츠 제작사의 기업가치가 재평가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 당분간 주가 약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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