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천태만상
샤넬 지난해부터 6번 가격 인상
1124만원 핸드백 326만원 올라
결혼시즌 맞아 예물시계도 꿈틀
가격 줄인상에도 수요 안 꺾여
명품 업체들 실적 고속 성장
지출 완전히 달라진 소득계층

연이은 가격 인상에도 명품 수요는 줄지 않고 있다.[사진=뉴시스]
연이은 가격 인상에도 명품 수요는 줄지 않고 있다.[사진=뉴시스]

명품 브랜드 업체들이 또 다시 가격을 인상할 전망이다. 한해에만 서너번씩 가격을 끌어올려도 끄떡없으니, 두려울 게 없다. 실적도 쑥쑥 오른다. 명품 브랜드 업체들이 눈치 안 보고 가격을 인상하는 건 한국인의 지나친 명품 사랑이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그 중심엔 더 짙어진 양극화의 그림자도 있다. 

명품 브랜드 업체들이 또 한차례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결혼시즌에 발맞춰서다.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고 있는 건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Chanel)과 스위스 시계 브랜드 예거 르쿨트르(Jaeger-LeCoultre)다. 이들 브랜드는 명품 중에서도 고가에 속하고, 예물로 많이 구매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문제는 이들 브랜드가 가격을 끌어올리는 게 하루이틀 일이 아니란 거다. 먼저 샤넬을 보자. 샤넬은 국내 시장에서 지난해에만 네차례(1·3·8·11월) 가격을 올렸다. 그 결과, 2022년 1월 이전 1124만원이던 ‘샤넬 클래식 플랩백 미디움’ 가격은 1316만으로 치솟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올해는 2·5월 두차례 또 가격을 올려 플랩백 미디움 몸값도 1450만원이 됐다. 여섯 차례 가격 인상으로 326만원이 오른 셈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닐 수도 있단 얘기도 나온다. 일본과 호주 등 해외 일부 국가에서 가격 조정을 했기 때문이다. 호주에선 최근 클래식 플랩백 미디움 가격을 1만5710호주달러에서 1만6910호주달러(약 1447만원)로 7.6% 인상했다. 

이번엔 예거 르쿨트르를 보자. 이 브랜드는 지난해 1·6·9월에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올해 2월과 6월 가격을 끌어올렸다. 대표 제품 중 하나인 ‘마스터 울트라 씬 문’의 가격은 2022년 1월 1350만원에서 30만원 오른 것을 시작으로 올해 6월 1720만원까지 치솟았다. 인상폭이 370만원에 이른다.

예거 르쿨르트가 소속된 리치몬트(Richemont) 그룹이 9월 피아제(Piaget) 가격에 손을 대고, 롤렉스(Rolex) 산하의 튜더(Tudor)의 가격도 끌어올린 만큼 예거 르쿨르트의 세번째 가격 인상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료|금융감독원, 참고|리치몬트코리아는 회계연도(직전연도 4월~당해년도 3월) 기준]
[자료|금융감독원, 참고|리치몬트코리아는 회계연도(직전연도 4월~당해년도 3월) 기준]

이처럼 명품 브랜드들이 배짱부리며 수차례 가격을 인상하고 있지만, 수요가 꺾이지 않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잦은 인상으로 “명품은 오늘이 가장 저렴하다”라는 인식까지 생겨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란 말이 나오면 명품매장 앞에 긴 줄이 늘어선다.

그 덕에 명품 브랜드 업체들의 실적은 거침없는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샤넬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이 30.0%(2021년 1조2238억원→2023년 1조5913억원)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65.9%(2022년 2489억원→4129억원) 성장했다.

예거 르쿨트르, 피아제를 비롯해 까르띠에(Cartier), 몽블랑(Montblanc), 아이더블유씨(IWC) 등 명품 브랜드 시계를 다수 취급하는 리치몬트코리아 역시 마찬가지다. 2022회계연도(2021년 4월~2022년 3월)에 1조1856억원을 기록하며 1조원대 매출을 회복한 리치몬트코리아는 2023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 1조3979억원으로 몸집을 더 불렸다. 영업이익도 2021년 974억원에서 1250억원으로 28.3% 커졌다.

고물가로 서민들은 주린 배를 더 세게 움켜쥐는데, 또 한쪽에선 명품 브랜드들이 배를 부풀리고 있다는 거다. 이는 한국 사회가 극단적인 ‘양극화’를 띠고 있다는 징후이기도 하다.

올 2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도 이런 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조사 결과를 보면, 소득 1분위(하위 20%)는 월평균 111만7000원을 벌어 122만8000원을 썼다.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더 많았단 얘긴데, 식료품·비주류음료(19.5%), 주거·수도·광열(19.5%), 보건(12.9%), 음식·숙박(11.8%), 교통(7.5%), 통신(4.2%) 등에 소득의 75.4%를 지출했다.

[사진|뉴시스, 자료|각 사]
[사진|뉴시스, 자료|각 사]

반면 소득 5분위(상위 20%)는 1013만8000원을 벌어서 456만2000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건 기타 상품·서비스나 교육, 오락·문화, 의류·신발 등 소비성 지출의 비중이 32.5%라는 점이다. 명품 브랜드가 배짱을 부릴 수 있는 배경이다.

성태윤 연세대(경제학) 교수는 “경기가 부진할수록 양극화가 심화하는데 이땐 자산보다 소득 간극이 더 벌어진다”면서 “이렇게 벌어진 소득은 실제 소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소비 양극화 현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깊은 경기침체로 인한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명품 소비로 더 두드러지고 있는 셈이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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