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2000~2023년 예대마진 분석 
5대 시중은행 이자수익
2022년 36조원 웃돌아
고금리에 커진 이자수익
대출금리 인상은 빠르게
예금금리 인상은 천천히

“열심히 벌어 은행 종노릇한다” “은행이 갑질을 많이 한다”…. 대통령까지 시중은행을 비판하고 나섰다. 고금리 시기 손쉬운 이자장사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는 거다. 은행은 시장금리의 변화를 반영한 결과일 뿐이라고 항변한다. 과연 그럴까. 아니다. 더스쿠프가 시중은행의 20년 예대금리차를 분석했다.

이자장사로 막대한 수익을 올린 시중은행을 향한 시장 안팎의 비판이 거세다.[사진=연합뉴스] 
이자장사로 막대한 수익을 올린 시중은행을 향한 시장 안팎의 비판이 거세다.[사진=연합뉴스] 

국내 시중은행을 둘러싼 시선이 심상치 않다. 대통령까지 나서 “소상공인이 열심히 벌어 은행의 종노릇 한다”는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낼 정도다. 이쯤 되면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꼴이다. 이런 시선이 누그러들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이자장사·성과급·돈잔치·독과점 등 은행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가장 큰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고금리 국면에서 서민이 고통 받을 때 ‘이자장사’로 배를 불렸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주요 시중은행은 고금리 국면이 본격화한 2022년 이후 실적을 발표할 때마다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렇게 가파른 성장을 이끈 건 이자수익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5년 19조원대를 기록했던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NH농협은행)의 이자수익은 2018년 21조원을 넘어섰고, 2020년엔 26조원대로 증가했다.

2021년(29조8432억원) 이후엔 더 가파르게 늘더니 2022년엔 36조원을 넘어섰다. 올 상반기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이자수익은 19조307억원에 이른다. 이 역시 지난해 상반기의 17조411억원보다 11.6% 늘어난 수치다. 

고금리를 지렛대 삼아 돈을 벌어들인 은행은 이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거나 연봉을 인상하는 등 돈잔치를 벌였다. 은행연합회가 지난 1일 발표한 ‘2022년 은행 경영현황 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시중은행 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1600만원을 기록했다. 하나은행이 1억1485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KB국민은행(1억1369만원), 신한은행(1억1078만원), NH농협은행(1억622만원), 우리은행(1억476만원)이 뒤를 이었다. 


또한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을 떠난 2357명이 받아간 희망퇴직금은 평균 3억5548만원에 달했다. 희망퇴직금에 8300억원이 넘는 돈을 쓴 셈이다. 시중은행이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 자신들의 배만 불렸다는 비판이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이같은 ‘돈잔치’에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시중은행들은 막대한 이자수익을 기준금리 탓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끌어올리자 대출금리가 자연스럽게 상승일로를 걸었고, 이자수익도 늘어났다는 거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한은은 인플레이션을 잡을 목적으로 2021년 7월 0.75%였던 기준금리를 올해 1월 3.50%로 인상했다. 그럼에도 논란은 여전하다. 은행들이 대출이자는 높이고 예금이자는 낮게 유지하면서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을 꾀했다’는 게 논란의 골자다. 

과연 그럴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 2000년 이후 시중은행의 예대마진을 분석했다. 기준은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의 시중은행 가계대출 금리와 저축성수신 금리차로 삼았다. 2000년 초반엔 예대금리차가 3%포인트대까지 벌어졌다. 당시엔 기준금리가 5%대를 유지하던 고금리 시기였고, 가계부채는 500조원을 밑돌았다.

예대금리차가 1%포인트대로 좁혀진 건 2005년이다. 기준금리가 3.25%였던 당시 대출금리는 5.3~5.5%를 오갔고, 저축성수신 금리는 3.4~3.5%에 머물렀다. 그 결과, 예대마진은 1.9~2.1%포인트를 유지했다. 2010년 이후에도 1% 포인트대의 예대마진이 이어졌다. 

이런 은행의 예대마진에 변화가 생긴 건 2020년이다. 2020년 5월부터 2021년 4월까지 기준금리는 0.5%에 머물렀지만 1.74%포인트였던 예대마진은 2.07%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대출금리는 2.8%대로 고정돼 있었지만 예금금리가 1%대에서 0.8%로 떨어진 탓이었다. 

한은의 금리인상 기조가 본격화한 지난해 1월엔 예대마진이 2.26%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2010년 4월 이후 12년 만의 최대 간극이었는데, 2021년 3월 2.9%였던 대출금리가 2022년 1월 3.9%로 1%포인트가량 뛸 때 저축성수신금리는 이보다 적은 0.8%포인트(0.8%→1.6%)로 상승한 결과였다. 같은 기간 기준금리는 0.5%에서 1.0%로 0.5%포인트 인상됐다. 

은행이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를 더 가파르게 올렸다는 거다. 당연히 시중은행의 이자수익이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인 시점과도 일치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금리 기조의 영향으로 대출이자가 치솟으면서 시중은행이 큰 수익을 올렸다”며 “은행 간 경쟁을 촉진할 방안을 마련한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은행의 예대마진 폭리는 한두해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말을 이었다. “사실 시중은행의 폭리는 금융당국의 묵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적절한 개입이 필요할 때 ‘시장자율’이라는 명분을 내걸면서 방관했다. 무분별한 가산금리 인상 등을 막아 예대마진이 적정선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금융소비자를 쥐어짜 배를 불린 은행도 달라져야 한다. 대출금리 산정 항목 등을 공개해 소비자가 적정한 금리 수준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이자 감면 등 채무자를 보호하려는 노력에 앞장서야 ‘돈잔치’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은행이 스스로 변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미운털’을 뽑을 수 있다는 얘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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