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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 목적과 방법 다를 때➋
공매도 주가 방어 기능 없을까
뉴욕 연은, 생존자 편향의 오류
“공매도 금지 후 금융주 14% 하락”
실제론 공매도 금지로 덜 하락한 것
금융위 공매도 금지 진짜 목적 뭘까

정부가 공매도를 6개월간 전면 금지했다. 표면적으론 시스템 개선을 목적으로 내세웠지만, ‘전면 금지’란 강수를 던졌다는 점에서 주가 부양책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정부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책의 목적과 방법 다를 때’ 두번째 편 공매도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지난 2012년 공매도 금지와 주가와의 관계를 거꾸로 파악하는 '생존자 편향의 오류'를 저질렀다. [사진=뉴시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지난 2012년 공매도 금지와 주가와의 관계를 거꾸로 파악하는 '생존자 편향의 오류'를 저질렀다. [사진=뉴시스]

미국 인디애나주 노트르담대학 교수들은 2012년 8월 ‘시장 하락: 공매도 금지로 얻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보고서에서 “2008~2009년 금융위기로 금융주 주가 하락을 제한하기 위해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금융주의 공매도를 금지했지만, 14일 동안 주가는 오히려 12% 이상 하락했고, 주식과 옵션 거래비용이 10억 달러 이상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이 보고서를 즉시 공유하며 “공매도 금지 조치는 주가 안정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고, 오히려 비용만 늘려놨다”고 꼬집었다. 

뉴욕 연은의 이런 해석은 지나치게 자의적이었다. 오히려 뉴욕 연은은 전형적인 ‘생존자 편향의 오류’를 보여줬다. 미 해군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투에서 복귀한 전투기들을 연구하면서 총알을 맞은 자국이 가장 많은 부분을 보강하려 했다.

하지만 수학자인 에이브러햄 왈드 컬럼비아대학 통계학 교수는 전투에서 격추된 전투기가 돌아올 수 없었기 때문에 복귀한 전투기들이 총탄을 맞은 부위는 오히려 보강이 필요 없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생존자 편향의 오류’라고 한다.

2008년 금융위기 때 파산한 미국 25개 은행의 자산은 총 3736억 달러였다. 파산이 속출하던 당시 금융주 가격의 하락은 어떤 정책으로도 막을 수 없었다. 오히려 미국 정부가 공매도 금지라는 파격적인 주가 부양책을 사용한 결과, 14일간 금융주 주가가 겨우 14% 하락에 그쳤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공매도 금지의 목적이 무엇이든 그 효과는 주가 상승과 관련이 깊다. 

지난 6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내년 6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 코넥스 등 국내 모든 증시에서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LP)의 차입 공매도는 허용한다고 밝혔다. 최근 도마에 오른 무차입 공매도 문제는 글로벌 투자은행 전수조사를 통해 적발하고, 적극적인 형사고발을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이 이복현 금감원장과 함께 지난 6일 공매도 전면 금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이 이복현 금감원장과 함께 지난 6일 공매도 전면 금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융위가 말하는 시장조성자는 국내 12개 증권사다. 유동성공급자(LP)는 증권사와 LP 계약을 맺은 상장회사를 뜻하는데, LP로 지정되면 가격의 상승‧하락에 상관없이 거래가 지속돼야 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경우처럼 매도‧매수 양방향 호가를 제출할 수 있다.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첫날인 6일 코스피 지수는 2502.37로 마감해 하루 만에 5.66% 상승했고, 7일에는 2.33% 하락한 2443.96으로 장을 마치며 변동성이 확대됐다. 증권사들은 공매도 금지가 연말까지 주가 상승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미 지난 3일 공매도 금지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코스피 지수는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 공매도 금지의 목적은 무엇일까. 김 위원장은 6일 “(외국계 투자은행들의) 추가적인 불법 정황까지 발견되는 등 공정한 가격 형성을 저해하고 시장의 신뢰를 저해하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공매도 전면 금지를 선언하고, 이 기간에 공매도 시스템을 개선해 시장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시스템 개선이 목적이라는 얘기다. 

블룸버그는 6일 우리 정부의 공매도 금지 조치로 MSCI 선진국지수 편입과 같은 선진 금융시장 진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매도는 두 가지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공매도로 가격 하락을 유도해 폭리를 취할 수도 있지만, 투자자가 자신의 포트폴리오에서 주가 하락의 위험을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공매도를 할 수도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에 꾸준히 반감을 표해왔다. 주가 하락의 원인이 과도한 공매도에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거래 비중이 압도적이어서 개인투자자가 사실상 배제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자료 | 한국거래소]
[자료 | 한국거래소]

자본시장연구원은 2019년 1월 ‘한국과 일본의 주식 신용거래제도 비교 연구’란 보고서에서 “개인의 주식대차가 어렵기 때문에 우리나라 유가증권시장에서 공매도 거래의 0.5%만이 개인투자자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1월 2일부터 11월 2일까지 누적 거래액 기준으로 외국인의 공매도 비중은 67.9%, 기관은 30.4%, 개인은 1.7%에 불과하다. 

크리스토퍼 콕스 당시 SEC 위원장은 2008년 9월 19일 금융주 공매도 금지 조치를 발표하며 이 정책이 주가 하락 방어책임을 분명히 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공매도는 가격 효율성에 기여하고,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다. 하지만 현재 금융회사 주식의 급격한 가격 하락은 실제 주가 평가와 무관한 공매도가 주도하고 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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