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동네축제 텅 빈 보고서➋
서울 중랑구 축제 가보니…
지역상인 참여하는 프리마켓
판로 열어주는 기회이지만
다양성 필요하단 지적도 있어
축제 그 이후도 고민해봐야

“딱 봐도 예산에 맞춰 구색만 갖춰놓은 것 같아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았다.” “평소 잘 접하지 못하는 로컬상품을 만날 수 있다.” 동네축제를 다녀온 후기다. 어떤 축제는 형식만 갖춰놓은 탓에 외면받고, 또 어떤 축제는 로컬브랜드 발굴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국 곳곳에서 열리고 있는 동네축제의 두 얼굴이다. 더스쿠프가 서울 중랑구에서 열린 동네축제 두곳을 가봤다. 이곳은 어땠을까. 

대부분의 동네축제는 지역상인들이 참여하는 프리마켓 형식이다.[사진=연합뉴스]
대부분의 동네축제는 지역상인들이 참여하는 프리마켓 형식이다.[사진=연합뉴스]

서울 중랑구 면목동 겸재교에서 중랑교 방향으로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노란 컨테이너를 만난다. 2017년 7월 개관한 ‘겸재작은도서관’이다. 2층으로 구성된 이곳엔 조선시대 화가 겸재 정선 관련 도서를 비롯해 2000여종의 도서가 배치돼 있다. 산책로를 오가는 지역주민의 눈길을 사로잡는 이곳을 중심으론 지역행사도 종종 열린다.

중랑구엔 지역 대표 축제가 두개 있다. 장미가 가장 화려하게 피어나는 계절의 여왕 5월엔 중랑천 일대에서 ‘서울장미축제’가 열린다. 이 축제는 2005년 중랑천 둔치 공원화 사업의 일환으로 심기 시작한 장미가 아름다운 장미터널을 형성하자 이를 적극 활용해 개최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문화체험은 물론 유명 연예인 공연도 열리는 중랑구 대표 축제로 자리 잡았다. 중랑구는 “지난 5월 13~28일 열린 서울장미축제에 260만명이 다녀갔다”고 밝혔다.

가을엔 ‘용마폭포 문화예술축제’가 열린다. 1991년 설치 당시 폭 3~10m, 높이 51.4 m의 높이로 동양 최대의 인공폭포였던 용마폭포를 중심으로 조성된 용마폭포공원에서 해마다 열리는 축제다. 코로나19 사태로 3년 동안 중단했다가 지난해 재개했고, 올해는 10월 7~8일 열렸다.

이밖에도 중랑구에서 열리는 축제는 많다. 그중 겸재작은도서관 일대에서 열린 ‘말콩달콩 人(in) 면목 로컬마켓 페스티벌(이하 말콩달콩 페스티벌)’ ‘그린 중랑 페스티벌’을 지난 10월 21일 다녀왔다.

‘말콩달콩 페스티벌’은 지난해 10월 처음 개최돼 2년째지만 올해 세번이나 행사를 개최한 덕에 벌써 4회째를 맞았다.[※참고: 행사의 명칭 ‘말콩달콩’은 면목동 생활상권 캐릭터인 ‘말콩이’에서 따왔다. 이곳 면목面牧동은 ‘목장을 앞에 두고 있다’는 의미로, 과거 말 목장이 있는 곳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여기서 착안한 말 캐릭터 ‘말콩이’는 공모로 탄생했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이틀간의 행사(10월 21~22일) 중 첫날이었다. 겸재작은도서관 쪽 산책로에 들어서자 축제 알림판이 반겼다. 이를 따라 행사장 입구에 들어서자 운영본부를 시작으로 30여개의 상점들이 양쪽으로 줄지어 자리잡고 있는 게 한눈에 들어왔다.

꼬마김밥ㆍ즉석김ㆍ크로플 등 다양한 먹거리는 물론 요즘 10~20대 사이에서 최고 인기라는 탕후루를 파는 디저트 상점도 한 자리 차지하고 있었다. 그 사이사이로 핸드메이드 가죽제품ㆍ인형ㆍ양초를 파는 공방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 

행사에선 5000원 이상 상품을 구매하면 스탬프를 받을 수 있다. 이 스탬프는 운영부스에서 다시 체험권 1장, 1000원 할인권과 교환할 수 있다. 가령, 체험 프로그램인 페이스페인팅을 받으려면 체험권 1장이 필요하다. 5000원 이상 상품을 구매한 후 스탬프를 받아 운영부스에서 체험권으로 바꿔오면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런 식으로 무드등 만들기는 체험권 2장, 퍼스널컬러 진단 체험은 3장이 필요한데, 특히 아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주민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면목동 주민 정지혜씨는 “딸아이가 마크라메(매듭공예) 도어벨을 만들고 싶다고 해 1만원어치 간식거리를 샀다”면서 손에 들린 꾸러미를 들어 보여줬다. 핸드메이드 소품 상점 앞에서 만난 이세영씨는 “얼마 전에 다른 동네축제에 갔다가 본 부스를 오늘 여기서도 봤다”면서 “지역 상인들이 판로를 넓혀주는 건 좋지만 참가업체들이 조금 다양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말했다.

축제의 정체성을 찾는 건 중요한 문제다.[사진=연합뉴스]
축제의 정체성을 찾는 건 중요한 문제다.[사진=연합뉴스]

동네축제는 지역주민들의 프리마켓 형식이 주를 이룬다. 말콩달콩 페스티벌도 마찬가지다. 이 동네축제는 서울시의 ‘생활상권 사업’ 중 골목상권 활성화 프로젝트 일환으로 열렸다. 면목동은 2021년 서울시 생활상권 사업에 선정돼 올해로 2년째다. 이 사업에선 상권당 3년간 최대 20억원을 지원한다.

중랑구에서 2년째 공방을 운영 중이라는 장예은(가명)씨는 이틀간 공방 문을 닫고 말콩달콩 페스티벌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랑구에서 지역행사가 열릴 때마다 가능하면 참가하려고 한다. 외부활동을 하면 그만큼 기회가 더 열릴 수 있으니 홍보 차원에서라도 참가하고 있다.”

장씨와 대화 도중 인형옷을 입은 말콩이 캐릭터가 지나가며 지역 주민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 뒤 면목체육공원에선 또 하나의 동네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산책로를 따라 그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린 중랑 페스티벌’은 중랑구 사회적경제 기업과 주민단체, 소상공인 등이 만든 축제로 올해 처음 열렸다. 중랑구 내 사회적기업들이 참여해 부스를 차리고, 몇몇 주민은 벼룩시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 말곤 여느 동네축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곳에도 떡볶이와 어묵을 팔고, 커피 등 음료와 스테이크를 파는 푸드트럭이 있고…. ‘그린 페스티벌’이라는 행사명이 무색하게 행사장 한쪽엔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가 산처럼 쌓이고 있었다. 

사실 여기저기 빼다 박은 동네축제는 숱하다. 중랑구만 해도 10월 한달간 ‘2023 용마폭포 문화예술축제’ ‘꽃망우리 골목축제’ ‘중랑 북페스티벌’ ‘말콩달콩 人(in) 면목 로컬마켓 페스티벌’ ‘그린 중랑 페스티벌’ 등이 곳곳에서 열렸다. 

이게 중랑구만의 숙제는 아니다. 골목상권이 살아나야 지역경제가 활성화하는 건 맞지만, 복사기처럼 찍어내는 동네축제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여기에 쏟아붓는 예산도 한두푼이 아니다. 중랑구도 행사ㆍ축제경비가 해마다 늘고 있다. 2019년 21억원이던 예산은 올해 36억원으로 늘어났다. 축제보다 축제 그 이후를 한번쯤 고민해봐야 거기 쓰인 돈이 헛돈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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