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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5개월 동결 후 금리 인상
한은 30일 올해 마지막 금리 결정
경제규모·가계부채·환율 닮은꼴
수출·제조 비중 큰 韓, 금리에 민감
경제·정치 여력 있는 호주의 긴축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한때 “한국과 비슷한 생각을 지녔다”고 평가한 호주 중앙은행이 5개월간의 동결 이후 기준금리를 다시 인상했다. 미국, EU, 영국 등이 긴축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평가받는 가운데 나온 깜짝 긴축이다. 호주와 한국은 집값 상승으로 가계부채 비율이 높고,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비슷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호주의 금리 인상은 한국은행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호주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5개월 동안 동결한 이후 기습적으로 추가 인상했다. [사진=뉴시스]
호주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5개월 동안 동결한 이후 기습적으로 추가 인상했다. [사진=뉴시스]

5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동결해온 호주 중앙은행(RBA)이 지난 7일 기준금리를 깜짝 인상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RBA는 이날 기준금리를 4.35%로 0.25%포인트 끌어올렸다. 2011년 12월 이후 12년 만에 최고치다.

미셸 블록 RBA 총재는 이날 성명에서 “물가 목표를 합리적 기간 내에 달성하기 위해서 통화정책을 긴축할지 여부는 경제지표와 리스크 평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가 금리를 인상한 배경은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측치보다 높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뚜렷한 패턴은 찾을 수 없다. 호주의 전년 동기 대비 분기별 CPI 상승률을 보면 올해 1분기 7.0%, 2분기, 6.0%, 3분기 5.4%였다. 3분기 CPI 상승률이 예측치보다 0.1%포인트 높았고, 2분기엔 0.2%포인트 낮았고, 1분기엔 0.1%포인트 높았다. 

한국은행은 오는 30일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여러 차례 언급했던 호주의 선택이 한국은행이 금리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을까. 

한은이 최근 공개한 지난 9월 19일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2022년 4월 기준금리 인상 레이스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완화’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한 금통위원은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 성장 및 물가에 대한 향후 추이를 관찰하면서 ‘추가 긴축’ 또는 ‘완화’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0월 말 국감에서 “물가상승률이 어느 기간 목표치(2%) 이상으로 높아지면,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질 수 있고, 기대인플레이션이 크게 변하기 시작하면 긴축 등으로 조절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투자은행들은 우리나라의 물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국제금융센터는 7일 8개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이 10월 말 기준 보고서에서 언급한 우리나라 CPI 상승률 내년 전망치가 평균 2.4%로 한달 전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다. 

■ 한국-호주 공통점=우리가 호주의 선택을 참고하려면, 공통점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유엔의 2022년 통계 기준으로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조8109억 달러로 호주의 1조7345억 달러와 비슷하다.

국제금융협회의 지난 9월 19일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해 2분기 기준 101.7%로 주요 61개국 중 4위였다. 호주는 이 조사에서 109.9%로 2위를 차지했다. BIS 기준으로는 올해 1분기 우리나라 가계부채 비율은 101.5%로 4위, 호주는 110.6%로 2위다. 두 나라 모두 가파른 집값 상승이 가계부채 확대로 이어졌다. 

한국과 호주는 환율 하락이란 문제점도 공히 지니고 있다. 연합인포맥스의 지난 10월 13일 분석에 따르면 8월 1일부터 10월 13일까지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11.72% 떨어졌고, 호주달러도 11.41% 하락해 거의 유사한 움직임을 보였다. 같은 기간 엔화 가치는 달러 대비 29.29% 하락했고, 싱가포르달러 가치는 0.34% 상승했다. 호주 현지에서는 이미 10월 중순부터 RBA가 호주달러 약세 문제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 한국-호주 차이점=양국의 차이점도 명확하다. 양국은 산업구조가 다르다. 2021년 세계은행 기준으로 한국의 제조업 비중은 25.0%, 호주의 제조업 비중은 5.9%다. 수출 규모도 다르다. 한국의 2022년 수출액은 6835억 달러, 호주는 4121억8000만 달러다.

물가 수준도 차이가 크다. 호주는 올해 1분기 CPI 상승률이 7.0%, 2분기 6.0%, 3분기 5.4%로 완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5%대다. 한국 CPI 상승률은 올해 1월 5.2%에서 7월 2.3%까지 내려왔다가 10월 3.8%로 3개월 연속 재상승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호주와 한국은 환율 하락으로 고통받고 있는 비슷한 규모의 경제지만, 한국이 수출과 제조업 비중이 더 높아서 환율과 경기에 더 민감하다. 양국의 정치적인 환경도 다른데, 한국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지만, 호주는 지난해 5월 총선을 마쳤고, 지난 10월에는 여당의 개헌안 국민투표가 부결됐다. 호주 노동당은 집권 이후 가장 인기가 없는 시점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이번 호주의 금리 인상은 단순히 지금 금리를 더 올릴 여력이 있어서 감행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호주 기준금리는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드니의 커먼웰스은행 지점 모습. [사진=뉴시스]
호주 기준금리는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드니의 커먼웰스은행 지점 모습. [사진=뉴시스]

세계 각국은 미국 기준금리가 내년에 ‘더 높고, 길게(higher for longer)’ 유지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보다는 지금 수준의 금리와 물가를 좀 더 오래 견뎌야 한다는 정도로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RBA의 추가 긴축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반응은 대체로 우호적이다. 긴축은 항상 어렵고 힘든 좁은 길이며 대중적인 인기와도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8일 “호주는 금리가 정점이라고 확신하는 인식 속에서 여전히 긴축하는 극소수의 선진국 중 하나가 됐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8일 “미셸 블록이 고용을 유지하면서 물가를 내리려는 좁은 길을 선택했다”면서 “이는 경제학자들이 내년 호주 경제가 경기침체를 피할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들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배런스는 8일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관계자들이 참고해야 할 경고”라고 주목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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