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원초적 질문 
올해 법인세수 감소분 23조원
秋 “세수 감소 법인세 탓 아니다”
하반기 결과는 법인세율 영향 분명

지난해 정부와 여당이 법인세율 인하에 나서자 세수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히려 세수에 긍정적”이라면서 반론을 폈다. 올해 1~9월 법인세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조원 넘게 덜 걷혔다. 그럼에도 추 부총리는 법인세 감소가 법인세율 인하 때문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타당한 주장일까.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법인세율 인하는 올해 세수 감소와 연관성이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사진=뉴시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법인세율 인하는 올해 세수 감소와 연관성이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사진=뉴시스]

“법인세 인하 효과는 올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세수 감소의 영향은 소득세와 종부세(종합부동산세) 때문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수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인세 인하로 올해 세수가 감소했다고 지적하자 그게 아니라고 반박한 거다. 

추 부총리는 “소득세는 저소득 구간에 세금을 감면해준 결과”이고, “종부세는 지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여야가 모두 낮추자고 해서 그렇게 한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정부는 저소득층을 위한 감세만 해줬을 뿐 국세수입 감소에 아무런 책임이 없고, 책임이 있다면 종부세를 낮춰준 국회에 있다는 항변이다. 

그러면서 추 부총리는 “법인세 세제개편 효과는 시차를 두고 조금씩 나타날 것”이라면서 “해외법인이 한국에 자회사를 두고 배당을 받는 경우 세제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어 해외 자금이 국내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법인세 인하는 시간이 지날수록 세수 감소가 아닌 투자금 유입이라는 긍정적 효과로 이어질 거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추 부총리의 이런 주장을 두고 타당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왜일까.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시계추를 지난해 6월로 돌려보자. 당시 윤석열 정부는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3%포인트 낮추는 세법개정안을 내놨다.

추 부총리는 “법인세 인하를 통해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고 세수 기반도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법인세율 인하로 세수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추 부총리의 응수 논리는 같았다. “(법인세 부담을 줄여주면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세수에도 선순환이 나온다(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등에서 발언).” 법인세 인하가 오히려 세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였다. 

반면 기재부의 설명은 달랐다. 지난해 11월 국회예산정책처 주최로 열린 세법개정안 토론회에서 기재부는 “세법개정안대로 진행 시 2023∼2027년 5년간 세수가 2022년보다 60조3000억원이 줄어들 것”이라면서 “법인세 세수는 28조원(누적 기준) 감소한다”고 밝혔다. 세수 감소를 인정한 셈이다.

결국 같은해 12월 야당의 반대로 인해 법인세율은 과표구간별로 1%포인트씩 낮추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당초 정부가 내세운 세제개편안보다는 덜하지만 법인세수 감소는 기정사실이었다는 얘기다. 더구나 국회가 반도체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기존 6%에서 8%로 확대하기로 해 세수는 더 줄어들 예정이었다. 

현실은 기재부 예측대로였다. 지난 10월 31일 기재부가 내놓은 ‘9월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1~9월 누적 법인세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조8000억원 줄었다. 추 부총리가 말한 ‘법인세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9월 기재부는 세수재추계를 통해 올해 세수가 크게 감소할 거라는 걸 인정했다.[사진=뉴시스]
지난 9월 기재부는 세수재추계를 통해 올해 세수가 크게 감소할 거라는 걸 인정했다.[사진=뉴시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추 부총리는 그동안 줄기차게 ‘법인세율을 낮춰도 법인세수가 줄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면서 “하지만 현실은 그의 주장이 틀렸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법인세 납부기간이 법인마다 다르니 상반기에 감세효과가 미미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하반기의 법인세수 감소는 법인세율 인하의 영향으로 볼 수밖에 없고, 그 영향은 내년에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법인세수 부족액은 상반기(16조8000억원) 때보다 7조원 더 늘었다. 적어도 3분기부터의 법인세수 부족분은 법인세율 인하와 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는 거다. 

특히 이 수석연구위원은 “추 부총리는 경기 둔화로 인해 법인세가 감소했다는 주장을 하고 싶은 것 같다”면서 “하지만 현재의 경기 둔화조차 정부가 지출과 투자를 줄인 결과라는 걸 감안하면 법인세수 감소에 정부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법인세율 인하가 세수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라는 추 부총리의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법인세수 감소는 정부 탓’이라는 얘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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