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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향한 질문 별전 5편
소득재분배 안 되는 국민연금 제도
구조 바꾸지 않으면 공정하지 않아
따뜻한 연금 만들기가 개혁의 핵심

‘국민연금 향한 질문 별전 4편’에선 이정우 전 인제대(사회복지학) 교수와 「내일 국민연금이 없어진다면?」의 저자인 이승민 작가가 바닥에 떨어진 국민연금 제도의 신뢰 회복을 위한 방법론을 찾는 과정에서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과연 두 국민연금 전문가는 어떤 입장을 갖고 있을까요. 그 의견들은 국민연금 개혁에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을까요. 국민연금 향한 질문 별전 5편입니다.

국민연금 제도는 복지제도의 일환으로 도입했지만 소득재분배 효과는 일어나지 않는다.[사진=뉴시스]
국민연금 제도는 복지제도의 일환으로 도입했지만 소득재분배 효과는 일어나지 않는다.[사진=뉴시스]

“현재의 국민연금 기금을 가입자 개개인의 계좌에 넣어주고, 각자 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민연금을 향한 질문 별전 4편에서 이승민 작가가 펼친 주장입니다. 국민연금 제도를 확정기여방식(DC)의 한 유형인 개인형 퇴직연금(IRP)처럼 바꾸자는 겁니다.

반면 이정우 전 인제대(사회복지학) 교수는 “그것도 가능한 방법이긴 하지만 자칫 공정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두 엇갈린 의견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요? 또한 두 엇갈린 의견에서 우린 무얼 배울 수 있을까요? 

이승민 작가(이하 이 작가) : “교수님께서 공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셨는데요. 그 부분은 인정합니다. 당초 국민연금 제도는 복지제도의 일환으로 도입했는데, IRP 방식은 철저히 개인과 시장에 맡겨두는 구조이기 때문이죠. 기본적으로 강자가 약자를 부조해주는 소득재분배 같은 기능도 없죠.”

기자 : “그렇죠. 국민연금은 복지제도 중 하나죠. 국민연금공단도 “국민연금 제도가 소득재분배를 통해 사회통합에 기여한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고요. 그런 기능이 없다면 일반 민간보험과 다를 바 없지 않을까요?”

이 작가 : “문제는 현행 국민연금 제도에서는 소득재분배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기자 : “그게 무슨 말이죠?”

이 작가 :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현행 국민연금 제도에선 가입 기간이 길수록 수급액도 증가합니다. 안정된 직장에 다니는 사람은 유리하고,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직장을 가진 이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합니다. 특히 보험료를 못 내는 사람에겐 국민연금을 주지 않습니다. 더구나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부자가 가난한 이들보다 오래 산다고 합니다. 연금은 죽을 때까지 주니까 부자가 연금을 더 받는다는 겁니다. 이미 공정하지 않아요. IRP 방식이 냉정하다는 걸 인정하지만, 현행 국민연금 제도 역시 따뜻하지는 않다는 거죠.”

이정우 교수(이하 이 교수) : “소득재분배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현행 제도가 따뜻하지 않다는 점도요. 하지만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노력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기자 : “무슨 뜻인가요?”

이 교수 : “말씀드렸다시피 IRP 방식의 연금 제도를 채택한 국가들이 그것을 보험료만으로 운영하는 건 아닙니다. 간접적으로 정부 재원(세금)을 투입하고 있어요. 연금 수급 시 세금을 깎아주는 방식으로 말이죠. 당연히 부족한 세수는 다른 세원으로 채웁니다. 어떤 방식으로 하든 연금 제도엔 정부 재원이 들어가는 셈이죠. 그런데 우리는 왜 국민연금에 정부 재정을 투입한다는 말만 나오면 반대부터 하는 걸까요? 그걸 이해할 수 없습니다.”

국민연금 제도가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불공정성부터 해소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민연금 제도가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불공정성부터 해소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자 : “연금 재정이 악화하더라도 사회적 합의 같은 걸 통해서 정부 재원, 다시 말해 세금으로 채우면 된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이 교수 : “그런 뜻이 아닙니다. 설명을 위해 우리나라 국민연금 제도의 틀부터 정확하게 살펴보겠습니다. 많은 이들이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제도를 적립식이라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실은 부과식으로 보는 게 타당합니다. 이를테면 현행 국민연금은 생산세대가 노인세대를 부양하는 구조입니다. 적립기금은 미래의 보험료 인상 충격에 대비한 것일 뿐이고요. 기금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적립식처럼 보이는 겁니다. 이런 부과식에서는 생산세대가 줄고, 노인세대가 늘어서 보험료를 부담할 이들이 적어지면 당연히 보험료가 올라가고, 연금 재정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죠. 세금을 내는 생산세대조차 줄어드는데 연금 부족분을 전부 세금으로 메울 수 있을까요? 그건 사실상 어렵습니다. 국민연금에 정부 재정을 투입하는 건 필요하지만, 그러려면 생산세대가 보험료와 세금을 충분히 부담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후에 정부 재정 투입도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무조건 세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아닙니다. 이런 맥락에서 국민연금의 개혁론을 살펴봐야 합니다.”

기자 : “그럼 어떤 방식으로 가야 한다는 거죠?”

이 교수 : “예컨대 비정규직 노동자가 보험료를 장기간 낼 수 없어 손해를 입는다면 노동시장의 문제를 개선해야 합니다. 노인들이 생산세대에서 배제돼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한다면 그들이 생산세대로 편입할 수 있도록 해주고, 보험료를 아예 낼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이 보험료를 내는 생산세대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런 틀 속에서 보험료율을 조율하고, 정부 재원 투입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기자 : “국민연금 제도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정상화해주자는 거군요.”

이 교수 : “그렇죠. 노동시장의 문제로 국민연금이 제 기능을 못한다면 노동시장의 개선을 통해 수정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곧바로 IRP 방식으로 가버리면 불공정을 과연 해결할 수 있을까요? 취약계층은 누가 구제해줄 수 있을까요?”

이 작가 : “그 말씀도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IRP 방식의 연금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들이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기초연금을 따로 두고, 이를 통해 소득재분배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현재 기초연금제도가 있어요. 그 제도를 살려서 소득재분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하나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요.”

기자 : “어떤 거죠?”

이 작가 : “교수님 말씀처럼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는 생산세대를 늘릴 수 있다면 그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면 생산세대가 노인세대를 부양할 수도 있죠. 하지만 우리에겐 또다른 문제가 있어요. 현재 우리 제도는 ‘일정 시점이 됐을 때 일정액을 연금 수급액으로 준다’는 방식입니다. 이게 바로 확정급여방식(DB)인데요. 그러다 보니 그런 부양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확정된 연금을 못 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정부와 공단은 돈 줄 수 있다고 하죠. 하지만 정부에 실질적인 연금 지급 능력이 없는데도 마냥 돈을 찍어내서 주고는 ‘우린 약속 지켰다’고 우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요.” 

기자 : “돈의 가치를 떨어뜨린 후에 약속을 지키면 하나 마나 한 약속이 돼버릴 수 있다는 거군요.” 

이 작가 : “맞습니다. 그런 일이 과거 독일이나 그리스, 아르헨티나 같은 국가에서 실제로 일어나기도 했고요. 돈을 주긴 주는데, 구매력이 확 떨어지는 돈을 주는 거죠.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이 크게 올라야 할 텐데, 그러면 미래 세대의 부담이 증가할 게 분명합니다. 세대 간 불공정이 생길 수 있는 거죠.” 

이 교수 : “네. 그런 불공정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거죠. 양질의 일자리와 임금 격차 해소 등은 단순히 노동시장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연금 제도와 연결돼 있어요. 거기엔 기업이 양보해야 할 부분도 있고요.”

기자 : “정리를 해볼게요. 두분 모두 현재의 국민연금 제도에는 공정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것과 노동시장의 문제가 불공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 동의를 하고 계신 듯합니다. 다만 공정하지 못한 부분을 어떻게 해소해야 하느냐에는 이견이 있고요. 크게 보면 이 작가님은 그래서 완전한 적립식인 IRP 방식을 강조하시는 거고, 이 교수님은 복합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부과방식의 제 기능을 찾아야 한다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느 것이든 현재의 연금 개혁 논의에서는 다뤄지지 않는 내용들이군요.” 

이 교수 : “단순히 보험료율을 얼마나 올리느냐가 아니라 근본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거죠.”

이 작가 : “맞습니다. 이 교수님과 제 방향성은 분명히 다르지만, 연금 개혁은 이런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건 분명해요.” 

그럼 왜 정부와 국민연금공단은 이런 논의를 제대로 하지 않는 걸까요? 국민연금 향한 질문 별전 6편에서는 두 전문가의 의견을 더 들어보고, 이 문제까지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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