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서시(國土序詩) 발바닥이 다 닳아 새 살이 돋도록 우리는 우리의 땅을 밟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숨결이 다 타올라 새 숨결이 열리도록 우리는 우리의 하늘 밑을 서성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야윈 팔다리일망정 한껏 휘저어 슬픔도 기쁨도 한껏 가슴으로 맞대며 우리는 우리의 가락 속을 거닐 수밖에 없는 일이다. 버려진 땅에 돋아난 풀잎 하나에서부터 조용히 발버둥치는 돌멩이 하나에까지 이름도 없이 빈 벌판 빈 하늘에 뿌려진 저 혼에까지 저 숨결에까지 닿도록 우리는 우리의 삶을 불 지필 일이다. 우리는 우리의 숨결을 보탤 일이다. 일렁이는
광시곡의 밤구름 한 장 담은 백지와 한없는 길을 돌돌 말아 내는 만년필로 방안이 어두웠다 밝아진다. 집과 집 사이 방안 천장까지 비가 뭉쳤다. 뾰족하고 높다란 탑이 없더라도 종을 울려 저녁을 선포할 시간이 왔다. 우는 사람을 잠재우고 웃음을 저만치 멈춰놓는다. 시간의 무늬를 따라 구름이 정확히 회전한다. 대낮의 열기도 가만히 숨죽이고 방안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젖은 심장에 낚싯줄 달아 출렁이는 바닥 아래로 내려 보내면, 심해어들이 환멸 깊은 곳에서 죽어가는 자의 가죽을 뚫고 방안 가득 솟아오른다. 갱도를 빠져나온 번쩍이는 그림자의
세계 각국에서 빅히트를 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1조원이 훌쩍 넘는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오징어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정작 저작권료를 단 한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 국내 저작권법이 ‘창작자가 저작권을 제작사에 양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어서다. 이는 비단 영화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속가능한 창작을 위해 필요한 건 뭘까. 유영소 동화작가의 제언을 들어보자.미국 작가들의 파업에 미국 배우노조가 연대하면서 할리우드 산업이 얼어붙었다. 지난 5월 2일부터 파업 중인 미국 작가조합 ‘WGA(Writer
진주, 순천, 창원 등 각지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가는 일곱 명의 시인, 남길순, 김한규, 문저온, 박영기, 조행래, 서연우, 심선자가 참여한 합동시집 "시골시인-Q"가 도서출판 걷는사람에서 출간되었다.이 시집은 서로 다른 시적 세계를 추구하는 일곱 명의 시인이 모여, 각자의 색깔을 내며 낡지 않게 쓰겠다는 질문(Question)을 다루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Q"는 완전체 "O"를 찌르는 가시 같은 것으로, 완전체에 머물러 빤한 세계를 구축하는 시가 아닌, 혼돈과 미완성과 무구한 상상력을 담는 시를 추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시
# 인물 사진을 찍을 때는 표정과 액션이 중요합니다. 기쁜 얼굴인지, 슬픈 얼굴인지, 기대와 환희에 찬 표정인지에 따라 사진이 전하는 주제가 달라집니다. 사람만 그런 게 아닙니다. 강아지, 코끼리, 사자, 개구리, 바다표범 등도 똑같습니다. 얼굴이 있고 행동을 취하는 모든 생명체는 자신들의 몸짓과 표정으로 속내를 전달하니까요. # 우리는 인물 사진을 생각할 때 얼굴을 먼저 떠올립니다. 기념 사진을 찍을 때도, 셀카를 찍을 때도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얼굴입니다. 생김새, 머리 모양, 표정 등 얼굴에 많은 이야기와 분위기가 담겨 있
#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을 때 프로모드를 자주 사용합니다. 셔터스피드와 화이트밸런스, 초점 등을 입맛대로 맞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연사가 안 된다는 거죠. 자동 모드에선 빠른 연사가 가능합니다. 움직이는 물체를 찍을 때 연속으로 촬영해 원하는 장면을 찍기 좋습니다. 프로모드에선 연사 모드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한 장씩 찍어야 하기에 더 신중해야 합니다. # 옥상에서 까치를 만났습니다. ‘이렇게 높은 곳까지도 올라오는구나…’ 신기합니다. 푸드덕거리며 엘리베이터실 구조물 끄트머리에 자리를 잡습니다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해지면서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사람들이 많다. 문자나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는 게 더 편하다는 거다. 하지만 ‘사이버상에서의 소통’엔 한계가 있다. 표정이나 말투가 전달되지 않으니 오해가 생기기 쉽다. 이런 문제로 고민을 하는 청소년도 적지 않다.어느덧 3월이다. 올해 1월 1일이 일요일이어서인지 유독 분주하게 한해를 시작한 듯하다. 필자는 1년 중 첫 세달이 지나가는 게 유난히 더 아쉽다. 누구나 그렇듯 새해 다짐을 하고, 목표를 위해 준비하다 보면 불현듯 3월이 다가온다. 마치 “공부하자”고
9회말 2아웃, 점수는 2대2 동점, 주자는 만루 상황. 타석에 선 타자가 배트를 힘껏 휘두르자, 3루에 섰던 주자가 홈으로 돌진하기 시작합니다. 그사이 수비수는 주자를 아웃시키기 위해 그라운드에 떨어진 공을 재빨리 주워 홈으로 송구합니다. “주자가 먼저냐 공이 먼저냐” 절체절명의 순간, 만원 관중의 눈길은 오직 한사람에게 쏠립니다. 두툼한 점퍼에 검은 모자를 눌러쓴 한 남자가 양팔을 바깥으로 활짝 펼치며 이렇게 외칩니다. “세이프!” 끝내기 역전타에 그라운드는 용광로처럼 달아오릅니다. 야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승패를 결정짓는 심
“계획된 적자”. 새벽배송 업체들이 주로 내놓는 ‘적자의 변辯’이다. 역설적이지만 유기농·무농약 신선식품을 강점으로 내세운 새벽배송 업체 ‘오아시스’가 눈에 띄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새벽배송 업체 중 유일하게 흑자경영을 이어오고 있어서다. 최근엔 내년 상장을 목표로 IPO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오아시스만의 강점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새벽배송 업체들이 기업공개(IPO)를 서두르고 있다. 주식시장의 열기가 한풀 꺾인 데다, 주요 경쟁사가 모두 내년을 목표로 상장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그 대열엔 SSG닷컴, 컬리
19년 11월 중국에서 처음 발견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지난 2년 동안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았다. 방역에 대한 정치적 논란부터 대규모 경제 침체나 문화, 산업, 개인의 일상에 이르기까지 모두 코로나 이전과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이 된 것이다.코로나 발생 2년 가까이 지난 현재, 대한민국은 단계적으로 일상을 회복하는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며 사회 전반에 재앙 이전의 삶을 되찾으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은 11월 6일 0시 기준으로 대한민국 국민 중 3,926만 명, 전체 인구의 76.5%
고통은 역설적이다. 자본엔 약하고, 빈貧엔 잔인하다. 혹자는 자본주의의 숙명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그건 지독한 불평등일 뿐이다. 2018년 창업한 화장품 스타트업 ‘가람오브네이쳐(Garam of nature).’ 이곳은 글로벌 기업들이 탐내는 IP(지식재산권) 업체다. 독특한 한방 콘셉트와 탁월한 기술력은 세계시장에 정평이 나 있다. 그런데 대학 재학 시절 이 회사를 창업한 오성음(37) 대표는 ‘낯선 길’을 고집한다. 수익의 절반가량을 기부하고, 애써 개발한 기술을 사회적 약자에게 무상으로 전수한다. 이유는 별다른
영상 속 여자들은 난생 처음 보는 춤을 췄다.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중독적인 몸짓과 귀를 사로잡는 ‘아-’하는 소리. 3년 전 2018년, 국립현대미술관은 사람으로 복작거렸다. 그럼에도 필자는 헤드폰을 기다리는 인파의 긴 줄을 기다리면서까지 정은영 작가의 여성국극을 다룬 영상 작품들을 빠짐없이 보았다. 그 외에도 시간에 대해 고찰한 영상을 만든 구민자 작가, 사회문제와 공동체, 개인의 관계를 조명한 옥인 콜렉티브, 급격한 발전을 이룬 도시 풍경과 과학 기술을 다룬 정재호 작가 등 다양하고 신선한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성숙한
신기의 탁구 실력으로 중국을 다녀온 검프는 존 레넌과 함께 출연한 토크쇼에서 이런 말을 던졌다. “중국엔 종교도 없고, 사유재산도 없다.” 자신의 히트곡 ‘이매진(Imagine)’에서 그가 꿈꾸는 이상사회를 ‘종교도 없고, 소유도 없는 세상’이라고 노래했던 존 레넌은 깜짝 놀란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의문이 떠오른다. 모든 종교를 마약으로 규정하고, 사유재산을 제거한 마오쩌둥毛澤東의 혁명은 정말 이상사회를 만들어낸 걸까.아스퍼거 증후군의 검프는 초절정의 집중력이라는 천재성을 발휘한다. 동네 악동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검프에게 검프의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삶의 모양’이 다를 뿐 똑같이 ‘살아가고 있다’는 걸 더 많은 사람들이 인식했으면 해요.” 김한나(24) I AM A(이하 아이엠어) 대표는 ‘누구나 동등하게 문화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아이엠어가 농인의 문화 향유를 위한 마임 교육·공연을 진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아이엠어의 마임엔 특별한 게 있다는 얘기다.장애인도 문화생활을 즐기고 참여하고 싶어하다. 하지만 환경은 열악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2018년)에 따르면 창작 활동에 참여하며 적극적으로 문화생활을 하는 장애인은 3.5%
거짓미소는 지을 수 있을지 몰라도 뒷모습으론 거짓을 말하지 못한다. 집으로 돌아와 비로소 긴장이 풀려 잠든 뒷모습처럼 억지웃음으로 치장한 가면을 벗어던진 다음에야 옅게 미소 짓는 모습에서 그 사람의 진짜 속내를 본다.한지민 작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남자는 등을 돌린 채 바닥에 눕는다. 책을 읽는 누군가는 흘러내린 머리카락 탓에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작가는 등을 돌리거나 잔뜩 웅크리고 앉아 보이지 않는 표정에서 그들의 속마음을 읽는다. “얼굴에 드러나는 표정은 진실일 때도 있지만 쉽게 거짓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꾸밈없는 뒷모습
1930년대 초.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한 작은 마을에는 두번째 남편 안토니오를 잃고 귀족 가문의 전통대로 8년 상을 치르는 베르나르다 알바가 살고 있다. 다섯 딸과 정신이 온전치 못한 나이 든 어머니까지 3대가 모여 사는 베르나르다의 집은 겉보기에는 평온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가족들에게 극도로 절제된 삶을 요구하는 베르나르다와 억압에 짓눌린 가족들이 있다. 베르나르다의 충신인 듯 행동하지만 이간질을 일삼는 집사 폰시아는 갈등을 더욱 부추긴다.억압과 평온이 공존하는 모순적인 집에서 첫째 딸 앙구스티아스는 연하의 약혼자 페페
뇌가 아픈 엄마를 위해 커다란 창문을 만들어 드리고 싶었다. 꿈을 접고 무작정 목수木手의 길을 걸었다. 험난했지만 고달프지만은 않았다. 그 길 한복판에서 ‘아픈 기억’ 속 아버지와 조우했다. 우연히 만난 하찮은 쓰레기통에선 작은 희망도 찾아냈다. ‘자연놀이터 제작소’의 박재상(45) 소장은 목수다. 가구를 만들고, 집을 지으며, 숲놀이터를 제작한다. 때론 설계도 직접 한다. 평범한 목수 같지만 그렇지 않다. 가구·집·숲놀이터를 모두 만들 줄 알고, 시공에 설계까지 하는 목수는 손에 꼽을 만큼 드물다. 그런데도 그는 “원칙대로 땀 흘
[뉴스페이퍼= 송진아 기자]지난달 30일, 문화예술 웹진 아는사람이 주최한 ‘빈 터의 배우들’이 진행되었다. ‘빈 터의 배우들’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온라인으로만 진행되었던 낭독회로, 당시 아트비트 갤러리에서 전시되던 전종대 작가의 전시명이기도 하다.이날 진행된 낭독회에는 웹진 아는사람의 ‘문학 스트리밍’으로 작품을 선보였던 여섯 명의 시인들이 참여했다. 참여한 시인으로는 류휘석, 김미리, 정재율, 이유운, 박규현, 차도하 시인 이다. ‘문학 스트리밍’이란 투고 받은 낭독본을 홈페이지 배경 음악 대신 재생하는 기획으로, 다양한 지면
명절 연휴가 찾아옴에 따라 자못 즐거워지는 이들도 있겠지만, 반대로 더욱 외롭고 힘들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이철경 시인의 시선이 닿는 일용직 노동자와 거리의 노숙자, 사회초년생의 백수 생활 등 사회적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그러할 것이다.유년 시절 자신이 겪은 상흔에서 나아가 타인의 아픔과 고통과 연대하고 사회의 부조리함에 목소리 내기를 주저하지 않는 이철경 시인은 이번 시집 “한정판 인생”에서 역시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면면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시집 “한정판 인생”을 통해 우리는 내가 될 수도, 내 곁의 누군가일지도 모를 쓸
‘낯설게 쓰기’의 강수로 불리는 김네잎 시인의 시집이 출간되었다. 그의 시집 “우리는 남남이 되자고 포옹을 했다”는 독특한 감각과 사유, 생생한 언어 구사로 실존적 원리를 탐색하며 삶의 진정성을 새롭게 그려냈다.2016년 영주일보 신춘문예로 데뷔, 2019년 전국계간문예지 작품상을 수상한 김네잎 시인은 현재 열린시학의 편집 차장을 맡고 있으며 현재 49가지에 증후군에 관한 시편을 모으고 있다. “우리는 남남이 되자고 포옹을 했다”는 김네잎 시인의 첫 번째 시집으로 ‘나’에서 ‘우리’로, 우리에서 다시 개인으로 이어지며 개별 자아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