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은 남침이다. 이 의심할 수 없는 전제에 당시 프랑스 지식인들은 북침과 남침을 놓고 논쟁했다. 공산주의를 둘러싼 시각차 때문이었다. 역설적으로 이런 논쟁 때문에 프랑스는 타인의 견해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그 분위기는 미국발 매카시즘의 광풍을 몰아냈다. 무언가 ‘다른 의견’이 틀어막히는 지금, 우리가 들춰봐야 할 지성의 역사다.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프랑스는 유엔의 결의에 따라 한국에 지원군을 파병하기로 했다. 다만, 대규모 군대를 편성하는 건 어려웠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도 프랑스는 해외 식민지들을 포기하지 않
한국경제인협회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같은 날 다른 행사에서 ‘기업지배구조 우수기업 인센티브 제도’를 놓고 정반대의 의견을 내놓았다. 아직 정해지지도 않은 평가 기준이 문제였다. 어떤 기준이기에 재계가 미리 반발하고 나선 걸까.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봤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한 행사에서 ‘자본시장 대전환과 우리 기업·자본시장의 도약을 향한 발걸음’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 원장은 “기업과 정부가 함께 기업 가치를 높이고 자본시장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지배구조
3월에도 물가가 크게 올랐다. 2월, 3월 두달 연속 3%대 상승률이다. 3월 평균 상승률이 3.1%이지, 사과는 88.2%, 배는 87.8% 올랐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11.7% 뛰었다. 장보기가 무서울 지경에 이르면서 물가 문제가 총선의 최대 화두로 등장했다. 정부가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기존 예산 434억원 외에 1500억원을 투입해 과일과 채소 등 21개 품목의 납품단가와 할인 판매를 지원했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은 2일 국무회의에서 “물가 안정을 체감할 수 있도록 긴급 농축산물 가격 안정 자금을 무제한, 무기한
상점의 간판, 기업의 로고…. 이런 표식表式들은 대체 언제부터 유행한 걸까. 관련 서적을 살펴보면, 중세시대부터 현대식 ‘마크(Mark)’가 나타났다. 물론 로마시대에 술집 가게들이 ‘관목가지’를 문 앞에 걸어두긴 했지만, 그걸 현대식 마크의 기원으로 보긴 어렵다. 그렇다면 마크는 어디서 나왔을까. 답은 ‘길드(Guild)’에서 찾을 수 있다.11~16세기 유럽에서 번성한 길드는 경제적ㆍ사회적 구조의 핵심을 차지했다. 장인匠人의 집합체였던 길드는 지역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국왕의 허가를 받고 거래의 독점체제를 수립하는 한편
# 약속은 신뢰다. 약속을 허투루 다루면 ‘사적 관계’도 허물어지게 마련이다. “왜 못 지켰는지” “언제쯤 지킬 건지”를 설명하는 건 약속을 어긴 이의 채무다. # 하물며 사적 관계도 이런데, 공적 약속을 습관처럼 잊는 사람들이 있다. 여야 금배지들이다. 때만 되면 ‘공약의 성찬盛饌’을 늘어놓지만, 그걸 지켰는지 지키지 않았는지 분석조차 하지 않는다. 혹여 지키지 않았더라도 성찰 따윈 없다. 다음 선거 때 모른 척 ‘재탕삼탕’ 공약만 내놓으면 그만이다. 이들에겐 공약 이행도를 알려야 할 법적 의무도 없으니 ‘고질병’은 갈수록 심해진
# 미국과 유럽이 메타, 애플(앱스토어), 틱톡 등 플랫폼에 규제의 칼을 대고 있다. 최근 미국은 틱톡 금지법안을 내놨고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법 소송을 제기했다. 유럽연합(EU) 역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디지털시장법을 시행하고 있다. # 하지만 한국의 플랫폼 규제는 아직까지 방향성도 못 잡고 있다. 윤 정부 초기 선언했던 ‘자율 규제’에서 돌연 ‘정부 통제’ 쪽으로 방향을 돌렸지만, 업계와 미국의 반발만 사고 있다.지난 3월 13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이 틱톡을 금지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찬성 352표, 반대 65표
■ AI 레드팀(Red Team) = 최근 인공지능(AI) 레드팀이 AI 안전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적인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레드팀’의 명칭은 냉전 시기 미군의 모의 군사 훈련 과정에서 유래했다. 아군인 블루팀의 취약점을 파악하기 위해 편성한 가상의 적군을 레드팀으로 지칭한 것이다.레드팀은 조직의 기술이나 서비스 취약점을 발견·검증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공격하는 역할을 맡는다. 통상 테크기업에서 레드팀은 소프트웨어(SW)의 보안을 강화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실제 사이버 공격처럼 자사 SW를 직접 해킹해 취약점을 분석하
197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알렉산드르 이사예비치 솔제니친은 푸틴이 권력을 장악한 러시아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도덕적인 러시아는 가능한가?” 솔제니친은 ‘제국’의 환상에 빠진 러시아가 소비에트 연방에서 분리한 국가들을 힘으로 지배하려는 경향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질 비극을 예견하고 있었을지 모른다.러시아 작가 알렉산드르 이사예비치 솔제니친(1918~2008년)은 1918년 12월 11일 러시아인 아버지와 우크라이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아버지는 솔제니친이 태어나기
전쟁은 누군가 ‘미사일 스위치’를 눌러야만 벌어지는 건 아니다. 벌과 풀이 사라지는 시대. 꽃이 피지 않고 과일이 열리지 않고 곡식이 영글지 않는 시대. 그리고 그 모든 멸종은 인간이 스스로 자초한 결과다. 불안해진 식량 수급에 그간 쌓아왔던 민주주의와 공동체주의는 사라지고 인간들은 서로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스스로 불러온 전쟁이다.코로나19가 휩쓴 시대에 ‘인류의 절멸’을 다룬 두편의 소설을 다시 펼친다. 이 소설들은 인간이 멸망하기 전에 앞서 사라지는 것들을 응시한다. 노르웨이 작가 마야 룬데(1975년~)의 디스토피아 소설 「
잉여의 시간이곳에서 나는 남아돈다너의 시간 속에 더 이상 내가 살지 않기에오후 네 시의 빛이무너진 집터에 한 살림 차리고 있듯빛이 남아돌고 날아다니는 민들레 씨앗이 남아돌고여기저기 돋아나는 풀이 남아돈다벽 대신 벽이 있던 자리에천장 대신 천장이 있던 자리에바닥 대신 바닥이 있던 자리에지붕 대신 지붕이 있던 자리에알 수 없는 감정의 살림살이가 늘어간다잉여의 시간 속으로예고 없이 흘러드는 기억의 강물 또한 남아돈다기억으로도 한 채의 집을 이룰 수 있음을가뭇없이 물 위에 떠다니는 물새 둥지가 말해준다너무도 많은 내가 강물 위로 떠오르고두
[테슬라의 수모]매그니피센트7 자격 없다 테슬라의 주가가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테슬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54% 하락한 169.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서는 무려 31.78%의 하락률을 보였다. 테슬라의 주가가 급락한 건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테슬라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7.0% 줄어든 20억6400만 달러에 그쳤다. 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 테슬라는 “2024년 자동차 판매 성장률은 2023년에 달성한 성장률보다 눈에 띄게 낮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전기차 산업
# 정치적 선동은 쉽다. 그게 거짓이라도 논리적으로 반박하려면 몇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반박에 설득력이 있어도 선동을 부추긴 쪽은 불리하지 않다. 반박과 재반박이 거듭할수록 ‘거짓 이미지’만 남기 때문이다.# 이런 선동은 나치 선전장관인 요제프 괴벨스가 주로 썼던 전략이다. 그런데 적대적 사고와 언어가 판치는 대한민국 총선 정국에서 여야 정치권이 ‘괴벨스의 선동 전략’을 꺼내 들고 있다.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4년. 독일 라인란트 출신의 한 청년은 애국심에 불타 군대에 자원했지만 참전할 수 없었다. 어린 시절 골수염을 앓아
국내 가구업계 1위 ‘한샘’이 32년 만에 BI(Brand Identity)를 교체했다. 오랜 역사를 넘어서 새출발을 선언한 셈이다. 때마침 희소식도 날아들었다. 2022년 사상 첫 영업적자를 기록한 이후 1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8월 ‘김유진호號’가 출범한 이후 수익성 강화 전략을 펼친 게 효과를 냈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한 건 아니다.한샘이 최근 ‘BI(Brand Identity)’를 교체했다. 한샘이 BI를 바꾼 건 1992년 이후 32년 만이다. 삼원색(빨강·노랑·파랑)을 활용한 로고의 콘셉트는 유지하되
젊은이들이나 일부 특정 취향의 관객들로부터 ‘숭배’에 가까운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독특한 영화를 ‘컬트 무비(cult movie)’라는 장르에 묶어 집어넣는 모양이다. 데이비드 핀처(David Fincher) 감독의 ‘파이트 클럽(Fight Club·1999년)’은 가장 성공적인 컬트 무비 중 하나로 손꼽힌다.컬트 무비는 기존의 지배적인 주류문화와 사회질서에서 이탈하거나 저항하고 적개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주류문화의 관점에서는 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불온한’ 영화일 수도 있다.대학을 갓 졸업하고 무기력증에 빠진 한 남자가 자기 애
홈플러스가 미래형 마트를 콘셉트로 선보인 ‘메가푸드마켓’ 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다. 론칭 2주년을 맞은 메가푸드마켓은 ‘식품 매출 확대’와 ‘2030 고객 유입’이란 성과를 일궜다. 문제는 이런 성과가 홈플러스의 전체 실적까지 끌어올렸는지는 의문이란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홈플러스는 실적 개선을 위해 새 CEO를 임명했다. 함의는 무엇일까.2022년 홈플러스는 인천 간석점을 ‘미래형 마트’란 콘셉트를 내세워 리뉴얼했다. 이름하여 메가푸드마켓 프로젝트. 대형마트의 강점으로 꼽히는 신선식품과 즉석식품, 간편식 등 먹거리를 대폭 강화한
비트코인 가격이 2년 2개월 만에 5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크립토 스프링(Crypto Spring)’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시장에선 비트코인이 10만 달러, 50만 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파다하다. 하지만 비트코인에 혁신성을 부여했던 블록체인의 현주소는 달라진 게 없다. 비트코인의 상승세를 마냥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의 가격이 5만 달러를 돌파했다.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가격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장중 5만368.61달러를 기록했다. 원화로 환
보수적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원자잿값, 자본조달비 등 비용적 측면에서 찾아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 찾아온 고물가 국면을 ‘비용 인플레’라 일컫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엔 비용이 아닌 다른 변수가 작동한 결과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름 아닌 기업의 탐욕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겼다는 거다. 스텔스플레이션(Stealthflation), 번들플레이션(Bundleflation)은 이를 잘 보여주는 신조어다.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 각국은 ‘인플레이션의 덫’에 빠져들었다. 공급망 마비, 지정학적 위기, 넘치는 유동성
전국의 대학교수들이 꼽은 ‘2023년을 대표하는 사자성어’는 견리망의見利忘義였다. ‘이익을 탐내어 의로움을 망각하다’란 뜻으로 출세와 권력을 좇는 사회 지도층의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이순신이 살아가던 엄중한 시대에 ‘견리망의’의 처신을 보여준 대표적인 인물은 원균이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견리망의’의 늪에 빠진 인물은 누구일까.원균은 세력이 있는 사람을 대하면 우대하고 아첨하지만, 그 사람의 세도가 막히면 배척하고 괄시했다. 애당초 원균은 이순신에게 붙어 있었다. 임진왜란 초기에 왜적과 싸워볼 엄두도 못 내고 도주한 죄에서 벗어
2024년은 세계적으로 76개국에서 선거를 치르는 ‘슈퍼 선거의 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월말 세계경제 전망을 수정 보완하면서 전반적인 저성장, 두 개의 전쟁(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함께 이를 거론하며 “위기 요인은 여전하다”고 진단한 배경이다.선거가 많다고 민주주의가 탄탄해지지도, 경제가 나아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표를 노린 선심성 공약이 난무하는 등 경제가 정치에 휘둘리며 악영향을 받는 ‘폴리코노미(Policonomy=정치·politics+경제·economy)’ 현상이 두드러진다.세계가 가장
최근 한국 게임 산업이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파문이 일어난 건 지난해 11월 25일 게임사 넥슨의 인기 게임 ‘메이플스토리’ 홍보 애니메이션에 혐오적 표현이 들어갔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논란을 일으킨 부분은 영상 속 캐릭터가 손가락을 구부려 만든 ‘집게 손’이었다. 이는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남성 혐오’를 표현할 때 사용하는 동작이다.넥슨은 발빠르게 진화에 나섰다. 해당 영상을 비공개로 돌리고, 사과문을 공지했다. 강원기 메이플스토리 총괄 디렉터는 유튜브를 통해 직접 사과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남성 게이머를 향한 일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