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은 물가 때문에 가계살림이 버거운데, 나라살림도 못지않게 심각하다. 올해 세금이 정부가 예산을 짜며 예측한 것보다 큰 폭으로 덜 걷히기 때문이다. 나라살림 밑천인 국민 세금이 부족하면 국채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빚을 내거나 외환시장의 수급 안정을 위해 마련한 외국환평형기금 등 다른 데서 돌려써야 한다. 올 1~7월 국세 수입은 217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조4000억원 적다. 예산을 편성할 때 설정한 국세 수입 목표(400조5000억원) 대비 얼마나 걷혔는지 보여주는 세수 진도율은 54.3%. 이 또한 지난해보
안정되는 듯했던 물가가 다시 뛰며 불안해졌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년 전보다 3.4% 올랐다. 6~7월 두달 연속 2%대였던 물가상승률이 석달 만에 3%대로 올라섰다. 폭염·폭우 여파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며 영향을 미쳤다. 국제유가가 다시 오른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앞으로가 더 문제다. 추석이 코앞인데 ‘금사과’로 불릴 정도로 명절 성수품인 과일값이 크게 올랐다. 올가을 과일 가격은 봄철 저온 피해와 여름철 호우의 영향으로 작황이 부진해 지난해보다 전반적으로 비쌀 것으로 관측됐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전망). 게다가 국제유가는 9
소서행장은 간교한 인물이었다. 그의 간교함은 선조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쉽게 엿볼 수 있다. 겉으론 조선을 배려하는 듯하지만, 속은 그렇지 않았다. 이처럼 국제관계에선 선의善意가 존재하지 않는다. 당연히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 이권에 따라 내 편 네 편이 갈릴 뿐이다. 소서행장(고니시 유키나가)은 평조신으로 여러번 한양에 와서 가선대부(종2품 하下의 품계)까지 봉직했던 터라 조선 사람을 속여 먹을 줄 아는 인물이었다. 그는 자신이 천주교 신자라 평화를 사랑하기 때문에 풍신수길(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정벌을 반대했다
정부가 656조9000억원 규모로 편성한 내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올해보다 18조2000억원 많다. 증가율이 2.8%로 재정통계를 정비한 2005년 이후 가장 낮다. 직전 문재인 정부 시절 증가율(8.7%)은 물론 이명박·박근혜 정부 평균치(5% 중반)에도 못 미친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 정부가 푹 빠졌던 ‘재정 만능주의’를 단호하게 배격했다”고 밝혔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선거의 해에 긴축예산을 편성한 것은 쉽지 않은 결단이다. 2017년 660조원이던 국가채무는 2022년 1000조원을 넘어섰다. 반면 올 상반기 국
조선 대신들이 ‘평양을 사수하겠다’는 백성과의 약속을 저버린 채 도망칠 궁리를 하자, 류성룡이 일침을 놓았다. “한번도 싸우지 않고 왜군에 평양을 내주면 명나라가 의심할 것이다.” 그러자 몇몇 대신은 ‘그냥 명나라에 싸웠는데 졌다고 거짓보고하면 그만이지 않느냐’며 반박했다. 이런 ‘거짓 인생’이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 지금 정치인들은 국민 앞에서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을까.선조는 5월말 임진강 방어선이 무너지자마자 내심 평양성을 버릴 결심을 했을지도 모른다. 류성룡의 만류로 여전히 평양성에 버티고 있었지만, 은밀히 예조참의 노직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55년 만에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이름을 바꿨다.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한경협으로 흡수 통합했다. 이에 따라 2016년 전경련을 탈퇴한 뒤에도 한경연 회원으로 남아 있던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 계열사들이 한경협 회원으로 승계돼 한경연에 가입하게 됐다.[※참고: 한경협 명칭은 정부가 정관 개정을 승인한 9월 이후 공식 사용한다.]4대 그룹의 전경련 탈퇴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 때문이다. 전경련이 청와대 요구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회원사들이 거액 출연금을 내는 데
“평양을 버리지 않겠다.” 선조는 백성 앞에서 당당하게 약조했지만, 사실 명나라란 ‘뒷배’를 믿은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정작 명나라가 조선을 돕겠다는 의사를 내비치지 않자, 대신들이 먼저 동요했다. 후방에선 이순신이 승전고를 울리고 있었지만, 높으신 나리들은 평양을 떠날 궁리만 하고 있었다. 참으로 고위직이란 양반들의 무책임함은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는 듯하다. 류성룡은 수성대장 윤두수에게 ‘이일이 또 술만 먹고 있으니, 빨리 영귀루로 출발하라고 영令을 내리시오’라고 재촉했다. 명령을 받은 이일은 그제야 군사를 거느리고 함구문을 떠
올해 1%대 경제성장이 기정사실화한 판에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내년에도 1%대 저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국제금융센터가 8개 투자은행의 7월 말 보고서를 집계한 결과, 내년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 평균치는 1.9%에 머물렀다. 2월 2.1%였던 것이 3월에 2.0%로 내려가더니 급기야 1%대로 떨어졌다. 정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 2.4%와 차이가 갈수록 벌어지는 모습이다.외국계 투자은행들은 올해 성장률도 1.1%로 낮게 본다. 내년에도 1%대에 머문다면 2년 연속 1%대 성장이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있는 1954년
세자가 나섰지만, 평양 백성들은 믿지 않았다. ‘우리를 버리고 도망가는 게 아니냐’는 의심만 펼쳐놨다. 결국 선조가 “평양을 굳게 지키겠다”고 약속하고 나서야 백성은 한숨을 덜었다. 물론 선조는 그 약속마저 지키지 않았지만…. 민심이 국정을 책임지는 이의 말을 불신하면 그 화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그럼 지금은 어떨까. 우리 국민 중에서 국정 책임자나 야권 책임자의 말을 100% 믿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평양 탈출’을 놓고 날선 입씨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일부 대관은 은밀히 뒷구멍으로 피난할 계책을 세웠다. 어떤 이
통계는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우리들 살아가는 모습과 경제활동이 담겨 있다. 여러 개념과 수치로 나타나는 것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하느냐는 정책 담당자와 정치권의 몫이다. 각종 경제지표와 사회지표가 전하는 의미를 제대로 읽고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그래야 국가 정책이 신뢰를 얻고, 정부와 정당 등 정치집단의 실력도 인정받는다. 매달 나오는 통계이지만, 9일 발표된 7월 고용동향은 우리나라 고용시장이 처한 현실과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먼저 취업자 수 증가폭이 급감했다. 올해 들어 월 30만~40만명을 유지하던 것이 7월에 21
1592년 5월 개성으로 도망친 선조는 ‘임진강’을 사수하라면서 신할, 유극량, 권징, 한응인 4명을 그곳에 배치했다. 그런데 이들 중 적임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결국 왜군은 임진강을 돌파했다. 한편에선 이들 4명의 실패라고 말하지만, 오합지졸을 그곳에 배치한 권력자의 잘못된 판단이 결정적인 패착이었다. 지금 우리의 권력자는 선조와 달리 진짜 인재를 선별해 옆에 두고 있는 걸까. 신할은 용맹한 지도자이긴 하지만 공명심公明心보단 공명심功名心이 많은 인물이다. 유극량은 용기는 뛰어나나 통찰이 빈약하고, 경기감사 권징은 전투에 문외한인
올 2분기 경제성장률이 0.6%로 1분기(0.3%)보다 높아지며 플러스를 유지했지만 속내는 문제투성이다. 1분기 성장을 이끌었던 소비가 감소로 돌아섰다. 설비·건설투자 증가율도 마이너스다. 1분기 플러스였던 수출도 줄었다. 그럼에도 경제가 성장한 것은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감소한 덕분이다.결국 2분기 경제성적표는 장부상 숫자만 괜찮게 보인 ‘불황형 성장’이다. 수출이 계속 감소하는 데다 소비와 투자도 함께 빨간불이 켜져 하반기 경기 반등 전망이 어두워졌다.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에는 어렵고 하반기에
선조가 개성으로 몽진했던 1592년 5월초. 선조는 조선을 대표하는 장수들에게 ‘임진강’을 사수하라는 명을 내렸다. 명을 받은 이는 김명원, 신할, 한응인 셋이었다. 여기에 유극량이란 장수까지 합세했으니 사실상 4명이 임진강 방어를 맡은 셈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왜군이 앞에 나타나자 ‘갑론을박’을 벌이며 못난 모습만 노출했다. 전장戰場에서 필요한 건 지도자의 수가 아니라는 걸 잘 보여주는 사례다. 임진왜란 당시의 무대를 임진강 쪽으로 옮겨보자. 선조가 1592년 4월 30일 개성으로 몽진을 단행하면서 도원수 김명원에게 한강 수비를
최저임금위원회 심의는 거의 이런 식이다. 위원회는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먼저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 양측 모두 상대방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안을 제시한다. 근로자위원은 통상 두자릿수 인상안을, 사용자위원은 동결 내지 아주 낮은 인상안을 내놓는다. 노사 양측이 ‘아니면 말고’ 식으로 처음 요구하는 안의 격차가 워낙 큰 데다 여간해서 서로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노사 양측은 회의를 여러 차례 하고, 수정안도 내지만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법정 심의기한(6월 29일)을 넘긴다. 시간을 끌며
조직의 리더는 통제해야 할 게 많다. 그중 하나는 ‘공정성’이다. 실적이나 성과를 평가할 땐 측근과 그렇지 않은 구성원을 차별해선 안 된다. 이를 잘 보여주는 이는 다름 아닌 이순신이다. 그는 “전공을 냉정하게 평가해 상부에 그대로 보고하겠다”는 약속을 임진왜란 내내 지켰다. 휘하 장수들이 이순신을 따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순신은 휘하 장졸들과 여러 번에 걸쳐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그때마다 “적의 수급을 베는 데 힘쓰지 말고, 한명이라도 더 사살하는 데 치중하라”고 지시했다. 한건의 수급을 확보하는 시간이라면 화살로 10명
지방시대 국정과제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인 대통령 소속 지방시대위원회가 10일 출범했다. 이는 기존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지방자치분권위원회를 통합한 조직으로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꾀하기 위한 정책 수립과 이행이 핵심 업무다. 수도권 초집중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토 면적의 11.8%인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북적댄다. 상장회사의 72%, 예금의 70%, 1000대 기업의 75.2%가 수도권에 쏠려 있다. 지방소멸론은 이미 2010년대 중반에 대두됐다. 2015년 80곳이었던 ‘소멸위험지역’이 올해 118곳으로 늘어났다. 22
신각이란 인물이 있다. 임진왜란 때 한강을 지키던 부원수였다. 그는 왜군이 경상ㆍ충청ㆍ경기 3도를 장악하는 동안 조선 장수 중 내륙에서 승리를 얻은 최초의 인물이다. 1592년 5월 16일 양주전투에서였다. 그런데 신각은 승리를 거둔 지 3일 만에 어명을 받은 선전관으로부터 죽임을 당했다. 어찌 된 일이었을까.용인전투에서 5만 대군이 무너지기 앞서 조선 관군의 입장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서울 ‘한성’의 수성대장 이양원, 한강을 지키던 도원수 김명원, 부원수 신각, 그리고 우의정 유홍 등 네 사람이 얽힌 충격적인 사건이었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낮췄다. 그러면서 상반기에 침체한 경기가 하반기에 살아날 것이라는 ‘상저하고上低下高’ 진단은 유지했다. 상반기 0.9%에 그쳤던 성장률이 하반기에 1.8%까지 상승하고, 내년에는 2.4%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거시지표가 나아지는 모습이긴 해도 정부의 인식이 현실과 부합하는지 걱정스럽다. 6월 무역수지가 16개월 만에 흑자를 냈다. 하지만 수출이 증가해서 흑자를 기록한 게 아니다. 국제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해
이순신은 ‘견내량’을 지나 당항포 앞바다에 도착했다. 거제에 있던 왜군이 당항포로 이동했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였다. 장수들은 “진격하자”는 의견을 냈다. 순신은 신중했다. 당항포의 초입이 1리조차 안 될 정도로 좁은 게 맘에 걸렸다. 순신은 ‘유인작전’을 지시했고, 끝내 승리했다. 순신이 왜 명망을 얻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편에선 순신의 빼어난 자질을 옛 기록 그대로 전해봤다.6월 5일 아침. 순신이 이끄는 조선삼도연합함대가 정박해 있는 통영지역 착량에 거제 지역에 살고 있다는 주민들이 작은 배로 짙은 안개를 헤치고
코로나19 확진자 격리 의무가 없어지는 등 일상이 회복됐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보편적인 비즈니스 형태인 자영업자들이 겪는 ‘코로나 사태’는 아직 끝나지 않은 모습이다. 형편이 어려운 자영업자들이 끌어다 쓰는 부채가 여전히 빠른 속도로 불어나는 데다 대출 원리금 연체율이 치솟고 있다.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에 몰려 있음은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통계로 입증된다. 1분기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1033조7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다.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 말 684조9000억원이었던 것이 3년여 만에 335조원, 약 51% 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