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대학교수들이 꼽은 ‘2023년을 대표하는 사자성어’는 견리망의見利忘義였다. ‘이익을 탐내어 의로움을 망각하다’란 뜻으로 출세와 권력을 좇는 사회 지도층의 행태를 꼬집은 것이다. 이순신이 살아가던 엄중한 시대에 ‘견리망의’의 처신을 보여준 대표적인 인물은 원균이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견리망의’의 늪에 빠진 인물은 누구일까.원균은 세력이 있는 사람을 대하면 우대하고 아첨하지만, 그 사람의 세도가 막히면 배척하고 괄시했다. 애당초 원균은 이순신에게 붙어 있었다. 임진왜란 초기에 왜적과 싸워볼 엄두도 못 내고 도주한 죄에서 벗어
1997년 재기발랄한 형제감독 조엘 코언(Joel Coen)과 이단 코언(Ethan Coen)이 각본을 쓰고 감독해 제작한 ‘파고(Fargo)’는 범죄물이지만 재기발랄한 감독들이 즐겨하듯 범죄물을 ‘블랙 코미디’로 풀어낸다. 우리가 진지하고 심각하게만 받아들이는 현실의 허무맹랑함과 어이없음을 마음껏 조롱한다.영화의 시작에 앞서 검은 바탕에 흰 글씨의 ‘안내문’이 화면 가득 뜬다. “이 이야기는 실화(true story)다. 영화에 그려진 사건들은 실제로 1987년 미네소타에서 발생한 것들이다. 생존자들의 요청으로 등장인물들의 이름만
‘가성비’ 제품으로 떠오른 리튬인산철(LEP) 배터리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4년 전만 해도 한 자릿수에 불과했던 LFP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27%를 넘겼다. 그 배경엔 LFP 배터리의 성능 개선에 집중한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이 있었다. 중국 기업들의 기세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들은 나트륨이란 새로운 소재를 무기로 중저가 시장에서의 장악력을 키우고 있다.저저익선低低益善. 사자성어 다다익선(많으면 많을수록 좋다)에서 파생한 조어造語로, ‘가격이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는 뜻이다. 요즘 이 말이 꼭 들어맞는 곳은 숱한데, 그중엔 배
미국공인부정조사인협회(ACFE)는 최근 의미 있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골자는 부패, 허위 보고, 횡령 등 3가지 유형의 부정不正 중 횡령 범죄의 발생률이 가장 높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12월 오스템임플란트를 시작으로 올 3월 LG유플러스까지 기업들의 횡령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횡령 등의 부정을 방지하고, 줄여나갈 수 있을까.2916억원.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횡령 사건들의 총 피해 규모다. 최근 4개월간 내부 직원의 횡령 소식이 전해진 회
시 쓰기는 훈련될 수 있는 것일까? 문학계에서 한 번은 고민해봤을 이 문제에 대해 답을 하는 책이 나왔다. 하린 시인의 “49가지 시 쓰기 상상 테마”다. 문학이란 것은 감각이고 이것은 타고난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이들에게 하린 시인은 책을 통해 감각조차 훈련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예술에 대한 기본 감각을 기를 때까지 미술 분야나 음악 분야는 끊임없이 연습과 훈련을 하는데, 왜 유독 시는 시적 영감이나 나르시시즘에 빠져 창작만 열심히 하면 저절로 경지에 오를 수 있다고 여기냐는 것이다. 하린 시인은 시 역시나 감각이지만 자신의 차
1186명이 뽑은올해의 사자성어성인들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근심·걱정·질병·고생을 뜻하는 ‘우환질고憂患疾苦’를 뽑은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1186명에게 사자성어로 2020년은 어떤 해였는지 묻자 ‘우환질고憂患疾苦’가 12.4%로 1위에 올랐다. 그 뒤를 ‘간난신고艱難辛苦(몹시 힘들고 고생함·11.4%)’ ‘각고면려刻苦勉勵(애쓰면서 부지런히 노력함·10.3%)’ ‘병풍상서病風傷暑(바람에 병들고 더위에 상함·9.9%)’ ‘고목사회枯木死灰(아무 의욕 없음·9.8%)’ ‘마부위침磨斧爲針(힘든 일도 끊임없는 노력과 인내로 성공
2015년 8월 17일, 그들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세상 밖으로 나왔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는 기나긴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안다. 2015년 8월 17일, 문학신문을 표방하며 뉴스페이퍼가 알에서 깨어났다. 기존 문학 질서에 없던 새로운 플랫폼이었고, 새로운 도전이었다. 이들은 새로운 목소리로 새로운 틈을 만들었다. 기존 질서에 새로운 의견을 낸다는 것은 이 사회가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는 새생명의 기운과도 같은 것이다. 언론 역할 또한 이처럼 세상의 새 기운을 불어넣는 것이다. 국립국어원
상반기 사자성어“눈 위에 서리” 직장인과 취업준비생은 올해 상반기를 가장 잘 나타낸 사자성어로 ‘설상가상雪上加霜’을 뽑았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취업준비생 98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올해 상반기를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설상가상(좋지 않은 일이 연거푸 일어난다·14.8%)’이 1위에 올랐다. 그 뒤를 ‘노심초사(마음속으로 애를 쓰고 속이 탄다·11.9%)’ ‘다사다난(일도 많고 어려움도 많다·10.5%)’이 이었다. 직장인과 취업준비생이 뽑은 사자성어는 4위부터 나뉘었다. 직장인은 ‘노이무공(애만 쓰고 보람이
[뉴스페이퍼 = 문종필 에디터, 평론가] 야마카와 슈헤이의 『인간의 보루』는 죽었지만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있는 한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광주에 살고 있었던 14살의 곱고 고운 이 소녀는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현해탄을 건넌다. 그 이유는 일본에 있는 군수공장에서 일하게 되면 급료도 챙겨주고 학교도 보내준다는 ‘となりぐみ(隣組)’ 조장의 권유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도착한 그곳은 소녀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빈약한 식사가 나왔고 하루 종일 중노동에 시달렸다. 14세의 소녀가 버티기에는 너무나 버거웠다. 전화위
‘안 되면 되게 하라’는 해병대 정신이 쿠바의 관타나모 해병대 기지에 충만하다. 노력해도 안 되면 더 ‘노오력’하라고 다그친다. 산티아고 일병은 죽을 지경이다. 인간이 느끼는 한계란 사람마다 다르기 마련이지만 제섭(Jessup) 사령관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 ‘다름’을 인정하는 순간 해병대의 생명과 같은 군기가 무너진다고 믿기 때문이다.쿠바의 관타나모 해병대 기지에 배치된 산티아고 일병은 부대의 유별나게 ‘빡센’ 군기와 훈련에 적응하기 힘들어한다. 한계를 느낀 산티아고 일병이 타 부대로의 전출을 청원하지만 제섭 사령관은 못마땅
대통령 앞에서 청년은 울었고, 경제계 원로들은 쓴소리를 했다.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과 시민사회단체 대표 간담회에서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가 “정권이 바뀌었는데 청년정책은 달라진 게 없다”며 울먹였다. 그의 눈물은 이 땅의 청년들이 마주한 팍팍한 현실 그 자체였다. 뉴스를 통해 이를 지켜본 많은 기성세대들이 미안함과 안쓰러움을 느꼈다.이틀 뒤 3일 청와대에 초청된 손님들은 경제계 원로였다. 총리나 경제부총리, 중앙은행 총재, 청와대 경제수석이나 장관을 역임한 인사들이다. 상당수는 정부가 밀어붙이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
2018년 국내 증시의 시작은 후끈했지만 끝은 싸늘하기만 하다. 3000포인트 달성이라는 꿈은 산산이 부서졌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미중 무역전쟁 격화라는 악재에 코스피지수 2000포인트가 무너지기도 했다. 올해 국내 증시를 흔든 진원지가 미국발 이슈였다는 얘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2018년 국내 증시에서 벌어진 일을 정리했다. 용두사미. 2018년 증시를 표현하는 말로 이보다 더 적절한 사자성어는 없을 것이다. 2018년 초 국내 주식시장엔 봄바람이 불었다. 2017년 9월 시작된 코스피지수의 거침없는 상승세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속절없이 하락하고 있다. 한국갤럽의 12월 셋째주(18~20일) 조사에서 부정평가(46%)가 긍정평가(45%)를 처음 앞질렀다. 취임 1년 7개월만의 데드 크로스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오차범위(±3%포인트) 이내로 긍정평가와 부정평가가 거의 같았다. 12월 넷째주 들어 부정평가가 더 많아지고, 긍정평가와의 차이는 오차범위 밖으로 크게 벌어졌다. 알앤써치의 12월 24~25일 조사에서 부정과 긍정의 비율은 52.8% 대 42.9%였다.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9.9%포인트 앞섰다. 리얼미터의 12월 2
[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한국, 중국, 일본, 대만, 홍콩, 오키나와 등 동아시아의 출판인들이 함께하는 “동아시아 출판인회의 부천대회”가 지난 24일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 5층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날 출판인들은 현 시대 동아시아의 상황을 짚으며, 출판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이 있는지 논의했다. 동아시아출판인회의는 동아시아의 인문학술 도서 번역과 출판, 유통을 목적으로 한 민간 국제회의이다. 이번 부천대회는 지난해 유네스코 창의도시에 가입한 것을 기념하여, 부천시와 부천시립상동도서관이 주최 및 주관했다.행사는 한철희 동
[뉴스페이퍼 = 김상훈 기자] 지난 2015년과 2016년은 문학 독자들에게 인상 깊은 사건이 연속적으로 발생한 해였으며, 그 중에는 문예지의 변화도 포함된다. 15년 악스트와 미스테리아가 창간됐고, 16년에는 릿터가, 17년 1월에는 문학3이 창간되기도 했다. 또한 독립 문예지, 대안 문예지 등이 대거 등장했고 각자가 고유한 영역에서 다채로운 실험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16년 10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했던 "문학주간 2016"에서는 새로이 실험되거나 변화를 꾀한 문예지들의 편집장이 참여하여 문예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지금
[뉴스페이퍼 = 육준수 기자] 진도와 해남 등 전라도 일부 지역에는 ‘씻김굿’이라는 이름의 진혼의식이 있다. ‘씻김굿’은 죽은 이의 부정을 깨끗이 씻어 극락으로 보내주는 행위로, 죽음을 생자와 망자가 함께 즐기는 축제로 승화시킨 사례이다. 의식이 열리는 동안 마을 주민들은 춤과 노래를 통해 죽은 이를 위로한다. 우리 조상들이 죽음에 어떤 자세를 견지하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죽음을 마냥 슬퍼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넋을 기리는 의식을 치름으로써, 도리어 산 자의 마음까지 위로해준 것이다. 이렇듯, 우리 민족의 한
[뉴스페이퍼 = 정근우 기자] 무시무시한 동장군이 한반도 전역을 덮치면서 체감온도가 영하 20도 가까이에 이르며 추운 날씨에 몸이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요즘이다. 추운 겨울일수록 체온이 낮아지고 몸이 굳어져 활동적인 이들도 차마 밖에 나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각자의 방식으로 달래고 있다.‘전화위복’, ‘부위정경’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듯 앞에 닥친 추위를 현명하게 이겨내는 법으로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미리 계획을 짜놓는 것도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겠다. 날이 풀리면 어디로 떠날지, 무엇을 할지 계획을 미리 세워 둔다면, 날씨가 따뜻해
대선후보들이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남은 문제는 공약의 현실화다. 아쉽게도 지금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 될 확률이 높다. 세치의 혀로 국민을 얄팍하게 홀리는 공약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합종연횡合從連橫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중국 전국시대 소진과 장의의 예를 통해 공약의 문제점을 짚어보자.조기 대선 앞에 ‘장미’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직전 대통령은 파면됐고, 검
여성의 재능을 인정하지 않았던 시대. 조선 중기 천재 여류시인 허난설헌(1563~158 9년)은 평생 자신을 외롭게 한 남편, 친정의 몰락, 두 아이를 일찍 떠나보낸 슬픔을 시詩로 달랬다. 가혹한 현실을 견디다 점점 쇠약해져 죽음으로 다가가는 자신의 삶마저 시로 예언한 그다. “푸른 바닷물이 구슬 바다에 스며들고碧海浸瑤海, 푸른 난새는 채색 난새에게 기대었
강은 수많은 물줄기를 갖고 있다. 이 물줄기가 서로 화합하면서 바다로 향한다. 어떤 물줄기도 반목하지 않고, 바다는 이 물줄기를 거부하지 않는다. 국민보단 계파를 앞세우는 우리 정치인들이 이 말을 되새길 때다. ‘해불양수海不讓水’라 했다.4·13 총선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사실 이번 총선은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의 경쟁보단 당내 계파간 세력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