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에서 최악의 청부업자 게어 그림스루드(Gaear Grimsrud)와 칼 쇼월터(Carl Showalter)가 남편 제리 룬더가드(Jerry Lundergaard)로부터 청부받은 대로 제리의 아내를 납치하기 위해 브레이너드(Brainerd)라는 작은 도시의 경계를 넘어 들어갈 때, 도시 입구에 웬 거대한 조형물과 표지판이 화면 가득 찬찬히 클로즈업된다.그 표지판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다. “폴 버니언(Paul Bunyan)의 고향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Welcome to the home of Paul Bunyan).”
모든 금융회사의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의 건전성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지만, 위험 신호를 주기에는 충분한 수치다. 하지만, 정부는 부동산 규제를 확 푸는 등 연체 해법과는 정반대의 길을 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22년 만에 최대폭으로 인상하고, 6월부터는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해 시장의 유동성을 축소하는 양적 긴축에 나섰다. 한국은행도 세계 각국 중앙은행과 함께 가파른 금리인상을 꾀했지만, 물가상승률은 쉽게 잡히지 않고 있다. 고금리와 긴축 기조가 1년 이상 지속되면서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
# 한은페이. 한국은행이 나랏돈 수억원을 투입해 2020년에 출시한 모바일현금카드앱이다. 명칭은 그럴듯하지만, 성적은 ‘초라함’을 넘어선다. 출시 3년차에 접어들었는데도, 이 페이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앱 다운로드 수는 측정하지 못할 정도로 적다. # 나랏돈을 쌈짓돈처럼 사용해 만들어낸 공공앱은 이뿐만이 아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폐기되거나 폐기 권고를 받은 공공앱은 635개에 이른다. 여기에 들어간 나랏돈은 놀랍게도 190억원에 육박한다. 적지 않은 혈세가 공공앱 개발이란 미명 아래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얘기다. #
# 투투투투.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 점심을 먹었을 즈음이었습니다. 어디서 공사를 하는지 큰 소리가 나 창문을 열어봤습니다. 하늘에서 헬기가 왔다갔다 하더군요. 가끔 등산객 구조를 위해 헬기가 뜬 적이 있어 오늘도 무슨 사고가 났나 싶었습니다. # 한데, 가만 보니 한 대가 아니라 여러 대였습니다. 헬기 끝에 바구니 같은 뭔가가 매달려 있는 게 보이더군요. 심상치 않았습니다. 설마하는 생각이 들 때쯤 아내가 아파트 단체 채팅창을 확인하곤 다급하게 알려줬습니다. “여보, 산불 났대.”# 제가 사는 동네는 인왕산 줄기에 있습니다. 어린
큰 산불이 났다. 소방당국과 유관부처, 그리고 공무원이 산불의 진화하기 위해 분투했다. 그런데 정작 지자체의 장은 그 시간에 골프 연습을 하고 술자리를 가졌다. 산불은 진화됐지만 여론은 성난 마음을 감추지 않고 표출했다. 지도자의 자질은 중요한 순간에 나타나는 법이다. 전쟁 와중에 한양을 떠난 선조와 화마가 덮친 와중에 골프를 치고 술자리를 가진 그들이 뭐가 다르던가. 왕을 지켜야 할 고위 공직자들은 물론 군사들까지 모두 도망쳤다는 소식에 선조가 망연자실하고 있는데 장계가 하나 올라왔다. 목숨을 내건 전쟁터에서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지난 6월 3일, 2022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유지향 작가는 '20대 청춘의 끝자락에서 -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난』'을 주제로 책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하고 싶은 것을 향해 발을 내딛지 못한 청년들에게 용기를 전하기 위해 나왔다는 유지향 작가는, 오는 6월 30일 발표되는 그녀의 에세이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난』(근간)의 내용을 바탕으로 강연을 열었다. ■ 저자소개 - 유지향1993년생,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산림환경학 전공.
모듈러 주택은 이른바 ‘레고형 공정’으로 이목을 끌었다. 미리 만들어놓은 자재를 건설 현장에서 뚝딱 조립만 하면 완성돼 경제성과 빠른 시공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국토교통부는 모듈러 주택이 재난 현장에서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2022년 산불 재난 현장엔 모듈러 주택이 공급되지 않았다. 뜻밖에도 경제성이 좋지 않다는 게 발목을 잡았다.2022년 봄 강원ㆍ경북 산불은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를 만들었다. 2만4523㏊의 산림이 불탔고 587명의 이재민이 322호의 집을 잃었다. 피해액은 2261억원, 계획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우리나라 직장인의 87%가량이 직무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이렇게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할 곳이 마땅치 않고, 방법조차 잘 모른다는 점이다. 6명의 산림치유지도사가 산림복지법인 ㈜숲드림으로 똘똘 뭉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숲의 치유 효과를 통해 직무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심신 건강을 되찾아 주기 위해서다.20여년간 앞만 보고 달려온 결과로 얻은 건 병病뿐이었다. IT업계 1세대로 이름깨나 날렸던 류기정(62) 대표에게 ‘회사를 그만두는 게 좋겠다’는 의사의 권유는 충격적
남북문학예술연구회에서 주관하고 통일부에서 후원하는 2021년 가을 학술대회가 지난 10월 30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예술가의 집 다목적실 및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이번 학술대회는 ‘재난의 상상력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 북한 문학예술’을 주제로, 북한의 주요 재난들과 그 시대의 문학예술 분야를 연구하여 북한의 사회상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의 시간을 가졌다.총 3부로 진행된 ‘2021년 가을 학술대회’에서 1부는 “재해 전후 문학예술의 지형”을 주제로 고자연 인하대 교수가 사회를 맡았으며 발표자 및 토론자로는 김성수(성균관대),
나는 지난 회에 ‘인류사는 문체투쟁사다’라는 문제제기를 통해 ‘시인은 왜 철학자를 고발하였나’를 풀어갈 것을 약속하먼서 이걸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서양철학사에서 하나의 패턴pattern으로 서로 부딪치고 차이와 반복을 드러내며 강물처럼 지속적으로 흐르고 있는데, 이것이 사실은 시와 소설이라는 문체의 역사와 함께 흘러왔음을-그러니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시를 대변하는 철학자이고, 플라톤은 소설을 옹호하는 철학자로서-좀 장황하게 늘어놓으먼서 대서사로서의 서곡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먼서 나는 시리즈가 이어지기
정부가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외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내년부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2조5000억원에 이르는 기후대응기금을 조성해 운영할 방침이다. 이런 기금을 활용해 다양한 사업들도 펼친다. 그런데 기후대응기금을 투입하는 사업의 면면을 보니 석연치 않다. 50% 이상이 기존에 진행하던 사업의 명칭과 소관 부처만 바꾼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기획재정부)가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재정운용 방침을 내놨다. 지난 1일 개최한 ‘제7회 재정운용전략위원회’를 통해서다. ‘2050 탄소중립’을 위해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거다
[버진그룹 회장 우주왕복 비행]새 우주의 새벽이 왔다 영국의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우주왕복 비행에 성공하면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우주 관광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현지시간) 브랜슨 회장은 우주비행 기업 ‘버진 갤럭틱’ 소속 조종사·승무원 등 6명과 함께 우주선 ‘유니티’에 탑승했다. 유니티는 이날 오전 8시30분께 미국 뉴멕시코 스페이스포트에서 비행선 ‘VMS 이브’에 실려 발사됐다. 총 소요 시간 1시간 30분 중 비행시간은 15분이었다. 3~4분의 무중력 상태를 경험한 브랜슨 회장은
납골당 대신 공원 같은 분위기에서 고인을 추모할 수 있는 수목장의 인기가 커지고 있다. 가족을 좋은 곳에 모시고 싶다는 생각에 비싼 가격도 감수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수목장 분양 전 확인해야 할 것도 있다. 부동산 선분양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서다.우리나라는 국토가 좁다. 땅은 부족한데 장례 문화는 오랫동안 ‘매장埋葬’을 선호했다. 그래서 산림 훼손과 토지 부족이 항상 사회 문제로 꼽혔다. 대안도 나왔다. 묘지도 ‘아파트’처럼 배치하는 ‘납골당’이 대표적이다.최근에는 납골당에서 한발 더 나아가 거부감 없는 분위기를 만드는 ‘수목장’이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공약을 내놨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 탄소배출량을 줄이겠다는 의지였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비중은 약 15%에 달한다. 언뜻 목표치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전체 발전량 대비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은 5%대에 불과하다. 석탄과 LNG 발전량은 되레 늘었다. 정부의 탈탄소 정책엔 어떤 허점이 있었던 걸까. 5월 30~31일 이틀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선 화상으로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
서로 다른 영역의 예술가들이 바라본 도시는 어떨까. 세화미술관은 ‘도시’를 주제로 세번째 기획 전시를 선보인다. ‘솔리드시티SolidCity’전展은 2018년 ‘원더시티’, 2019년 ‘팬텀시티’에 이어 다양한 모습의 도시를 보여준다.이번 전시에서는 미술가, 건축사, 영화감독, 안무가 등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이 만든 도시를 주제로 삼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솔리드시티’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도시 공간의 내밀한 부분을 깊숙이 살핀다. 2017년 제14회 EBS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버블패밀리’의 감
‘아포칼립토(Apokalypto·2006)’는 영화배우로 익숙한 멜 깁슨이 직접 각본을 쓰고 감독을 맡은 대작 영화다. 배우가 순간적인 객기로 감독으로 나서는 경우도 있지만, 멜 깁슨은 감독으로도 출중한 기량을 보여준다. 2004년 감독 데뷔작인 ‘예수의 수난(The Passion of the Christ)’에서도 만만치 않은 기량을 뽐낸 바 있다. 아포칼립토는 미국에서 만든 ‘외국어 영화’ 같다. 모든 대사를 사라진 고대언어 ‘아람어’로 채웠던 2004년 작 ‘예수의 수난’처럼 ‘아포칼립토’에서도 사라진 마야 언어를 최대한 복원해
‘가을의 전설’에는 곰이 3번 등장한다.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는 ‘신 스틸러’다. 곰으로 시작해 곰으로 끝난다. ‘한칼’의 내레이션에 의하면 15살 되던 해 트리스탄은 자신의 운명을 찾겠다고 느닷없이 야밤에 숲속에 찾아들어가 잠자는 곰을 깨워 맞짱을 뜬다. 교실에서 낮잠 자고 있는 학교의 ‘짱’을 깨워 한판 뜨자고 하는 ‘중2병’ 걸린 15살 소년의 모습이다.트리스탄은 가슴에 상처를 입지만, 대신 곰 발톱을 하나 뽑아버린다. 눈 비비고 일어나 비몽사몽 중에 발톱을 뽑힌 곰이 어이없어서 고개를 저으며 숲속으로 사라짐으로써 결투는 트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살기 위해 선택했다지만…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M&A) 무산 이후 재매각을 추진 중인 이스타항공이 직원 600여명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코로나19로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국내 항공사의 첫 대규모 구조조정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7일 오후 구조조정 대상자에게 해고를 통보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정비 인력을 제외한 대부분의 직군이 포함돼 규모만 6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정리해고 시점은 오는 10월 14일이다. 구조조정 이후 이스타항공에는 500여명의 직원만 남는다. 항공기
새벽 4시.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사람들은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알고 있다.어느 날 이 시스템이 붕괴될 것이라는 것을. 영국의 소설가 존 버거(John Peter Berger)[뉴스페이퍼 = 이민우 기자] 격월간지 녹색평론의 발행인이자 편집인인 김종철 전 영남대 교수가 25일 오전 별세했다. 김종철 비평가는 생태주의 운동을 해왔다.폭주 기관차처럼 달리는 산업화를 경계하던 김종철 비평가는 언젠가 산업 문명이 세상을 파괴하리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는 생태주의적으로 지속 가능한 삶의 필요성을 주창하곤 했다. 이제는 보편적으로 받아지고
“시험지를 보관한 금고 열쇠가 학생들의 손에 들어갔다.” 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은 시험지 금고 열쇠의 획득과 그에 따른 성적 정정 요청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1980년대 옛 소련의 체제 붕괴를 배경으로 한 단순한 극의 구조엔 선생님 ‘엘레나’와 ‘학생들’의 첨예한 갈등이 숨어있다. 아울러 네 학생 사이의 권력구조와 이해관계, 거기서 비롯되는 모순, 파멸 등이 담겨있다. 철학적인 언어가 돋보이는 이 극은 인간 내면의 선과 악, 욕망과 정의, 도덕과 부도덕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을 보여주며 변화하는 다섯 인물의 관계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