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어느 날, 대형 서점의 한편. 출판사 창작과비평(창비)와 문학과지성사의 기념시인선이 나란히 전시돼 있었다. 두 출판사가 지금까지 편찬해온 시집이 각각 500호(창비), 600호(문학과지성사)를 맞은 것을 기념해 발간한 책이었다. 창비는 3월 27일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이란 시선집을 펴냈다. 400번대의 창비 시집에서 시를 한편씩 골라 담았다. 문학과지성사는 4월 3일 「시는 나를 끌고 당신에게로 간다」를 펴냈다. 500번대 시집의 뒤표지에 담긴 글들을 모았다.이들의 시집은 한때 시대를 이끌어 나간 금자탑이었다. 문학과 지
문예지는 이제 이전만큼의 독자가 없다. 그럼에도 문학계가 말하고 주목하는 이야기를 살펴보기에 문예지만한 플랫폼은 여전히 없다. 2024년 봄, 문학이 말하는 세계와 주목하는 사건은 무엇이 있을까.벚꽃이 피는 봄이 오면 문예지도 찾아온다. 더이상 문예지를 보는 이들이 없는 시대라지만 그럼에도 문예지는 여전히 문학계의 플랫폼이자 생태계다. 그래서 문예지를 훑는 것만으로도 올해 문학계가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하려는지 알 수 있다. 2024년도 문예지들은 특히 사회문제를 인식하려는 경향이 뚜렷했다. 더스쿠프 Lab.리터러시팀이 2024년
■ AI 레드팀(Red Team) = 최근 인공지능(AI) 레드팀이 AI 안전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적인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레드팀’의 명칭은 냉전 시기 미군의 모의 군사 훈련 과정에서 유래했다. 아군인 블루팀의 취약점을 파악하기 위해 편성한 가상의 적군을 레드팀으로 지칭한 것이다.레드팀은 조직의 기술이나 서비스 취약점을 발견·검증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공격하는 역할을 맡는다. 통상 테크기업에서 레드팀은 소프트웨어(SW)의 보안을 강화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실제 사이버 공격처럼 자사 SW를 직접 해킹해 취약점을 분석하
한국문학의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2023년 기준 최근 5년간 해외에서 한국작품은 185만부의 작품이 팔렸다. 유명 해외문학상에 후보로 오르거나 수상한 작품도 숱하다. 올해만 하더라도 김혜순 소설가의 「날개 환상통」이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의 최종후보로 올라가 있고 한강 소설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을 수상했다.하지만 작품의 성공과는 별개로 한국문단을 향한 비판의 수위도 높다. 표절 사태, 재현의 윤리, 친일문인기념상, 문단 내 성폭력까지 비난의 범주는 폭넓다. 차별 논란도 여전하다. 마치 학벌처럼 데뷔
이 사진 앞에서식사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교인을 향한 인류의 죄에서 눈 돌린 죄악을 향한 인류의 금세기 죄악을 향한 인류의 호의호식을 향한 인간의 증오심을 향한 우리들을 향한 나를 향한 소말리아 한 어린이의 오체투지의 예가 나를 얼어붙게 했다 자정 넘어 취한 채 귀가하다 주택가 골목길에서 음식물을 게운 내가 우연히 펼친 지의 사진 이 까만 생명 앞에서 나는 도대체 무엇을이승하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데뷔지훈상, 편운상 등 수상「공포와 전율의 나날」, 문학의전당, 2015‘무심無心하다’는 두가지 뜻
# 최근 오픈AI가 다시 한번 놀랄 만한 인공지능(AI) 기술을 공개하며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소라(Sora)’라고 명명한 이 서비스는 텍스트만 입력하면 고화질 동영상을 생성해내는 AI 서비스입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AI가 생성한 이미지는 손가락과 같은 세부적인 부분을 제대로 묘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손을 자세히 보는 것이 AI가 만든 작품을 식별하는 방법이었습니다. 하지만 소라가 만든 영상은 사실상 구별이 불가능합니다. 그만큼 생생함과 정밀도를 뽐내고 있죠. # 무시무시한 기술력 때문인지 동영상 제작업계는 커다란
# 순간은 점點이다. 점 같은 순간만 봐선 전체를 파악할 수 없다. 전체의 모습을 알고 싶다면 수많은 순간을 연결해 선線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앞뒤 맥락과 본질이 보인다. # 지난 1월 17일 수많은 미디어가 비슷비슷한 기사를 쏟아냈다. 2022년 7월, 대한적십자사 대구경북혈액원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의 원인을 다룬 기사였다. “…대한적십자사 직원이 버린 담배꽁초에서 불이 붙어서 혈액공급실이 타버렸다. 직원은 실화失火 혐의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 실화는 ‘실수로 불을 냈다’는 뜻이다. 이 때문인지 모든 미디어의
대학생 시절 나는 기숙사 생활을 했다. 4인실을 처음 배정받았을 때, 들뜸과 두려움 등이 섞인 고양감에 룸메이트들과 서슴없이 친해졌다. 통성명을 하지 않아 서로의 학과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난 문예창작과 학생이었고 다른 친구는 경찰행정이었다. 두 친구의 학과는 몰랐다.기숙사 책상을 꾸미고 있을 때 한 친구가 “빨리 운동장에 가봐야 한다”고 외쳤다. 구경거리가 생긴 것 같아 운동장으로 뛰어나가자 옷 대신 박스를 입은 채 기타를 들고 있는 이가 서 있었다. ‘대학교란 정말 자유의 공간이구나’라는 생각을 할 때쯤 그가 입은 박스의 뒤쪽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 대표팀 감독의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몽규 축구협회장은 시민단체로부터 배임 혐의로 고발까지 당했다. 핵심은 클린스만의 계약 내용상 발생할 위약금이다. 경제학의 계약 이론에서 발생하는 도덕적 해이, 위임자와 대리인의 문제는 결국 기업 혹은 단체의 지배구조와 맞닿아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지난 10일 통보 없이 미국으로 출국한 사실이 알려진 후 경질 여론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10일 폐막한 아시안컵에서 직전 대회보다 한 단계 높은 4강에 진출했지만, 경기력
인공지능(AI)과 로봇은 이제 산업현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도구다. 엘림넷 나우앤서베이가 직장인 1000명을 상대로 ‘자녀나 후배에게 AIㆍ로봇 관련 직업을 추천하고 싶은지’를 물어본 결과, 추천하겠다는 응답자는 17.9%에 그쳤다. 추천하지 않겠다는 응답자는 2배 높은 36.9%에 달했다. 비추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번 조사에선 비추천 이유까지 질문하지 않았지만 응답자들이 바라보는 AIㆍ로봇 시대의 경제 전망을 살펴보면 유추할 수 있다. 직장인에게 ‘AIㆍ로봇 기술 발전이 가져올 변화 중 영향력이 클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개인의 내밀한 이야기를 쓰는 소설들이 많아졌다. 거대한 참사나 사건을 쓰면서 피해자들이 기억하고 사건의 재발을 막으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주변인들의 사생활을 재현하는 문제가 생겼다. 2024년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재현의 윤리는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동아일보 2024년 중편 신춘문예 당선작이 논란에 휩싸였다. 중편 당선작 ‘호모헌드레드(이상민 작가 作)’가 오토픽션(auto fiction)이라는 고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토픽션이란 자신을 뜻하는 그리스어 ‘auto’와 허구를 뜻하는 ‘fictio
자신이 일하는 자동차대리점 정비부에서 일하는 인디언 ‘빅 풋’에게서 소개받은 청부업자 게어 그림스루드(Gaear Grimsrud)와 칼 쇼월터(Carl Showalter)를 만나본 제리 룬더가드(Jerry Lundergaard)는 못내 찝찝하다. 게어는 영혼이 가출한 듯한 눈빛으로 아무 말 없이 죽어라 담배만 피워댄다. 과묵한 건지 아무 생각이 없는 건지, 혹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반대로 쇼월터라는 인물은 입에 모터라도 달아놓은 듯 쉬지 않고 신경질적으로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아무리 짧은 문장도 f***이 안 들
■클로백(Clawback) = 2011년 미국 모건스탠리의 한 임원은 연말 자선경매 행사를 마친 후 집으로 돌아가던 중 택시기사와 시비가 붙었다. 그는 가방에서 펜나이프를 꺼내 택시기사를 위협했고, 결국 폭행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혐의를 벗었다(기각).하지만 모건스탠리는 경찰이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2주 전 해당 임원을 해고했다. 그에게 지급하기로 했던 성과급 500만 달러(약 67억원)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모건스탠리가 ‘클로백(Clawback)’ 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클로백은 임직원이 회사에
제리 룬더가드(Jerry Lundergaard)는 돈 많은 장인 웨이드 구스타프손(Wade Gustafson)에게 사업자금 75만불을 빌려달라고 어렵게 부탁하지만, 장인은 못 미더운 사위의 얘기를 들어보지 않은 채 손사래부터 친다. 제리가 ‘이게 다 당신의 딸과 손자를 위한 것’이라고 장인의 아킬레스건도 건드려보지만 장인은 “내 딸과 내 손자는 내가 알아서 먹여 살릴 테니 자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다”고 무지막지하게 잘라버린다.제리는 장인의 태도와 멘트에 깊은 ‘빡침’을 느끼고 아내를 납치해서 몸값으로 8만불을 뜯어내려는 계획을 실행
2009년 1월 20일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이 불탔다. 용산 4구역 상가 세입자들이 재개발 철거에 반대해 농성 중이던 건물이었다. 경찰의 강제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화재였다.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사망했고, 이날을 사람들은 ‘용산참사’라 불렀다.지난 20일 용산 참사 15주기를 맞았다. 예술은 참사를 어떻게 기록할까. 사실을 기반으로 한 소설이 가져야 할 자세는 어떤 것일까. 지금은 누구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생방송을 할 수 있는 시대다. 이럴 때일수록 소설은 기록 그 이상의 가치를 가져야 하기에 ‘재
신춘문예는 동시다발적으로 신진작가가 데뷔하는 큰 행사다. 작가 지망생에게는 도전의 장이며 각 대학의 문예창작과엔 한해의 성과를 확인하는 공간이다. 2024년 신춘문예의 결과는 어땠을까. 더스쿠프 Lab. 리터러시가 2024년 신춘문예의 모든 것을 통계로 정리했다.매년 새해엔 문학계의 가장 큰 행사가 열린다. 신춘문예다. 대개 일간신문들이 신인작가를 발굴해 1월 1일 작품과 함께 발표한다. 신춘문예를 제외하고도 신인상ㆍ공모ㆍ투고ㆍ연재ㆍ독립문예지ㆍ텀블벅 등 데뷔방식이 다양해졌지만, 전국에서 같은 시기에 동시다발적으로 작가를 데뷔시키는
친환경 바람은 화장품 업계에도 거세게 몰아쳤다. 성분은 물론 패키지까지 환경을 염두에 둔 제품들이 속속 시장에 등장했다. 용기를 가져가면 내용물만 구입할 수 있는 리필스테이션(Refill Station)도 생겼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허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재활용’ 인식이 가장 큰 장애물이다. 친환경을 강조한 ‘클린 뷰티(Clean beauty)’ 이슈가 화장품 시장을 여전히 뜨겁게 달구고 있다. 클린 뷰티는 인체에 유해한 성분을 배제하고 환경보호에 중점을 둔 화장품을 의미한다. 클린뷰티 이슈가 본격적으로 떠오른 2020년엔
영화 속에서 최악의 청부업자 게어 그림스루드(Gaear Grimsrud)와 칼 쇼월터(Carl Showalter)가 남편 제리 룬더가드(Jerry Lundergaard)로부터 청부받은 대로 제리의 아내를 납치하기 위해 브레이너드(Brainerd)라는 작은 도시의 경계를 넘어 들어갈 때, 도시 입구에 웬 거대한 조형물과 표지판이 화면 가득 찬찬히 클로즈업된다.그 표지판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다. “폴 버니언(Paul Bunyan)의 고향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Welcome to the home of Paul Bunyan).”
카카오는 보고서를 자주 낸다. 2023년 이 회사가 발행한 보고서만 9건이다. 실적과 수익, 제품과 서비스로 평가받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은 눈에 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리포트가 카카오를 그럴듯하게 포장해줬을진 몰라도, 정작 그들이 쇄신하는 덴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더스쿠프가 ‘리포트 탐닉한 기업: 카카오의 민낯’을 살펴봤다. “기술이 선하게 쓰일 때, 건강한 혁신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카카오는 기술의 건강성을 고민해 왔다.” 2023년 12월 28일, 카카오가 31쪽 분량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칼국수 마음에 칼을 품고 있는 날에는 칼국수를 해먹자 칼국수 날은 날카롭다 식칼, 회칼, 과일칼 허기 느끼며 먹는 칼국수에 누구나 자상刺傷을 입는다 그럼 밀가루 반죽을 잘해서 인내와 함께 홍두깨로 고루 밀어보자 이때 바닥에 붙지 않게 마른 밀가루를 서너 겹 접은 분노와 회한 사이 슬슬 뿌리며 도마 위에서 일정하게 썰어보자 불 끈 한석봉 붓놀림 같이 한눈팔아서는 안 된다 특히 칼자국 난 면발들이 펄펄 끓인 다시물에 뛰어들 때 같이 뛰어들지 않지 않도록 주의하자 고통이 연민으로 후욱 끊어오를 때 어린 시절 짝사랑 같은 애호박 하나쯤 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