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친아’ ‘엄친딸’이란 말이 유행처럼 나돈 지 오래다. 친구의 자녀와 내 자녀를 비교하는 부모가 적지 않다는 방증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타인과의 비교는 자녀에게 커다란 스트레스를 안긴다. 자신과 남을 비교하게 만드는 분위기 때문에 정신과 진료를 받는 10대도 가파르게 늘었다.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엄친아’ ‘엄친딸’이란 말엔 이처럼 폭력성이 깃들어 있다.공부부터 인성, 외모까지 어느 하나 부족함 없는 사람을 두고 ‘엄친아’ ‘엄친딸’이라고 부른다. 이런 말이 생긴 이유는 뻔하다. 많은 자녀가 부모로부터 “내 친구 아들은
이니셰린 섬에서 ‘동네 바보형’ 파우릭과 잡담으로 시간을 죽이고 살던 콜름은 뜻밖에도 한때는 음악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였다. 그랬던 콜름이 어쩌다가 외진 이니셰린 섬까지 흘러들어와 ‘청산별곡’ 같은 삶을 살게 됐는지 영화는 설명해주지는 않는다.콜름은 어느날 문득 음악가로의 삶을 그리워한다. ‘노스탤지어(향수)’에 사로잡힌 거다. 그는 아마도 음악가로서의 삶에 실패했든지, 음악 자체가 무의미해져서 음악을 버렸을 듯하다. 영화는 콜름이 왜 오래전에 음악을 버렸고 또 갑자기 음악가의 삶에 ‘향수’를 느끼게 됐는지 보여주지는 않는다. 자신이
“어서 차라리 어두워 버리기나 했으면 좋겠는데, 벽촌의 여름날은 지리해서 죽겠을 만치 길다.” 폐결핵 요양차 잠시 벽촌 시골마을에서 지내던 이상의 단편 수필 「권태」의 도입부 문장이다. 아무런 변화도, 할 일도 없는 벽촌에서의 무료함에 이상은 진저리친다. 무료함을 견디지 못한 마을 아이들은 논두렁에 나란히 쪼그리고 앉아 누구 ×이 더 굵은지 ‘×싸기 시합’을 하면서까지 필사적으로 무료함과 싸운다.영화 ‘이니셰린의 밴시’의 무대는 아일랜드에 인접한 ‘이니셰린’이라는 가상의 작은 섬이다. 그 분위기는 문득 이상의 수필 「권태」를 떠올리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류이치 사카모토 지음|청미래 펴냄 지난 4월 아시아를 대표하는 음악 거장 류이치 사카모토가 세상을 떠났다. 이 책은 그가 생전 쓴 첫번째 자서전으로 10년 만에 재발간됐다. 2007~2009년 2년간 잡지에 인터뷰 형식으로 게재한 글을 묶었다. 당시 그가 갖고 있던 음악가로서의 고민과 동시대인으로서의 사유를 진솔하게 보여준다. 유치원 시절 첫 작곡부터 음악으로 자유로워지기까지…. 류이치 사카모토가 직접 밝힌 그의 반생半生을 들여다본다. 「내 장은 왜 우울할까」윌리엄 데이비스 지음|북트리거 펴냄 우리의 장腸은
“나의 직업은 책을 찾는 일이다.” 신간 「워싱턴대학의 한국 책들」의 저자는 도서관 사서司書다. 자료를 빨리, 정확하게 찾는 것이 소명인 저자가 어찌 된 일인지 “제발 찾지 못하길 바라며 온갖 자료를 검색했다”고 말한다. 자신이 근무하는 대학 도서관의 한국 귀중서가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유일본이길 바라서였다. 여기에 소개된 책들의 소장처인 워싱턴대 동아시아도서관은 북미 14개 한국학 도서관 가운데서도 하버드대 옌칭도서관 다음으로 많은 한국 자료를 보관하고 있다. 저자는 그 가운데 특별히 44종을 가려 뽑았다. “선정 이유는 제
사람 사이가 각별해지는 덴 비밀스러운 공유가 자리한다. 둘만 아는 농담, 둘만 아는 교감, 둘만 아는 이야기가 쌓이다 보면 어느새 서로의 삶에 스며드는 관계가 된다. 하지만 자신을 온전히 내보이고 이해받을 수 있는 대상을 만난다는 건 극히 드문 행운과도 같다. 여기 가족보다, 때로는 연인보다 가깝게 마음을 나눈 두 사람이 있다. “나에게 한 친구가 있었고, 우리는 모든 걸 함께했다. 그러다 친구가 죽었고, 그래서 우리는 그것도 함께했다.” 「먼길로 돌아갈까?」는 빛나는 시절을 함께한 소중한 존재에게 바치는 헌사다. 문학평론가이자 퓰
윤여경 한낙원 과학소설상, 타임리프 공모전 우수상 금속의 관능 I–에로스–그는 금속이다. 차갑고 아름다운. ‘그가 둘 중 하나만이라도 해당되지 않았으면 좋을 텐데.’라고 처음에 나는 생각했다. 차갑지 않거나, 또는 아름답지 않거나.2104년, 봄.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한 은하계 귀퉁이에 배치된 구호선에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여느 때와 같이 평범한 날이었다. 나를 지구로 복귀시킬 우주선이 구호선에 도착하기 이 주일이 남은 시점이었다.“아이언, 만약 내가 널 사랑한다고 하면 ‘꺼져.’라고 해줘.”“언제든지.”아이언은 그렇게 말하고
밑그림을 그린 뒤 잘라 셀로판지를 붙이고, 거기에 조명을 비춰 그림자로 표현하는 ‘가게에’. 그림자 회화라고도 불리는 가게에는 밝은 빛과 어두운 빛의 균형, 오려 붙인 재료, 질감의 투과율까지 치밀하게 계산해서 작품을 완성한다. 가게에는 라이팅 간판광고의 효시이기도 한데, 이 독특한 장르를 이끌어온 주인공이 일본의 디즈니라고 찬사받는 ‘후지시로 세이지’다. 그가 98세를 맞아 국내 최초로 대규모 전시를 연다. 지난해 개최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연기됐다.후지시로의 가게에 역사는 2차 세계대전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청
여름 클래식 축제 ‘클래식 레볼루션’의 두번째 장이 열린다. 클래식 레볼루션은 특정 작곡가를 선정해 그들이 남긴 작품을 다채롭게 조명하는 클래식 공연이다. 열흘 동안 독주회부터 실내악, 협주곡, 교향곡 등 다양한 장르의 클래식 공연을 선보인다. 제1회 클래식 레볼루션의 막이 올랐던 지난해엔 독일 작곡가 베토벤이 주제였다. 올해의 주제는 탄생 100주년을 맞은 아르헨티나 작곡가 피아졸라와 낭만주의를 이끈 독일 작곡가 브람스다.‘탱고의 황제’라고 칭송받는 피아졸라는 정열적인 전통 탱고 음악에 클래식과 재즈를 접목한 ‘누에보(새로운) 탱
오페라 ‘로엔그린’은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작품으로 3막으로 이뤄져 있다. 3막 전주곡으로 연주하는 ‘결혼 합창곡’은 가장 유명하다. 이 음악이 지금도 결혼식에서 들을 수 있는 ‘결혼행진곡’이다.♬ 1막 = 무대는 10세기 헝가리의 안트베르펜. 프레데릭 백작과 그의 아내 오르투르트는 엘자 브라반트가 자신의 남동생 코프리트 브라반트 후작을 죽였다고 의심한다. 엘자가 두 사람의 아버지 브라반트 백작이 남긴 재산과 작위를 독차지하려고 동생을 해쳤다는 것이다.프레데릭 백작은 이를 빌미로 엘자를 고발한다. 엘자만 사라지면 브라반
‘한국무용ㆍ마셜아츠ㆍ현대무용이 결합된 혁신적인 안무’ ‘남성적인 에너지가 가득한 역동적인 춤’ ‘음악과 춤의 아름다운 조화’….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구축해 세계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안무가 겸 무용수 김재덕이 자신의 두 대표작으로 무대에 오른다.첫번째 공연은 김재덕이 이끄는 현대무용단 모던테이블의 작품 ‘다크니스 품바’다. 다크니스 품바는 걸인들의 노래 ‘품바 타령’을 현대적인 음악과 힘 있는 안무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품바 타령의 기본 멜로디는 유지한 채 현대적인 편곡과 남성 무용수들의 역동성을 더했다. 특히 질주하듯 펼쳐
“욕망을 갖게 했으면 재능도 주셨어야죠.” 타고난 천재와 그를 질투할 수밖에 없는 2인자의 고뇌를 담은 연극 ‘아마데우스’가 무대에 오른다. 영국 극작가 피터 쉐퍼(Peter Shaffer)의 극본을 원작으로 한 아마데우스는 음악 천재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와 그를 질투했던 안토니오 살리에리의 심리를 조명한다. 가난한 시골마을 출신의 궁정 작곡가 살리에리는 우연히 모차르트의 공연을 보고 그의 천재성에 감탄한다. 신들린 연주력과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기발함, 시대의 감성을 뛰어넘는 작곡 실력은 살리에리가 가질 수 없는 것들이었다.하
1986년. 슬럼프에 빠진 천재 피아니스트 ‘스티븐 호프만’은 미국에서 오스트리아 빈으로 건너온다. 스티븐은 쉴러 교수를 만날 것을 기대하며 리허설 스튜디오 315호로 들어서지만 그곳에 있던 사람은 쉴러 교수가 아닌 괴짜 교수 ‘요제프 마쉬칸’이었다. 마쉬칸은 스티븐에게 ‘쉴러 교수를 만나려면 3개월간 나에게 먼저 노래를 배워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한다.거만한 젊은 피아니스트 ‘스티븐 호프만’과 익살스럽고 유쾌한 ‘요제프 마쉬칸’은 살아온 배경도 성격도, 예술적 성향도 다르지만 성악 수업을 통해 가까워진다. 음악으로 만나 나이를 뛰
'문학스튜디오 무시'의 올-라운드 문예지 5호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에 공개되었다. 는 다양한 예술을 문학에 접목해 문학의 영역 확장을 목표로 하는 ‘올-라운드 문예지’다.이번 5호의 주제는 ‘편지’다. 편지를 쓰다 보면 수신인과 무관한 내용으로 흘러가는 현상을 빗대어 ‘와일드 피치(wild pitch, ‘포수가 잡지 못하게 던진 공’이라는 야구 용어)라는 부제가 달렸다.1부 커버스토리 ‘원래 여자들이 그렇게 편지를 써’에는 페미니즘 출판사 봄알람 이민경 작가의 편지 ‘코로나 시대
[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김소월 시인을 기린 가곡 ‘산유화’와 ‘초혼’, 만나지 못하는 딸을 생각하며 작곡한 “자장가” 등으로 알려진 김순남 작곡가의 생가가 확인됐다. 성북구 동소문동에 위치한 고즈넉한 옛집은 75년 전, 김순남 작곡가와 그의 부인이 신혼살림을 꾸려나가던 곳이다.김순남 작곡가의 외동딸인 김세원 방송인, 김순남 작곡가의 사촌 누이이자 김수영 시인의 아내인 김현경 여사와 함께 찾은 생가는 비교적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있었다. 과거 안방에 피아노가 있던 그의 성북구 생가에는 임화, 오장환, 김남천 등의 문인들은 물론
뮤지컬 ‘렌트’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사랑과 삶을 다룬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현대화한 작품이다. 극작가이자 작곡가인 조나단 라슨이 자전적 이야기를 담아 1990년대 뉴욕 맨해튼 이스트 빌리지를 배경으로 사회적으로 터부시됐던 동성애·에이즈·마약 등의 소재를 수면 위로 드러냈다. 다양한 음악 장르가 혼합된 오페레타로 록· R&B·탱고·발라드·가스펠 등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1996년 오프브로드웨이 150석 규모의 작은 공연장에서 처음 관객을 맞았던 뮤지컬 ‘렌트’는 브로드웨이 비주류층이었던 젊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전 세계 4
전세계 39개국 1억4000만명을 매혹한 불멸의 명작, 30년 이상 웨스트엔드·브로드웨이에서 유일하게 연속 공연되는 작품, 브로드웨이 최장기 공연 기네스북 기록…. 매년 화려한 수식어가 더해지고 있는 명작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긴 기다림 끝에 찾아왔다. 2012년 25주년 기념 내한 공연 이후 7년여 만의 오리지널 공연이다. 19세기 파리 오페라 하우스를 배경으로 흉측한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채 오페라 하우스 지하에 숨어 사는 천재음악가 유령과 프리마돈나 크리스틴, 크리스틴을 사랑하는 귀족 청년 라울의 러브 스토리를 담고 있다
“사월의 노래”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 부노라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박목월 작사, 김순애 작곡- 사월에 노래살 에이는 혹독한 시련의 계절을 넘어 또 다시 4월의 봄이 되었다. 누군가는 계절의 여왕이라고도 한다. 또 누군가는 잔인한 달로 기억하는 사람도 있다. 이
한국의 음원시장은 외국계의 ‘무덤’으로 불립니다. 그 유명한 애플뮤직도, 구글의 유튜브 뮤직도 기를 펴지 못할 정도입니다. 그만큼 멜론·지니뮤직·플로·네이버 등의 위세가 강합니다. 이런 시장에 최근 또다른 외국계 음원기업이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천편일률적인 ‘음원 차트’ 대신 차별화된 ‘추천 기능’으로 세계 시장을 평정한 스포티파이(Spotify)입니다. 스포티파이는 한국 기업의 견제를 떼치고 명성을 입증할 수 있을까요? 더스쿠프(The SCOOP)가 한국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스포티파이의 가능성을 취재했습니다. 멜론(melon).
[뉴스페이퍼 = 윤채영 기자]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위치한 '동네책방 숨'은 지역 주민들에게 따뜻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진숙 대표는 책방운영에 대해 "책방을 이용하고, 행사에 참가하면서 서로 친구가 된 사람들을 함께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고 밝혔다.책방을 찾는 단골손님도 적지 않다. 책방의 손님으로 오다가, 행사에 참가하면서 책방지기와 각별해진 손님들이 있는가 하면, 멀리서 책방 방문을 위해 일부러 광주여행을 계획하는 손님도 있다. 최근에 책방손님이 에세이집을 출판하게 되어 손님이 작가가 되기도 했다.이처럼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