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은 남침이다. 이 의심할 수 없는 전제에 당시 프랑스 지식인들은 북침과 남침을 놓고 논쟁했다. 공산주의를 둘러싼 시각차 때문이었다. 역설적으로 이런 논쟁 때문에 프랑스는 타인의 견해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그 분위기는 미국발 매카시즘의 광풍을 몰아냈다. 무언가 ‘다른 의견’이 틀어막히는 지금, 우리가 들춰봐야 할 지성의 역사다.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프랑스는 유엔의 결의에 따라 한국에 지원군을 파병하기로 했다. 다만, 대규모 군대를 편성하는 건 어려웠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도 프랑스는 해외 식민지들을 포기하지 않
# 1990년대 체첸과 러시아는 전쟁과 테러를 반복했다. 러시아 탐사기자 안나 폴릿콥스카야는 이때 민간인까지 학살한 푸틴의 만행을 고발했다. 폴릿콥스카야는 2006년 괴한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 그로부터 18년이 흐른 2024년. 푸틴의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교도소에서 사망했다. 아직도 대통령은 푸틴이다. 러시아는 22년 전 걷던 길을 아직까지 맴돌고 있다.1991년 냉전이 종식되고 소비에트연방의 공화국들은 차례로 독립을 선언했다. 연방의 맹주였던 러시아는 냉전 후 소비에트연방을 유지할 힘을 상실했다. 그나마 옛 소련의 국토와
인쇄기를 발명해 중세 유럽 어둠의 장막을 걷어내고 지식 혁명의 방아쇠를 당긴 요하네스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berg). 그의 발명은 소수의 귀족과 성직자들이 성경과 지식을 독점하던 체계를 단숨에 무너뜨렸다. 하지만 그는 제자로부터의 배신과 동업자의 소송에 따른 파탄, 노년에 찾아든 실명이란 엄혹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독점과 어둠이란 중세의 봉인을 해제한 것에 따른 천형天刑이었을까.구텐베르크가 인쇄기를 개발하기 전 유럽에선 수천권의 필사본만이 나돌았을 것이다. 그가 금속활자로 인쇄기를 발명한 시점에서 불과 50년이 흐
「듄의 세계」톰 허들스턴 지음·강경아 옮김 | 황금가지 펴냄 「반지의 제왕」에 필적할 수 있는 유일한 시리즈 「듄」의 모든 세계가 담겼다. 「듄의 세계」는 작가 프랭크 허버트의 인터뷰부터 주변 인물의 증언, 그리고 허버트의 청년 시절부터 드니 빌뇌브 감독이 만든 영화 ‘듄’까지 160여장의 사진을 담았다. 고대 트로이 전쟁부터 이슬람 저항, 초심리학과 우생학 그리고 아라비아의 로렌스, 새뮤얼 버틀러, 사담 후세인, 프리메이슨 리 등 「듄」을 탄생시킨 수많은 사건과 사상, 인물을 만날 수 있다. 「민족문학사상 2023년 통권 2호」민
# 인터넷은 사용자들 간의 평등한 동료적 협업을 통해 만들어가는 유토피아를 향하고 있는가. 아니면 빅 브라더(big brother)가 개인의 생활과 삶을 세밀하게 감시하고 통제ㆍ통치하는 디스토피아를 예정하고 있는가. #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우리의 사회적 활동과 개인의 모든 영역에 결합하면서 우리는 낙관도 비관도 확신할 수 없는 혼돈의 경계를 걷고 있다. 공병훈의 맥락, 사이퍼펑크와 블록체인 첫번째 편이다.2018년 혼돈 속에서 나타난 어려운 개념 하나가 전세계를 뒤흔들었다.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은 블록(block)과 체인(chai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폭격으로 팔레스타인의 시인 레파트 알라리르가 사망했다. 공교롭게도 알라리르가 사망 한달 전 남긴 시 ‘If I Must Die(내가 죽어야 한다면)’는 그의 유언이 됐다. 평생 ‘시가 희망이 되길’ 꿈꿨던 그의 소망처럼 가자 지구에선 포화가 사라질 수 있을까.팔레스타인의 시인이자 문예창작 교수였던 레파트 알라리르(Refaat Alareer)가 지난 12월 6일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습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번 공습으로 그의 형제, 여동생, 여동생의 네 자녀도 생명을 잃었다.1979년 9월 23일 가자 시티에서
2017년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서 열린 미래투자 포럼에서 아랍의 한 젊은 왕자가 무대에 올라 초대형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5000억 달러 규모의 ‘네옴(NEOM) 시티’ 건설 계획이었다. 홍해 인근 사막에 들어설 이 도시는 기후를 제어할 AI 기술과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친환경 시스템, 주민 숫자보다 많은 로봇을 갖춘 ‘꿈꾸는 이들’을 위한 도시라고 그는 설명했다. 야심 차게 계획을 밝힌 이는 베일에 싸여 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였다. 당시 32세였던 그는 사우디뿐만 아니라 나아가 중동 전체를 재조직하
[광군제 조용한 폐막]코로나에 막힌 ‘중국판 블프’ 중국의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光棍節(독신자의 날)가 조용히 막을 내렸다.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 탓에 본격화한 내수 침체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광군제는 매년 11월 11일 진행하는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다. 중국 언론사 정취안바오는 자오상증권의 자료를 인용, 올해 광군제 기간(10월 31~11월 11일)에 이뤄진 전자상거래 규모가 1조1507억 위안(약 214조6500억원)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13.4% 증가한 규모다. 다른 증권사도 비슷한
[침체 준비하는 美 기업]CFO 때아닌 칼바람 미국 주요 기업이 높아진 경기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최고 재무책임자(CFO)를 교체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월 23일(현지시간) 리크루팅 업체 러셀 레이놀즈 어소시에이츠의 자료를 인용,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이 CFO 교체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WSJ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교체된 CFO는 71명을 기록했다. 이중 20%가량은 지난 9월 교체됐다. 이는 예년과 비교했을 때 가파르게 늘어난 수치다. 러셀 레이놀즈 어소시에이츠가
Q. 요즘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표제작 를 떠올렸습니다. 작가 자신의 경험을 재현한 소설이라고 들었는데요, 어떤 배경에서 나온 소설인가요?A. 제가 요 무렵에 여행을 했어요. 한 4개월 유럽 배낭여행을 다녔는데, 발칸반도 쪽은 여행을 잘 안 할 때에요. 내전이 종식되고 얼마 안 될 때니까, 아직 총상의 흔적이라 할지 전후의 흔적들이 있고, 또 뭐 그분들이 아직 전쟁의 앙금이 완전히 없어진 게 아니니까.서양 사람들은 간간히 보이고 동양 사람들은 별로 없을 때에요.그때 여행을 갔는데 온 곳에 상처 입은 분들이 배회
영화의 배경이 되는 ‘미래 어느날’ 영국은 극악한 ‘전체주의 국가’가 돼 있다고 하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영화 속 영국 시민들의 일상은 일견 자유롭고 평화스러워 보인다. 시민들은 깨끗하고 질서 잡힌 런던 거리를 자유롭게 왕래한다. 어떻게 된 일일까. 독재자 ‘슈틀러’가 장악한 영국은 평온하다. 노숙자는 없고 쓰레기도 없다. 너절한 광고 전단도 없다. 시민들을 감시하기 위한 무장경찰이나 계엄령 치하와 같은 탱크도 보이지 않지만 질서정연하다. 시민들은 카페와 식당에서 자유롭게 식사를 하고, 담소를 나눈다. 또한 자유롭게 TV를 시청한
장강명 소설가. 20세기부터 SF를 썼다. 한겨레문학상, 수림문학상, 제주4.3평화문학상, 문학동네작가상, 오늘의작가상, 젊은작가상, 이상문학상, 심훈문학대상, SF어워드 우수상 등을 받았다.Kang-Myung Jangnovelist. He’s been writing science fiction since the 20th century.He received the Hankyoreh Literary Award, Surim Literary Award, Jeju 4.3 Peace Literary Award, Munhakdongne Wri
나는 지난 회에 ‘인류사는 문체투쟁사다’라는 문제제기를 통해 ‘시인은 왜 철학자를 고발하였나’를 풀어갈 것을 약속하먼서 이걸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서양철학사에서 하나의 패턴pattern으로 서로 부딪치고 차이와 반복을 드러내며 강물처럼 지속적으로 흐르고 있는데, 이것이 사실은 시와 소설이라는 문체의 역사와 함께 흘러왔음을-그러니까 아리스토텔레스는 시를 대변하는 철학자이고, 플라톤은 소설을 옹호하는 철학자로서-좀 장황하게 늘어놓으먼서 대서사로서의 서곡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먼서 나는 시리즈가 이어지기
미래학교 강사:장강명소설가. 20세기부터 SF를 썼다. 한겨레문학상, 수림문학상, 제주4.3평화문학상, 문학동네작가상, 오늘의작가상, 젊은작가상, 이상문학상, 심훈문학대상, SF어워드 우수상 등을 받았다.이것은 파트와가 아닙니다이 답장을 마지막으로 선생님과의 논쟁을 마치려 합니다. 서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추구하는 바가 너무 달라서, 저희가 어떤 합의에 이를 것 같지 않습니다.무엇보다 저는 《두 가지 질문》을 우리 사회가 어떤 식으로든 시급히 매듭지어야 할 현실 세계의 당면 과제로 인식하는 데 반해, 선생님께서는 일종의 철학적
리차드와 그의 아내 수잔은 관광버스를 타고 무료하게 모로코 사막지대를 달리던 중 느닷없는 총격을 당한다. 수잔이 사경을 헤매지만 병원까지 가기에는 너무 멀다. 어쩔 수 없이 급한 대로 마침 가까운 곳에 있는 관광가이드의 동네로 버스를 몰아간다. 피투성이가 된 아내를 안고 병원 응급실로 달리는 남편 리차드는 황당하다. 통역을 맡은 관광가이드가 있지만 아내를 부탁해야 할 마을 사람들과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미치고 환장할 일이다. 의사, 간호사와 말이 통하지 않는다. 통역을 통해서 주고받는 의사소통이란 장화 신고 가려운 발을 긁어대
낙원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물과 산이 일렁이는 곳, 구름과 돌이 서로 다정한 곳. 하늘은 높은 곳에서 흐르고 웃음소리는 낮게 깔린다. 바람과 햇살이 번갈아 피부를 어루만진다. 낙원에 가까운 미술관, ‘뮤지엄 산’에 다녀왔다. 미술관까지 가는 길이 험난하다. 강원도 원주에 도착해 시내에서 택시를 타고 30분, 산 위에 있는 뮤지엄 산에 도착했다. 입장료를 보고는 마음 속도 험난했다. 전시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되어 있는데, 기본관과 명상관, 설치 미술가 제임스 터렐의 전시까지 모두 관람하면 일반 성인이 39,000원. 그럼에도 외
미국 샌디에이고에 사는 리차드 부부는 아이를 잃고 회복하기 어려운 고통과 상심에 빠진다. 아이를 잃은 것만으로도 견딜 수 없는 고통이지만 그 과정에서 부부는 미묘한 마음의 갈등을 겪는다. 견디기 어려운 고통과 마주했을 때 다른 누군가에게 고통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은 인간의 본능에 가깝다. 기진맥진한 리차드 부부는 모로코 여행을 떠난다. 리차드 부부는 잠시라도 모든 것을 잊고 새로운 환경 속에서 새 출발의 전기를 찾고 싶었던 듯하다. 인간이란 눈에 보이는 게 바뀌면 생각도 바뀐다. 아이의 모습이 어른거리는 샌디에이고를 벗어나 황량한
#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20여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완전히 장악했습니다. 대통령은 해외로 탈출했고, 아프간 주둔 미군도 완전 철수했습니다. # 세상에 이유 없는 패배는 없습니다. 아프가니스탄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군 30만 병력 중 대다수가 장부상에서만 존재하는 ‘유령 군인’이었다는 건 충격적입니다. 많은 부패인사가 군대와 경찰에 이름만 올리고 월급만 챙겨왔다는 겁니다. # 늘 그렇지만 사회 지도층의 모럴해저드는 애먼 국민에게만 피해를 안깁니다. 아프간이 그런 상황입니다. 세상에 이유 없는 패배는 없다지만 참 가슴이 아픈 상
[佛, 백신여권 반대 격화]“내게 백신접종 강요 마라” 프랑스 전역에서 5주째 백신여권 시행에 반대하는 대규모 주말 시위가 펼쳐졌다. AP 통신 등 외신은 1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를 비롯해 전국 217개 도시에서 21만명이 백신여권 시행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를 증명하는 ‘백신여권’을 소지하면 국내외를 이동할 때 자가 격리와 음성증명 등의 제한을 면제받을 수 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9일부터 식당과 공공시설에 출입, 장거리 공중 교통기관을 이용 시 백신 접종과 음성증명서를 제시하도록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감독이 빚어낸 걸작 ‘바벨(2007년)’은 도무지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는 모로코와 미국, 멕시코, 그리고 일본이라는 동떨어진 4개 나라에서 벌어지는 동떨어진 사건들을 보여준다. 연결고리가 보이지 않는 이 4개 나라의 동떨어진 인물들을 엮는 건 모로코 어린아이가 호기심에 쏴본 총알 한방이다.한 일본 사업가가 모로코로 사냥 여행을 간다. 이 젊은 일본 사업가는 모로코의 현지 가이드에게 사냥총을 팁으로 선물하고 일본으로 돌아간다. 사냥총을 선물받은 모로코 가이드는 양들을 공격하는 자칼을 쫓아내기 위해 사냥총이 필요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