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조율사」궈창성 지음 | 민음사 펴냄남다른 음악적 재능을 지닌 피아노 조율사와 아내를 잃고 나서야 그녀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된 사업가가 함께 ‘피아노’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1990년대 말을 배경으로 동성애자인 주인공이 출신 계급의 한계, 정체성 혼란 등을 겪으며 예술의 극치인 ‘무아’를 추구하는 과정을 담았다. 비극적인 운명, 복잡하고 미묘한 인간성의 탐구, 그리고 삶의 마지막 구원을 이야기하는 듯한 결말의 암시는 전율과 감동을 선물한다.「나이트비치」레이철 요더 지음 | 황금가지 펴냄두살배기 아이의 엄마
2014년 4월 16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또렷하게 기억하는 날. 올해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년이 됐습니다.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人災에서 기인한 사고라는 점에서 세월호 참사는 치유되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더스쿠프 Lab. 리터러시가 10년 간 풀어내지 못한 아픔을 기록한 책 6편을 치유와 소통을 바라는 마음으로 소개합니다. 4월이 되면 많은 이가 팽목항과 노란 리본을 떠올립니다. 2024년은 좀 더 특별한 해입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이니까요. 아이들이 살아 있었다면 성인으로 성장하고도 남
# 산업혁명 후. 인류는 마치 지구의 지배자인 양 오만하게 행동했습니다. 지구의 자원인 화석연료를 거칠게 소비하면서 자연을 파괴했습니다. # 결과는 끔찍합니다. 무수히 많은 동물이 ‘멸종 위기’에 몰렸습니다. 풍부한 녹지는 사막으로 변하고 있고, 북극과 남극의 빙하는 녹고 있습니다. # 몸 안에 나쁜 박테리아가 들어오면, 인간은 체온을 높여 싸웁니다. 지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구는 인류의 오만함에 맞서 온도를 끌어올리면서 저항하고 있습니다. # 많은 전문가는 지구의 온도가 임계점에 달했다고 경고합니다. 인류의 오만이 불러일으킨 재앙
197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알렉산드르 이사예비치 솔제니친은 푸틴이 권력을 장악한 러시아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도덕적인 러시아는 가능한가?” 솔제니친은 ‘제국’의 환상에 빠진 러시아가 소비에트 연방에서 분리한 국가들을 힘으로 지배하려는 경향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질 비극을 예견하고 있었을지 모른다.러시아 작가 알렉산드르 이사예비치 솔제니친(1918~2008년)은 1918년 12월 11일 러시아인 아버지와 우크라이나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아버지는 솔제니친이 태어나기
철수라는 이름에서 묘한 친근감이 느껴진다면 아마도 교과서 때문일 거다. 관공서가 ‘홍길동’을 예시로 써왔다면 교과서는 오랜 시간 ‘철수’를 예시로 사용했다. 철수는 영희와 함께 시험 시간마다 만나는 단골손님이었다. 철수와 영희가 대화를 나누거나 행동하면, 그 모습을 보고 답을 구하는 식이다.철수는 과목을 가리지 않고 활약하는데, 물리 문제에서 유독 고생할 때가 많다. 문제 속 철수는 고속으로 다가오는 열차 앞에 서거나, 수십 미터 높이에서 떨어지거나, 우주선을 탄 채 운석과 충돌한다. 그래서인지 한때 인터넷에는 철수의 처지를 안타까
인류세라는 것이 있다. 인류세는 인류가 지구 지질이나 생태계에 미친 시대를 이야기한다. 인류세의 지질은 인류의 흔적으로 대표할 수 있는 핵실험 이후의 방사능, 플라스틱, 닭뼈가 땅에 묻히면서 생겼다. 좀 더 쉽게 이야기하면 인류가 생겨난 이래의 흔적이 땅에 남는 것. 그것이 바로 인류세다. 보통 인류세는 환경 오염과 기후 위기를 상징한다. 하지만 나는 인류세를 생각할 때마다 거대하고 오래된 역사책의 측면을 떠올린다.누구에게나 지층이 있다. 그것은 경험이기도 하고 사물이기도 하다. 레코드가 테이프가 되고 MP3 기기가 스마트폰이 됐듯
전쟁은 누군가 ‘미사일 스위치’를 눌러야만 벌어지는 건 아니다. 벌과 풀이 사라지는 시대. 꽃이 피지 않고 과일이 열리지 않고 곡식이 영글지 않는 시대. 그리고 그 모든 멸종은 인간이 스스로 자초한 결과다. 불안해진 식량 수급에 그간 쌓아왔던 민주주의와 공동체주의는 사라지고 인간들은 서로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스스로 불러온 전쟁이다.코로나19가 휩쓴 시대에 ‘인류의 절멸’을 다룬 두편의 소설을 다시 펼친다. 이 소설들은 인간이 멸망하기 전에 앞서 사라지는 것들을 응시한다. 노르웨이 작가 마야 룬데(1975년~)의 디스토피아 소설 「
민주주의 한계를 지적할 때 사람들은 종종 독일 나치당을 소환한다. 바이마르 공화국의 정치 지형, 당대 사회적 분위기 등을 고려해야 마땅하겠지만, 나치가 국민의 지지를 받아 정권을 얻었다는 사실은 명백해서다. 나치당은 1933년 3월 독일 총선에서 43.9% 득표율로 집권했다. 권력을 거머쥔 나치당은 입법부가 행정부에 입법권을 위임하는 수권법을 통과시켰다. 이후 인류사에 다시 없을 독재의 시대가 열렸다. 이 때문인지 ‘만약 히틀러가 없었다면’이란 상상에서 시작하는 이야기가 많다. 이때 민주주의는 독자들에게 매력적인 소재는 아니다. 웹
2023년 4분기 합계출산율이 0.65명으로 내려갔다. 출산율 0.6명대는 사상 처음이다. 지난해 연간 출산율은 0.72명으로 0.7명대에 턱걸이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출산율이 1.0명에 못 미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세계적으로 0.7명대 출산율을 기록한 국가는 한국 외에 2년째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뿐이다.한국은 2020년 세계 최초로 출산율 0.8명대에 진입했다. 그로부터 2년 만에 0.7명대로 떨어진 출산율은 다시 2년 만인 올해 0.6명대로 추락할 전망이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저출산국으로 기
「일종의 마음」이제야 지음 | 시인동네 펴냄MZ세대와 서정을 조금이나마 나누고 싶다는 시인의 시집은 사랑과 그 이후 이별의 시간을 담는다. 출판사는 시인의 시집을 “어쩌면 나에게만 슬픔일 수 있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너무나 보편적인 매일의 이야기”라고 소개한다. 시인은 1987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양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2012년 ‘애지’로 데뷔했다. 산문집 「조각의 유통기한」으로 에세이가 더 널리 알려진 작가는 ‘시’라는 새로운 언어로 우리를 찾아왔다.「어느 노동자의 모험: 프롤레타리아 장르 단편선」배명은·은림·이서영·구
이 사진 앞에서식사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교인을 향한 인류의 죄에서 눈 돌린 죄악을 향한 인류의 금세기 죄악을 향한 인류의 호의호식을 향한 인간의 증오심을 향한 우리들을 향한 나를 향한 소말리아 한 어린이의 오체투지의 예가 나를 얼어붙게 했다 자정 넘어 취한 채 귀가하다 주택가 골목길에서 음식물을 게운 내가 우연히 펼친 지의 사진 이 까만 생명 앞에서 나는 도대체 무엇을이승하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데뷔지훈상, 편운상 등 수상「공포와 전율의 나날」, 문학의전당, 2015‘무심無心하다’는 두가지 뜻
체코의 작가 카렐 차페크의 작품들은 지금 읽어도 낡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가 최초로 사용한 단어인 ‘로봇’과 인간 같은 곤충들, 인간에 의해 강제로 대량 증식된 도롱뇽, 전염병을 권력 수단으로 이용하는 독재자는 세계대전 당시의 세계와 지금 우리의 세계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터미네이터(1984년)’는 인류의 암울한 미래를 그린 대표적인 영화다. 자원을 낭비하고 서로 갈등만 일삼는 인간들이 쓸모없다고 판단한 ‘지능을 가진 기계’들이 인간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디스토피아 영화의 고전이
「틀림없는 내가 될 때까지」문경수 지음 | 걷는사람 펴냄시인은 ‘적당히’를 모른다. 그럴듯해 보이는 질문으로 시를 채우지 않는다. 적당한 대답으로 글을 마치지도 않는다. 시가 원래 이렇게 단단한 것이었나. 시인은 자신을 꾸며내거나 자신도 모를 소리를 하지 않는다. 곤혹스러울 정도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시는 눈앞에 보이는 것과 듣는 것, 그리고 느끼는 것과 기억하는 것을 새기듯 쓴 기록이다. 그러면서도 시인은 자꾸 되묻는다. 반쯤 시선을 돌리고 있는 건 아닌지.「베개 8호」권경욱·박소희·조원규·조은영·조은정·지곡·한소리 지음 | 시
물가를 자극하는 변수 중 가장 복잡한 건 기후다. 기후 위기도, 기후를 지키려는 친환경 정책도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할 수 있어서다. 가령, 기후가 너무 춥거나 더우면 농산물의 작황에 영향을 미쳐 물가가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선 에너지 비용이 상승하는 경우가 잦다. 더스쿠프 ‘경제학 스터디카페’에서 기후플레이션과 그린플레이션의 함의를 살펴봤다.스티키인플레이션(Stickyinflation)은 물가가 좀처럼 하락하지 않는 현상을 의미한다. ‘스티키’의 뜻을 직역하면 ‘끈적끈적하다’다. 물가가 끈적끈적하게 천장
국가가 자신들의 곳간을 채우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중 가장 고약한 건 ‘세금稅金’이다. 때만 되면 국민들의 돈을 거둬가면서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세금은 인류 역사에 선재先在하는 개념이 아니다. 국가 성립과 필요에 따라 후천적으로 생성된 개념에 불과하다. 당연히 국가는 국민에게 세금을 요구할 때 자세를 낮춰야 한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정부의 간섭을 최소한으로 하고 경제의 운영을 시장에 맡기는 시장경제체제가 발달하면 할수록, 시장의 특성상, 돈이 되는 것이라면 무슨 일도 망설이지 않는 ‘맘모니즘(mammo
1950년대부터 시작한 미국과 소련의 냉전은 세계를 두 동강 냈다. 내 편이 아니면 다른 편이며 적을 끝장내기 전에는 나도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전 세계를 뒤덮었다. 인류에게 남은 건 절멸밖에 없어 보였다.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과 네빌 슈트의 「해변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반영했다. 증오하는 상대를 박멸하려는 이들로 넘쳐나는 우리네 정치꾼들이 읽을 만한 책이다.1952년 11월 1일, 미국은 세계 최초의 수소폭탄 실험을 태평양 에니위탁 환초에서 시행했다. 2년 후인 1954년 3월 1일엔 비키니 환초에서 수소폭탄 ‘캐슬 브
고대 이집트 왕들은 사후세계를 믿었다. 후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사자死者의 서書’는 고대인들이 기록한 사후세계 안내서다. 그럼 당시 사람들은 ‘사자의 서’를 어디에 어떤 형태로 기록했을까. 공병훈의 맥락 인류 최초 문자 미디어 마지막 편에선 ‘종이의 기원’ 파피루스(papyrus)를 살펴봤다.문자를 기록하는 ‘틀’ 점토판이 탄생한 것으로 알려진 수메르는 메소포타미아의 가장 남쪽 지방으로 오늘날 이라크의 남부 지역에 해당한다. 수메르 사람들은 점토판에 문자를 새기는 작업을 2000년 동안 해온 것으로 여겨진다.현재까지 발굴된 대
시간적ㆍ공간적 제약이 있는 말을 문자로 남길 수 있었던 건 역사적 함의가 크다. 문자가 없었다면 고대문화도, 지금의 찬란한 문명도 없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인류 최초 문자 미디어’ 1편에서 우리는 말이 문자가 된 경로를 짧게 살펴봤다. 2편에선 ‘책의 기원’으로 불리는 점토판이 만들어진 배경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인류가 문자를 발명한 후 ‘책의 기원’이라 불리는 점토판과 파피루스 두루마리가 만들어지는 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다만, 문자가 기록된 현존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유적은 점토판이나 석판에
찰스 다윈은 인류의 말의 기원을 “언어가 다양한 자연의 소리와 다른 동물들의 소리, 그리고 인간 자신의 본능적 울음소리들을 모방하고 수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만큼 인류의 가장 오래된 미디어는 ‘말(language)’이며, 인류가 영원히 사용할 미디어이기도 하다. 공병훈의 맥락, 이번엔 인류의 영원한 미디어 ‘말’을 논해보자.말은 인간이 지닌 최소한의 소통방식이자 최후의 소통방식이다. 인류가 사는 곳이 아무것도 없는 진공 상태가 된다면 말은 더 이상 인류의 미디어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말은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표현하
지금도…… 이 말을…… 당신께…… 꼭, 해야 하는가……? 몇 번이고 제 자신에게 되묻게 됩니다. 내뱉고 말면 어쩌면 당신은 저를 증오할지도 모르겠어요. 사랑이 증오로 바뀌는 건 순식간의 일이지요. 당신이나 저나 그 두 감정이 서로 동시에 마음을 언덕 삼아 맞대고 있지 않았나요?[풍금이 있던 자리 일부]유년 시절 글이 안 써지는 밤이면 신경숙의 작품을 필사하곤 했다. 파란색 노트에 만년필 심을 꾹꾹 눌러가며 글을 옮겨 적으면 손가락 끝이 말랑말랑해지는 기분이 들곤 했다. 나에게 문학이란 ‘신경숙’이었던 시절이 있었다.2015년 신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