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누군가 ‘미사일 스위치’를 눌러야만 벌어지는 건 아니다. 벌과 풀이 사라지는 시대. 꽃이 피지 않고 과일이 열리지 않고 곡식이 영글지 않는 시대. 그리고 그 모든 멸종은 인간이 스스로 자초한 결과다. 불안해진 식량 수급에 그간 쌓아왔던 민주주의와 공동체주의는 사라지고 인간들은 서로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스스로 불러온 전쟁이다.코로나19가 휩쓴 시대에 ‘인류의 절멸’을 다룬 두편의 소설을 다시 펼친다. 이 소설들은 인간이 멸망하기 전에 앞서 사라지는 것들을 응시한다. 노르웨이 작가 마야 룬데(1975년~)의 디스토피아 소설 「
요즘은 뭐든지 빌려 쓰는 시대다. 자동차 리스나 정수기 렌털은 이제 흔한 일이고, 요즘엔 고가의 매트리스를 렌털해 사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나름 합리적인 가격으로 ‘수면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는데, 문제는 이런 렌털비가 가랑비에 옷 젖듯 과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도 한달에 10만원을 매트리스 렌털비로 지출하고 있었다.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이 문제를 자세히 살펴봤다.먹거리 물가가 매년 오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 상승률은 2020년 4.4%를 기록한 뒤 2021년
인쇄기를 발명해 중세 유럽 어둠의 장막을 걷어내고 지식 혁명의 방아쇠를 당긴 요하네스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berg). 그의 발명은 소수의 귀족과 성직자들이 성경과 지식을 독점하던 체계를 단숨에 무너뜨렸다. 하지만 그는 제자로부터의 배신과 동업자의 소송에 따른 파탄, 노년에 찾아든 실명이란 엄혹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독점과 어둠이란 중세의 봉인을 해제한 것에 따른 천형天刑이었을까.구텐베르크가 인쇄기를 개발하기 전 유럽에선 수천권의 필사본만이 나돌았을 것이다. 그가 금속활자로 인쇄기를 발명한 시점에서 불과 50년이 흐
정부가 공매도를 6개월간 전면 금지했다. 표면적으론 시스템 개선을 목적으로 내세웠지만, ‘전면 금지’란 강수를 던졌다는 점에서 주가 부양책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정부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책의 목적과 방법 다를 때’ 두번째 편 공매도다. 미국 인디애나주 노트르담대학 교수들은 2012년 8월 ‘시장 하락: 공매도 금지로 얻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보고서에서 “2008~2009년 금융위기로 금융주 주가 하락을 제한하기 위해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금융주의 공매도를 금지했지만, 14일 동
한국은행이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은은 지난 1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3.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2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후 4‧5‧7‧8월에 이은 6번째 동결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은 예상된 결과였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7일 발표한 ‘11월 채권시장 지표(BMSI)’에 따르면, 채권 전문가(100명) 90%가 10월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금융투자협회는 “장기 국채금리 상승으로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이 낮아졌다”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정책 완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동결 전망
세계 최초로 원자폭탄을 개발한 오펜하이머를 다룬 영화가 개봉했다. 이 영화의 감독인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시간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놀런 감독이 평단과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전달한 사실상 첫번째 영화인 ‘메멘토’ 역시 시간과 기억을 풀어낸 이야기였다. 한국에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인터스텔라’도 시간과 중력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자! 이제 사족을 접고 본론을 이야기해보자. 놀런 감독의 영화를 볼 때 필자가 가장 궁금하게 생각했던 건 블랙홀이다. 블랙홀이란 존재는 오펜하이머가 원폭을 개발하던
농구ㆍ축구ㆍ권투 등 운동 경기에서 머리를 흔들어 상대편을 속이는 동작을 말한다. 경제학에선 금융상품의 가격이나 경제지표가 특정 방향으로 일정하게 움직이다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 반대로 향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가령, 비트코인 가격이 초기에 급등하는 추세를 보이다 순식간에 하락세로 선회하는 게 헤드 페이크에 해당한다. 최근 미국에선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의 추가 금리 인상 여부에 헤드 페이크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크리스토퍼 월러 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 이사는 5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
[골드만삭스의 선택]손실 앞 공룡의 선택, ‘애플 손절’미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애플과 체결했던 파트너십 계약의 종료를 검토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WSJ는 골드만삭스가 애플 카드를 포함해 여러 협력 사업을 신용카드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로 넘기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애플의 신용카드 ‘애플카드’를 발급하고, 애플의 ‘선 구매 후 지불(BNPL·Buy Now Pay Later)’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애플과의 파트너십 계약은 2030년
[아람코 상장 후 최대 실적]기후 볼모로 삼은 수익의 역설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상장 이후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냈다. 지난해 국제유가는 2014년 이후 가장 높게 형성됐는데(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평균 96.41달러), 그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와 AFP통신 등에 따르면 아람코의 지난해 순이익은 1611억 달러(10일 환율 기준 약 213조원)를 기록했다. 2021년 순이익(1100억 달러)보다 46.5% 늘어난 것으로, 코로나19 위기가 닥친 2020년(490억 달러) 대비 228.8%
2019년 7월 한일 관계는 격변했다. 문재인 정부의 과거사 문제 처리에 불만을 품은 일본이 우리나라를 향해 수출통제조치를 취하자,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확산했다. 불똥은 국내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유니클로에 튀었다. 그로부터 3년여, 유니클로 매출액은 반토막이 났고, 국내 SPA 브랜드들이 그 자리를 파고들었다. 지금 상황은 어떨까. 결과는 뜻밖이다.“유니클로가 방 뺀 자리에 스파오가 들어섰다.” 지난 2월 11일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유니클로(에프알엘코리아)’가 9년간 영업해온 자리에 토종
평일 오후 시간, 멋진 배경에서 근사한 옷차림의 그녀가 음식을 먹으며 사진을 업로드한다. 집에 돌아온 후엔 새로 출시된 화장품을 직접 써본 후기와 효능에 대한 게시물을 올린다. 언뜻 평범한 일상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그녀의 팔로워 수는 50만명을 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녀를 ‘인플루언서’라고 부른다. 인기 스타들이 차지했던 광고 모델 자리가 인플루언서들에게 넘어오고 있다. 이들은 웬만한 셀럽보다 더 영향력을 발휘한다. 홍보하는 상품의 스펙트럼도 매우 다양하다. 의류부터 운동 기구, 화장품, 심지어 금융상품에 이르기까지 안
‘테넷’의 주인공과 요원들은 ‘현재’를 바꾸기 위해 ‘미래’로 들어간다. 미래를 조작해 인류의 운명을 통째로 바꿔버린다. ‘과거’로 돌아가 과거를 바꿔 현재를 바꾸는 주제들은 꽤나 익숙하지만, 미래를 바꿔 현재를 바꾸는 방식은 특히나 우리들에게는 조금은 신선하기도 하다. 그런데 왠지 마음에 와닿지는 않는다. 테넷의 우리나라 흥행 성적표가 썩 훌륭하지 않았던 이유일까.미래에 관한 관점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첫째, 미래는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며, ‘정해진 미래’는 우리의 희망이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저 ‘오는 것(coming)’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만들어낸 ‘시간여행’에는 이전의 시간여행 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흥미로운 장면이 등장한다. ‘현재의 나’와 ‘과거의 나’ 혹은 ‘미래의 나’와 ‘현재의 나’가 충돌하고 뒤엉켜 싸우는 장면이다. 최신작 ‘테넷’에도 그런 장면이 등장한다. 인류의 미래를 구원하기 위해 미래로 출동했던 주인공은 현재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미래로 출동하던 자신과 맞닥뜨려 뒤엉켜 싸운다. 똑같은 주인공이지만 서로가 서로의 정체를 알 수가 없다. 현재의 주인공은 미래에서 오는 ‘나’를 알아보지 못한 채 저지하고, 미래에서 현재로 돌아가
고대사회를 지배한 변수 중 하나는 ‘무당의 한마디’였다. 중세사회에선 ‘천국의 예언’이 사람들의 삶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현대에도 미래의 예언자들이 있다. 과학자, 기술기업, 그리고 언론이다. 이들의 예언은 통찰력이나 비전이란 이름으로 대체되곤 한다. 시간을 오가는 ‘타임머신’ 영화는 대개 과거로 돌아가 현재를 바꾸어버리는 상상을 담는데, ‘테넷’은 특이하게도 미래로 넘어가 현재를 바꾸는 상상을 담는다. 역사학자 E.H. 카(Carr)는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정의한다. 과거에 일어난 ‘사실’은 박제처럼 영원히 같은 모습
‘영웅’이 등장하기 위해서는 항상 어마무시한 ‘악당’이 필요하다. 영웅과 악당의 크기는 정비례한다. 영웅과 악당은 그렇게 공존하고 어찌 보면 동업자 관계다. ‘테넷’에서도 이름 없는 영웅인 주인공의 존재는 사토르라는 최강의 악당이 있기에 더 빛나는지 모르겠다. ‘테넷’의 악당 사토르(Sator)는 수많은 ‘맨(man)자 돌림’ 히어로 영화들의 악당처럼 핵폭발로 지구와 인류를 끝장내려고 한다. 이유는 단순한 가학성이나 권력욕이 아니라 조금은 심오하다. 그래서 사토르를 단순히 또 하나의 황당한 악당으로 취급하기는 어렵다.사토르는 인류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최신작 ‘테넷(Tenet)’은 공상과학영화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철학영화라고 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어쩌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전작 ‘메멘토’ ‘인셉션’ ‘인터스텔라’ ‘덩케르크’나 테넷을 통해 집요하게 파고드는 ‘시간과 운명’이라는 주제는 철학적 명제에 가까워 보인다. 테넷에 굳이 장르의 이름표를 붙여야 한다면 ‘철학 공상과학 영화’쯤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인셉션에서는 ‘꿈속의 세계에서는 현실보다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을 다루고, 인터스텔라에서는 ‘나’의 시간과 ‘상대’의 시간의 속도가 다르게 흘러가는
[WHO의 감염자 추정]76억명 중 10분의 1 감염 세계보건기구(WHO)가 무서운 전망을 내놨다. 세계 인구 10명 중 1명은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됐을 수 있다는 거다. 5일(현지시간)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WHO 이사회 코로나19 회의에서 “대략 세계 총인구의 10명 중 1명 비율로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 비율이 도시와 지방, 또는 그룹별로 달라질 수 있겠지만 결국 총합에선 오차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전세계 인구는 76억명이다. WHO의 계산대로라면 10분의 1인 7억6000
인형을 조금씩 움직이면서 한장면씩 촬영해 만드는 퍼핏(puppet) 애니메이션. 그 퍼핏 애니메이션의 거장으로 불리는 퀘이 형제(티모시 퀘이·스티븐 퀘이)가 한국 관람객들과 인사를 나눈다.지난 5월 20일부터 6월 6일까지 열린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는 특별전시로 퀘이 형제들의 역작과 신작을 소개했다. 이번엔 예술의전당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예술의전당은 더 많은 국내 관람객들에게 퀘이 형제의 작품들을 알리기 위해 10월 4일까지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展’를 연다. 퀘이 형제는 그들의 작품 ‘악어의 거리(1986년)’가
“인간들은 정말 불쌍해. 먹기 위해 일하고, 또 일하기 위해 먹어야 하니 말이다. 죽을 때까지 먹어야 하니,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하지. 머리가 좋다고 잘난 척하지만 그 머리 덕에 개고생하며 사는 거지. 하하하.”-전성희 글, 소윤경 그림 “난 쥐다” 중에서 엄마 쥐의 대사.[뉴스페이퍼 = 김보관 기자] 2020년 경자년(庚子年)은 쥐의 해다. 쥐는 오래전부터 다산과 재물의 상징으로 인간과 가깝게 지내왔다. 현대에 들어 더럽거나 하찮은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으나 쥐의 해 경자년을 맞은 만큼 ‘쥐’와 관련한 작품 네 편을 선정해보았다.
특정 예술을 세계적인 예술로 만드는 것은 권력이다. 예술 자체의 훌륭함도 물론 중요하지만, 권력 또한 필수적인 요소이다. 힘이 있는 나라가 자국의 예술을 보호할 수 있으며, 알릴 수도 있다. 유럽은 그야말로 예술의 대륙이다. 유럽에는 역사적으로도, 현재에도 힘있는 국가가 많은만큼 세계적인 명화 혹은 명곡으로 불리는 작품들은 유럽에서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과거 수많은 국가들을 식민지로 지배하며 ‘대영 제국’으로 이름을 떨쳤던 영국의 중심인 런던에 다녀왔다. 또, 2차 세계대전 이후 예술의 중심지가 뉴욕으로 옮겨오기 전까지 오랫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