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청년 주택드림 청약 통장
청약 당첨되면 저리 주담대
진짜 내집마련 방편일까
부동산 부양책 작동할지도

여당이 청년층 주거난 해소를 위해 대출 완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 가입자 중 소득  조건 등을 충족하는 가입자에게 연 2.2%의 저리 주택담보대출을 제공하겠다는 거다. 문제는 저리 대출이 청년층의 진짜 내집 마련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란 점이다. 더스쿠프가 각종 통계를 분석해 대출 완화 카드의 빈틈을 찾아봤다. 

정부가 젊은층을 겨낭해 내놓은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은 기대한 효과를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사진=뉴시스]
정부가 젊은층을 겨낭해 내놓은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은 기대한 효과를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사진=뉴시스]

청년층의 내집 마련을 위해 여당이 카드를 꺼내들었다. ‘대출 규제 완화’다. 만 34세 이하, 연 소득 5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청년이 2024년 출시하는 ‘청년 주택드림 통장’에 가입해 청약에 당첨되면 파격적인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때 적용하는 금리는 2.2%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현재 3.50%, 일반적인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 중반이다. ‘청년 주택드림 통장’에 가입하면 시중금리의 반토막 수준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거다. 대출 규모도 크다. 주택 가격의 80%까지 가능하다.

청년층에게 이런 혜택을 몰아주는 이유는 단순하다.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우리나라에서 ‘내집 마련’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 의문➊ 대출 여력과 내집 마련 = 하지만 청년층의 대출 여력을 늘리는 정책이 ‘내집 마련’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서울 부동산 매매에서 20ㆍ30대 청년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날 때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도 함께 올랐기 때문이다. 청년층이 돈을 아무리 쉽게 빌릴 수 있다 하더라도 집값이 오른다면 그 효과는 반감할 수밖에 없다. 

이쯤에서 통계를 분석해보자. 법원 등기광장의 정보를 취합해 2023년 10월 서울 부동산 매매 등기 건수를 확인했다. 10월 한달간 이뤄진 부동산 매매 1만3391건 중 20ㆍ30대가 사들인 거래는 4463건으로 전체의 33.3%에 달했다. 서울 부동산 매매 3건 중 1건은 30대 이하가 사들였다는 얘기다.

1년 전엔 어땠을까. 2022년 10월 매매된 서울 부동산 총 8763건 중 20ㆍ30대가 사들인 건수는 2314건으로 26.4%였다. 1년 새에 20ㆍ30대의 거래 비중이 6.9%포인트 커진 거다. 

흥미로운 건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는 계속해서 올랐다는 데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실거래 지수(2006년 1월 기준 100)는 2022년 1월 181.9를 기록했다. 3개월 뒤인 4월 183.6까지 소폭 올랐던 실거래 지수는 2022년 말까지 내내 내리막길만 걸어 142.3(2022년 12월)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듬해 초인 2023년 1월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2023년 1월 143.9였던 실거래 가격 지수는 계속해서 올라 9월 161.4까지 회복했다. 결과적으로 젊은 사람들이 서울 부동산을 사들이면 사들일수록 서울 아파트값은 올랐다는 얘기다. 집값이 오르면 결국 신규 주택 분양가에도 영향을 준다.

■ 분석➋ 젊은 매수자 늘어난 까닭 = 그럼 40ㆍ50 매수자보다 상대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젊은 매수자들이 비싼 서울 집을 사들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실거래가 추이를 다시 보자. 정확히 2023년 2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지수가 반등한다. 특례보금자리론이 나왔던 시기다. 

지난 1월 30일 부터 접수한 특례보금자리론은 이번에 발표된 ‘청년 주택드림 통장’의 주택담보대출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일단 매매가 9억원 이하의 주택을 대상으로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을 내준다. 이율은 4%대 고정금리를 적용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이 처음 나왔던 시점인 지난 1월 시중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5% 이상이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한도 받지 않았다. DSR은 대출자의 연봉을 기준으로 1년에 상환하는 원리금을 제한한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출시 초에는 이율이 더 높은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하려는 용도가 가장 많았다. 

하지만 8월부터는 신규 주택 매매를 위한 대출 비중이 50%를 넘었다. 특례보금자리론으로 새집을 산 사람들이 많았던 거다. 하지만 청년층의 내집 마련으로 이어졌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특례보금자리론이 없었던 2022년 1~10월 20ㆍ30대가 매수한 서울 부동산 거래는 3만8177건에 달했지만 특례보금자리론이 나온 이후인 2023년 1~10월에는 3만2164건으로 오히려 줄었다. 대출 완화책으로 진짜 ‘내집’을 마련하는 청년들이 얼마나 나올지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올해 초 특례보금자리론,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내놨다가 가계 부채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대출 방식을 약간 다르게 만든 것뿐”이라며 “낮은 이율도 결국은 세금이 보조해야 하는데 아파트 시장을 세금으로 부양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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