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정치 테마주 6년 보고서➊
총선 앞두고 널뛰는 정치 테마주
‘한동훈 테마주’ 사진 한장에 급등
급등 후 급락하는 변동성 과도해 
섣불리 베팅하면 손실만 볼 수도 

정치 테마주는 항상 긴 하락세로 끝났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정치 테마주는 항상 긴 하락세로 끝났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2017년 장미 대선] 
문재인 테마주 –54.8%   안철수 테마주 –60.7%   반기문 테마주 -41.2%

[2020년 4·15 총선] 
이낙연 테마주 –8.6%   황교안 테마주 –39.5%   손학규 테마주 –27.4% 

[2022년 20대 대선]  
윤석열 테마주 –60.2%   이재명 테마주 -73.3%

# 국내 증시와 정치 테마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특히 선거철이 다가오면 숱한 정치 테마주가 급등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를 유혹한다. 최근 정치 테마주의 화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관련주다. 


# 한 장관의 내년 22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 가능성에 힘이 실리면서 ‘한동훈 테마주’가 불을 뿜고 있다. 고등학교 동문으로 알려진 배우 이정재와 찍은 사진 한장 때문에 상장 종목의 주가가 7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 하지만 한 장관의 인기가 제아무리 치솟아도 ‘테마주는 테마주’일 공산이 크다. ‘짧은 급등 뒤에 긴 하락세’란 정치 테마주의 속설을 무너뜨린 정치인은 지금껏 없었다. 더스쿠프가 2017~2023년 6년의 정치 테마주를 분석 결과다. 그 첫번째 편, ‘한동훈 테마주’의 함의를 살펴보자. 

2024년 총선을 앞두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정치 테마주가 급등세를 기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정치 테마주가 급등세를 기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2900억원. 지난 11월 26일 찍힌 사진 한장이 만든 가치다. 유명 사진작가 작품의 가격은 아니다. 역사적 가치가 높은 사진의 감정가도 아니다. 사진의 주인공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배우 이정재다. 고등학교 동창으로 알려진 두 사람은 강남의 한 갈빗집에서 만났고, 사진이 찍혔다. 언뜻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사진은 테마주의 재료로 쓰이면서 이상한 나비효과를 불러왔다. 

사진으로 홍역 아닌 홍역을 앓은 기업은 종합식품회사 대상과 지주회사 대상홀딩스다. 이 회사가 ‘한동훈 테마주’로 엮인 이유는 황당하기 짝이 없다. 한 장관의 고교 동문 이정재 배우의 오랜 연인이 임세령 대상홀딩스 부회장이란 게 이유의 전부다. 한 장관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지만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사진이 공개된 이후 대상과 대상홀딩스의 주가는 말 그대로 폭등했다. 

그중 투자자의 매수세가 집중된 종목은 대상홀딩스 우선주다. 이 종목은 11월 27일부터 지난 6일까지 7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 결과, 11월 24일 7670원이었던 주가는 4만7950원으로 5배 이상 뛰었다.

같은 기간 대상홀딩스의 주가는 6940원에서 1만3310원으로 91.7%, 대상은 2만400원 →2만1450원(5.1%), 대상 우선주는 1만4400원→2만1450원(67.7%)으로 상승했다. 아직 총선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하지도 않은 한 장관을 둘러싼 테마주가 정치 테마주의 중심에 섰다는 것이다. 

‘한동훈 테마주’는 이뿐만이 아니다. 사외이사가 한 장관과 서울대 법대 동문으로 알려진 덕성(합성피혁 전문업체), 기업 회장이 한 장관과 같은 청주 한씨인 깨끗한나라(제지업체), 한 장관의 총선 출마지역으로 거론되고 있는 충북 충주에 있는 영보화학(플라스틱 화학 전문 업체) 등 ‘한동훈 테마주’로 분류된 종목은 10개가 넘는다.

‘한동훈 테마주’만 있는 것도 아니다. 신당 창당설이 돌고 있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넥스트아이·YBM넷·삼보산업·대성창투·태영건설 등),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남선알미늄·이월드·티케이케미칼·남화산업·남성 등)의 테마주도 숱하다.  

이처럼 2024년 총선을 120여일 앞두고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선거철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총선은 물론 지방선거, 대통령선거가 치러질 때도 정치 테마주는 시장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지난해 3월 9일에 치러진 20대 대통령 선거 때도 마찬가지였다. 양자 대결 구도를 굳혔던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 테마주도 고구마 줄기 엮이듯 여기저기서 생겨났다. 

고등학교·대학교 동문, 성씨의 본관本貫이나 고향, 정책, 근무 지역까지 옷깃만 스쳐도 테마주로 엮였다. 수많은 테마주 중 ‘윤석열 테마주’의 대장은 서연(지주회사)이었다. 서연의 사외이사가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동문이면서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출신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테마주에 편입됐다.

‘이재명 테마주’의 대장격은 컴퓨터 제조업체 에이텍이다. 이 회사는 최대주주이자 대표가 성남창조경영 최고경영자(CEO) 포럼 운영위원직을 맡아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됐다. 

그렇다면 2022년 대선 정치 테마주의 주가는 어떤 흐름을 보였을까. 간략하게 살펴보자. 먼저 ‘윤석열주株’부터 보자. ‘윤석열 테마주’의 대장인 서연의 주가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한 2021년 3월부터 급등세를 나타냈다. 2월 26일 7310원이었던 주가는 한달 만인 3월 31일 2만3300원으로 치솟았다. 임기 만료를 4개월여 앞두고 검찰총장에서 물러나면서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진 결과였다. 

하지만 처음의 기세와 달리 서연의 주가는 이후 조금씩 우하향했다. 2021년 6월 대선 출마선언, 7월 국민의힘 입당, 11월 대통령 후보 경선 승리 등의 이슈가 있을 때 등락을 반복하긴 했지만 하락 추세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렇게 해가 바뀐 지난해 2월 28일 이 회사의 주가는 1만1700원으로 떨어졌다. 

주가는 3월 9일이었던 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하락폭을 키웠다. 3월 2일 1만1550원이었던 주가는 선거 전날인 3월 8일 9630원으로 떨어졌고, 윤 대통령의 당선 소식이 알려진 다음날도 9270원으로 하락했다. 2021년 3월 31일 기록한 최고가(2만3300원) 대비 60.2% 하락한 수치였다. 

‘이재명주株’의 대장인 에이텍의 흐름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2021년 2월 26일 2만9100원이었던 주가는 4월 9일 4만40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후 하락세를 타기 시작해 지난해 2월 28일 1만5800원으로 떨어졌고, 대선 전날(3월 8일)은 1만2700원, 다음날엔 1만750원으로 하락했다. 최고가와 비교하면 주가가 73.3% 떨어졌다. 

‘윤석열株’와 ‘이재명株’ 어느 쪽에 베팅했든 결과는 쪽박이었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얘기다.[※참고: 정치 테마주의 흐름은 이전 국회의원 선거나 대통령 선거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이는 커버스토리 파트2와 파트3에서 자세하게 다뤘다.]

정치 테마주의 초라한 말로를 알면서도 투자자들이 정치 테마주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정치 테마주의 급등세에 잘만 올라타면 투자금의 2~3배는 건질 수 있다는 생각에 테마주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투자에 나선다는 것이다. 하지만 테마주 투자의 결과가 기대만큼 좋은지는 의문이다. 테마주 투자로 돈을 버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5일 투자자 2180명이 보유한 대상홀딩스 주식 72만6725주의 평균 수익률은 –2.81%(평가가치 총합÷투자원금 총합×100)를 기록했다. 이중 대상홀딩스 우선주 9만64주의 평균 수익률은 41.07%에 달했지만 총 투자자 수는 366명(NH투자증권 기준)에 불과했다. 소수의 투자자만 정치 테마주로 돈을 벌고 있다는 거다. 

금융당국의 분석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금감원은 ‘2012년 대선 테마주 35개 종목’에 투자한 계좌 중 195만개에서 1조5494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손실을 본 투자자의 99%는 개인투자자였다. 테마주가 급등세를 편승해 뛰어든 개미의 ‘무덤’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테마주 투자로 돈을 버는 건 소수의 투자자와 테마주에 이름을 올린 기업의 오너나 대주주밖에 없을 것”이라며 “테마주의 극심한 변동성 탓에 개인투자자는 손실을 보기 쉽다”고 말했다. 

2024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 테마주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2024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 테마주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실제로 급등세를 탄 테마주 기업의 오너나 임원 등이 대량매도에 나섰다는 소식은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한동훈 테마주’인 IT 솔루션 전문업체 오파스넷(사외이사가 한 장관과 사법연수원 동기)은 주가가 급등하자 지난해 12월 부사장을 포함해 임원 7명이 줄줄이 회사 주식을 팔아 차익을 남겼다. 시장을 흔들어 놓기만 하는 테마주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김우진 서울대(경영학) 교수는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는 테마주를 근절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테마주의 변동성을 억제하기 위해선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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