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어하우스는 현대판 하숙집이 아니었다
셰어하우스는 현대판 하숙집이 아니었다
  • 최아름 기자
  • 호수 341
  • 승인 2019.06.0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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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어하우스 월세 싸지 않은 이유

주거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사람들은 ‘셰어하우스’에 관심을 쏟았다. 혼자 쓸 수 있는 공간은 줄겠지만 그만한 주거비 절감대책도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셰어하우스의 임대료는 그다지 싸지 않다. 원룸보다 비싼 셰어하우스도 숱하다. 대체 왜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그 원인을 분석해봤다.

셰어하우스는 주거 비용 부담이 커지는 현실에서 대안으로 떠올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셰어하우스는 주거 비용 부담이 커지는 현실에서 대안으로 떠올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 마포구 원룸의 평균 월 임대료는 50만원이다. 최대 33㎡(약 10평)의 공간을 누리며 부엌과 욕실을 혼자서 사용할 수 있지만 비싼 게 흠이다. 그럼 셰어하우스에서 산다면 어떨까. 원룸 대신 스리룸의 아파트를 다른 사람들과 이용한다면 더 좋은 곳에서 더 낮은 주거비를 내고 살 수 있지 않을까.

이 질문을 풀기 위해선 ‘셰어하우스’의 개념부터 다시 봐야 한다. ‘룸메이트’나 ‘하숙집’은 이전부터 있었던 ‘주거비 절감’ 방식의 하나였다. 이를테면 공유경제의 초기 모델이다. 이런 맥락에서 셰어하우스는 현대판 하숙집으로 불릴 만했다. 함께 살면 주거비가 낮아질 것이란 ‘하숙집 학습효과’ 때문이었다. 집주인과 불편한 대화를 섞을 필요가 없다는 점도 셰어하우스의 장점으로 부각됐다.

그런데 정작 셰어하우스가 저렴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숙집과도 다른 방식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왜 일까. 셰어하우스와 원룸 임대료를 비교해보자. [※ 참고: 정부가 구 단위를 기준으로 하는 매월 임대료 통계를 발표하지 않기 때문에 부동산 O2O 플랫폼 다방이 매월 발표하는 데이터를 사용했다.]

다방의 4월 임대료 리포트에 따르면 2019년 4월 서울의 33㎡ 미만(약 10평 미만) 원룸의 월 임대료(보증금 1000만원 기준)는 51만원이다. 셰어하우스는 어떨까. 신촌·홍대 일대를 통학할 수 있는 마포구 셰어하우스 1인실의 월 임대료는 뜻밖에도 49만원이다. 2인실도 평균 42만원에 이른다. 셰어하우스의 주거비가 저렴하지 않은 셈이다.

마포구보다 월 임대료가 조금 더 저렴한 구로구를 보자. 다방의 임대료 리포트에 따르면 구로구 원룸 월 임대료는 4월 기준 평균 32만원이다. 구로구에 있는 아파트 셰어하우스의 1인실 가격은 48만원이다. 2인실은 39만원, 3인실은 33만원 수준이다. 원룸보다 되레 비싸다.


물론 셰어하우스 플랫폼의 시설은 대부분 리모델링돼 있고, 보증금이 100만원대로 낮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그럼에도 매월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싸지 않은 건 사실이다. 더 낮은 임대료를 원하면 ‘방’을 또다시 공유해야 한다. 알려진 것처럼 셰어하우스의 임대료가 싸지 않은 이유는 뭘까.

답은 사업 방식에 있다. 대부분의 셰어하우스 업체는 보유자산을 활용하지 않는다. 임대 관리를 원하는 건물주와 계약해 셰어하우스를 운영하는 게 일반적이다. 쉽게 말해, 임대→재임대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건물주에게 줘야하는 돈과 셰어하우스 업체의 인건비, 주거시설 관리비 등을 모두 월 임대료에서 충당할 수밖에 없다. 이는 셰어하우스가 ‘공유경제’가 아니라 또 다른 ‘임대방식’에 불과하다는 걸 잘 보여준다.

침실이 4개 있는 성북구 아파트(전용면적 114㎡)의 예를 들어보자. 월세를 놓는다면, 보증금은 1억3000만원, 임대료는 120만원(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 실거래가 기준)이다. 이 아파트를 셰어하우스로 임대하면 얼마나 더 벌어들일 수 있을까. 최저 임대료 37만원부터 최고 52만원에 최대 8명의 세입자를 받을 수 있다.


만실이 되면 얻을 수 있는 월 임대료는 약 330만원에 달한다. 일반적인 임대를 할 때보다 210만원의 잉여 수익이 발생한다. 이중 일부는 셰어하우스 플랫폼 업체가 인건비, 운영비 등으로 가져가고 나머지는 집주인이 챙긴다. 물론 가격을 낮춰서 싼 임대료로 여러 사람에게 집을 임대해줄 수도 있지만 셰어하우스 업체에 운영을 맡긴 집주인으로선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셰어하우스 플랫폼 업체의 한 관계자는 “건물주들이 먼저 와서 임대관리를 해줄 수 있느냐고 의뢰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셰어하우스를 주거 대안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인지 셰어하우스를 표방했던 일부 업체들은 은근슬쩍 ‘공유’에서 ‘코리빙(co-living)’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의 자회사인 코오롱하우스비전은 직장인 1인 여성 가구를 타깃으로 운영했던 셰어하우스 ‘커먼 타운’을 넘어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월 임대료는 100만원을 웃도는 고가 주택이지만 ‘코리빙’ 개념을 도입해 높은 품질의 공유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주거비를 절감하기 위해 셰어하우스를 찾는 사람들이 아니라 높은 주거 서비스를 누리고 싶어 하는 1인 가구를 공략한다. 형태는 셰어하우스와 같지만 콘셉트는 완전히 다르다.

공유라는 꼬리표 떼는 업체들


‘대안주거’로 각광을 받았던 셰어하우스는 ‘현대판 하숙집’으로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차라리 새로운 부동산 임대방식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집주인(건물주)이 탐욕을 버리면 모를까, 셰어하우스의 임대료가 낮아질 수 없는 이유다.

“주거비 절감이라는 말을 붙이기가 민망하다. 함께 사는 임차인들에게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더 가깝다. 그렇게 해서 이익이 나오지 않으면 건물주나 토지주들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진짜 주거비 절감이 가능한 셰어하우스를 운영하는 것은 어렵다.” 셰어하우스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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