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조치 이후 반일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테헤란로에 게양된 만국기 중 일장기를 철거(왼쪽)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조치 이후 반일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테헤란로에 게양된 만국기 중 일장기를 철거(왼쪽)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일본 정부가 2일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ㆍ수출 절차 간소화 우대국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일본은 각의閣議(국무회의)에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이 공포되면 21일 이후인 8월 하순께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규제 대상 품목은 현재 3개에서 1100여개로 늘어나게 된다. 이는 전략물자에 해당하는 품목만 추린 것이다. 비전략물자를 포함하는 캐치올 규제까지 감안하면 규제 대상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캐치올 제도는 비전략물자라도 대량파괴무기(WMD) 등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물품을 수출할 때 정부(일본)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이에 따라 국내 기업은 규제 대상에 해당하는 일본산 제품을 수입할 때마다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는 3년 포괄허가를 통해 개별 수출품목 심사를 면제받아왔다. 

수출 허가 심사에 앞서 서류 준비에 들어가는 기간만 1~2주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수출업체는 국내 기업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기반으로 양식에 맞춰 서류를 작성하고 일본 경제산업성에 제출하게 된다. 이후 심사 절차에는 최대 90일이 걸린다.

그래픽=뉴시스
그래픽=뉴시스

한국은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거부하고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대단히 무모한 결정으로,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비판을 이어나갔다. 

“무슨 이유로 변명하든,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명백한 무역보복이다. 강제노동 금지와 삼권분립에 기초한 민주주의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와 국제법의 대원칙을 위반하는 행위다. 우리가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일본 정부의 조치가 우리 경제를 공격하고 우리 경제의 미래성장을 가로막아 타격을 가하겠다는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 과거에도 그래왔듯이 우리는 역경을 오히려 도약하는 기회로 만들어낼 것이다. 정부도 소재ㆍ부품의 대체 수입처와 재고 물량 확보, 원천기술의 도입, 국산화를 위한 기술개발과 공장 신ㆍ증설, 금융지원 등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지원을 다하겠다.”

하지만 일본은 수출금지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금까지 확인하지 않았던 부분을 조금 더 꼼꼼하게 보는 것뿐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지난 7월 4일 수출규제에 들어간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생산을 위한 핵심소재 3개 품목은 단 한건도 수출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에 강력 대응을 선포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에 강력 대응을 선포했다. [사진=뉴시스]

일본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수출을 규제할 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한국 경제에 큰 파장이 미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시장 불확실성이 걱정이다. 하반기 경제운용에도 제약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불안감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3개 품목 이외에 구체적인 규제 품목이 파악되지 않고 있어서다. 일본 정부의 해석에 따라 캐치올 규제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일본이 어떤 식으로 규제를 강화할 것인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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