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사모펀드 인수 이후 한샘
부동산 경기 침체 복병 만나
전략적 투자자 롯데그룹
기대했던 시너지는 글쎄…
20년 만에 영업적자 기록
효과 없었던 주가 부양책
유동성 악화 부메랑 날려
디지털 전환 효과 볼까

# 한샘은 국내 가구업계 1위 기업이란 ‘프리미엄’을 갖고 있다. ‘부엌가구 하면 한샘’이란 수식어는 한샘의 가치를 입증해준다. 그래서인지 사모펀드 IMM PE는 2021년 ‘고평가’ 논란에도 비싼 값에 한샘을 인수했다.

# 하지만 한샘의 위기는 공교롭게도 그때부터 시작됐다. 부동산 시장 침체란 복병을 만나면서 한샘이 새롭게 내놓은 여러 전략은 아무런 효과도 내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한샘의 실적마저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20년 만에 적자를 기록한 한샘은 3분기 연속 영업손실이란 불명예를 뒤집어썼다. 

# 전문가들은 한샘이 위기를 헤쳐나가고 싶다면 ‘장기적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한샘의 경영진은 ‘단기 전략’에 익숙한 사모펀드다. 한샘은 위기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한샘은 2021년 사모펀드 IMM PE에 인수됐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한샘은 2021년 사모펀드 IMM PE에 인수됐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더스쿠프 포토]

1973년 설립한 국내 가구업계 1위 한샘. 이 회사가 창업주의 손을 떠난 건 2021년 10월의 일이다. 사모펀드 IMM 프라이빗에쿼티(IMM PE)는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경영권 지분 27.7% (652만주)를 1조4500억원에 인수했다. 여기엔 롯데그룹도 3000억원(롯데쇼핑 2595억원·롯데하이마트 500억원)을 출자해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주당 인수 가격(22만2550원)이 당시 한샘 주가의 2배에 달해 ‘고평가’ 논란이 일 정도로 최대주주 IMM PE는 한샘의 성장성을 높게 점쳤다. 실제로 주인이 바뀐 뒤 한샘이 처음 내놓은 청사진은 “홈리모델링 사업을 키워 2026년 연매출 4조원 기업으로 키우겠다(2022년 4월 애널리스트데이)”는 거였다. 

하지만 시장은 기대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부동산 경기 침체, 소비심리 위축,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한샘이 주력하는 리모델링·홈퍼니싱 수요는 급감했고 이는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한샘은 지난해 주식시장 상장(2002년) 이후 20년 만에 첫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액은 2조9억원으로 전년(2조2313억원) 대비 10.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021년 693억원 흑자에서 217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부진한 실적은 올해 1분기로 이어졌다. 한샘은 올해 1분기 매출액 4692억원을 기록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10.8% 줄어든 수치였다. 영업적자는 157억원을 기록해 3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물론 이는 한샘만의 문제는 아니다. 현대리바트·신세계까사 등 경쟁사 모두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그럼에도 아쉬운 건 IMM PE가 한샘을 인수하면서 기대를 모았던 전략들이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 위험요인➊ 시너지 전무 = 무엇보다 기대를 모았던 건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 롯데와의 시너지다. ▲롯데쇼핑의 다양한 채널 통한 소비자 접점 확대, ▲롯데건설을 통해 B2B(기업 간 거래) 시장 확대, ▲롯데하이마트와 가전-가구 융합 마케팅 등 기대요인은 다양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롯데쇼핑의 온·오프라인 채널에 한샘의 ‘디자인파크’ ‘리하우스’ 등 10여개 매장이 입점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6월 IMM PE가 보유한 또다른 기업 ‘하나투어’와 전략적 MOU 역시 실패작이란 평가가 나온다. 두 업체가 보유한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공동 기획 상품을 판매한다는 계획이었지만 1년여가 다 돼가는 지금 결과물은 ‘제로’다. 

■ 위험요인➋ 디지털 전환의 불확실성 = 한샘이 내건 ‘디지털 전환’ 전략 역시 언제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최근 한샘은 라이프스타일 앱 ‘오늘의 집’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지난 2월 한샘의 통합 플랫폼(앱) ‘한샘몰’을 론칭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한샘몰은 기존 리모델링·매장 정보을 제공하던 ‘한샘닷컴’과 가구·생활용품을 판매하던 ‘온라인몰(한샘몰)’을 통합한 플랫폼이다. 한샘의 가구 또는 생활용품 구입부터 리모델링을 위한 상담까지 모두 이 플랫폼을 통해 진행할 수 있다. 한샘 관계자는 “리모델링을 원하는 소비자는 대리점에 방문하기 전 한샘몰에서 실제 시공 사례를 확인하고, 3D 제안서를 받아볼 수 있다”면서 “이후 적합한 대리점과 소비자를 연계하는 방식으로 옴니채널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한샘은 한발 더 나아가 ‘메타버스’를 활용한 온라인 가상 매장 구축까지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덴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온라인 강화로 소비자 접근성을 높일 수 있겠지만 성과 지표를 확인하는 덴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온라인 구매 전환 비율, 추이 등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 위험요인➌ 무한책임의 허상 = 디지털 전환과 함께 한샘이 내세운 또다른 전략은 ‘무한책임 시공’이다. 그동안 한샘이 리모델링 제품을 공급하고, 시공은 대리점이 진행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지만 이젠 한샘이 모든 공정을 ‘직접 시공’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리모델링 시작부터 시공, 사후관리까지 모두 책임져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한샘은 현장 관리자인 ‘패키지 매니저(PM)’도 확충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그동안 대리점의 마진을 한샘이 챙기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고, 일부 대리점이 이탈했다. 

한샘 측은 “그동안 한샘이 직접 시공하지 않는 경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사후 관리가 어려웠다”면서 “무한책임 시공으로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뜻 옳은 방향이지만, 한샘으로선 ‘무거운 책임’이 뒤따르는 전략이기도 하다. 무한책임 시공으로 소비자의 기대치를 충족하려면, 전문인력을 발굴·육성하는 등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문제는 한샘의 재정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샘이 ‘사모펀드의 덫’에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샘은 디지털 플랫폼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한샘은 디지털 플랫폼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위험요인➍ 사모펀드의 본질 = 한샘은 IMM PE를 새 주인으로 맞은 후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2021년 11월 공시를 통해 ▲2022년 1분기부터 분기 배당 진행, ▲최소 배당 성향 50%로 상향, ▲6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 계획을 밝혔다. 실제로 한샘은 지난해부터 분기당 배당을 실시했고, 세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를 두고 당연히 ‘최대주주 IMM PE를 위한 전략 아니냐’ 비판이 나온다. 

IMM PE는 한샘 인수자금 중 8000억원가량을 금융을 통해 조달했다. 하지만 실적 악화 여파로 한샘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담보가치가 하락했다. IMM PE 인수 직후인 2021년 10월 11만원대였던 한샘의 주가는 지속 하락해 현재 4만6700원(5월 18일 기준)에 머물고 있다. IMM PE로선 주가 방어 필요성이 컸던 셈이다.

이 때문인지 한샘은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2021년 1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총 1082억원을 들여 자사주 1399만여주를 매입했지만 기대했던 주가 부양 효과는 없었다. 되레 한샘의 유동성이 악화하는 결과만 초래했다. 2021년 말 1176억원이던 한샘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374억원으로 68.1% 감소했다. 

더 큰 문제는 그렇게 사들인 주식이 결국 IMM PE의 경영권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지난 3월 IMM PE는 한샘 주식 1000억원을 공개 매수했는데, 이때 한샘은 자사 보통주 74만주를 IMM PE에 매각했다. 주당 매각가는 5만5000원이었다. 앞서 한샘이 주당 평균 7만7125원에 자사주를 매입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손해 보는 장사를 해가며 IMM PE의 경영권을 강화해준 셈이다.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IMM PE의 지분율은 종전 27.7%에서 35.4%로 높아졌다. 

그러는 사이 한샘은 알짜 자산을 매각하면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한샘은 부산에 건립 예정이던 물류센터 부지를 매각해 243억원(총 265억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경남권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 교두보 마련을 위해 매입한 1만6000㎡(약 4848평) 규모의 부지였다. 

[사진|뉴시스, 자료|금융감독원] 
[사진|뉴시스, 자료|금융감독원] 

여기에 상암동과 방배동 사옥을 매각할 방침도 세웠다. 사옥 매각 시 4000억원대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마련한 자금이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에 쓰이겠지만, 일부는 최대주주 IMM PE의 투자금 회수로 이어질 게 분명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분기당 배당을 시작한 한샘은 실적 악화로 3·4분기엔 배당을 중단했다”면서 “사옥 매각 자금을 통해 신사업 투자뿐만 아니라 배당도 다시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한샘을 둘러싼 대내적 변수는 심상치 않다. 공교롭게도 사모펀드에 경영권이 넘어간 뒤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이 때문인지 한샘을 향한 기대와 우려도 공존한다. 이정희 중앙대(경제학) 교수는 “한샘은 이케아의 한국 진출 당시 많은 우려에 휩싸였지만 이를 성장하는 계기로 만들었다”면서 “지금의 위기 역시 장기적 관점에서 한샘에 큰 도약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옳은 말이지만, 지금 한샘은 이케아가 치고 들어왔을 때의 한샘이 아니다. 사모펀드는 속성상 ‘장기적 플랜’을 세우지 않는다. 회사의 미래보단 자신들의 ‘돈’과 ‘수익’이 우선이다. 과연 한샘은 또 한번 위기를 돌파해낼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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