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알뜰폰의 비명➋ 수수료
중소 사업자 신음하는 알뜰폰
요금 경쟁에 꼭 필요한 존재
고사 막으려면 도매대가 낮춰야
이통3사에 유리한 수수료
계산식 변경해 상생 도모할 때

# 알뜰폰 산업의 묵은 과제 중 하나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 살리기’입니다. 이들 사업자는 이통3사와 금융계 회사의 파워게임에서 조금씩 설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가파르게 성장하는 시장 속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오는 건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많은 전문가는 “중소 알뜰폰 업체를 살리려면 이통3사가 받는 수수료의 계산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른바 ‘도매대가’라 불리는 수수료의 산정 방식에 손을 대야 한다는 겁니다. 더스쿠프가 視리즈 알뜰폰의 비명을 통해 ‘도매대가’에 숨은 비밀을 풀어봤습니다. 두번째 편입니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를 두고 업계에서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사진=뉴시스]
중소 알뜰폰 사업자를 두고 업계에서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사진=뉴시스]

알뜰폰 업계를 두고 언론에서 갑론을박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한쪽에선 ‘시장의 불균형’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가입자 1400만명을 눈앞에 둘 정도로 시장 규모가 커졌지만, 이통3사 자회사들이 이 시장마저 빠르게 장악한 탓에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별 수혜를 보지 못했다는 겁니다.

다른 한쪽에선 “가격이 저렴한 알뜰폰의 혜택을 누리는 소비자만 늘면 된 것 아니냐”면서 “문제 될 게 없다”는 반론을 펼칩니다. 속사정이 어떻든 시장이 잘 크고 있으니 괜찮다는 거죠. 이들은 또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편의만 계속 봐주는 건 시장 논리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내세웁니다.

양측의 주장 모두 일견 타당한 부분이 있습니다. 가입자 수 1363만명(3월 기준)에 달하는 알뜰폰 시장을 우린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이대로 놔둬도 괜찮은 걸까요. 아니면 정부가 나서서 위기에 빠진 중소 사업자들을 도와야 할까요.

이를 논하려면 먼저 알뜰폰을 둘러싼 쟁점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알뜰폰이 소비자에게 정말로 도움을 주고 있는지를 따져보고, 그다음 중소 사업자들이 알뜰폰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거쳐야 알뜰폰 시장의 근본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자! 그럼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 질문 알뜰폰은 필요할까 = 먼저 알뜰폰이 소비자에게 필요한 서비스인지부터 되짚어보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알뜰폰과 이통3사의 요금제 가격을 살펴봐야 합니다. 요즘 알뜰폰 시장에선 ‘0원 요금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일례로, 에르엘모바일은 지난 4월에 가입한 고객에 한해 데이터 15GB(이하 LTE 기준)를 제공하는 2만7500원짜리 요금제를 ‘7개월간 0원’에 판매하는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통화량을 100분만 제공한다는 단점이 있긴 합니다만, 전화를 자주 쓰지 않고 메신저·SNS 등 데이터 통신으로 연락을 즐기는 소비자에겐 만족스러운 구성일 겁니다.

[자료 | 업계 종합, 사진 | 뉴시스]
[자료 | 업계 종합, 사진 | 뉴시스]

통화가 무제한인 요금제를 비교해 봐도 알뜰폰의 요금제는 이통3사보다 저렴한 편입니다. 이야기모바일의 경우, 데이터 7GB를 제공하는 요금제가 2만3100원입니다. SK텔레콤의 4GB 요금제가 5만원이란 점을 생각하면 가격 경쟁력이 상당히 괜찮습니다. 에르엘모바일처럼 4월 5일부터 30일까지 가입한 고객에게 7개월간 요금제를 0원으로 할인하는 프로모션도 열었습니다.

0원 요금제가 보여주듯 알뜰폰 사업자들은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경쟁이 뜨거워질수록 이득을 보는 건 당연히 소비자입니다. 자신의 데이터 사용량에 맞춰 더 저렴한 요금제를 선택하면 그만이기 때문이죠.

알뜰폰이 이통3사보다 서비스 품질이 뒤떨어질까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1편에서 언급했듯 알뜰폰은 이통3사의 망을 그대로 빌려 쓰는 구조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알뜰폰은 통신비 절감에 도움이 된다고 봐도 무리가 없습니다.

■질문
 중소 알뜰폰은 필요할까 = 알뜰폰의 중요성을 충분히 파악했으니, 이제 중소 알뜰폰 사업자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언급했듯 현재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의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SK텔링크(SK텔레콤 자회사)를 비롯해 KT엠모바일·KT스카이라이프·HCN(KT), 미디어로그·헬로모바일(LG유플러스) 등 자회사를 앞세워 이통3사가 현재 시장점유율의 51.0%(과학기술정보통신부·2022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어서입니다.

여기에 금융업계도 하나둘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어 호실적을 내면서 중소 사업자들의 입지는 더 좁아졌습니다. KB국민은행이 2019년 론칭한 ‘리브엠’이 대표적입니다. 자사 금융 서비스와 연계한 프로모션을 적극 내세운 덕분에 리브엠은 출시한 지 3년 만에 가입자 수 40만명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죠.

현재 알뜰폰 사업을 운영하는 53개사 중 이통3사 자회사 4개(KT엠모바일·미디어로그·LG헬로비전·SK텔링크)를 제외하면 가입자 30만명이 넘는 사업자는 리브엠을 비롯해 유니컴즈·프리텔레콤·큰사람 등 4개에 불과합니다(과기부·2022년 10월 기준). 이 밑으로 가입자 수가 10만명 이상 30만명 미만인 사업자는 11개, 10만명 미만은 34개에 달하죠. 리브엠이 잔뼈가 굵은 기존 알뜰폰 사업자는 물론이고 이통3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까지 성장했다는 얘깁니다.

KB국민은행의 뒤를 이어 지난 1월 말 출시한 토스의 ‘토스모바일’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자사 앱과 연계해 론칭한 ▲실시간 데이터 사용량 확인, ▲24시간 고객센터 운영 등 다양한 편의 서비스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그 덕분인지 1월 29일 기준 사전 신청자만 15만명을 넘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토스모바일 관계자는 “업계 최저가 정책을 펴지 않아서인지 15만명이 전부 가입자로 전환한 건 아니다”면서도 “의미 있는 가입자 수를 확보한 단계여서 조만간 가입자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금융계의 알뜰폰 진출은 중소 사업자 입장에선 무척 위협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이통3사와 금융권 알뜰폰이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을 이대로 지켜봐도 괜찮을까요. 신민수 한양대(경영학) 교수는 “알뜰폰 시장에서 가격 경쟁을 이끌어 내는 데엔 중소 사업자의 역할이 크다”면서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최근 0원 요금제를 비롯한 다양한 할인 프로모션은 중소 사업자들이 주도해 나가고 있다. 중소 사업자들이 선제 공격을 하면 이통3사 자회사가 받아치는 형국이다. 중소 사업자들이 줄어들수록 가격 경쟁의 빈도가 잦아들 공산이 크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는 소비자를 위한 ‘착한 경쟁’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알뜰폰 산업에 없어선 안 될 존재라는 얘기입니다.

자! 여기까지가 냉정하게 바라본 알뜰폰 시장의 현주소입니다. 이통3사가 알뜰폰 시장의 절반을 차지한 데다 금융계까지 뛰어드는 탓에 중소 사업자들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최악의 경우 중소 사업자가 고사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이통3사를 알뜰폰 시장에서 배제할 수도 없습니다.

그럼 답은 하나뿐입니다. 이들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겁니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알뜰폰 도매대가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도매대가란 알뜰폰 사업자가 이통3사 망을 빌려쓰는 대가로 내는 비용인데, 두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경쟁 일으키는 중소 사업자

첫째는 4G와 5G의 도매대가가 너무 다르다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알뜰폰 사업자들은 4G에선 요금제의 40%, 5G에선 60%를 이통3사에 도매대가로 지불합니다. 4G에서 알뜰폰 사업자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건 5G보다 수수료(도매대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덕분이죠.

반대로 말하면 5G 도매대가가 너무 높은 탓에 알뜰폰은 5G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알뜰폰 5G 가입자 수는 22만105명으로 전체 5G 가입자(2960만502명)의 0.7%밖에 되지 않는다는 통계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5G 가입자가 3000만명을 눈앞에 둘 정도로 ‘대세’가 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5G 수수료의 벽’에 막힌 알뜰폰 사업자들의 애가 탈 만합니다.

또다른 문제는 도매대가에 숨은 꼼수입니다. 현재의 도매대가는 이통3사에 유리하도록 짜여 있습니다. 이통3사의 수익이 그대로 남는 ‘회피가능비용 차감방식’이 계산에 적용돼 있어서입니다.

회피가능비용은 고객서비스·광고 등 통신사가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때 줄일 수 있는 비용입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이통3사의 요금제에서 이 회피가능비용을 뺀 금액이 도매대가가 됩니다. 당연히 줄어드는 비용만 ‘의도적으로 차감한 게’ 도매대가이니, 사실상 이통3사로선 수익 면에서 아무것도 줄인 게 없는 셈입니다.

문형남 숙명여대(경영학)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이통3사는 망을 빌려주는 조건으로 별다른 마케팅 비용 없이도 알뜰폰 가입자당 수익을 올린다. 회피가능비용 차감방식은 이런 상황을 반영한 계산방식인데, 이렇게 하면 이통3사의 수익이 100% 보전된다. 재주는 알뜰폰 사업자가 부리고 돈은 이통3사가 챙기는 부분이 있다는 얘기다. 통신망 원가에 이통3사의 적정 수익을 덧붙이는 ‘코스트 플러스’ 방식으로 도매대가 계산식을 다시 산정해야 한다.”

[자료 | 더스쿠프]
[자료 | 더스쿠프]

이통3사의 망을 떼다 싸게 파는 ‘단순 재판매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자들은 파격적인 가격 혜택만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이같은 출혈 마케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자들에게 좋을 리 없다”면서 “당장은 어렵겠지만, 자사 혹은 타사 서비스와 연계해 시너지효과를 낼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2월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알뜰폰 토론회에서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도 “알뜰폰 사업자가 콘텐츠·플랫폼 등을 연동한 데이터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알뜰폰 사업자들이 발돋움할 수 있도록 정책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과연 정부는 이통3사와 중소 알뜰폰 사업자 모두가 웃을 수 있는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을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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