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코로나19 때 따이공에 의존
과도한 송객수수료 지급
수익성 위해 수수료 낮추자
1분기 면세점 매출 급감
한중 관계 악화일로 지속
면세업계 봄날 언제 올까

면세점에 드리운 그림자가 걷힐 듯하더니, 이번엔 안개가 내려앉았다. 수익성을 갉아먹던 ‘따이공代工(중국 보따리상)’ 의존도는 조금씩 낮추고 있지만, ‘매출 감소’란 필연적인 부작용이 면세점을 괴롭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 관계까지 악화하면서 면세점 업계는 더 큰 혼란을 마주했다. 더스쿠프가 면세점의 웃픈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과도하게 지불하던 송객수수료를 낮추자 면세점 매출도 동반 감소했다.[사진=뉴시스]
과도하게 지불하던 송객수수료를 낮추자 면세점 매출도 동반 감소했다.[사진=뉴시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면세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었다. 전통의 유통 채널인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성숙기에 접어들며 주춤하는 동안 면세점은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덕에 훨훨 날았다. 2013년을 기점으로 유커가 일본 관광객을 앞질렀고, 면세업계 매출은 4조원대 규모로 성장했다. 

2015년엔 시내 면세점 경쟁도 뜨거웠다. 정부가 15년 만에 신규 서울 시내 면세점을 신설하기로 결정했고, 치열한 경쟁 끝에 3개 신규 사업자가 선정됐다. 2016년 주한미군의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중국 내에 한한령限韓令이 내려지면서 유커의 발길이 끊기기도 했지만 한국 제품을 사다 나르는 ‘따이공代工(중국 보따리상)’ 덕에 호황을 이어왔다. 그렇게 따이공은 2019년까지 면세업계 전체 매출의 43.9%를 책임질 만큼 면세업계 ‘큰손’으로 부상했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그들의 존재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는 점이다. 면세업계 전체 매출 중 따이공 매출액 비중은 2년 만에 82.6%까지 커졌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했고, 재고가 쌓이자 뭐라도 팔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면서 “당시엔 따이공이 유일한 판매처였기 때문에 그들을 모시려는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송객수수료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송객수수료는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면세품을 거래하는 따이공에게 지급하는 비용이다. 코로나19 이전엔 매출의 10% 수준이었지만 팬데믹 기간에 따이공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2022년엔 40% 후반까지 치솟았다. 

호텔신라의 예를 들어보자.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지난해 4조92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중 면세사업(TR 부문ㆍ이하 신라면세점) 매출은 4조3332억원을 기록했다. 호텔신라 매출의 대부분이 면세점에서 나온 셈이다. 

문제는 영업비용이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기타 영업비용으로 2조4466억원을 지출했는데, 그중 ‘알선수수료’로 1조9619억원을 썼다. 2021년(1조628억원)보다 9000여억원 더 늘어난 이 알선수수료가 바로 송객수수료다. 다시 말해, 신라면세점의 2022년 매출 4조3332억원 중 45%가 송객수수료로 빠져나간 셈이다. 영업이익이 21억원에 머무른 건 이 영향이 크다. 


신라면세점만 그런 게 아니다. 다른 업체들은 송객수수료 규모를 정확하게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업계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대부분 40%대 수수료를 지급해왔다”고 말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업계가 지불한 송객수수료는 2021년 3조8435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엔 4조원을 넘어섰다. 

면세업계가 과도한 송객수수료 탓에 남는 게 없는 장사를 하자, 정부(관세청)가 먼저 해결책을 모색하고 나섰다. 지난해 9월 ‘면세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는데, 거기엔 과도한 송객수수료 관행을 정상화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는 방안이 포함됐다.

윤태식 관세청장은 “과도한 송객수수료는 면세점 간 출혈경쟁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면세산업의 수익성과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면서 면세점 특허(갱신) 심사 기준에 송객수수료를 반영하는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그 일환으로 올해부턴 송객수수료를 낮추는 걸 현실화했다. 업계에 따르면 40% 이상에 이르던 송객수수료는 현재 30% 선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송객수수료를 줄인 만큼 매출도 감소했다는 점이다.

한국면세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조1804억원이었던 외국인 관광객 매출은 올해 1월 5964억원으로 한달 만에 반토막(49.5%) 났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업계에선 송객수수료를 줄일 만큼 따이공 매출이 빠진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례實例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신세계면세점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정도 빠졌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다수 국가에서 관광객이 들어오고 있어서 명확하게 구분하긴 어렵지만, 송객수수료를 낮춘 영향이 크지 않을까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의 1분기 매출도 각각 30%대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목표는 송객수수료를 10% 후반~20% 초반까지 낮추는 것이지만 한번에 확 줄이면 매출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매출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순차적으로 줄여야 하니까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따이공들에게 지불하던 송객수수료만 낮추면 면세업계는 다시 웃을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진 않다. 면세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는 그것 말고도 많다.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중국 의존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대표적인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일본 단체 관광객과 동남아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그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유치하는 등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업계 한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유커가 한번에 소비하는 객단가는 다른 외국인 관광객들과 견주기 어려운 수준이다. 따이공의 영향력을 낮추는 건 가능하겠지만, 결국 중국에서 단체 관광객들이 들어와야 면세업계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중 관계에 면세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중 관계에 면세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하지만 이 역시 장담하기 어렵다. 최근 한중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서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정부의 외교 노선을 비판한 게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중국에 있는 우리 국민에게는 참정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데 왜 우리만 빗장을 열어줘야 하냐”며 “우리 국민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 나라에서 온 외국인에게는 투표권을 주지 않는 것이 공정하다”고 주장해 더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이를 지켜보는 면세업계의 한숨은 더 짙어지고 있다. “언젠가는 해소되겠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내년이나 내후년에나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마저도 예상일 뿐이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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