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인사이트 | CJ CGV
CJ CGV 1조원 자본 확충 계획
주주ㆍ그룹 지원으로 유동성 확보
재무 건전성 개선 시급한 CGV
시장과 주주 반응은 냉랭
주가 연일 신저가 기록 중
극장 업황 회복 늦는 데다
사업 혁신 쓸 돈 적기 때문
낙관 어려운 CJ CGV의 미래

긴 암흑기를 겪는 CJ CGV가 ‘1조원 실탄’ 확보에 나섰다. 몸값보다 큰 규모의 자금을 일거에 수혈받겠다는 게 이 회사의 계산이다.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꺼낸 마지막 결단이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CJ CGV뿐만 아니라 CJ 그룹사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한 건 심상치 않은 미래를 예고하는 듯하다.

CJ CGV가 자본 확충 계획을 발표하자 CJ그룹 내 콘텐츠 종목의 주가가 급락했다.[사진=뉴시스]
CJ CGV가 자본 확충 계획을 발표하자 CJ그룹 내 콘텐츠 종목의 주가가 급락했다.[사진=뉴시스]

경영난에 빠진 CJ CGV가 승부수를 던졌다. 무려 1조원의 실탄을 한꺼번에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CJ CGV 입장에선 ‘배수진’을 친 것이나 다름없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이 6920억원(6월 20일 종가 기준)에 불과해서다. 상장사가 기업가치를 훌쩍 넘는 자본을 한꺼번에 확보하겠다며 나서는 건 드문 일이다. 

1조원의 실탄이 만만찮은 규모여서 CJ CGV는 다양한 조달 방법을 동원했다. 먼저 5700억원 규모의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7470만주를 새로 발행해 기존 주주에게 팔겠다는 거다. 여기엔 CGV의 최대주주인 CJ가 600억원을 투입한다. 

아울러 CJ는 비상장사 계열사이자 IT서비스 업체인 CJ올리브네트웍스의 주식 100%(평가액 4500억원)를 CGV에 현물 출자한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전량을 CJ CGV에 넘기고, 그 대가로 신주를 취득하는 식이다. 유증 5700억원에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가치 4500억원을 더하면 1조200억원이 된다. 

CJ CGV가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몸값보다 큰돈을 수혈받는 가장 큰 목적은 재무구조 개선이다. 이 회사는 2020년 3886억원, 2021년 241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팬데믹 기간 영화관을 찾는 소비자의 발걸음이 뚝 끊겼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소폭 완화한 지난해에도 적자가 768억원에 달했다. 

이 때문에 건전성도 악화했다. 순차입 규모는 2조4000억원으로 불어났고, 핵심 건전성 지표인 부채비율은 2019년 말 652.6%에서 올 3월 현재 912.0%로 더 나빠졌다. CJ CGV가 시나리오대로 자본 확충에 성공하면 부채비율은 240%대로 떨어진다. 

CJ CGV가 큰돈을 받는 또 다른 목적은 취약한 사업 체질의 개선이다. OTT에 자리를 내준 영화관 대신 ‘체험형 라이프스타일 공간 사업자’로 변신하겠다는 게 이들의 청사진이다. 

영화관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산업이다.[사진=뉴시스]
영화관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산업이다.[사진=뉴시스]

CJ CGV는 4DX 영화관을 비롯한 특별관, 콘서트 실황, 스포츠 경기 등 대안 콘텐츠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4DXㆍ스크린Xㆍ프리미엄관 등 CGV의 특별관 매출 비중은 2019년 16.0%에서 현재 31.0%로 두배가량 커졌다.

CJ 측은 “이번 유상증자 참여는 단순히 경영 악화에 따른 자금 수혈이 아니다”면서 “CGV가 극장의 미래를 제시하는 미래공간사업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신통치 않다. CJ CGV는 자본 확충 계획을 6월 20일 장 마감한 직후 발표했는데, 회사 주식이 급락했다. 20일 1만4500원에 마감한 CJ CGV 주가는 27일 9590원까지 밀렸다. 연일 신저가를 경신하며 무려 33.86%나 하락한 결과였다. 팬데믹 기간 영화관이 문을 닫았어도 주가가 이렇게 하락한 적은 없었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었다. CJ CGV의 계획이 끝나면 회사의 발행주식총수(4772만주→1억2242만주)가 급격히 늘어난다는 점이 투자자의 원성을 샀다. 대규모 물량 상장에 따른 지분가치 희석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탄을 확보하더라도 CJ CGV를 정상화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비관론도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실제로 확보한 자금을 사업 구조를 혁신하는 데 얼마나 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CGV에 가장 급한 불은 재무 안정화다. 현물출자 형식으로 받는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은 이를 담보로 대출이라도 받지 않는 이상 당장은 쓸 데가 없다. 

CJ CGV는 유상증자 자금 5700억원 중 3800억원을 빚을 갚는 데 먼저 쓰겠다고 밝혔다. 90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사용한다. 사업 내실을 다지고 혁신하는 데 쓸 수 있는 실탄은 1조원 중 1000억원에 불과한 셈이다. 이번 자본 확충 계획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CJ CGV는 자본 확충 계획과 함께 2027년 매출 목표로 2조9209억원을 내걸었다. 지난해 매출(1조2813원)을 고려하면 비약적인 성장을 꾀해야 한다. 달성하기 어려운 높은 목표치이지만, CJ CGV의 상황은 그만큼 절박하다. 비상장 자회사를 현물출자로 내줘야 할 만큼 CJ그룹 차원의 지원 여력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CJ CGV가 부활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CJ가 위험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뜩이나 그룹 콘텐츠 사업이 부진한 상황에서 ‘CGV 살리기’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지면서 CJ와 그 계열사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건 심상치 않은 시그널이다. 

CGV의 자본 확충 계획 이후 CJ의 주가는 6월 20일 7만8100원에서 27일(종가기준) 6만9900원으로 10.50% 하락했다. 같은 기간 CJ ENM은 -12.38%(7만2700원→6만3700원)의 등락률을 보였고, CJ ENM의 드라마 전문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 주가에도 나쁜 영향(-11.71%)을 미쳤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당장의 자금 사정은 나아지겠지만 티켓 가격 인상으로 영화관을 찾는 손님이 뜸해지면서 산업의 극적인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그룹의 또다른 핵심축인 CJ ENM도 실적을 개선할 묘수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CJ 그룹주의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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