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국회의원연구단체 활동 분석➊
혈세 낭비 논란 빚은 금배지 연구비
2022년 연구활동결과서 살펴보니
여전히 엉터리 성과 보고 수두룩 
따로 노는 연구활동과 입법활동
혈세로 연구활동 구색 맞추기

# “‘우수 단체’로 선정된 국회의원연구단체의 보고서 대부분이 표절이나 짜깁기한 거였다. 지난 10년간 114억원의 국민 혈세가 낭비됐다.” 2018년 각종 보도를 통해 드러난 국회의원연구단체 활동의 민낯이다. 국회의원연구단체 활동이 깜깜이로 이뤄진 탓이었다. 

# 그로부터 5년이 흘렀다. 국회의원연구단체 활동은 ‘혈세 낭비’라는 비판을 걷어낼 수 있을 만큼 바뀌었을까. 더스쿠프가 국회의원연구단체들의 ‘2022년 연구활동결과보고서’를 살펴봤다. 

국회의원연구단체의 활동은 5년 전이나 지금이나 혈세 낭비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사진=연합뉴스]
국회의원연구단체의 활동은 5년 전이나 지금이나 혈세 낭비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는 국민을 대표해 일하는 국회의원들에게 다양한 지원을 한다. 의정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서다. 의원회관을 만들어 사무공간을 제공하는 것도, 보좌관을 제공하는 것도, 각종 비용을 보전해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좀 더 나은 정책을 개발하고, 이를 입법으로 현실화해보라는 뜻에서 지원하는 예산도 있다. 대표적인 게 ‘국회의원연구단체 활동비’와 ‘입법 및 정책개발지원비’다. 

두 예산의 목적은 ‘정책 개발과 입법 활동 지원’이란 점에서 비슷하다. 지원 대상과 근거 규정만 다를 뿐이다. ‘국회의원연구단체 활동비’는 국회의원 여럿이 모여서 구성한 ‘연구단체의 연구활동’을 지원하는 예산이다. 1994년 만든 ‘국회의원연구단체 지원 규정(국회 규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입법 및 정책개발지원비’는 개별 국회의원의 ‘입법과 정책개발(연구활동 포함)’을 지원하는 예산이다. 근거는 2005년 개정된 ‘국회의원의 보좌직원과 수당 등에 관한 법률’이다. 

이를테면 ‘국회의원연구단체의 연구활동 지원’에 한정돼 있던 것을 ‘개별 국회의원의 입법과 정책개발 지원’으로 확대한 셈이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 입법 및 정책개발지원비 지급 등에 관한 규정’에는 “‘국회의원연구단체 지원 규정’에 의해 연구활동비를 지급받은 연구활동에는 입법 및 정책개발비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명시돼 있다. 중복 지원을 막기 위해서다. 

문제는 이 예산들이 목적에 맞게 쓰이지 않는다는 지적을 숱하게 받았다는 거다. 2018년, 국회의원들이 정책을 개발한다는 명목으로 발간한 정책자료집이나 정책연구보고서 대부분이 표절이나 짜깁기한 것이었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나면서다. 자격이 없거나 실체가 없는 단체에 연구를 맡긴 경우, 예산을 부풀린 경우, 지인을 동원해 연구비를 지급한 후 되돌려 받는 경우 등 혈세 낭비가 심각했다. 

탈 많은 연구단체활동 개선됐을까 

그뿐만이 아니다. 소규모 연구용역(500만원 이하)을 통해 발간한 연구용역 보고서와 정책자료집 등은 세금으로 작성됐음에도 국회의원들이 관련 자료들을 공개하지 않아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그만큼 감추고 싶었던 게 있었다는 방증이다. 

결국 이 문제는 행정소송으로 이어졌는데, 2020년 7월 서울행정법원은 “국회의원이 국가 예산으로 발간한 연구용역 보고서와 정책자료집을 공개하지 않는 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이후 국회사무처는 소규모 연구용역 결과보고서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정책세미나를 통해 자신들의 성과를 홍보하거나 다른 당을 성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사진=뉴시스]
국회의원들은 정책세미나를 통해 자신들의 성과를 홍보하거나 다른 당을 성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사진=뉴시스]

그렇다면 논란이 있은 지 5년이 흐른 지금, 국회의원연구단체(이하 연구단체)들은 취지에 맞게 예산을 쓰고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더스쿠프가 62개 연구단체의 2022년 연구활동결과보고서를 살펴봤다.

[※참고: 국회의원연구단체는 현재 총 64개인데, 그중 2개는 올해 활동을 시작했다. 그래서 62개 연구단체로 조사 대상을 한정했다. 연구활동결과보고서는 모든 연구단체가 공개하는 자료다. 이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지원을 못 받을 수 있다. 2022년 62개 연구단체가 신청한 예산은 총 9억4465만원이다. 이 가운데 6억9500만원을 사용하고, 2억4965만원을 남겼다.]

분석의 핵심은 간단하다. 해당 연구단체가 당초 연구 목적에 맞는 연구활동을 통해 그에 걸맞은 연구 결과물을 내놨느냐를 따져 본 거다.

‘국회의원연구단체 지원 규정’에 따르면 예산 지원의 목적은 “국회의원연구단체의 연구활동을 지원해 국회의 국가정책개발과 의원발의 입법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이고, 연구활동결과보고서는 예산 지원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수단이다. 따라서 연구 목적에 맞는 활동이 정책연구보고서나 입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예산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분석 결과는 어땠을까. 우선 연구활동이 연구 목적을 벗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주로 각계 전문가를 초빙해 세미나나 토론회, 간담회 등을 진행했고, 때에 따라 소규모 연구용역을 발주하기도 했다.

다만 연구결과물이 연구활동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숱했다. 예컨대 연구활동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입법활동을 연구결과물이라고 내놓는 식이다.[※참고: 연구활동결과보고서 서식엔 입법활동이 연구활동과 상호연관성이 있는지를 기재하도록 돼 있다.]

■ 사례
➊ 연구활동과 성과의 간극 = 먼저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을 위한 국회포럼’은 연구 목적이 ‘각 당의 대선 공약과 새정부 국정과제 분석을 통한 새로운 정책 제안’이다. 그런데 실제 토론회는 ‘레고랜드 사태와 채권시장 금융시장 안정성 점검’에 관한 토론회를 한차례 개최한 게 연구활동의 전부다.

5차례의 대표단 운영회의를 간담회로 잡아 연구활동으로 올렸는데, 유일하게 간담회 내용이 없었다. 그런 다음 ‘주택시장 변동에 따른 역대 정부의 대응과 제20대 대선 주요 후보의 주택정책 비교를 통해 본 향후 정책 방향’이라는 정책보고서를 발간했다. 연구 목적과 활동, 결과물이 제각각이었던 셈이다. 이 연구단체가 사용한 비용은 395만원이다. 

‘국회 4차산업혁명포럼’은 4차산업 관련 세미나를 8차례나 열었는데, 관련 입법으로는 연구활동과는 전혀 관계없는 병역법ㆍ정치자금법ㆍ국회법ㆍ정당법ㆍ공직선거법 개정안 발의 등을 성과라고 보고했다. 해당 연구단체에 속한 국회의원들이 내놓은 입법안을 모조리 연구단체 결과물로 올렸기 때문에 이런 촌극이 발생했다. ‘국회 4차산업혁명포럼’이 지출한 예산은 546만원이다. 

‘자유경제포럼’은 860만원의 연구비를 써서 윤석열 정부의 방향성을 모색하거나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사이버안보와 경제안보의 시사점을 찾아보자는 내용의 세미나들을 개최했다. 하지만 해당 세미나가 연구활동이 맞는지 의문이다. 세미나장이 전임 정부의 정책을 비난하는 성토장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참고: 반대로 ‘국회 공정사회 포럼’의 세미나들은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야당의 성토장이었다.]

‘자유경제포럼’은 이후 산업안전보건법ㆍ집시법ㆍ중대재해처벌법ㆍ국가재정법ㆍ국세기본법ㆍ국제징수법ㆍ관세법ㆍ조세특례법ㆍ개별소비세법ㆍ국가균형발전특별법 등을 입법활동 결과물로 내놨다. 심지어 형사소송법과 공직선거법 등도 포함돼 있다. 역시 연구단체 소속 국회의원들의 입법안을 죄다 올린 결과다. 

‘책 읽는 의원 모임’의 연구활동은 ‘적절함’을 논하기 전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 연구단체는 책의 가치와 독서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상호 이해와 존중의 문화 확산에 기여하는 연구활동을 하겠다는 목적으로 구성됐다. 주로 책을 쓴 저자의 초빙 강연을 통해 정치ㆍ사회ㆍ문화 분야에서 고민해봐야 할 문제들을 짚어보는 세미나가 연구활동의 대부분이다. 연구활동에는 1092만원을 지출했다. 

입법활동으로는 도서관법 개정안을 내놨는데, 그 내용은 국립중앙도서관의 명칭 변경이 핵심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의 ‘중앙’이라는 단어가 일제시대의 잔재여서 국가기관 명칭에 사용하기 부적절하고,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정신에도 어긋나니 ‘국립도서관’이라는 명칭을 바꾸자는 거다.

물론 이런 주장과 입법을 할 수는 있지만, 별도의 비용을 들인 연구활동을 통해 나온 입법활동이라 하기엔 다소 미흡해 보인다. 더구나 연구활동과 전혀 부합하지도 않았다. 

연구활동결과보고서는 있지만 활동 내역을 전혀 알 수 없는 연구단체도 있었다. 제대로 된 역사 인식을 통해 주변국과의 관계 정립은 물론 미래 통일시대를 대비하겠다며 출범한 ‘올바른 역사 교육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의 경우 유일하게 첨부자료가 모두 누락돼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연구 목적과 활동이 중복되는 연구단체가 있는가 하면 계획만 거창하게 세워 예산을 받은 후에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은 곳도 있다. 이 문제는  視리즈 국회의원연구단체 활동 분석 두번째 편에서 다뤘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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