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국회의원연구단체 활동 분석➋
범위 넓어 연구 대충 해도 성과
연구단체 활동 중복 수두룩
계획서 거창하고 활동 안 하기도
혈세 낭비 지적 거두기엔 일러

# 더스쿠프는 視리즈 ‘국회의원연구단체 활동 분석’ 첫번째 편에서 국회의원연구단체의 연구활동이 성과물과 차이가 있다는 점을 짚어봤다. 가령, 연구 목적은 경제분야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실제로 진행한 연구도 ICT 분야인데, 느닷없이 공직선거법 개정안 발의를 성과물로 내놓는 식이다. 엉터리 성과보고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거다.

# 연구단체의 이상한 연구활동 사례는 더 있다. 혈세 낭비 지적을 받았던 5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視리즈 ‘국회의원연구단체 활동 분석’ 두번째 편이다.

국회의원연구단체의 연구활동 중복성을 검토해서 지원 규정에 맞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사진=뉴시스]
국회의원연구단체의 연구활동 중복성을 검토해서 지원 규정에 맞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사진=뉴시스]

별별 혜택을 다 누리는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본업을 영위할 때도 ‘혈세’를 이용할 수 있다. ‘국회의원연구단체 활동비’와 ‘입법 및 정책개발지원비’를 통해서다. 두 예산의 목적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정책 개발과 입법 활동을 국민의 혈세로 지원해줍니다.”

그럼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혈세를 이용해 알찬 입법활동을 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우리는 1편에서 ‘4차산업혁명을 연구하겠다’는 사업 목적을 내놓고 정작 ‘병역법’을 성과물로 제출한 국회의원연구단체(이하 연구단체)의 이상한 행태를 보도했다.

2편에선 ▲연구 범위를 너무 광범위하게 잡은 사례, ▲연구단체 목적과 연구활동이 중복되는 사례, ▲연구계획서만 거창하고 활동은 하지 않은 사례 등의 실태를 살펴봤다. 


■ 사례 대충 활동해도… = ‘국가재조포럼’은 거의 모든 연구 분야를 섭렵할 수 있다. 대한민국 발전을 위한 백년대계를 준비하고, 정치제도ㆍ지방분권ㆍ복지국가ㆍ일자리 창출ㆍ과학기술 발전을 통한 국가경쟁력 제고 등의 제도적 정합성을 모색하는 게 이 연구단체의 목적이어서다. 

이외에도 ‘국회 미래정책연구회’ ‘미래경제연구회’ ‘국회 포스트코로나 경제연구포럼’ ‘새로운 사회 의원경제연구모임’ ‘혁신 4.0 연구포럼’ ‘혁신적 포용국가 미래비전’ 등도 대부분의 영역에서 연구활동이 가능한 연구단체다. 이 때문에 입법활동 결과물을 다양하게 늘어놔도 이게 과연 연구활동의 산물인지, 무관한 것인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왜 연구단체들이 연구활동과 부합하지 않는 입법활동을 결과물로 상정하냐는 거다. 사실 연구단체 활동은 매년 평가를 통해 지원 예산이 약간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 그런데 470점 만점에 입법활동이 100점을 차지하고 있다. 예산을 받아내기 위해 관련도 없는 입법활동을 결과물로 제출한다는 얘기다. 

■ 사례
목적과 활동의 중복 = 연구단체의 연구영역에 제한이 없는 만큼 연구활동이 중복되는 일도 적지 않다.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미래경제연구회’ ‘혁신 4.0 연구포럼’ 등은 지속가능한 성장과 성장 잠재력 향상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비슷한 취지를 내걸고 있다. ‘국민통합포럼’ ‘일치를위한정치포럼’ ‘통합과 상생포럼’ 등은 사회 갈등 해결이나 초당적 이해와 협력 등 통합의 기치를 내걸고 있어 기능이 겹친다. 

동물복지국회포럼은 연구 목적에 맞는 연구활동을 통해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을 통과시키는 성과를 올렸다.[사진=연합뉴스]
동물복지국회포럼은 연구 목적에 맞는 연구활동을 통해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을 통과시키는 성과를 올렸다.[사진=연합뉴스]

‘한반도경제전략연구회’ ‘통일을 넘어 유라시아로’ ‘국회 동북아평화미래 포럼’ 등은 한반도 번영과 평화를 위한 비전 제시라는 측면에서 연구활동이 중복된다. 그 외에도 ‘국회 대중문화 미디어 연구회’는 ‘국회 문화콘텐츠포럼’과, ‘국회 공정사회 포럼’은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을 위한 국회포럼’과, ‘국회 4차산업혁명포럼’은 ‘국회 ICT융합포럼’이나 ‘국회 디지털 혁신과 미래 포럼’과, ‘정의로운 녹색 전환 국회포럼’은 ‘국회 기후위기 그린뉴딜 연구회’와 연구활동이 비슷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국회의원연구단체 지원 규정’에 어긋난다. 이 규정 제4조 5항은 “2개 이상의 연구단체가 목적 및 연구활동 내용 등이 유사한 경우, 등록시기가 앞선 하나의 연구단체를 제외한 나머지 연구단체의 등록을 취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 사례
계획만 거창 = 연구계획서에는 다양한 연구활동을 펼칠 것처럼 해놓고, 정작 별 활동을 하지 않아 계획한 예산을 쓰지 않은 연구단체들도 있다. ‘국민통합포럼’ ‘국회 대중문화 미디어 연구회’ ‘생명존중포럼’ ‘혁신적 포용국가 미래비전’ ‘중소기업과 골목상권을 현장에서 살피는 정책 전문가 포럼’ 등은 예산을 책정해놓고 한푼도 집행하지 않았다. 

돈을 아꼈으니 잘한 것 아니냐고 주장할 모르지만, 달리 보면 분명한 계획 없이 연구활동을 진행하는 경우가 숱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연구계획서에는 세미나를 개최하겠다고 적어 놓고도 무슨 내용으로 하는지, 어떤 강연자가 나오는지 등을 명시하지 않는 연구단체가 대부분이다. 사전 준비가 철저하지 않은 연구활동이 제대로 된 성과를 낼 리 없다.  

물론 연구활동이 당초 목적과 주제에 잘 들어맞을 뿐만 아니라 연구결과물 역시 연구활동과 정확히 일치한 연구단체도 있다.

바로 ‘동물복지국회포럼’인데, 이 연구단체는 동물대체시험법 제정을 촉구하는 전시회, 민법(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개정 촉구 전시회, 동물 법적지위 개선ㆍ산란계 사육면적 확대ㆍ진돗개 보호육성 등에 관한 토론회와 세미나 등을 개최했다. 이후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을 통과시키는 성과를 올렸다. 2294만원의 예산을 배정받아 2278만원을 지출했다. 이 연구단체는 2년 연속 국회 우수연구단체로 선정됐다. 

중요한 건 ‘동물복지국회포험’처럼 바람직한 사례보단 그렇지 못한 사례들이 더 많다는 점이다. 국회의원연구단체 활동을 문제 삼은 지 5년이나 흘렀지만,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을 거두기엔 아직 멀었다는 얘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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