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한샘 새 선장의 위험요인
할리스 매각 주역 김유진 대표
에이블씨엔씨 거쳐 한샘으로
종합적 전략 필요한 가구사업
단기 성과 치중하는 사모펀드
한샘 가치 끌어올릴 수 있나
시작부터 구조조정 우려 목소리

기업을 인수해 기업가치를 높여 재매각하고 차익을 실현하는 것. 사모펀드의 속성이다. 사모펀드 IMM PE는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 ‘할리스’를 인수해 높은 값에 재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그 과정엔 김유진 한샘 대표가 있었다. 할리스 매각을 통해 ‘엑시트 전문가’란 명성을 얻은 그는 한샘에선 어떤 성과물을 내놓을까. 

김유진 전 에이블씨엔씨 대표가 한샘으로 자리를 옮겼다.[사진=뉴시스]
김유진 전 에이블씨엔씨 대표가 한샘으로 자리를 옮겼다.[사진=뉴시스]

사모펀드 IMM PE는 2013년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 ‘할리스(현 케이지할리스에프앤비)’를 82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2020년 KG그룹에 145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100% 가까운 수익을 남긴 셈이다. 할리스 매각을 성공으로 이끈 주역은 얼마 전 한샘의 키를 잡은 김유진 대표다.

IMM PE 소속이던 김 대표는 2017년 할리스 대표로 취임해 매각 작업을 이끌었다. 그가 할리스에 합류한 때는 IMM PE가 할리스를 인수한 지 5년차에 접어든 해로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때마침 할리스의 성장도 정체기에 접어들고 있었다.

IMM PE 인수 첫해인 2013년 685억원이던 할리스 매출액은 2017년 1408억원으로 105.5% 증가했다. 매년 두자릿수 성장률(2014년 17.2%·2015년 35.1%·2016년 18.5%)을 이어온 결과였다.

하지만 2017년 매출 증가율이 9.4%로 뚝 떨어지더니 2020년엔 ‘마이너스 성장(-14.5%)’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가 인수가의 두배에 달하는 금액에 할리스를 매각했으니 ‘엑시트 전문가’로 명성을 얻을 만했다. 

■ 할리스 이후➊ 에이블씨엔씨 = 그렇다면 김 대표는 새롭게 수장을 맡은 한샘에서도 ‘할리스 매직’을 다시 한번 실현할 수 있을까. 가능성을 점쳐 보려면 김 대표의 직전 행보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할리스 매각을 마무리한 김 대표는 IMM오퍼레이션즈그룹 대표를 거쳐 2021년 화장품 기업 ‘에이블씨엔씨’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로드숍 브랜드 ‘미샤’로 잘 알려진 에이블씨엔씨는 2017년 IMM PE에 인수됐다. 

문제는 실적이 줄곧 내리막을 걷고 있다는 점이었다. 화장품 소비 트렌드가 ‘올리브영’과 같은 H&B 스토어와 온라인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조치,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에이블씨엔씨의 실적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2017년 3732억원이던 매출액은 2021년 2629억원으로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018년 적자전환했다. 

김 대표가 취임한 2021년에도 224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에이블씨엔씨는 이후 드라마틱한 반전에 성공했다. 지난해 흑자전환(영업이익 100억원)에 성공한 에이블씨엔씨는 올 1분기에도 40억원의 이익을 냈다.

에이블씨엔씨 측은 “김 대표 취임 이후 고정비 절감, 재고 관리 건정성 개선, 조직 개편 등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했다”면서 “미국·일본 등 해외 매출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할리스 매직’을 재연하진 못했다. 에이블씨엔씨 매각 작업이 좀처럼 진척되지 않아서다. IMM PE는 지난해 크레디트스위스(CS)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지분(59.2%) 매각을 추진했다. 

하지만 새 주인은 여태껏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본입찰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렇다 할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에이블씨엔씨 측은 “인수 희망자가 나타나면 언제든 매각을 추진할 수 있도록 상시매각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혹여 생각보다 빨리 매각에 성공하더라도 난제가 남아 있다. 다름 아닌 ‘투자금 회수’다. IMM PE는 4200억원을 투자해 에이블씨엔씨를 인수했는데 현재 거론되는 매각가는 1000억~2000억원대 안팎이다. 예상이 맞아떨어진다면 IMM PE로선 손실만 떠안은 채 발을 빼는 셈이다.

사모펀드 IMM PE는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 ‘할리스’를 2020년 KG그룹에 매각했다.[사진=뉴시스]
사모펀드 IMM PE는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 ‘할리스’를 2020년 KG그룹에 매각했다.[사진=뉴시스]

김주덕 성신여대(뷰티산업학) 교수는 “김 대표가 에이블씨엔씨를 떠나 한샘으로 자리를 옮긴 건 그만큼 에이블씨엔씨의 전망이 밝지 않다는 방증일 수 있다”면서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지속적인 투자 없이는 소비자의 재구매를 이끌어낼 수 없고, 성장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김 대표는 에이블씨엔씨에서 투자보단 허리띠를 졸라매는 전략을 펴왔다. 인력과 점포를 구조조정한 건 대표적 예다. 실제로 김 대표 취임 이후 에이블씨엔씨의 임직원 수는 25.4%(2020년 338명→올해 1분기 252명) 줄었다. 대표 브랜드인 ‘미샤’의 직영점도 같은 기간 247개에서 192개로 감소했다. 덕분에 에이블씨엔씨는 수익성 개선이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수십명의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고 말았다. 

■ 할리스 이후➋ 한샘 = 이 때문인지 김 대표가 선장에 오른 한샘 내부에선 ‘칼바람’이 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IMM PE는 2021년 1조4500억원을 투자해 한샘을 인수했다. 하지만 그 이후 한샘의 실적은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시장 경쟁 과열, 경기 침체 등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2021년 사상 최대 매출액(2조2312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매출액은 이보다 10.3% 감소한 2조9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 역시 지난해 217억원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157억원 손실을 냈다.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더욱이 김 대표가 선임되기 직전까지 한샘을 이끌었던 김진태 전 대표는 지난 7월 2일 직원들에게 사내공지 방식을 통해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지양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부터 11일 후인 13일 한샘은 공교롭게도 대표를 교체했다. 

그렇다면 임기를 시작하는 김 대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에이블씨엔씨에선 보여주지 못한 ‘할리스 매직’을 한샘에서 펼칠 수 있을까. 현재로선 우려가 더 많다. 무엇보다 김 대표가 즐겨 쓰는 전략 중 하나인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한샘에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연승 단국대(경영학)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한샘은 사업을 한단계 고도화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특히 가구산업은 부동산·건설 경기부터 유통, 소비 트렌드, 라이프스타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만큼 신임 대표가 어떤 인사이트로 장단기 전략을 세우느냐가 중요하다. 단기적인 수익성 개선도 중요하지만 성급한 구조조정으로 인한 인력의 이탈은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경영학) 교수도 “한샘은 부동산 경기의 영향에 실적이 좌우될 수밖에 없다”면서 “업황이 회복될 때까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략을 짜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모펀드는 단기간 내에 기업인수→기업가치 제고→재매각→차익실현을 목표로 한다. 김 대표 역시 그 길을 밟아왔다. 김 대표는 과연 장기적 관점에서 한샘을 이끌어 ‘할리스 매직’을 재현할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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