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금융사건해결사
비상장주식 사기사건 9편
비상장주식 사기 극성
사기 피해자 3人 인터뷰
나이, 성별, 직업 다르지만
사기꾼의 속임수에 주식 매입
사기꾼 잡으려 생업도 포기해

비상장주식 사기가 늘어나면서 사기꾼들에게 속은 피해자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비상장주식 사기로 피해자가 잃는 것이 돈이 전부는 아니란 점이다. 누군가는 가정이 파탄날 위기에 처했고, 다른 누군가는 정신적 충격에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뒀다. 더스쿠프가 비상장주식 사기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금융사건해결사-비상장주식 사기 아홉번째 이야기다.

비상장주식 사기가 증가하면서 피해자도 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비상장주식 사기가 증가하면서 피해자도 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60대 정희진(가명·64), 40대 김민진(가명·42), 30대 박형진(가명·35). 이 세사람은 사는 곳, 나이, 직업, 학력이 모두 다르다. 서로 일면식도 없는 세 사람은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비상장주식 사기의 피해자라는 점이다.

이들은 비상장주식 사기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꾼들이 파놓은 함정에 빠졌고, 금전적인 피해를 입었다. 문제는 비상장주식 사기의 피해가 돈을 잃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는 거다.

✚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정희진 : “60대 주부다. 10년 전까지 서울의 한 시장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했다. 이후 몸에 이상이 생겨 가게를 접었다. 지금은 전업주부로 살고 있다.”

김민진 : “지방에 살고 있다.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기간제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다.”

박형진 :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 언제 비상장주식 사기를 당한 건가.
김민진 : “지난해 1월 말 비상장주식을 판매한다는 김○○ 팀장의 연락을 받았다. 전화로 소개받았고, 비상장주식을 매입했다. 이후 그해 4월까지 2~3차례 추가로 매입했다.

정희진 : “올 1월쯤 처음 연락받고, 비상장주식을 샀다. 그 이후론 수시로 연락이 왔다. 종목도 매우 다양했다.”

박형진 : “올 3월쯤으로 기억한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무심코 받았는데 비상장주식을 판매하는 사기꾼의 전화였다. 그때는 사기인지 몰랐다.”

✚ 이전부터 주식투자를 하고 있었나.
정희진 : “주식투자에 뛰어든 건 7~8년 됐다. 가게를 접은 후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코로나19가 터진 2020년에는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주식은 지금도 하고 있다.”

김민진 : “전형적인 주린이다. 2020년 코로나19로 주식시장이 폭락한 이후 투자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주식으로 돈을 버는 건 쉽지 않았다. 누구나 돈을 벌었다는 2020년에도 손실을 입었다. 우량주로 불리는 한두 종목을 꾸준히 사들이는 방식으로 투자했다.”

박형진 : “주식을 시작한 건 2017년이다. 당시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면서 주가 지수가 상승했다. 평소 관심 있게 보던 기업 주가가 오르는 걸 보고,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소액으로 투자를 했고, 2020년 이후 투자금액이 늘어났다.”

✚ 비상장주식에 관해 알고 있었나.
김민진 : “기업공개(IPO) 제도는 알고 있었다. 당시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청약에 1경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는 기사를 봤다. 이전에도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 두배로 시작한 시초가가 상한가 기록·공모가의 2.6배 상승)’ ‘따상상(공모가의 3.38배 상승)’을 달성했다는 소식을 많이 접했다.”


박형진 : “주식 시장에 상장하지 않은 기업의 주식이라는 것과 장외시장에서 비상장주식을 사고팔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정희진 : “사기를 당하기 전엔 비상장주식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단순히 좋은 투자처로만 알고 있었다.”

✚ 어떤 비상장주식을 매수했나. 피해금액도 궁금하다.
김민진 : “언론 기사로도 많이 알려진 베노디글로벌에 투자했다. 처음 2000만원 정도를 투자했고, 이후 주식을 추가로 매입하면서 투자금액이 늘어났다. 지난해 4월까지 3~4차례 사들였고, 총 8000만원을 투자했다.”

박형진 : “△△젠이라는 종목이다. 여유가 많지 않아서 300만원 정도 투자했다.”

정희진 : “부끄럽지만 사기를 당한 종목이 한두개가 아니다. 사기꾼들의 소개로 사들인 종목은 8개다. 한 종목당 수백에서 수천만원씩 투자했고, 총 피해금액은 1억8000만원가량 된다.”

베노디글로벌 사건은 지난해 6월 알려진 비상장주식 사기 사건이다. 사기꾼들은 전기모터 전문기업 베노디글로벌이 곧 기업공개(IPO)에 나선다는 이슈를 가짜로 만들어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주요 경제지에 기사형 광고를 싣는 방법으로 투자자를 속였다. 그 결과, 수백명이 넘는 투자자가 기사형 광고를 믿고 베노디글로벌 비상장주식에 투자했고, 수백억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했다. 관련 수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 사기꾼들의 전화를 받고 바로 비상장주식을 매입했나.
박형진 : “아니다. 전화를 받고 투자를 하기까지는 2~3일 정도 걸렸다. 사기꾼들로부터 소개받은 기업의 홈페이지를 방문하고, 관련 기사를 검색하면서 투자를 할지 말지 고민했다.”

김민진 : “저도 이틀 정도 걸린 것 같다. 그사이 사기꾼인 김○○ 팀장과는 매일 통화를 했다. 각종 자료를 보내줬고, 사실 여부를 포털사이트를 통해 검색했다. 유명한 언론사에서도 베노디글로벌 기사를 쓴 것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

정희진 : “종목마다 다르다. 사기꾼들이 보내준 자료를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 그런 자료를 조작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 사기꾼들이 보낸 자료엔 어떤 내용이 있었나.
정희진 : “대기업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내용, 해외 진출 기사, 기업이 갖고 있는 특허, 상장주관사 선정 기사와 사진, 기업 소개서 등 거의 모든 자료가 들어있었다.”

박형진 : “상장에 필요한 통일규격유가증권을 발행했다는 한국거래소의 인증서, 매출액과 영업이익 자료였다. 여기에 날 상담한 상담원이 신원을 보장하겠다며 주민등록증 사본까지 보냈다.”

✚ 사기꾼들이 보낸 자료는 모두 거짓이었나.
정희진 : “그렇다. 기업명과 대표 이름을 빼곤 모두 가짜였다. 사기라는 걸 알고 난 이후 사기꾼들이 보내준 특허의 정보를 검색해 본 적이 있다. 대부분 특허가 만료된 기술이거나 다른 기업의 특허를 도용한 것이었다. 그중에는 삼성전자의 특허를 자신들의 특허처럼 탈바꿈한 것도 있었다.”


✚ 비상장주식 사기에 걸려든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민진 : “언론들이 쓴 기사다. 당시 베노디글로벌을 검색하면 이 회사가 상장준비를 하고 있다는 기사가 쏟아져나왔다. 그중엔 누구나 알 만한 언론사도 있었다. 당시엔 언론사가 돈을 받고 기사를 써준다는 건 전혀 알지 못했다. 꾼들도 유명한 언론사를 언급하면서 사기를 쳤다. 기자들이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기사를 쓰겠냐는 말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무언가에 홀린 것 같지만, 그때는 믿을 수밖에 없었다.”

정희진 : “비상장주식을 먼저 보내준다는 말이었다. 사기꾼들이 보내는 비상장주식의 가치가 몇백원에 불과하다는 걸 몰랐다. ‘주식을 먼저 보내줄 만큼 IPO에 자신감이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박형진 : “상장에 실패하면 투자금을 100% 돌려준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사실 이전에도 비상장주식에 투자한 경험이 있다. 그때도 언제까지 상장에 실패하면 돈을 돌려주겠다고 했고, 실제로 투자금을 돌려받았다. 그래서 이번에도 상장에 실패하면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 검찰이나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는가.
박형진 : “약속한 상장일이 훨씬 지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었고, 불안한 마음에 투자금을 환불해 달라고 요청했다. 돈을 돌려주겠다며 시간을 끌던 관계자와 연락이 끊어진 이후에야 사기라는 걸 인지했다. 이후 사기꾼들이 보내 준 주민등록증 주소지 경찰서를 찾아가 고발했다.”

김민진 : “4월 말부터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베노디글로벌이 사기일 수 있다는 얘기가 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5월 초 IPO 관련 소식을 알려주던 팀장과 부장이 자취를 감췄다. 그때 비상장주식 사기에 당했다는 걸 깨달았다. 곧바로 서울로 올라와 경찰에 신고하고, 사기꾼들을 고소했다.”

정희진 : “처음엔 그저 상장이 늦어지는 줄 알았다. 그러던 중 투자한 회사 한곳과 연락이 끊겼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본사를 찾아갔지만 텅 빈 사무실만 있었다. 그제야 비상장주식 사기에 당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이후 함께 투자한 투자자들과 공동소송에 나섰다. 경찰에도 사기로 고발했다.”

그렇다면 피해자들은 경찰의 수사로 사기꾼을 잡고, 피해를 보상받았을까.  비상장주식 사기 피해자들이 겪어야 했던 일은 다음편에서 자세히 살펴보겠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 본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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