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원초적 질문
호황 맞은 영화관 3사 그림자
3년 새 영화 티켓값 40% 올라
해외 국가보다 여전히 싸지만
6개국 중 관람료 부담지수 2위

# 한국인의 영화관 사랑은 각별합니다. 맘에 드는 영화는 ‘N회차 관람’을 마다치 않는 관람객이 숱할 정도죠. 문제는 영화관 티켓값이 최근 몇년간 무척 비싸졌단 점입니다. 이제 영화 1편을 보려면 티켓값만 1만4000원을 내야 할 지경이네요.

# 그러는 사이 코로나19가 수그러들고, 영화관은 다시 활기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티켓값은 그대로입니다. 영화관 3사는 과연 티켓값을 내릴 생각이 있을까요? 더스쿠프(The SCOOP)가 한국 영화관의 티켓값을 다시 한번 점검해봤습니다. 이번엔 소비자가 영화 티켓값에 얼마나 부담을 느끼고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근거 자료도 준비했습니다.

영화관이 회복세에 들어섰음에도 영화 관람료가 좀처럼 내리지 않고 있다.[일러스트=더스쿠프 포토, 게티이미지뱅크]
영화관이 회복세에 들어섰음에도 영화 관람료가 좀처럼 내리지 않고 있다.[일러스트=더스쿠프 포토, 게티이미지뱅크]

영화관이 사람들로 붐비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탓에 텅 비었던 예전 모습과는 180도 다른 풍경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되면서 오프라인 여가문화에 목말라 있던 소비자들이 영화관으로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흥행성이 높은 영화들이 연달아 개봉한 것도 영화관이 활기를 되찾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국내 작품으론 지난 5월 31일 개봉한 ‘범죄도시3’가 대표적이겠네요. 총 1068만2411명의 관객을 모으면서 ‘1000만 관객 영화’ 타이틀을 따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7월 26일 개봉한 ‘밀수’도 화려한 출연진과 뛰어난 작품성으로 입소문을 탔죠. 현재 누적 관객 수 456만9789명(8월 16일 기준)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해외 영화 라인업도 만만찮습니다.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7월 12일 개봉)’은 지금까지 398만7700명이 관람했습니다. 올해 전세계 최고 기대작 중 하나인 ‘오펜하이머’도 지난 15일 개봉했습니다. 개봉 첫날에만 55만명이 영화를 보면서 ‘흥행 돌풍’을 예고했죠.

그럼 영화관 산업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했을까요? 통계를 한번 살펴보죠.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영화관을 찾은 관객 수는 1428만301명에 달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한창이었던 2021년 관객 수(697만6451명·이하 7월 기준)보다 2배 많은 수입니다.

그렇다고 코로나19가 터지기 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한 건 아닙니다. 2019년 7월 당시 누적 관객 수는 2191만6465명으로, 올해 7월 관객 수보다 53.5% 많습니다.

그럼 관객 수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업계에선 여러 가지 답을 내놓고 있습니다. 영화관이 아직 ‘코로나19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단 의견도 있고, 비대면 문화를 등에 업고 급성장한 OTT가 영화관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일견 타당한 주장들입니다만, 그보다 더 직접적인 요인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가격입니다. 영화관 관람료는 지난 3년간 엄청난 속도로 올랐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19년 8444원이던 1인당 평균 관람 비용은 지난해에 1만49원으로 3년 새 19.0% 상승했습니다. 영화관 관람 비용이 1만원을 넘긴 건 영화진흥위원회가 2008년 통계자료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이번이 처음입니다.

앱에 접속해 실제 관람료를 살펴보면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것이 더 극명하게 느껴집니다. 현재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영화관 3사의 티켓값은 1만4000원(이하 평일 기준)입니다. 영화관 3사 티켓값이 2020년 초 1만원이었단 걸 생각하면 3년 새 40%가 오른 셈입니다. 그만큼 소비자가 느끼는 가격 부담감도 커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3년 새 급상승한 티켓가격

물론 ‘해외 국가의 영화 관람료와 비교하면 한국은 여전히 싸다’는 반론도 있긴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시장조사업체 넷크레딧에서 2021년 당시 120개국 250여개 영화관의 평균 관람료를 조사한 결과, 한국은 9.75달러로 미국(16.96달러)·일본(14.90달러)·프랑스(13.33달러) 등 주요 국가들보다 저렴했습니다. 지금의 한국 관람료(1만4000원·10.47달러)를 대입해 봐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영화관의 가격 인상을 합리화하기엔 고려해야 할 게 많습니다. 무엇보다 국내 관객이 급격히 오른 관람료를 어떻게 느끼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노철환 인하대(연극영화학) 교수는 지난해 7월 학술지에 게재한 ‘극장시장 회복을 위한 영화상영관 입장권 적정가액 연구’에서 미국·프랑스·독일·영국·일본·한국 등 6개국의 ‘영화관람료 부담지수’를 분석·산출했습니다. 이를 위해 국가별 연간 평균 관람 횟수와 영화관 관람료뿐만 아니라 각국의 최저시급(2022년 4월 26일 기준)도 고려했습니다.

그 결과, 한국의 영화관람료 부담지수는 668.35로 미국(708.00·관람료 14.50달러) 다음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한국(11.18달러)보다 티켓값이 비싼 프랑스(16.09달러·456.26)·독일(12.33달러·167.60) ·영국(16.52달러·368.63)보다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었죠.

[자료 | 노철환 인하대 교수, 참고 | 2022년 4월 26일 기준, 사진 | 연합뉴스]
[자료 | 노철환 인하대 교수, 참고 | 2022년 4월 26일 기준, 사진 | 연합뉴스]

이 결괏값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한국 관객의 연간 평균 관람횟수는 4.37회로 6개국 중 가장 많은 반면, 최저시급은 7.31달러로 4위에 그쳤습니다. 노 교수는 논문에서 “한국이 2위를 차지한 건 관람료가 저렴하지만 영화 관람 횟수가 많고, 최저시급이 선진국에 비해 낮기 때문”이라면서 “영화관 방문에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한국 관객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관객들은 영화관 방문을 즐기지만,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아 티켓값 인상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영화관 3사가 아무 이유 없이 관람료를 끌어올린 건 아닙니다. 코로나19로 발걸음이 뚝 끊겼던 영화관의 실적 부진을 조금이라도 만회하기 위해서였죠. CJ CGV의 경우, 2019년 752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코로나19 발발 이후인 2020년 적자(2036억원)로 돌아섰습니다.

롯데시네마도 같은해 699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메가박스(영업적자 1385억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영화관 3사의 티켓값 인상은 코로나19 국면에서 생존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거죠.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그 이후입니다. 영화관 3사의 실적은 눈에 띄게 나아졌습니다. CJ CGV의 올해 2분기 매출은 40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1% 늘었습니다. 특히 영업이익 158억원을 기록해 ‘연간 적자의 늪’을 탈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CJ CGV만큼은 아니지만, 롯데시네마의 운영사인 롯데컬처웍스도 같은 기간 매출 1270억원, 영업이익 2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영업이익 210억원)에 이어 흑자를 기록 중입니다. 메가박스도 매출 724억원·영업이익 13억원으로 분기 기준이긴 하지만 흑자를 달성했습니다.

이렇듯 영화관 3사는 꽤 빠른 속도로 실적을 회복하고 있습니다만, ‘관람료를 언제 예년 수준으로 낮출지’를 묻는 질문에는 묵묵부답입니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관람료 인하와 관련해 정해진 바가 없다”면서 말을 아꼈고, CJ CGV, 롯데시네마도 같은 대답을 내놨습니다.

[자료 | 영화관 3사 종합, 참고 | 2분기 기준]
[자료 | 영화관 3사 종합, 참고 | 2분기 기준]

자! 여기까지가 한국 영화관 산업의 현주소입니다. 코로나19를 이유로 가격을 한껏 올린 영화관 3사는 코로나19 국면이 끝난 지금까지도 같은 가격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관객들은 비싸진 티켓값 탓에 영화 한편을 맘 편히 보기가 힘들어졌고, 이는 알게 모르게 관객 수의 회복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면서도 영화관 3사는 ‘아직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면서 볼멘소리를 늘어놓습니다. 그럼 영화관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정말 회복한다면, 영화 티켓값이 떨어질까요? 글쎄요, 영화관 3사가 과연 그런 결정을 할지는 의문입니다. 이들이 지금까지 티켓값을 다시 낮춘 사례는 단 한번도 없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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