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원초적 질문
국내 언론, 유커 귀환 대대적 보도
실적 기대감에 중국 소비주 들썩
좋은 분위기 계속 이어질지 미지수
리오프닝 때 반짝 올랐다가 제자리
뚜렷한 中 경기침체 나쁜 변수
中 , 한국 단체여행 규제 푼 이유
경기침체 일시적 타개책이란 분석
유커, 이전처럼 지갑 열어젖힐까

돌아온 유커를 두고 미디어들이 긍정적 시그널을 울리고 있다. 하지만 유커가 왜 지금 돌아왔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돌아온 유커를 두고 미디어들이 긍정적 시그널을 울리고 있다. 하지만 유커가 왜 지금 돌아왔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한국행 발길을 끊었던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귀환하고 있다. 국내 관광산업의 ‘큰손’이던 유커의 복귀에 증시가 떠들썩하다. 수많은 미디어 역시 ‘유커의 귀환’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 하지만 유커를 믿고 투자에 나섰다면 나중엔 가슴앓이를 할지 모른다. 최근 중국 경제가 수출과 내수 부진, 물가하락, 부동산 위기 등으로 침체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번에 오는 유커는 우리가 기억하는 그때 그 유커보다 지갑을 덜 열어젖힐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 실제로 한중 관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느닷없이 ‘대한對韓 단체관광’을 허용한 것도 경기침체를 타개하기 위한 일시적 조치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으로 돌아온 유커는 과연 ‘큰손’의 면모를 다시 보여줄 수 있을까. 

전국이 유커로 들썩이고 있다. 중국에서 출발한 국제여객선이 수년 만에 유커들을 쏟아내자, 명동의 화장품 로드숍들은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을 구합니다’는 구인 안내문을 곳곳에 붙이고 있다.

지난 10일 중국 문화여유부가 자국민의 해외 단체여행을 허용하는 국가에 한국을 포함한 효과다. 유커의 발길이 끊긴 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가 임시 배치된 2017년부터다. 중국 당국은 보복 조치 중 하나로 여행사들의 한국 단체여행 모객을 암묵적으로 금지했다. 이후 부분적으로 관광을 재개되긴 했지만, 2020년 팬데믹이 터지면서 다시 중단됐다. 

수년간 자취를 감췄던 유커의 귀환에 증시도 들떴다. 유커가 지갑을 활짝 열어젖힐 것이란 기대감이 관련 기업의 주가를 밀어올렸다. 중국 정부가 유커 허용을 발표하고 일주일(9일~16일) 뒤의 주가 변화를 살펴보자.

한때 중국 시장을 홀렸던 K-뷰티주의 주가 움직임은 대단했다. 9일 5710원으로 장을 시작한 한국화장품은 16일 1만1110원으로 마감했다. 일주일여 만에 주가가 두배가량(94.57%) 뛰었다.

중국 소비주가 유커 방한 재개 소식에 반색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중국 소비주가 유커 방한 재개 소식에 반색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화장품제조의 주가 역시 42.42%(2만3100원→3만2900원)나 상승했다. 중국 매출 비중이 상당한 코리아나의 주가도 같은 기간 55.24% 올랐다. 뷰티주 톱2의 주가도 좋은 분위기를 보였다. LG생활건강은 5.14%, 아모레퍼시픽은 7.35% 상승했다. 

유커의 필수 관광코스로 꼽히는 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의 주가도 21.34% 상승했다. 그간 유커 없이 힘겹게 장사를 해온 카지노 산업도 웃었다. 롯데관광개발(48.60%), 파라다이스(24.04%), GKL(18.52%) 등의 주가가 모처럼 두자릿수 넘게 상승했다.

다만, 좋은 흐름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낙관하긴 어렵다. 지난해 말에도 중국 소비주가 지금처럼 껑충 뛰어올랐다가 금세 가라앉은 적이 있어서다. 

중국이 엄격한 방역정책인 ‘제로 코로나’를 실시하던 2022년의 상황을 보자. 중국은 팬데믹 기간 도시 봉쇄와 대규모 격리를 서슴지 않았다. 1명의 확진자가 나왔다는 이유로 도시 전체를 틀어막기도 했다. 국내 기업들 역시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업체 위주로 실적 부진을 겪었다. 중국인들이 갇혀있으니 지갑이 닫히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사회 불안이 고조되자 중국 정부는 태도를 바꿨다. 변화의 신호탄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쐈다. 지난해 11월 10일 3연임을 확정한 시 주석은 “생명 보호와 경제·사회 발전을 효율적으로 총괄하겠다”며 방역 규제 완화를 시사했다.

중국 소비주들은 곧장 ‘리오프닝 특수’에 올라탔다.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완화를 시사하기 직전인 2022년 11월 9일부터 일주일간 중국 소비주의 주가 흐름을 보자. 그해 11월 9일 58만4000원에서 출발한 LG생활건강의 주가는 16일 67만1000원에 마감하면서 14.90% 상승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같은 기간 9.38%의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호텔신라 주가는 12.20%(6만5600원→7만3600원), 롯데관광개발은 10.05%(1만450원→11만500원) 올랐다. 파라다이스(12.54%)와 GKL(8.92%)의 주가 상승률도 눈에 띄었다. 당시엔 증권가도 중국의 내수 시장이 되살아날 것이라면서 소비 관련 종목에 관심을 두라고 조언했다,

그런데 이들 종목의 주가 상승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중국 정부가 방역 규제를 차례차례 완화하면서 올해 초 77만원대까지 치솟았던 LG생활건강의 주가는 올 6월 들어 40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상반기 주가 등락률은 -29.02%로 부진했다. 상반기 주가 흐름이 나빴던 건 호텔신라(-11.67%)와 파라다이스(-19.72%), 롯데관광개발(-27.40%) 역시 마찬가지였다. 

주가가 부진한 이유는 간단했다.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규제가 풀리면서 중국 내 소비가 활성화하고, 중국인 일반 관광객이 한국으로 밀려올 줄 알았는데,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LG생활건강은 올해 1분기와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두자릿수 넘게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 1분기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하던 2020년 1분기에도 못 미치는 실적을 냈다. 

한국 제품의 브랜드 파워가 떨어진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국 경제가 침체했던 게 문제였다.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46년 만에 최저인 3.0%에 그쳤다. 문화대혁명 마지막 해인 1976년(-1.6%) 다음으로 낮은 수치였다. 

제로 코로나 해제 효과가 드러나야 할 올 2분기엔 중국은 6.3% 성장했다. 얼핏 나쁘지 않은 수치 같지만, 그렇지 않다. 지난해 2분기엔 상하이上海 같은 대도시를 봉쇄하느라 성장률이 0.4%에 그쳤는데, 이에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 컸다. 실제로 2분기 성장률 6.3%는 시장 예상치(7%)를 한참 밑돌았다.

문제는 이런 리스크가 유커가 귀환하더라도 유효하다는 점이다. 유커가 국내 소비 시장의 큰손의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나라 경제가 침체하면 지갑을 열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소비 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유커 덕에 좋았을 땐 유커가 국내에 많이 들어왔을 뿐만 아니라 중국 경제도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2012년부터 2015년 사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7%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다. 

더구나 최근 발표되는 중국의 경제지표들은 리오프닝 수혜는커녕 일제히 경기둔화를 가리키고 있다. 7월 중국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시장 추정치(4.5%)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였다. 

청년실업률은 중국 경제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지난 6월까지 21.3%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중국 청년 5명 중 1명 이상은 실업 상태라는 얘기다. 중국 정부는 7월 연령대별 실업률을 예외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그 이유로 당국은 “노동 통계를 좀 더 최적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지표가 생각보다 더 악화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하다.

그렇다고 경제지표들이 좋아질 분위기도 감지되지 않는다. 중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생산자물가지수(PPI)는 1년 가까이 마이너스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 CPI와 PPI가 동시에 음수를 보인 건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11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중국이 디플레이션(물가하락+경기침체)의 늪에 빠졌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 경제는 유커의 귀환보다 중국 경제 침체 리스크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사진=뉴시스]
한국 경제는 유커의 귀환보다 중국 경제 침체 리스크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사진=뉴시스]

여기에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촉발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도 심각하다. 비구이위안은 만기가 도래한 채권 이자를 갚지 못하면서 디폴트 위기에 빠졌다.

이 회사는 2017~2022년 매출 기준 중국 1위를 기록한 부동산 개발업체다. 신규 주택 판매 기준으로는 지난해까지 5년 연속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탄탄한 회사도 중국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서면서 실적이 고꾸라진 셈이다. 중국 부동산 시장에 미칠 파급력은 가늠하기 어렵다. 

한중 관계가 좋지 않은 시점에서 중국 정부가 느닷없이 대한對韓 단체 관광을 허용한 것 역시 경기 부양책이 그만큼 시급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결국 유커가 돌아와도 관련 기업들의 실적 개선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리오프닝 때도 기대했던 것만큼 효과가 없었는데, 이마저도 끝나가고 있다”면서 “유커가 돌아오더라도 사드 배치 이전의 분위기를 기대해선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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