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마켓분석
셀트리온 합병 함의➋ 경영권 승계
합병 둘러싼 시장의 의문점
주주가 원했다는 3형제 합병
주가 부진에 합병 카드 꺼냈나
경영권 승계 위한 합병일까
셀트리온 합병 키는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 규모 1조원

국내 제약업계 시가총액 순위 1위 셀트리온그룹이 셀트리온 3형제의 합병에 나섰습니다. 2021년 경영에서 은퇴한 서정진 회장이 복귀한 지 5개월 만입니다. 시장은 셀트리온 3형제의 합병을 반기면서도 다양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낮은 주가가 합병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視리즈 셀트리온 합병에 숨은 함의 두번째 편입니다.

서정진(오른쪽) 셀트리온 회장은 “이번 합병은 주주가 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사진=뉴시스] 
서정진(오른쪽) 셀트리온 회장은 “이번 합병은 주주가 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사진=뉴시스] 

“한다, 만다.” 셀트리온그룹이 말도 탈도 많았던 셀트리온 3형제의 합병을 공식화했습니다. 셀트리온은 지난 17일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먼저 합병한 다음, 그로부터 6개월 안에 셀트리온제약의 합병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셀트리온 3형제의 합병 이슈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합병설이 처음 흘러나온 건 8년 전인 2015년입니다. 셀트리온 창업주 서정진 회장은 그해 주주총회에서 합병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이후 잠잠하던 합병설에 다시 불씨가 붙은 건 2017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셀트리온을 공시대상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면서입니다. ‘셀트리온 3형제를 합치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죠. 

그때도 셀트리온은 “합병설은 소문일 뿐”이라며 일축했지만, 소문은 조금씩 사실에 가까워졌습니다. 서 회장은 2년 후인 2019년 주주총회에서 합병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2020년 1월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해 “주주들이 원한다면 내년에라도 세 회사를 합병하겠다”고 운을 뗐습니다. 

실제로 그해 9월 셀트리온은 ‘합병 시나리오’를 공개하면서 셀트리온 3형제의 통합을 공식화했습니다. 2021년 서 회장이 은퇴를 선언하면서 주춤하긴 했지만, 그가 경영에 복귀한 올 3월부턴 합병 작업에 다시 속도가 붙었습니다. 

■ 의문➊ 왜 지금인가 = 이처럼 셀트리온 3형제의 합병이 현실화했지만 기대감보단 의문이 더 많은 게 사실입니다. 가장 큰 의문은 ‘왜 지금 합병카드를 꺼내 들었느냐’는 겁니다. 분식회계나 일감몰아주기 논란으로 합병 필요성이 제기됐던 2017년 셀트리온의 답은 ‘No’였기 때문입니다. 

시장은 부진에 빠진 셀트리온의 주가와 실적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습니다. 셀트리온 3형제의 주가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12월 40만3500원까지 상승했던 셀트리온의 주가는 지난 23일 14만1500원으로 하락했습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주가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주가도 비슷합니다. 2020년 12월 16만원을 웃돌았던 주가는 지난 23일 6만3700원으로 떨어졌습니다. 셀트리온제약의 주가 역시 같은 기간 24만원대에서 7만원대로 곤두박질쳤습니다. 

실적 성장세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셀트리온의 올 2분기 매출액은 5240억원으로 전년 동기(5961억원) 대비 12.1% 줄었고, 영업이익은 8.0%(1990억원→1830억원) 감소했습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늘어난 판매·관리비 탓인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쪼그라들었습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의 주가가 하락세를 타면서 주주들의 불만도 커졌다”며 “주가 상승을 위한 방안으로 합병을 선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 의문➋ 승계 밑그림 = 두번째 의문은 합병이 기업승계를 위한 밑그림이 아니냐는 겁니다. 서 회장은 이런 논란에 선을 그어왔습니다. 그는 지난 17일 진행한 온라인 간담회에서 “합병은 주주가 원하고 많은 투자자가 권유해서 진행한 것”이라며 “내 이해관계 때문에 합병을 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습니다. 

시장의 의견은 다릅니다. 최대주주 일원화와 지배구조 단순화는 승계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실제로  경영권을 승계해야 할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건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겁니다.

셀트리온의 지배구조는 이번 합병으로 ‘서정진→지주회사 셀트리온홀딩스→합병법인→셀트리온제약’으로 단순해집니다. 훗날 셀트리온제약까지 합병하면 ‘서정진→셀트리온홀딩스→합병법인’으로 더 심플해질 겁니다.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법인의 이사회 구성도 이번 합병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임을 시사하는 듯합니다. 셀트리온은 합병법인의 이사회에 서 회장의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만 넣었습니다. 서 회장의 차남인 서준석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사회 의장은 명단에 들어가지 못했죠. 이번 합병과 장남 승계가 관련이 있다는 의문이 불거진 이유입니다. 

셀트리온 3형제의  합병 성패 여부는 소액주주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있다.[사진=연합뉴스] 
셀트리온 3형제의  합병 성패 여부는 소액주주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있다.[사진=연합뉴스] 

이처럼 셀트리온의 합병을 두고 다양한 의문점이 나오고 있지만 한가지 확실한 게 있습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의 성공 여부는 소액주주의 손에 달려있다는 겁니다.

올 2분기 기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소액주주 비중은 각각 66.43%, 56.42%에 달합니다. 합병에 성공하려면 소액주주의 동의와 지지가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이들에겐 주식매수청구권이 있습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주총에서 특별결의사항에 반대의견을 갖는 주주가 회사를 향해 자신의 보유주식을 정당한 가격으로 매수해 줄 것을 청구하는 권리를 말합니다. 

서 회장이 밝힌 셀트리온의 주식매수청구권 한도는 1조원 규모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합병에 반대하는 소액주주가 청구한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서면 합병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겁니다.

지난 23일 기준 셀트리온의 시가총액은 20조7160억원이었습니다. 66.43%에 해당하는 13조7616억원이 소액주주의 몫입니다. 셀트리온 소액주주의 10% 이탈해도 셀트리온의 합병엔 제동이 걸릴 수 있습니다. 

전망은 밝지 않습니다. 셀트리온이 제시한 주식매수청구권 기준가격은 셀트리온 15만813원, 셀트리온헬스케어 6만7251원입니다. 두 회사의 주가(23일 기준)는 각각 14만1500원, 6만3700원을 기록했습니다. 두 회사 모두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기준가를 밑돌고 있는 셈입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는 달가운 소식이 아닙니다. 합병 주총이 열리기 전까지 주가를 끌어올리지 못하면 주식매수청구권을 확보하기 위해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소액주주가 많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합병반대의사통지 접수기간인 오는 10월 20일까지 주가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다는 얘기입니다. 

서 회장이 셀트리온 3형제의 합병론을 띄운 지 8년 만에 실제 통합작업에 나선 셀트리온은 과연 ‘주주들이 원하는’ 합병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